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도건축기행

  • [팔도건축기행·(55)] ‘물과 함께 이어지는 도시의 결’ 대구 수성국제비엔날레

    [팔도건축기행·(55)] ‘물과 함께 이어지는 도시의 결’ 대구 수성국제비엔날레 지면기사

    130년 역사를 지닌 베니스비엔날레를 기원으로, 세계 도시들은 2년마다 비엔날레를 개최하며 문화예술 도시의 위상을 구축한다. 비엔날레는 단순한 전시행사를 넘어 도시 정체성 문화전략을 나타내는 장치이며, 때로는 도시 재생의 촉매로 작동한다. 월드컵은 국가의 이름으로, 올림픽과 비엔날레는 도시의 이름으로 개최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대구 수성구의 ‘수성국제비엔날레’는 도시 이름이 아닌 구(區) 단위 최초의 사례일 것이다. 비엔날레는 전시 중심의 한시적 행사가 아닌, 실제 도시 공간 구축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 물의

  • [팔도건축기행·(54)] 경남 고성 ‘제정구 커뮤니티센터’

    [팔도건축기행·(54)] 경남 고성 ‘제정구 커뮤니티센터’ 지면기사

    경남 고성군 대가면 대가연꽃테마공원. 굽이치는 대가저수지의 잔잔한 물결과 수변의 생태가 어우러진 이곳 한편에, 주변의 푸른 자연과 선명한 대비를 이루면서도 기묘하게 조화로운 붉은빛의 철제 건물 두 채가 서 있다. 수면 위로 붉은 박공지붕의 실루엣이 비치는 풍경은 건축물이 자연을 온전히 품어내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흥미로운 점은 이곳이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자라나는 ‘숲’으로 기획되었다는 것이다. 본래 나무가 부족했던 공원 부지에 비교적 생장이 빠른 백합나무 100여그루를 심어 작은 숲을 조성했다. 건물이 살아 변하면

  • [팔도건축기행·(53)] 전주대 작은 예배당 ‘숲속 초막 셋’

    [팔도건축기행·(53)] 전주대 작은 예배당 ‘숲속 초막 셋’ 지면기사

    전주대학교 교정의 가장 조용한 언덕을 오르면, 시선이 멈추는 지점이 있다. 나무들 사이에서 녹슨 주홍빛의 조형이 뾰족하게 솟아 있는데, 이것이 김준영 전주대 건축학과 교수가 설계한 작은 예배당 ‘숲속 초막 셋’이다. 건물의 모습은 마치 숲이 스스로 마련해둔 제단처럼 보인다. 이 건축은 존재를 숨기지 않으면서도, 스스로를 과장하지 않는다. ‘숲속 초막 셋’은 김준영 교수가 화려함 대신 침묵을 선택해 만든, 아주 작은 규모의 기도 같은 공간이다. 이 건축을 마주하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뾰족하게 서 있는 지붕의 선이다. 각이

  • [팔도건축기행·(52)] 전남도립미술관

    [팔도건축기행·(52)] 전남도립미술관 지면기사

    전남 광양에 자리한 전남도립미술관을 처음 만났을 때 떠오른 이미지는 ‘야트막한 산’이었다. 파란 하늘 아래 비스듬히 경사진 모습으로 자리한 미술관은 외관을 감싼 푸른빛의 유리 파사드와 어우러져 현대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마침 개관 기념 전시 제목이 ‘산을 등지고 물을 바라보다’였는데, 미술관 이미지와 어울린다는 생각도 했다. 위로 높이 솟은 대신 좌우로 길게 펼쳐진 미술관은 실제로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지만 중간에 세로로 길게 틈을 둬 외관상 세 개의 건물이 이어진 것처럼 보인다. 미술관 자리가 옛 기차역이었음을 떠올린 사람들은 마

  • [팔도건축기행] 충남 아산 윤보선 대통령 생가

    [팔도건축기행] 충남 아산 윤보선 대통령 생가

    2024년 12월 3일 밤 현직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임기 절반도 도래하지 않은 가운데 느닷없이 비상계엄을 꺼내 든 대통령은 현재 수인번호 3617, 잉여의 몸 신세다. 최고 권력자에서 수감자로의 몰락은 누군가에게 기회의 장도 됐다. 우리나라 헌정사에서 탄핵으로 실권한 두 번째 대통령이 나오며 치러진 지난해 장미대선에서 이재명 21대 대통령이 탄생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윤 전 대통령이 개막한 용산시대를 마감하고 지난해 말 청와대로 복귀를 단행했다. 다시금 대한민국 대통령의 업무와 일상 공간이 된 ‘청와대’는 또 한 명 대통

  • [팔도건축기행·(51)] 춘천 옛 강촌역

    [팔도건축기행·(51)] 춘천 옛 강촌역 지면기사

    강촌역은 서울과 춘천을 잇는 경춘선의 작은 기차역이다. 사람들의 기억 속 강촌역은 크게 두 가지 모습으로 나뉘는데 2010년 전철이 개통되면서 생긴 지금의 역사, 그 이전 식당과 펜션·민박이 성업했던 강촌 번화가 초입의 옛 강촌역이다. 한때는 연간 100만 명이 넘게 찾던 강촌은 대학생 엠티(MT)의 성지로 불리며 낮과 밤 가릴 것 없이 젊음이 가득했다. 통기타를 들쳐 멘 청춘들이 설렘을 안고 강촌에 발을 들일 때도, 전날의 숙취로 쓰린 속을 부여잡고 강촌을 떠나갈 때도 거쳐간 곳이 옛 강촌역이다. 카세트 테이프에서 흘러 나오던 8

  • [팔도건축기행·(50)] 제주돌문화공원

    [팔도건축기행·(50)] 제주돌문화공원 지면기사

    제주도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에 있는 제주돌문화공원은 제주생성과 제주의 돌문화, 설문대할망신화, 민속문화를 집대성한 역사와 문화의 공간으로 구성됐다. 제주섬을 창조한 여신 설문대할망과 오백장군에 얽힌 전설을 넓은 ‘곶자왈’(자갈을 뜻하는 ‘자왈’과 나무숲을 의미하는 ‘곶’이 결합된 제주어로 제주 중산간 지대에 넓게 형성됐다)에 다양한 돌문화 유물과 자료와 전시공간 등을 통해 도민과 관광객들이 직접 접하고 관람할 수 있는 테마형 공원이다. 2023~2024년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한국 관광 100선’에 선정되는 등 제주의 대표적인

  • [팔도건축기행·(49)] 포천아트밸리

    [팔도건축기행·(49)] 포천아트밸리 지면기사

    “자연은 신이 만든 건축이며 인간의 건축은 그것을 배워야 한다.” 건축의 거장 안토니 가우디(1985~1926)는 이처럼 자연을 건축의 교본으로 삼았다. 자연을 이상적인 건축으로 추앙했던 셈이다. 이같은 면에서 포천에 세워진 ‘포천아트밸리’는 참 아이러니한 건축이다. 인간의 손으로 파괴한 자연을 인간의 손으로 재건했다는 게 묘한 뒷맛을 남긴다. 하지만 가우디의 말처럼 최고의 건축은 자연인지라, 비록 흉터는 있지만 원래 자연이었던 이곳은 지금 지역을 대표하는 명소로 사랑받고 있다. ■ 포천아트밸리의 탄생 사방이 산지로 둘러싸인 포천은

  • [팔도건축기행·(48)] 대구간송미술관

    [팔도건축기행·(48)] 대구간송미술관 지면기사

    2024년 9월 개관한 ‘대구간송미술관’은 상징적 파빌리온이나 조형적 과잉도 없다. 그 대신 자연의 환경과 기존의 공간이 서로를 존중하는 간격 사이에서 조화를 이루는 도시의 문화적 정신적 풍경으로 존재한다. 절제된 품격, 조용한 권위, 그리고 전통 미학의 은유, 그것은 간송미술관 건축이 지닌 독창적 언어이다. 한국 현대건축에서 전통의 재해석은 직간접으로 꾸준히 표현해왔다. 처마 곡선, 한옥 마당, 채 나눔, 형태에서부터 공간의 표현들은 잃어버린 근대기 이후, 특히 공공건축에서의 강박관념은 거쳐 가야 하는 과정적 시간이었다. ‘간송(

  • [팔도건축기행·(47)] 밀양 명례성지

    [팔도건축기행·(47)] 밀양 명례성지 지면기사

    “나를 위해 한 푼도 포졸들에게 주지 마라. 풀어준다 해도 천주교를 봉행할 것이다.” 1866년 병인박해, 밀양의 소금장수 신석복(마르코)이 체포되며 남긴 이 말은 목숨과도 바꿀 수 없는 신앙의 무게를 증언한다. 그의 생가터가 내려다보이는 낙동강 700리(275㎞) 물길 중 가장 유력한 굽이 말양 하남읍 ‘밝은 예절의 마을’ 명례에 명례성지가 자리한다. 이곳은 단순한 종교적 순례지를 넘어선다. 1896년 경남 최초로 세워진 천주교 본당의 역사적 터전이자, 100년이 넘는 시간을 사이에 둔 두 개의 건축물이 하나의 풍경 속에서 깊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