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도건축기행

  • [팔도건축기행·(62)] 스페이스 미조·남해각

    [팔도건축기행·(62)] 스페이스 미조·남해각 지면기사

    오래되고 쓸모를 다한 건축물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경남 남해군은 전면 철거라는 손쉬운 길 대신 ‘기억의 보존과 공간의 재생’이라는 해답을 내놓았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남해 동남쪽 끝자락 미조항에 우뚝 선 옛 냉동창고 ‘스페이스 미조’가 자리한다. 더불어 남해의 관문에서 오랜 시간 휴게소로 기능했던 ‘남해각’ 역시 궤를 같이하는 재생의 결과물이다. 두 공간은, 과거의 낡은 콘크리트 덩어리를 지역의 역사와 현대적 일상이 교차하는 문화 거점으로 치환했다. ■ 어업의 전초기지, 새로운 패러다임을 꿈꾼 ‘스페이스 미조’ 남해군 미조면 미

  • [팔도건축기행·(60)] Park1538 광양

    [팔도건축기행·(60)] Park1538 광양 지면기사

    포스코 광양제철소는 단일 제철소 기준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매머드급 회사다. 1982년 착공, ‘지도를 바꾸는 대역사’를 이룬 광양제철소의 부지 면적은 22㎢(약 666만평·주택단지 포함)로 여의도의 7배, 축구장 3천개에 달한다. 전남 광양시 금호동 광양제철소 부지로 들어서면 거대한 물결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외관의 건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단단하면서도 유연하게 변하는 철의 물성을 활용해 부드러운 곡선과 직선이 조화를 이룬 건축물은 그 자체가 하나의 조각품처럼 보인다. 건축물은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 각기 다른 모습을 보여주며

  • [팔도건축기행·(59)] 충남역사박물관, 붉은 벽돌에 쌓인 백제의 시간

    [팔도건축기행·(59)] 충남역사박물관, 붉은 벽돌에 쌓인 백제의 시간 지면기사

    충남 공주시 중동 구도심의 가파른 언덕길을 천천히 오르다 보면 거대한 건축물 하나가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계절마다 벚꽃과 단풍이 번갈아 물드는 언덕 위에 자리한 ‘충청남도역사박물관’이다. 멀리서도 눈에 띄는 붉은 벽돌 외벽과 육중한 기둥은 특유의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반세기 넘는 시간을 견뎌온 이 건물은 최근 충남도 우수건축자산으로 등록되며 지역 근대건축의 상징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충남도는 올해 처음으로 충남역사박물관과 아산 구정아트센터·온양민속박물관 본관, 당진 합덕 문화공감플랫폼 등 4곳을 우수건축자산으로 선정했다.

  • [팔도건축기행·(58)] 강원 화천한옥학교

    [팔도건축기행·(58)] 강원 화천한옥학교 지면기사

    강원특별자치도 화천군 간동면 산자락, 숲과 계곡이 짓는 고요한 품속에 ‘화천한옥학교’가 있다. 이곳은 박제된 문화재를 구경하는 곳이 아니다. 묵직한 금강송 위로 날카로운 끌이 지나가고, 구수한 흙 내음이 코끝을 간지럽히는 ‘살아있는 건축의 현장’이다. 전통이 과거의 유산이 아닌, 당신의 손끝에서 시작되는 새로운 일상이 되는 곳. 화천한옥학교로 떠나는 건축 기행은 그래서 특별하다. ■ 속도를 덜어내고 깊이를 채우는 길 도시의 소음이 잦아들 무렵, 파로호의 물안개를 지나 산길을 오르면 기와지붕들이 파도처럼 일렁이는 풍경을 마주한다. 화

  • [팔도건축기행·(57)] 제주의 비보사찰 ‘법화사’

    [팔도건축기행·(57)] 제주의 비보사찰 ‘법화사’ 지면기사

    서귀포시 하원동 1071-1번지에 있는 법화사(法華寺)는 수정사(水精寺)와 함께 제주의 비보사찰(裨補寺刹)이다. 일설에 따르면 건립 시기에 대해 통일신라 말기까지 올라간다. 법화사지(址)는 1971년 제주도기념물 제13호로 지정됐고 1982년 이래 수차례 발굴이 진행됐다. 이름 그대로 창건 초기부터 사상적으로 ‘법화경(法華經)’을 근본으로 삼아 발전된 불교사상의 하나인 법화사상에 기초를 두었던 사찰이었다. 법화사의 창건에 대한 문헌 기록은 남아있지 않다. 일부 학자들은 9세기 경 장보고가 해상을 지배하고 산둥반도에 법화원(法華院)을

  • [팔도건축기행·(56)] 신흥동 구 인천시장 관사… 시민들의 사랑방으로

    [팔도건축기행·(56)] 신흥동 구 인천시장 관사… 시민들의 사랑방으로 지면기사

    인천 답동성당 뒷길에서 내리막을 따라 100m 쯤 걷다가 왼쪽으로 방향을 틀면, 길 모퉁이에 연회색 2층 목조 건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건축 부지 모퉁이 양옆으로 도로와 인접해 있어 ‘긴담모퉁이집’으로 불리는 신흥동 옛 시장관사(유산명: 신흥동 구 인천시장 관사)다. 1938년에 지어진 일본식 가옥으로, 해방 이후 한때 인천시장 관사로 쓰이다 한 가족의 보금자리가 됐고, 지금은 인천시가 매입·개방해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사랑방으로 변모했다. 2023년 12월 인천시 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근대 건축물이다. ■ 해방 이후

  • [팔도건축기행·(55)] ‘물과 함께 이어지는 도시의 결’ 대구 수성국제비엔날레

    [팔도건축기행·(55)] ‘물과 함께 이어지는 도시의 결’ 대구 수성국제비엔날레 지면기사

    130년 역사를 지닌 베니스비엔날레를 기원으로, 세계 도시들은 2년마다 비엔날레를 개최하며 문화예술 도시의 위상을 구축한다. 비엔날레는 단순한 전시행사를 넘어 도시 정체성 문화전략을 나타내는 장치이며, 때로는 도시 재생의 촉매로 작동한다. 월드컵은 국가의 이름으로, 올림픽과 비엔날레는 도시의 이름으로 개최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대구 수성구의 ‘수성국제비엔날레’는 도시 이름이 아닌 구(區) 단위 최초의 사례일 것이다. 비엔날레는 전시 중심의 한시적 행사가 아닌, 실제 도시 공간 구축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 물의

  • [팔도건축기행·(54)] 경남 고성 ‘제정구 커뮤니티센터’

    [팔도건축기행·(54)] 경남 고성 ‘제정구 커뮤니티센터’ 지면기사

    경남 고성군 대가면 대가연꽃테마공원. 굽이치는 대가저수지의 잔잔한 물결과 수변의 생태가 어우러진 이곳 한편에, 주변의 푸른 자연과 선명한 대비를 이루면서도 기묘하게 조화로운 붉은빛의 철제 건물 두 채가 서 있다. 수면 위로 붉은 박공지붕의 실루엣이 비치는 풍경은 건축물이 자연을 온전히 품어내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흥미로운 점은 이곳이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자라나는 ‘숲’으로 기획되었다는 것이다. 본래 나무가 부족했던 공원 부지에 비교적 생장이 빠른 백합나무 100여그루를 심어 작은 숲을 조성했다. 건물이 살아 변하면

  • [팔도건축기행·(53)] 전주대 작은 예배당 ‘숲속 초막 셋’

    [팔도건축기행·(53)] 전주대 작은 예배당 ‘숲속 초막 셋’ 지면기사

    전주대학교 교정의 가장 조용한 언덕을 오르면, 시선이 멈추는 지점이 있다. 나무들 사이에서 녹슨 주홍빛의 조형이 뾰족하게 솟아 있는데, 이것이 김준영 전주대 건축학과 교수가 설계한 작은 예배당 ‘숲속 초막 셋’이다. 건물의 모습은 마치 숲이 스스로 마련해둔 제단처럼 보인다. 이 건축은 존재를 숨기지 않으면서도, 스스로를 과장하지 않는다. ‘숲속 초막 셋’은 김준영 교수가 화려함 대신 침묵을 선택해 만든, 아주 작은 규모의 기도 같은 공간이다. 이 건축을 마주하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뾰족하게 서 있는 지붕의 선이다. 각이

  • [팔도건축기행·(52)] 전남도립미술관

    [팔도건축기행·(52)] 전남도립미술관 지면기사

    전남 광양에 자리한 전남도립미술관을 처음 만났을 때 떠오른 이미지는 ‘야트막한 산’이었다. 파란 하늘 아래 비스듬히 경사진 모습으로 자리한 미술관은 외관을 감싼 푸른빛의 유리 파사드와 어우러져 현대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마침 개관 기념 전시 제목이 ‘산을 등지고 물을 바라보다’였는데, 미술관 이미지와 어울린다는 생각도 했다. 위로 높이 솟은 대신 좌우로 길게 펼쳐진 미술관은 실제로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지만 중간에 세로로 길게 틈을 둬 외관상 세 개의 건물이 이어진 것처럼 보인다. 미술관 자리가 옛 기차역이었음을 떠올린 사람들은 마

  • [팔도건축기행] 충남 아산 윤보선 대통령 생가

    [팔도건축기행] 충남 아산 윤보선 대통령 생가

    2024년 12월 3일 밤 현직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임기 절반도 도래하지 않은 가운데 느닷없이 비상계엄을 꺼내 든 대통령은 현재 수인번호 3617, 잉여의 몸 신세다. 최고 권력자에서 수감자로의 몰락은 누군가에게 기회의 장도 됐다. 우리나라 헌정사에서 탄핵으로 실권한 두 번째 대통령이 나오며 치러진 지난해 장미대선에서 이재명 21대 대통령이 탄생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윤 전 대통령이 개막한 용산시대를 마감하고 지난해 말 청와대로 복귀를 단행했다. 다시금 대한민국 대통령의 업무와 일상 공간이 된 ‘청와대’는 또 한 명 대통

  • [팔도건축기행·(51)] 춘천 옛 강촌역

    [팔도건축기행·(51)] 춘천 옛 강촌역 지면기사

    강촌역은 서울과 춘천을 잇는 경춘선의 작은 기차역이다. 사람들의 기억 속 강촌역은 크게 두 가지 모습으로 나뉘는데 2010년 전철이 개통되면서 생긴 지금의 역사, 그 이전 식당과 펜션·민박이 성업했던 강촌 번화가 초입의 옛 강촌역이다. 한때는 연간 100만 명이 넘게 찾던 강촌은 대학생 엠티(MT)의 성지로 불리며 낮과 밤 가릴 것 없이 젊음이 가득했다. 통기타를 들쳐 멘 청춘들이 설렘을 안고 강촌에 발을 들일 때도, 전날의 숙취로 쓰린 속을 부여잡고 강촌을 떠나갈 때도 거쳐간 곳이 옛 강촌역이다. 카세트 테이프에서 흘러 나오던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