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교생 탈북자들이 작은 체구와 이질적 억양으로 학교에서 놀림의 대상이 된다면 20대 탈북자들은 교육제도로부터 '왕따'가 되고 있다.

이들의 남한사회 적응 교육을 담당하는 하나원이 교육 과정 기준을 나이로 분류하면서 공부를 더하고 싶어하는 20대들에게 적응 기회가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탈북자들이 남한에 오면 하나원에서 3개월간 적응교육을 받는다. 만 19세 이하는 학교 적응 교육(예비학교 과정-하나둘학교)을 받는 반면, 만 20세 이상은 취업 훈련 및 사회적응 교육을 받는다. 문제는 성인반에 속한 사람들중에 공부를 계속하려는 이들이다.

2009년 9월에 사선을 넘은 이혜연(가명·26·여)씨는 북한에서 중학교 4년까지 다녔다. 북한 중학교는 6년 과정으로, 절반을 마치면 남한에서 중학교 졸업으로 인정되고, 모두 마치면 고졸 학력을 인정받는다. 이씨는 자신의 중졸 학력으로는 남한사회에서 버티기 힘들다고 판단, 검정고시 생각을 했지만 자신이 속한 성인반에서는 학교 안내를 받을 수 없었다. 이씨는 "성인반에서는 한국 역사와 은행이용법 등을 배우고, 정착지원금과 취업훈련 수당 등 정부의 정착 지원 제도에 대한 안내가 이뤄진다"며 "이렇게 2개월을 보내고 나면 나머지 1개월은 취업교육을 받는다"고 했다. 이씨는 "하나둘학교에 있는 친구들은 국·영·수·사·과도 먼저 배우고, 자기진로에 대해 선생님과 상담을 한다"며 "그러나 성인반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강민(28)씨도 학교 등에 대한 정보 접근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강씨는 서울의 한 대안학교에서 공부하면서 중학교 입학과 졸업 검정고시를 모두 마쳤다. 강씨는 "학교수업에서가 아니라 하나원에서 만난 사람들이 대안학교 정보를 알려줘 입학할 수 있었다"며 "공부하고 싶어 남한에 왔는데 하나원 성인반에서 3개월을 취업교육만 받아 내내 불만이었다"고 말했다. 성인반에서 수업을 받은 김희영(가명·29·여)씨는 "70대 노인이 두 분 계셨는데 이 분들과 20대인 내가 받는 교육 내용이 같다는 게 이해가 안갔다"며 "공부하고 싶은 사람은 하나둘학교에서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하나원에 출강하는 무지개청소년센터 윤상석 부소장은 "청소년기본법상 청소년 연령이 만 9세부터 24세 이하이고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도 고등학교까지 교육지원을 받을 연령은 24세 이하로 규정돼 있다"며 "최소한 이런 연령의 탈북자중에 고졸 학력을 채우지 못한 사람에 대해서는 하나둘학교에서 교육받도록 기회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나둘학교 관계자는 "20세 넘어서도 공부하려는 사람들에게는 교재를 지원하고 있다"면서 "하나둘학교의 수용인원에도 한계가 있어 원하는 대로 다 받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선회·권순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