아늑한 인문공간 ‘수원 지관서가’ 개관
유능한 독서 도우미 ‘AI 탑재 키오스크’
‘야외 변형’ 선큰 구조 이색 휴식공간도
공유공간 누구나 홀·모두의 숲 개선中
연무중 자리 리모델링 평생학습관 조성
도심속 폐교 매입 활용… 전국최초 사례
12년 민간위탁 끝내고 市직영 체제 전환

수원에 고요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아늑한 분위기의 인문공간이 만들어졌다. 팔달구 우만동 수원시 평생학습관 1층에 ‘수원 지관서가’다.
수원 지관서가는 인문과 문화로 행복을 성찰하는 북카페 형식의 복합 인문 문화공간으로 일상의 분주함과 끊임없는 생각을 멈추고 고요한 마음과 지혜의 눈으로 세상과 나를 바라본다는 의미를 담은 ‘지관(止觀)’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수원 지관서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아늑한 느낌의 공간이 열린다. 원래 2개 층이던 공간을 세로로 길게 터서 시원한 층고를 자랑하는 메인 공간은 대형 바 테이블과 서가가 마련됐다. 서가는 ‘행복’을 주제로 한 큐레이션이 돋보인다. 방문한 누구든 마음을 사로잡는 제목의 책 한 권을 발견할 수 있도록 다채롭게 구성됐다.
‘성장’ 섹션에서 ‘노인과 바다’를 발견하고, ‘건강’ 코너에선 ‘움직임의 힘’이라는 책을 읽으며 건강을 되돌아보고, ‘감사’를 키워드로 한 서가에선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 ‘이렇게 작지만 확실한 행복’의 한 페이지를 읽으며 나의 하루를 떠올릴 수 있다. ‘서울대 행복연구센터 추천 도서’, ‘지혜의 나무’, ‘마음챙김’, ‘관계’, ‘자립’, ‘어린이어른이’ 등 큐레이션 코너를 둘러보는 것만으로 행복 감성이 충전된다.
한쪽 벽면에는 AI를 탑재한 키오스크가 있다. 간단한 질문에 답하면 지금 도움이 될 ‘인생 책’을 추천해 준다. 비슷한 연령대와 삶의 궤적을 가진 다른 사람의 인생 책은 무엇인지도 알려주는 기기다. 추천받은 책의 정보를 문자로도 전달하는 유능한 독서 도우미다.

외부에서도 지관의 행복을 만끽할 수 있다. 건물 내부였던 일부 면적을 야외공간으로 변형해 안쪽으로 선큰(sunken) 구조를 갖게 돼 개방적이면서도 이색적인 휴식 공간이 만들어졌다. 외부 테라스에서 선큰과 정원을 관조하는 것도 가능하다.
책을 읽거나 사유하는 동안 친구가 되어줄 카페 메뉴도 다양하게 준비됐다. 커피류부터 전통차와 허브차, 갈증을 해소해 줄 시원한 에이드와 스무디, 간단한 베이커리 종류까지 준비해 여느 카페 부럽지 않다. 카페는 사회적기업 (유)초록쉼표가 운영한다.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문을 연다. 일요일과 공휴일은 휴무다.
수원 지관서가는 수원시와 SK케미칼이 협업해 만들었다. 수원시가 수원시 평생학습관 공간 일부를 제공하고, SK케미칼이 12억원 상당의 리모델링 비용을 전액 부담했다. 평생학습관 1관의 절반 가량인 1~2층 752㎡를 리모델링해 층고를 확장하고, 세련되면서 아늑한 내부 공사를 진행했다. 설계부터 준공까지 1년이 걸려 개방된 수원 지관서가는 지난 24일 개관식을 열고 공식적인 출발을 알렸다.

수원시는 수원 지관서가 외에도 평생학습관 1관의 대부분을 시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개방하는 ‘공간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시민 공유공간으로 활용할 ‘누구나 홀’이 생겼고, 평생학습관 내 ‘모두의 숲’도 상반기에 개선 공사를 진행해 보다 나은 조경 공간을 선보일 예정이다.
누구나 홀은 지관서가 옆 서쪽 강의실 약 450㎡ 규모(100석)를 확장해 만들어진 공유 공간이다. 규모가 다른 2개 홀에 낮은 단상을 설치하고, 빔프로젝터와 음향장비, 테이블, 의자 등을 구비했다. 강연이나 소모임 등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빌려 쓸 수 있다. 공간이 필요했던 시민들이 활용하기 좋다.
평생학습관 앞 정원 ‘모두의 숲’도 변화를 준비 중이다. 기존 정원에 빽빽하게 심긴 나무 일부를 이식해 경관을 개선하고, 조망권을 확보할 예정이다. 또 외부에서 독서와 휴식을 즐길 수 있도록 휴게시설도 설치한다. 산책로를 재배치해 불필요한 동선을 줄이면서 녹지 공간도 추가한다는 구상인데, 건물 바로 앞 오솔길 산책로는 원래대로 살려 역사성을 이을 계획이다.

수원시 평생학습관은 독특한 역사와 스토리를 품은 공간이다. 원래 학교였던 공간을 리모델링한 곳이기 때문이다. 도심 속에서 학생들이 꿈을 짓던 학교가 평생학습자들의 구심점으로 변화했다가 이제는 수원시민 모두의 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다.
학습관 건물의 역사는 1980년 봄 연무중학교에서 출발한다. 한때 36학급 규모를 자랑했으나 구도심 공동화로 학생수가 급감해 2008년 2월 26회 졸업생을 끝으로 문을 닫았다. 이후 연무중이라는 이름과 역사는 광교신도시로 옮겨졌다.
수원시는 학생들이 떠나간 뒤 골칫거리가 되어버린 도심 속 폐교에 다시 생명을 불어넣었다. 건물과 부지를 매입하고 리모델링을 거쳐 평생학습 공간으로 활용한 것. 2011년 10월부터 본관(2관) 3개 층은 다양한 평생학습관으로, 별관(1관) 2개 층은 외국어마을로 운영했다. 지자체가 폐교를 매입해 활용하는 전국 최초의 사례였다.
이후 9년여간 해당 건물들은 수원시민의 평생학습 공간으로 활용됐고, 수원시는 2020년부터 이 두 곳을 통합해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평생교육 분야의 교류와 협력을 강화해 보다 많은 학습자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조치였다.

지난해부터는 수원시 평생학습관 운영 방식을 수원시 직영으로 전환했다. 개관 이후 12년여간 민간 기관에 위탁 운영하던 방식을 바꾼 큰 변화다. 더 많은 시민들을 위한 평생학습 시스템과 공간을 열어가기 위한 의지가 담겼다.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은 “수원 지관서가는 시민의 바쁜 일상에 온기를 더하는 쉼터가 될 것”이라며 “수원시 평생학습관 프로그램과 시너지 효과를 내며 전 세대가 함께하는 지역 문화 명소로 성장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