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탈북 청소년 '한국에 숨다'·5] 대한민국 정착위한 제언 >끝< 지면기사

    미래에 대한 꿈을 품고 목숨 걸고 탈북한 청소년들의 상당수가 한국에서 느끼는 문화적 이질감과 학력 격차에 신음하고 있다.말투가 다르고 체형이 작아 한국 학생들에게 왕따를 당해야 했고, 공부를 더하고 싶지만 단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취업훈련만 받기도 한다.정규학교 과정을 도저히 못견뎌 '대안학교'로 옮긴 청소년들은 열악한 시설과 교사들의 잦은 이직에 또다시 좌절하고, 이같은 역경을 극복하고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은 영어와 수학 등 기초학문의 장벽에 막혀 대학생 아닌 대학생의 신분을 겨우 유지하고 있다.이에 따라 탈북청소년들의 교육 시스템을 전면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경기서북부하나센터의 남진애 상담사는 "탈북청소년들이 한국에서 고립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직접적인 학습지원 뿐 아니라 심리정서적인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며 "현재 통일부의 정착지원 방향은 물질적 지원 위주인데, 탈북의 아픈 과정과 이질적 문화로 한국에서 위축되고 있는 탈북청소년들의 자존감을 높여 줄 심리치료가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대안학교(민간교육시설)를 현실적으로 양성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한상훈 탈북청소년 한마음캠프 총괄팀장은 "정규학교에 들어갔다 학력과 학령(學齡) 차이 때문에 좌절, 대안학교로 옮겨 검정고시를 보려는 탈북학생들의 선택도 분명 존중할 필요가 있다"며 "일정규모의 학생들이 있는 대안학교에 대해 국가가 정교사를 지원하거나, 상주교사를 고용할 수 있도록 재정적 뒷받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탈북대학생의 학자금 지원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대학 예비과정'을 개설, 이 과정의 이수를 전제로 학자금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무지개청소년센터 윤상석 부소장은 "탈북자들이 대학에 진학하면 정부가 50~100%에 달하는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며 "대학 입학전에 영어·수학 등 기초적인 학문과 대학생활 적응을 위한 내용들을 가르치는 대학 예비과정을 개설하고, 이 과정을 이수토록 한 뒤 학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또 "학력 격차에서 오는 좌절감 때문에 중도에 학업을 포기하지 않도록

  • [탈북 청소년 '한국에 숨다'·4]대학생 못되는 탈북대학생 지면기사

    "대학 수업을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습니다."탈북 청소년들이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대학에 진학하는 사례가 적지 않지만 학교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휴학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한국 대학생들이 학비를 벌거나 취업 스펙을 쌓기위해 휴학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A대학의 윤모(30·여)씨는 탈북 대학생들이 그나마 적응하기 쉽다는 중어중문과를 선택했지만, 1학년만 다닌 후 곧바로 1년반을 휴학했다. 윤씨는 "중국어로 말하고 듣는 것은 자신있었는데, 막상 통역수업·작문수업에 들어가면 도저히 진도를 따라가질 못했다"며 "중국에서 3년이나 살았지만, 중국어를 학문적으로 접근한 적이 없어 수업에 적응이 안된다"고 말했다.B대학 건축학과 강모(26)씨는 4학년 1학기까지 마치고 현재 2년째 휴학중이다. 강씨는 "토익 700점을 넘겨야 졸업할 수 있지만, 2년째 토익을 공부해도 기준 점수를 못넘어 복학을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정규학교 대신 대안학교에서 검정고시로 고등학교 졸업 학력을 인정받은 강씨는 "탈북 청소년들은 하나원에서 ABC부터 배우고 있는 것이 영어 실력의 현실"이라고 답했다.탈북 청소년들은 재외국민특별전형을 통해 수능을 보지않고 대학에 입학한다. 또 만 35세 이전까지는 국공립대학은 전액을 정부에서, 사립대학은 절반은 정부가, 나머지는 대학에서 지원한다. 하지만 한 학기 평균 학점이 4.5만점에 1.5이상을 유지해야 하며, 자격 조건에 2회 이상 미달되면 장학금 지원이 중단된다.국내 대학생들에게 1.5라는 학점은 매우 낮은 수준이지만 탈북 대학생들에게는 그리 만만한 게 아니다. C대학 건축공학과 강모(25)씨는 "장학금을 받지 못하면 학교 다니는 게 불가능한데, 수학 평점을 2.1 받은 이후로는 수학 관련 과목을 선택하지 않게 됐다"며 "남한 학생들과 실력 격차가 크다"고 토로했다. D대학교 관계자는 "탈북 대학생들에게는 한국 대학생들에게 요구되는 졸업인증시험의 일부를 면제해 졸업 부담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김선회·권순정기자

  • [탈북 청소년 '한국에 숨다'·3]대안학교 '열악한 현실' 지면기사

    남한 정규 교육체계에서 이탈한 탈북 청소년들 상당수가 대안학교로 몰리고 있지만, 열악한 수업 환경과 부족한 교사때문에 학생들은 이곳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안학교'란 민간단체에서 탈북 청소년을 위해 만든 교육시설로, 기숙사를 제공하며 24시간 학생들을 돌보고 있다. 현재 통일부는 대안학교를 '탈북청소년 민간대안교육시설'로, 교육과학기술부는 '전일제 민간교육시설'로 호칭한다.이와 같은 대안학교는 서울에 5곳, 경기도에 2곳, 충청도에 1곳 등 총 8개가 있다. 통일부에 따르면 대안학교의 학생수는 2010년 156명에서 2011년엔 210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대안학교의 시설은 보통의 학교보다는 열악한 편이다. 정부의 지원을 일부 받긴 하지만 대부분 종교단체에 의지해 있어, 재정자립도가 높지 않기 때문이다. 외형적으로 학교 건물이 허름한 곳도 많고, 학생들의 입장에서 제일 중요한 교사의 질도 담보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대안학교들은 교사들에 대한 월급을 제대로 주기 어려워 자원봉사자로 교사를 대체하기도 하고, 상주교사를 구하더라도 처우에 불만을 품은 교사들이 이직을 자주하기 때문에, 애꿎은 학생들만 피해를 보기도 한다. 이모(19)양은 "2년 전 서울의 한 대안학교에서 고졸 검정고시 준비를 시작했으나 결국 학교를 세번이나 옮겨야 했다"며 "영어 수학이 약해 선생님의 개별지도를 받았지만, 금세 선생님이 바뀌어서 진도를 따라갈 수가 없었다. 더 좋은 학교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다른 학교로 옮겼지만, 그곳 역시 수업환경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박모(20) 군은 "2년전 대안학교 교사 월급이 40만원에 불과했다"며 "지금은 100만원을 받는다고 해도, 기숙사와 강의실에서 하루종일 학생들과 씨름하고 있는 교사들의 보수가 너무 적어 우리가 보기에도 안타깝다"고 말했다.한 대안학교의 교장은 "일년에 학교 운영비로 3억5천만원 정도가 들어가는데, 학생들 숙식비, 교재비, 활동비 등을 모두 제외하고 나면 교사들에게 월급을 제대로 주기가 버거운게 사실"이라며 "정부가 대안학교의 법적 토대를 만들어 교사 인건

  • [탈북 청소년 '한국에 숨다'·2]교육사각지대 '20대 청년들' 지면기사

    초·중·고교생 탈북자들이 작은 체구와 이질적 억양으로 학교에서 놀림의 대상이 된다면 20대 탈북자들은 교육제도로부터 '왕따'가 되고 있다.이들의 남한사회 적응 교육을 담당하는 하나원이 교육 과정 기준을 나이로 분류하면서 공부를 더하고 싶어하는 20대들에게 적응 기회가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탈북자들이 남한에 오면 하나원에서 3개월간 적응교육을 받는다. 만 19세 이하는 학교 적응 교육(예비학교 과정-하나둘학교)을 받는 반면, 만 20세 이상은 취업 훈련 및 사회적응 교육을 받는다. 문제는 성인반에 속한 사람들중에 공부를 계속하려는 이들이다.2009년 9월에 사선을 넘은 이혜연(가명·26·여)씨는 북한에서 중학교 4년까지 다녔다. 북한 중학교는 6년 과정으로, 절반을 마치면 남한에서 중학교 졸업으로 인정되고, 모두 마치면 고졸 학력을 인정받는다. 이씨는 자신의 중졸 학력으로는 남한사회에서 버티기 힘들다고 판단, 검정고시 생각을 했지만 자신이 속한 성인반에서는 학교 안내를 받을 수 없었다. 이씨는 "성인반에서는 한국 역사와 은행이용법 등을 배우고, 정착지원금과 취업훈련 수당 등 정부의 정착 지원 제도에 대한 안내가 이뤄진다"며 "이렇게 2개월을 보내고 나면 나머지 1개월은 취업교육을 받는다"고 했다. 이씨는 "하나둘학교에 있는 친구들은 국·영·수·사·과도 먼저 배우고, 자기진로에 대해 선생님과 상담을 한다"며 "그러나 성인반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강민(28)씨도 학교 등에 대한 정보 접근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강씨는 서울의 한 대안학교에서 공부하면서 중학교 입학과 졸업 검정고시를 모두 마쳤다. 강씨는 "학교수업에서가 아니라 하나원에서 만난 사람들이 대안학교 정보를 알려줘 입학할 수 있었다"며 "공부하고 싶어 남한에 왔는데 하나원 성인반에서 3개월을 취업교육만 받아 내내 불만이었다"고 말했다. 성인반에서 수업을 받은 김희영(가명·29·여)씨는 "70대 노인이 두 분 계셨는데 이 분들과 20대인 내가 받는 교육 내용이 같다는 게 이해가 안갔다"며 "공부하고 싶은 사람은 하나둘학교에서 함께 했으면 좋

  • [탈북 청소년 '한국에 숨다'·1]놀림의 대상인 '탈북' 지면기사

    북한이탈주민 2만3천명 시대를 맞았다. 최근 중국의 탈북자 송환문제를 놓고 국내·외에서 반대여론이 들끓었지만 정작 대다수는 한국내 탈북자들이 어떤 삶을 사는지 방관하고 있다. 부모세대가 배가 고파 국경을 넘었다면 탈북 청소년들은 청운의 꿈을 품고 사선을 넘었건만, 이질적 한국사회에 치이고 또 치여 한국에서마저 숨어 지내는 현실이다. 북한이탈주민의 39%를 차지하는 학령기 청소년들이 교육과정에서 겪는 좌절과 문제점을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 주2009년 10월 박현진(17) 양은 한국에서 가족과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당시 14세였던 현진이가 초교 6학년에 전입한 첫날, 자신을 중국 유학생으로 소개하려 했지만 담임선생님은 현진이의 신분을 그대로 노출시켜 버렸다. 이후 현진이에게 찍힌 '탈북자'라는 낙인은 그의 모든 행동에 색깔을 입혔다. 한국 학교에 대한 인상을 묻자 그는 "왕따가 너무 심하다"며 "샴푸를 잘못써서 비듬이 생긴 적이 있는데 친구들은 '북한사람은 목욕도 안한다'며 놀렸다"고 기억하기 싫은 과거를 회고했다. 현진이는 결국 초등학교를 옮겨 졸업하고, 중학교는 탈북청소년만 모여 있는 한겨레 중학교로 진학했다.상처를 입는 건 아이들만이 아니다. 초등생 두명을 자녀로 둔 A씨는 경기서북부하나센터 상담사에게 울분을 토했다. 아이들이 '땅꼬마', '거지새끼'로 놀림을 받아 학교에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래아이들보다 작고, 말투도 북한 억양을 쉽게 고치지 못해 놀림거리가 되는 아이들 때문에 가슴에 피멍이 들었단다.상담사는 "탈북자에 대한 우리사회의 시선은 싸늘하기 그지없다"며 "한마디로 북한에서 배곯던 거 생각하면 밥 세끼 먹는데 감사하라는 식"이라며 안타까워 했다.탈북청소년들이 문화적 차이와 '탈북자'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지 못하면서 목숨 걸고 넘어 온 땅에서 다시 자신들의 세계로 숨어들고 있다. 초·중·고는 물론 대학에서마저 적응하지 못해 학교를 그만두는 사례가 숱하게 발생하고 있지만 변변한 대안조차 없다.의정부에서 검정고시를 준비중인 김혁찬(가명·20)씨는 하나원에서 나오자마자 부천의 인문계 고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