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프리카 복지증진 기여 공로로 수상한 '파라다이스상' 송구스러워
남수단 IOC 가입은 성사 시켰지만 유니폼 조달·숙소예약 등 애먹어
축구 유망주 3년간 한국유학 준비… 아프리카의 세계축구 정복 점쳐
축구클럽 이어 케냐 축구학교 포부… 아이들에 꿈과 용기 심어줄 것

'남수단 체육의 대부' 임흥세(60) 남수단 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은 아직도 할 일이 많다. 축구 선교사로 활동하면서 아프리카 대륙을 무대로 활약했던 그가 2012년 남수단에 뿌리를 내리면서 스포츠 평화 외교에 더욱 열정을 쏟고 있다. 특히 남수단의 톤즈는 지난 2010년 선종한 고(故) 이태석 신부가 봉사활동을 한 지역이다.
이태석 신부의 이야기는 '울지마 톤즈'라는 영화로 만들어져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리기도 했다. 이곳에서 임 부위원장은 전쟁으로 얼룩진 남수단에서 스포츠를 통한 평화 외교를 펼치며 한국과 남수단의 가교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의 공로를 인정한 파라다이스 그룹은 '2016 파라다이스상 사회복지부문' 수상자로 임 부위원장을 선정하기도 했다. 남수단의 '빛과 소금' 역할을 한 임 부위원장을 지난 17일 만나봤다.

이번 파라다이스상에는 사회복지부문에 임 부위원장을 비롯 특별공로 부문에는 강수진 국립발레단 단장이, 문화예술 부문에는 조수영 JOH 대표가 각각 수상자로 뽑혔다. 파라다이스그룹은 문화예술, 사회복지 등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특별한 공헌을 한 사람에게 파라다이스상을 수여하고 있으며, 올해로 10회째를 맞고 있다.
임 부위원장은 "축구 선교사로 남아프리카 아동·청소년 축구단을 결성하고 남수단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가입시키는 등 아프리카 복지 증진에 이바지한 공로로 이 상을 받게 된 것 같다"며 "부족한 나에게 이런 상이 주어진 것에 대해 송구스럽다"고 전했다.
사실 임 부위원장은 대한축구협회 중학교 상비군 감독, 광운전자공고 감독 등을 거친 뒤 2006년부터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축구를 통해 선교활동을 펼쳤고, 지난 2012년부터는 '남아공보다 환경이 더 어려운 국가에서 봉사활동을 하겠다'는 신념으로 남수단으로 건너갔다.
이후 남수단 축구대표팀 총감독을 맡아 청소년·성인 국가대표팀을 체계적으로 만든 임 부위원장은 야구·농구·핸드볼·배구·탁구·육상·태권도·유도·권투 등 9개 종목 지역협회를 설립하며 남수단을 IOC 회원으로 가입시켰다.
그 결과 남수단은 지난 8월 사상 처음으로 2016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무대에 서기도 했다. 하지만 남수단이 올림픽에 서기까지 쉽지 않았다.
임 부위원장은 "남수단을 IOC 회원에 가입시키는 것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선수단 단복과 유니폼 등을 구해 공항에 도착했는데, 현지 내전으로 항공기가 뜨지 않아 고생했다. 다행히 대한축구협회의 협조를 통해 아시아나 항공에서 지원해줬고 선수단이 유니폼과 단복을 입을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또 그는 "'이태석 재단'과 '국민체육진흥공단'으로부터 현물을 지원받아 남수단 선수들이 올림픽에서 유니폼과 단복을 입고 나갈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리우 현지에서도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임 부위원장은 "남수단 정부가 전쟁으로 인해 금융 관련 기능을 상실해 신용카드가 없어 호텔 및 음식 예약을 할 수 없었다. 다행히 내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있어 위기를 넘겼다"고 전했다.
임 부위원장은 남수단 선수들이 올림픽에 출전하는데 만족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국내 스포츠 용품업체인 스켈리도 사의 지원을 받아 축구 유망주들을 3년 동안 한국에 유학시키는 데도 앞장섰다.
그는 "1년 전부터 스켈리도 사의 도움을 받아 현지에서 축구 유망주 2명을 한국에 유학시키려고 준비하고 있었다"면서 "현지 테스트를 거쳐 2명을 선발해 이번에 함께 왔다. 유망주는 임마누엘과 마틴이다"고 설명했다.
남수단 청소년 대표팀 임마누엘과 마틴은 10월부터 대안학교인 쉐마국제학교에서 유학 생활을 시작했다. 이들은 지난 3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월드컵 축구대표팀 소집훈련에서 손흥민 등 한국 대표팀 선수들을 만나는 영광을 누렸다. 임마누엘과 마틴은 축구 변방 남수단에서 프로 선수의 꿈을 키운 유망주다.

임 부위원장은 아프리카 축구가 장차 미래 세계 축구를 점령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그는 "아프리카는 카메룬, 남아공에 이어 남수단까지 축구 유망주들이 즐비하다. 운동 능력이 뛰어나고 탄력과 유연성이 좋아 장차 세계 축구계에 중심에 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래 대안도 내놓았다.
바로 재단을 설립해 아프리카에 축구 클럽을 완성시키는 것이다.
그는 "현재 남수단 프로축구는 주바리그(1부리그) 10개 팀과 2부리그 10개 팀이 각각 운영되고 있다"면서 "스켈리도 스포츠 재단을 설립해 한국방송예술교육진흥원과 함께 남수단 2016년 주바리그(1부리그) 우승팀인 아드라바바 축구클럽을 인수했다. 내년에는 선수들 유니폼에 스켈리도 이름을 달고 뛴다"고 밝혔다.
또 임 부위원장은 "내년 3월 아프리카 동남부에 위치한 케냐에 축구학교를 세울 것"이라면서 "이 축구 학교에는 탄자니아, 소말리아 등 10여 개 국가 축구 유소년들에게 꿈과 용기를 심어주게 된다"고 밝혔다.
끝으로 임 부위원장은 "아프리카는 우리에게 미지의 세계지만, 자원이 풍부하다. 이미 중국은 아프리카 대륙의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 기업도 아프리카를 교두보로 미래 먹거리를 찾는 것이 시급하다"고 당부했다.
글/신창윤기자 shincy21@kyeongin.com·사진/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

■임흥세 부위원장은?
경력
▲ 인천대학교 졸업
▲ 광희중 축구팀 감독
▲ 성수중 축구팀 감독
▲ 남대문중 축구팀 감독
▲ 대한축구협회 한국중학교 상비군 감독
▲ 광운전자공고 축구팀 코치 및 감독
▲ 아시아청소년학생축구대회 청소년대표팀 코치
▲ 미국 세크라멘토 입양인 축구팀 코치
▲ 풋볼액트29 감독
▲ 2010 경기도 홍보대사
▲ 체육인재육성재단 글로벌 홍보대사
▲ 희망고 유소년축구단 감독
▲ 남아프리카공화국 축구대표팀 총감독
▲ 남수단공화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 남수단 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
수상
▲ 1992 아시아학생축구선수권대회 우승지도자상
▲ 2016 파라다이스상 사회복지부문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