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도건축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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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도건축기행·(48)] 대구간송미술관 지면기사
2024년 9월 개관한 ‘대구간송미술관’은 상징적 파빌리온이나 조형적 과잉도 없다. 그 대신 자연의 환경과 기존의 공간이 서로를 존중하는 간격 사이에서 조화를 이루는 도시의 문화적 정신적 풍경으로 존재한다. 절제된 품격, 조용한 권위, 그리고 전통 미학의 은유, 그것은 간송미술관 건축이 지닌 독창적 언어이다. 한국 현대건축에서 전통의 재해석은 직간접으로 꾸준히 표현해왔다. 처마 곡선, 한옥 마당, 채 나눔, 형태에서부터 공간의 표현들은 잃어버린 근대기 이후, 특히 공공건축에서의 강박관념은 거쳐 가야 하는 과정적 시간이었다. ‘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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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도건축기행·(47)] 밀양 명례성지 지면기사
“나를 위해 한 푼도 포졸들에게 주지 마라. 풀어준다 해도 천주교를 봉행할 것이다.” 1866년 병인박해, 밀양의 소금장수 신석복(마르코)이 체포되며 남긴 이 말은 목숨과도 바꿀 수 없는 신앙의 무게를 증언한다. 그의 생가터가 내려다보이는 낙동강 700리(275㎞) 물길 중 가장 유력한 굽이 말양 하남읍 ‘밝은 예절의 마을’ 명례에 명례성지가 자리한다. 이곳은 단순한 종교적 순례지를 넘어선다. 1896년 경남 최초로 세워진 천주교 본당의 역사적 터전이자, 100년이 넘는 시간을 사이에 둔 두 개의 건축물이 하나의 풍경 속에서 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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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도건축기행·(46)] 전주 학산숲속시집도서관 지면기사
전주 평화동 2가 맏내제 저수지를 굽어보는 숲길 끝, 작은 공공건축이 도시의 호흡을 고르게 한다. 책장을 접듯 지형을 따르고, 통유리 너머 사계절을 끌어들여 누구나 시인이 되는 시간을 연다. 전주 ‘학산숲속시집도서관’은 시집 중심의 특화 컬렉션으로 ‘책 읽는 도시 전주’의 이미지를 담아낸다. 유아숲체험원으로 오르는 경사면을 따라가면 초록과 바람, 낙엽과 햇살이 계절 순서대로 길 안내를 맡는다. 도시의 소음은 비껴나고 보폭은 자연스레 작아진다. 그 느려진 걸음이 곧 독서의 예비 동작이 된다. 입구에 닿으면 ‘접힌 책’을 닮은 나무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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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도건축기행·(45)] 신안 도초도 ‘숨결의지구’ 지면기사
‘천사(1004)’는 전남 신안을 상징하는 이름이다. 모두 1028개(유인도 81곳·무인도 947곳)의 섬을 보유하고 있는 신안의 정체성이 담겼다. 압해읍과 암태면을 연결하는 길이 7224m의 다리도 ‘천사대교’로 불린다. 인구 소멸 고위험 지역이자, 재정자립도 역시 전국 226개 지역중 221위(2023년 기준)인 인구 3만 9000여명의 신안군은 자산인 ‘섬’과 ‘예술’을 연계한 ‘1섬 1뮤지엄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지역의 미래를 만들어 가고 있다.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된 ‘1섬 1뮤지엄 프로젝트’는 모두 30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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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도건축기행·(44)] 충북도청 본관 지면기사
국가 등록 유산인 충북 도청 본관은 근대 공공건축의 전형에 머물지 않는 ‘살아 있는 공공 문화유산’이다. 건축·인문·지역의 관점에서 도청 본관의 핵심 가치는 도민의 자긍심이다. 충북도청 본관은 일제 시대인 1937년 준공 이후 광복과 정부수립, 지방자치의 도입과 확대에 이르는 굴곡의 시간을 항상 그 자리에서 감당해 온 충북 행정의 실질적 상징이다. 이 상징성은 국가 등록 유산이라는 제도적 인정과 더불어 도민 개인의 기억·도시의 풍경·지역의 정체성이 겹겹이 중첩된 집합적 기억의 장으로 의미가 있다. ■ 건축·절충의 미학이 빚어낸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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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도건축기행·(43)] 양구 ‘국토정중앙천문대’ 지면기사
한반도의 정중앙, 밤하늘·우주 연결한다 강원특별자치도 양구군 국토정중앙면, 그 이름만으로도 의미가 가득한 이곳에 대한민국 하늘을 가장 순수하게 바라볼 수 있는 특별한 장소가 있다. 바로 국토정중앙천문대(國土正中央天文臺). 한반도의 정중앙에서 밤하늘과 우주를 연결하는 이 천문대는 과학체험을 넘어 마음을 채우는 쉼터로서 많은 주민들과 방문객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사하고 있다. ■중심에서 보는 하늘, 천문대의 탄생 대한민국 국토의 4극(동, 서, 남, 북) 지점을 기준으로 중앙을 찾으면 바로 양구군 국토정중앙면 도촌리다. 그야말로 ‘국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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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도건축기행·(42)] 옛 소라의 성과 제주대학 수산학부 건물 지면기사
자연을 거슬러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든 건축물은 자연 고유의 아름다움에 반하는 것이라는 데 토를 달 이는 없을 것이다. 물질적인 재료를 이용하여 인간 생활에 필요한 공간을 만들어 낸 구조물은 결국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대치될 수밖에 없는 숙명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 속으로 들어가면서도 그리 거슬리지 않는 구조물, 자연의 아름다움을 아는 건축물에 우리가 주목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장 비(非) 자연적인 콘크리트로 지어진 건물이라도 어떻게 배치되느냐에 따라 자연에 녹아드는 멋진 작품이 될 수도 있고 흉물이 되기도 한다. 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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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곁에 인천 답동성당… 130년 기억 담고 오묘한 빛 지면기사
관문도시 근현대 역사 품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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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도건축기행·(40)] 안동 병산서원 지면기사
영남의 서원은 낙동강으로 흐른다. 퇴계선생이 심신의 안식처로 찾았던 청량산에서, 도산서원 앞으로, 병산서원 하회마을 부용대를 굽이돌아, 남으로 흘러 도동서원을 지난다. 남명의 덕천서원 산천재 냇물은 남강으로 삼랑진에서 낙동강을 만난다. 영남의 성리학은 낙동강을 중심으로 낙중(落中), 강동(江東), 강서(江西)학파로 일컫기도 한다. 퇴계선생의 가르침을 받은 류성룡, 김성일, 정구 등 유학자들의 문맥으로 영남학파가 성립했다. 한강 정구는 김굉필을 제향하는 ‘도동서원’을 건립하고, 서애 류성룡을 제향하는 ‘병산서원’, 징비록의 산실 ‘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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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도건축기행·(39)] 국립김해박물관 지면기사
경남 김해시 구지봉 자락에 자리한 국립김해박물관은 가야 건국 신화의 숨결이 깃든 땅에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건축물이다. 박물관은 고(故) 장세양 건축가가 1991년에 설계해 1998년 완공한 건축물로 현대 건축의 거장 김수근 건축가의 철학을 계승한 작품이다. 박물관은 2021년부터 상설전시실 전면 리모델링을 시작해 2022년 2층 재개관에 이어, 지난해 1월 23일 1층까지 새롭게 단장하며 ‘세계유산 가야’라는 이름으로 완전히 새로운 모습을 선보였다. 최신 가야 문화 연구 성과와 발굴 자료를 반영하고 누구나 편안하게 관람할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