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수업을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습니다."
탈북 청소년들이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대학에 진학하는 사례가 적지 않지만 학교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휴학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한국 대학생들이 학비를 벌거나 취업 스펙을 쌓기위해 휴학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A대학의 윤모(30·여)씨는 탈북 대학생들이 그나마 적응하기 쉽다는 중어중문과를 선택했지만, 1학년만 다닌 후 곧바로 1년반을 휴학했다. 윤씨는 "중국어로 말하고 듣는 것은 자신있었는데, 막상 통역수업·작문수업에 들어가면 도저히 진도를 따라가질 못했다"며 "중국에서 3년이나 살았지만, 중국어를 학문적으로 접근한 적이 없어 수업에 적응이 안된다"고 말했다.
B대학 건축학과 강모(26)씨는 4학년 1학기까지 마치고 현재 2년째 휴학중이다. 강씨는 "토익 700점을 넘겨야 졸업할 수 있지만, 2년째 토익을 공부해도 기준 점수를 못넘어 복학을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정규학교 대신 대안학교에서 검정고시로 고등학교 졸업 학력을 인정받은 강씨는 "탈북 청소년들은 하나원에서 ABC부터 배우고 있는 것이 영어 실력의 현실"이라고 답했다.
탈북 청소년들은 재외국민특별전형을 통해 수능을 보지않고 대학에 입학한다. 또 만 35세 이전까지는 국공립대학은 전액을 정부에서, 사립대학은 절반은 정부가, 나머지는 대학에서 지원한다. 하지만 한 학기 평균 학점이 4.5만점에 1.5이상을 유지해야 하며, 자격 조건에 2회 이상 미달되면 장학금 지원이 중단된다.
국내 대학생들에게 1.5라는 학점은 매우 낮은 수준이지만 탈북 대학생들에게는 그리 만만한 게 아니다. C대학 건축공학과 강모(25)씨는 "장학금을 받지 못하면 학교 다니는 게 불가능한데, 수학 평점을 2.1 받은 이후로는 수학 관련 과목을 선택하지 않게 됐다"며 "남한 학생들과 실력 격차가 크다"고 토로했다. D대학교 관계자는 "탈북 대학생들에게는 한국 대학생들에게 요구되는 졸업인증시험의 일부를 면제해 졸업 부담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선회·권순정기자
[탈북 청소년 '한국에 숨다'·4]대학생 못되는 탈북대학생
힘들게 대학진학 했지만… 벅찬 수업탓 휴학 다반사
한국학생과 실력 격차로 '곤혹' 성적 악화 장학금 지원 중단도
입력 2012-04-09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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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0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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