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든글로브상과 아카데미상의 묘한 신경전은 올해도 계속될 듯싶다. 골든글로브상이 90여명의 세계 각국 신문 및 잡지 기자로 구성된 '할리우드 외신 기자협회(HFPA·Hollywood Foreign Press Association)'가 주는 이른바 '기자상'이라면 아카데미상은 영화업자와 배우, 스태프들로 이뤄진 8천여명에 이르는 미국 영화예술아카데미 회원들의 투표로 주는 상이다.
대체적으로 골든글로브상은 작품성을 보고 아카데미상은 대중성을 본다는 공식이 강했지만 이제 그 경계도 모호해졌다. 상업성이 지나치게 강한 아카데미상에 영화팬들의 반발이 커지자 이제 작품성도 고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카데미상은 시상 내역이 지나치게 미국적 사고방식에 편향되어 있다는 비판에 늘 시달렸다.
골든글로브상 시상식이 13일 열렸다. 올해로 70회째다. 아카데미상보다 15년 늦게 시작했지만 영향력은 아카데미상 못지않다. 올해 감독상과 작품상에는 배우로 유명한 밴 애플릭이 메가폰을 잡은 '아르고(Argo)'에 돌아갔다. 강력한 수상 후보였던 스티븐 스필버그의 '링컨'에 물을 먹인 것이다. '링컨'은 이미 85회 아카데미상 12개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HAPA는 이란에 억류된 미국인 구출작전을 다룬 '아르고' 손을 들어줬고, 빈 라덴 암살사건을 다룬 여성감독 케슬린 비글로우의 '제로 다크 서티(Zero dark thirty)'의 제시카 차스테인에게 여자주연상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놀라운 건 '아르고'가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는 것. 심지어 올해 최고의 흥행작품으로 꼽히는 '제로 다크 서티'도 감독상에서 누락됐다. '링컨'에 상을 몰아주기 위한 사전포석인가.
69년 동안 골든글로브의 최우수 작품상과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이 일치했던 해는 총 47번. 지난해에는 '아티스트'가 양 쪽 모두 수상했다. 70%의 적중률을 보여 골든글로브상을 '미리보는 아카데미'라고 말하는 이유다. 그러나 역사상 골든글로브에 후보조차 오르지 못했지만 아카데미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영화도 있다. 1973년 '스팅', 1981년 '불의 전차', 1982년 '간디', 2005년 '크래쉬'는 골든글로브의 외면을 받았지만 아카데미를 품에 안았다.
/이영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