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재난을 겪으며 우리가 확신할 수 있는 단 한가지는, 기후재난은 반드시 다시 온다는 것입니다. 언제 어떻게 어디로 올지 모를 뿐입니다.” 독일 대홍수 이후 무너진 아르바일러군을 재건하기 위해 지난 5년여간 정부와 대학·연구소, 사회단체들이 함께 한 KAHR 프로젝트는 과학적 재건에 초점을 맞춘 K1을 마치고 올해부터 후속격인 ‘K2’를 시작했다. K2는 오는 2029년 3월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예산은 350만 유로(약 52억원)가 투입된다. 대홍수 피해 지역인 라인란트팔츠·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정부와 독일 전역 대학 및 연구소
기후재난을 개인의 불운으로 여기는 한국에서 피해자들이 일상을 회복할 권리를 주장하는 일은 어불성설이다. 피해를 당한 이들조차 사회로부터 구제받아야 할 권리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고, 지자체나 정부도 ‘시혜’와 ‘동정’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지자체 뿐 아니라 민간사회단체와 학계 등 독일 사회가 피해자의 일상회복을 위해 발벗고 나서는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의식주의 상실’. 사람이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의식주를 잃는다는 건 인간의 기본권이 심각하게 침해당했다는 것이다. 예측이 불가능한 기후재난으로 불
기후재난으로 일상이 무너진 피해자들이 ‘피해자 권리’를 처음 주장한 사례가 국내에도 생겼다. 지난해 3월 발생한 경북 산불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이다. 산불이 발생하고 해가 넘도록 피해구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지난해말 산불이 일어났던 의성·안동·청송·영양·영덕 등 5개 시군 주민들이 국회로 상경해 ‘국가의 정당한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며 피해자 권리구제를 주장했다. 기후재난 피해자로서 국가를 상대로 집단적 목소리를 낸 첫 사례다. 집단손해배상 소송까지 추진하자 정부도 반응했다. 행정안전부는 올해 3월 단순 복구가 아닌
2021년 독일 서부 지역에 들이닥친 대홍수 이후 5년의 시간 내내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모인 이들은 피해자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자치정부를 비롯해 민간사회단체는 물론이고 재건을 돕는 대학교수와 연구진들까지, 각자의 자리에서 피해자의 회복을 위해 노력해왔다. 이렇게 오랫동안 피해자를 지원하고 돕는 배경은 무엇일까. “대홍수 피해를 단순히 개인의 불운으로 볼 수 없죠. 피해규모가 컸던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독일 사회는 기후재난 피해자들의 회복을 돕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여깁니다.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니까요. (대홍수
한국인들은 ‘밥’으로 안부를 묻습니다. 반가운 사람을 만나면 ‘식사하셨나요’, ‘언제 한 번 밥 한 끼 하시죠’처럼 상대방의 끼니를 챙기며 인사를 건네곤 합니다. ‘한국인은 밥심’이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로 우리에게 밥이란 단순 음식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1인당 쌀 소비량이 갈수록 줄어들며 쌀을 먹지 않는 사람들도 많이 늘어나고 있지만, 그럼에도 한국인이라면 갓지어 연기가 폴폴 나는 뜨끈한 쌀밥 앞에서 숟가락을 들지 않긴 힘들죠. 이천시에는 500년 넘는 시간 동안 사랑받아온 ‘임금님표’ 쌀이 재배됩니다. 이천 쌀밥은 조선
피해현장이면서 삶의 터전인 곳에서 일상을 지속하는 피해자이자 주민들을 우선해야 하면서도, 기후재난 피해는 최소화해야 한다는 두가지 방향성을 고민하고 방법을 찾는 것이 KAHR의 기저에 깔려 있는 셈이다. 코르네리아 바이가너 아르바일러 담당자도 주민들의 동의를 이끌어내고, 정치권의 이해를 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예산을 주는 정부나 지자체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걸리더라도 주민들의 입장을 충분히 듣고 삶의 연속성을 고려하는 것이 재건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오히려 공공이 나서서 대학·연구소 등 민
“중요한 건, 아르계곡이 주민들의 고향이고 그들은 계속 이곳에서 살고, 일하며, 머물고 싶어한다는 것입니다.” 독일 대홍수 이후 아르바일러의 재건을 위해 민관학이 함께 진행하는 KAHR 프로젝트가 최근 심도있게 논의하는 문제는 ‘저류(물가두기)’다. 재난 직후부터 지금까지 대홍수의 원인과 피해 당시의 상황 분석 등을 통해 실질적 인프라 재건에 초점을 맞췄다면 기후재난이 다시 찾아왔을 때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논의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대홍수가 일어났던 아르계곡 인근 마을 대부분이
실제로 대홍수 이후 미래 홍수를 방지할 수 있도록 설계된 데르나우 마을 교량은 학계의 연구가 바탕이 됐다. 이 다리는 아르계곡 인근 데르나우 마을에 위치해 있고 대홍수 당시 산에서 쓸려온 잔해물로 인해 무너졌다. 재건된 다리는 차량 두 대가 지나갈 수 있을 만큼 폭이 넓다. 또 잔해물이 쓸려 내려와도 물길을 막지 않도록 교각 수를 줄이고 간격을 넓어졌다. 홀거 교수는 “나뭇가지나 잔해물이 다리에 걸려 물길을 막는 이른바 ‘폐색 현상’을 줄이고 수위상승을 막기 위해 설계된 다리”라며 “애초에 가파른 산비탈과 오랜 도로 근처에 위치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