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혜연 기자의 지금, 여기 파리

  • 끝까지 들었다, 놨다… 열기 식지 않는 프랑스 [유혜연 기자의 지금, 여기 파리·(끝)]

    끝까지 들었다, 놨다… 열기 식지 않는 프랑스 [유혜연 기자의 지금, 여기 파리·(끝)] 지면기사

    당초 목표한 금메달보다 2배 훌쩍 에어컨 없는 숙소·부실 식단 불만한국을 북한으로 잘못 소개 '빈축'여러 '최초' 시도… 2028 LA 배턴'Au revoir, Paris(또 만나요, 파리)'.100년 만에 프랑스 파리에서 성대하게 펼쳐진 2024 파리 올림픽이 17일간의 열전을 끝으로 전 세계인에게 아름다운 작별을 고했다.12일 오전 4시(이하 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북부의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2024 파리 올림픽 폐회식이 거행되면서 지난달 27일 밝혔던 이번 올림픽 성화의 불도 꺼졌다.이번 올림픽에선 예상을 뒤엎고 선전한 태극전사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당초 5개였던 금메달 목표치를 2배 이상 훌쩍 뛰어넘었고, 역대 단일 올림픽 최다 금메달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경기도 소속 및 출신 선수들도 올림픽 무대에서 기량을 뽐내며 대한민국 대표팀에 든든하게 힘을 보탰다. 한국 선수단에 첫 메달을 선사한 사격 금지현(경기도청)이 스타트를 끊으며, 양궁 이우석(코오롱), 유도 이준환(용인대)·김하윤·윤현지(이상 안산시청)·김민종·김원진(이상 양평군청)·안바울(남양주시청), 태권도 박태준(경희대),역도 박혜정(고양시청) 등이 메달을 목에 걸었다.특히 이번 올림픽은 파리 시내 주요 관광 명소에서 경기가 열리면서 전 세계인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124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그랑팔레 박물관, 베르사유 궁전, 에펠탑 광장에서는 각각 펜싱·태권도, 승마·근대5종, 비치 발리볼 등이 진행됐다.올림픽 역사상 최초로 수중에서 열린 개막식 퍼레이드와 시내에서 진행된 경기로 파리 곳곳에서는 여러 반응이 나왔다. 도로가 통제되고 주요 지하철역이 폐쇄되면서 파리지앵들은 불만을 표출했다. 센강 정화사업에 15억유로(약 2조2천368억9천만원)를 쏟아부은 데 대해서도 혈세 낭비라는 비판이 이어졌다.더욱이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친환경 올림픽'을 내세우면서 전 세계 선수단에서도 불편함을 쏟아냈다. 30℃가 웃도는 무더운 날씨임에도 숙소에 에어컨이 없거나, 채식 위주의 부실한 식단을 제공하는 등 생활 여건이 좋지 못했기

  • ‘공유자전거 활주’ 바이커 되는 파리지앵의 일상 [유혜연 기자의 지금, 여기 파리]

    ‘공유자전거 활주’ 바이커 되는 파리지앵의 일상 [유혜연 기자의 지금, 여기 파리]

    'Ce métro ne s'arrête pas à cette station(이 역에는 정차하지 않습니다).' 2024 파리올림픽이 시작된 전후로 파리 시내 주요 지하철역들이 막혔다. 유동 인구가 많은 거리에 있는 지하철역을 이용할 수 없게 됐지만, 파리지앵들은 예상과 달리 평온하다. 큰 불만이 표출되지 않는 데는 파리 시내 곳곳에 배치된 공유 자전거가 한몫했다. 4일(이하 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라 데팡스역과 샤토 드 뱅센역을 잇는 지하철 1호선. 지하철에 탑승하자 노선도에는 'X'로 표시된 역들이 눈에 띄었다. 파리 시민은 물론, 전 세계 관광객들이 모여드는 콩코르드역이 대표적이다. 개선문-샹젤리제 거리-콩코르드 광장을 잇는 해당 역은 명소 관람, 쇼핑, 휴식 등을 한데서 즐길 수 있는 장소다. 이렇게 주요 지하철역이 폐쇄되면서 목적지에서 한 정거장에서 많게는 세 정거장까지 떨어져 하차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의외로 파리 시민들은 동요치 않았다. 자세히 살펴보니 대개 연두색(Lime·Velib)과 하늘색(Dott)의 공유 자전거를 타고 시내를 이동하고 있었다. 파리 17구의 포르테 마이요역 근처에서 만난 독일 출신의 파리 거주 시민 쿠사이 가라베(23)씨는 “하루에 한 시간 정도 공유 자전거를 이용하고 있다"며 “파리에는 정말 많은 자전거가 돌아다니고 있지만, 시스템이 잘 돼 있어 바이커들이 도로를 다니기에 편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해진 자전거 주차 구역에서만 공유 자전거를 빌리고 반납할 수 있다는 점이 돋보였다. 공유 자전거를 도보 아무 데나 세워두는 등 어느새 골칫거리로 전락한 경기도내 주요 지자체의 모습과는 대비됐다. 자전거가 도보 한 구석에서 달리는 게 아닌, 엄연히 차도 옆의 자전거 전용 도로에서만 오가는 점도 특징이었다. 파리 시민들은 수신호를 사용해 좌회전 또는 우회전 의사를 표시했으며, 검지를 뻗어 자동차 운전자에게 잠시 정지해달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지난달 26일 열렸던 이번 파리 올림픽 개막식을 앞두고 시내 곳곳이 통제된 상황에서 공유 자전거가 불만을 누그러뜨리는 역

  • [인터뷰] 태극 귀걸이 걸고 시상대 오르다… 여자 사브르 대표팀 “메달 색깔 바꿔서 영광” [유혜연 기자의 지금, 여기 파리]

    [인터뷰] 태극 귀걸이 걸고 시상대 오르다… 여자 사브르 대표팀 “메달 색깔 바꿔서 영광” [유혜연 기자의 지금, 여기 파리]

    메달 색이 빛나는 은색으로 바뀌었다. 맏언니 윤지수(31·서울시청)를 필두로 '새로운 피' 3명이 더해져 올림픽 2연패를 이뤄냈다. 피스트에서 내려온 여자 사브르 대표팀의 표정에서는 기쁨보다 더한 후련함이 엿보였다. 한국 펜싱 사브르 여자 대표팀은 지난 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펜싱 여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결승에서 만난 우크라이나에 42-45로 아슬아슬하게 승기를 내줬지만, 지난 2020 도쿄 대회의 동메달을 뛰어넘은 성과를 냈다. 한국 펜싱 여자 사브르 단체전 사상 올림픽 최고 성적이기도 하다. 팀에서 유일하게 올림픽 경험자인 윤지수는 이날 준결승에서부터 전은혜(27·인천 중구청)에게 검을 넘겨주고 피스트 아래서 마음 졸이며 동생들을 지켜봤다. 경기를 마치고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만난 윤지수는 “프랑스 선수들이랑 저는 오랫동안 경쟁을 해왔기에 서로가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선수를 교체하면) 저희 선수를 파악하기 어려울 거라는 생각에 작전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번 파리 올림픽이 마지막 올림픽 무대였다고 밝힌 윤지수는 “(후배들의 자리를) 제가 욕심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도쿄 때 동메달을 땄었는데) 이번에 메달 색을 바꿨다. (펜싱의) 세대를 거슬러서 후배들과 은메달을 목에 걸 수 있어서 영광"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8강전부터 활약하며 상대 팀과의 점수 차를 크게 벌려 팀에 든든한 역할을 한 전하영(22·서울시청)은 결승전 마지막 주자로 나선 데 부담이 있었다고 한다. 전하영은 “8강과 4강 경기가 다 좋았는데 제가 (결승에서) 마무리를 잘하지 못해서 아쉬웠다"며 “부담이 되는 자리지만 침착하려고 했다. 올가 카를란(우크라이나)이 베테랑이다 보니 많이 밀렸던 것 같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준결승에서 깜짝 등장해 결승까지 숨은 역량을 뽐낸 전은혜는 벅찬 마음을 한껏 표현했다. 전은혜는 “언니(윤지수 선수)가 저를 믿고 '은혜야 네가 (나 대신) 들어갔으면 좋겠어'라고 얘기를 해줬는데 그게 너무 감사했다"며 “

  • [전시리뷰] 예술과 함께하는 올림픽… 파리를 수놓은 ‘K-도자기’의 향연 [유혜연 기자의 지금, 여기 파리]

    [전시리뷰] 예술과 함께하는 올림픽… 파리를 수놓은 ‘K-도자기’의 향연 [유혜연 기자의 지금, 여기 파리]

    한국 도자기가 파리지앵의 피사체가 됐다. 2024 파리올림픽이 어느덧 중반에 접어든 가운데, 한국의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한데 압축한 도예 작품이 전 세계인의 눈을 사로잡고 있다. 고전과 현대, 전통과 다양성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K-도자기'는 그렇게 예술의 도시 파리를 물들였다. 프랑스 파리 14구의 메종 드 라 쉬미에 위치한 코리아 하우스 3층에서는 지난 1일(현지시간) 한국 도예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한국도자재단의 기획전 '멀고도 가까운 이야기_한국도예'가 열리고 있었다. 윤호준, 맹욱재, 심다운, 홍근영, 고우정 등 경기도와 인천 지역 출신 다섯 작가의 도자 작품이 이번 올림픽 폐막식인 오는 11일까지 펼쳐진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외국인들의 통념을 비껴갔다는 것이다. 흔히 '한국 도자기'하면 쉽게 떠올리는 전형적인 호리병 형태의 작품이 아닌, 고전을 재해석한 도예 작품이 관람객들을 맞이했다. 윤호준 작가의 '토탈출 칠보 투각 향로(2021)'는 국보 '청자 투각칠보문뚜껑 향로(고려시대)'를 오마주한 작품으로, 독특한 상상력이 돋보인다. 작가가 새롭게 만든 어린아이처럼 보이는 캐릭터 '아'와 전통 도예가 어우러지며 관람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스토리텔링을 더한 점도 작품 관람의 즐거움을 더한다. '청자 투각칠보문뚜껑 향로'의 하단을 천 년가량 받치고 있던 토끼는 잠시 휴식을 취하고, 그 자리를 대신해 '아'가 향로를 떠받드는 재밌는 상황을 연출했다. 파리 현지에서 만난 윤호준 작가는 “원작이 존재하는 한국 고유의 도자기로부터 뻗어온 작품이다. 파리에 온 각국의 사람들이 해당 작품을 보고서 원작이 무엇인지, 한국의 옛 도자기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찾아보면 굉장히 뜻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고우정 작가의 '나의 기도, 너를 위한 기도(2022-2024)'에서는 평화와 다양성 등 올림픽 정신을 엿볼 수 있었다. 여러 색상과 다양한 오브제를 활용한 도자기는 각국의 문화와 공동체의 가치를 담아내고 있었다. 한국도자재단 수장고에서 어렵사리 공수해온 작품도 관람객을 맞이

  • 프랑스 찌른 k-검객, ‘뉴 어펜저스’ 감회 들어봤다 [유혜연 기자의 지금 여기, 파리]

    프랑스 찌른 k-검객, ‘뉴 어펜저스’ 감회 들어봤다 [유혜연 기자의 지금 여기, 파리]

    대한민국 검객 4명이 합작한 금빛 찌르기가 프랑스 파리의 '거대한 궁전'을 정복했다. 이마에 헤어밴드를 두른 박상원(대전시청)과 짧은 머리의 군인 신분 도경동(국군체육부대), 그리고 파리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오상욱(대전시청)과 든든한 맏형 구본길(국민체육진흥공단). '뉴 어펜저스(펜싱+어벤저스)'가 탄생한 순간이다. 한국 펜싱 사브르 남자 대표팀은 지난달 31일(이하 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 결승에서 헝가리를 상대로 45-41로 우승을 차지하며 나란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오상욱은 지난달 27일 수확한 개인전 금메달에 이어 이번 대회에서 2관왕을 달성했다. 경기를 마치고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만난 오상욱은 “아시아, 한국에서 올림픽 사브르 2관왕으로 역사를 쓸 수 있게 돼 굉장히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경기를 돌아보면) 아쉬운 부분도 있었기에 앞으로 해야 할 숙제가 남아 있는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단체전을 준비하면서 흔들렸던 순간도 있다고 했다. 오상욱은 “'이렇게, 저렇게 해야 되는데….' 이런 생각을 많이 하다 보니 머리가 너무 아프기도 했다. 결승전을 치르기 전 프랑스 경기 때부터 그랬다. 아예 백지상태가 됐다"며 “동생들이 '형은 그냥 형이야'라며 격려를 많이 해줘 제 동작을 찾을 수 있었다"고 떠올렸다. 이번 올림픽 2관왕을 달성하며 펜싱 사브르의 세계 최고가 된 데에 대해 오상욱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왜냐하면 (결승전 경기를) 더 수월하게, 기분 좋게 끝냈다면 30분 정도는 자만할 수 있었을 테지만 마무리가 아쉬웠다"며 “메달을 따서 기쁨도 있지만 '다음에 저 선수를 또 만나면 내가 이길 수 있을까'하는 의심도 잠깐 들었다"고 이야기했다. 피스트 아래서 후배들과 함께 오상욱에게 용기를 불어준 건 동료이자 든든한 형 구본길이다. 구본길 역시 8강전부터 관록을 보이며 2020 도쿄 대회에 이어 또 한 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결승전이 치러진 이날은 구본길의 둘째 아이 출산예정일이기도 했다. 구본길

  • 행리단길 옮긴듯… 올림픽 관광객 사로잡은 '한국의집' [유혜연 기자의 지금, 여기 파리]

    행리단길 옮긴듯… 올림픽 관광객 사로잡은 '한국의집' [유혜연 기자의 지금, 여기 파리] 지면기사

    'K-컬처'로 물든 생도미니크가 집대한체육회 무료 체험 발길 이어져떡볶이·맥주 즐기며 경기 야외관람고풍스러운 근대 건축물에 태극기가 걸렸다. 길게 늘어선 입장 줄에서는 한국어를 포함해 프랑스어, 영어, 중국어 등 다양한 언어가 들려왔다. 한복과 도자기, 그리고 포토부스부터 한국식 포차까지 들어선 이곳은 흡사 수원에서 한국의 현대와 전통이 어우러진 '행리단길'을 재현해놓은 듯했다.30일(현지시간) 오후 4시께, 프랑스 파리 14구에 위치한 생도미니크가의 메종 드 라 시메(화학자의 집). 2024 파리 올림픽 기간 '코리아 하우스(한국의 집)'로 잠시 탈바꿈한 이곳에는 올림픽을 관람하기 위해 파리에 방문한 전 세계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코리아 하우스 마당에 들어서자마자 떡볶이와 한국 맥주를 먹기 위해 줄을 선 세계인들이 눈에 띄었다. 국적도, 인종도 다른 각국의 시민들은 한 손에는 떡볶이와 맥주를 들고서 이날 펼쳐진 파리 올림픽 유도 경기를 야외 잔디밭에서 관람했다. 한국 아이돌 그룹 뉴진스의 음악이 흘러나오는가 하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한국식 메이크업을 받을 수 있는 부스도 마련됐다.자신의 이름을 잭 존슨이라고 밝힌 프랑스인 존슨(32)씨는 한국인 친구 이하빈(24)씨와 함께 어깨에 태극기를 두르고 코리아 하우스를 방문했다. 이하빈씨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 파리 올림픽과 코리아 하우스에 대한 정보가 공유됐다. 특히 입장료가 무료라 더 많은 사람들이 오고 싶어한다"고 설명했다. 잭 존슨씨는 "올림픽 출전 선수들과 (가상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이즘 코너가 정말 마음에 든다"고 방문 소감을 말했다.내부로 들어서자 곳곳에서 카메라 촬영 세례가 펼쳐졌다. 한복을 입을 수 있도록 마련한 공간에서는 외국인들이 직접 전통 복장을 입어봤다. 다채로운 색감의 한복을 전시한 마네킹 앞에서는 기념 촬영이 이어졌다.프랑스인 리바나(24)씨는 "한국 배우 배수지와 김우빈이 나온 드라마를 정말 좋아해서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며 "이곳은 너무도 아름다운 공간이다. 한국의 전통적인 조형

  • 모두가 즐기는 올림픽 경기… 샹젤리제 거리를 달리는 트라이애슬론 선수들 [유혜연 기자의 지금 여기, 파리]

    모두가 즐기는 올림픽 경기… 샹젤리제 거리를 달리는 트라이애슬론 선수들 [유혜연 기자의 지금 여기, 파리]

    “Bon courage(파이팅)." 31일(현지시간) 낮 12시. 한국 검객들이 금빛 찌르기를 펼칠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 경기장 인근 거리가 또 다른 함성으로 가득 찼다. 샹젤리제 거리를 사이에 두고 만국기가 바리케이드를 수놓았다. 이날 오전 10시45분부터 진행된 2024 파리올림픽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여자부·남자부 경기의 달리기 주요 구간, 개선문-샹젤리제 거리-알렉상드르 3세 다리는 인파로 북적였다. 티켓을 소지해야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다른 종목과 달리, 마라톤과 트라이애슬론 등은 파리 시내를 가로지르는 코스로 구성된 덕분에 모든 시민이 경기를 즐길 수 있었다. 일부 시민들은 나무 위, 쓰레기통, 지하철 입구 꼭대기 등 인파를 뚫고 선수들의 질주 장면을 놓치지 않으려 저마다 명당자리를 사수했다. 많은 인파로 발생할 사고 우려에 대비해 경찰이 구역마다 순찰을 돌았다. 이른 아침부터 무더운 날씨가 시작됐지만 전 세계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국 선수가 지나갈 때면 크게 환호했다. 국기를 등에 두르거나, 국기가 그려진 모자를 쓰고 오는 등 가지각색 응원 방식을 뽐냈다. 다만 한국 대표팀 선수는 트라이애슬론에 출전하지 않아 태극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트라이애슬론 선수들은 앞서 '똥물 논란'이 있던 센강에서 1.5㎞를 헤엄친 뒤 사이클 40㎞를 타고 이곳으로 넘어왔다. 이번 올림픽을 위해 프랑스 정부는 센강 정화 사업에 15억 유로(2조2천412억원가량)를 투입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날 트라이애슬론 경기를 치르며 파리 시내 주요 거리는 '본식'을 치를 예열을 화려하게 마쳤다. 하계 올림픽의 꽃, 마라톤 결승전은 오는 8월 10일 오전 8시부터 진행된다. 마라톤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1789년 '베르사유 여성 행진(프랑스 혁명 당시 여성을 중심으로 파리 시민들이 베르사유 궁전까지 행진한 사건)'을 기념해 해당 행진 코스에 따라 질주한다. 오텔 드 빌(파리시청)에서 출발해 앵발리드에 위치한 결승선으로 들어온다. 한편, 트라이애슬론의 달리기가 펼쳐진 샹젤리제 거리 인근 그랑팔레에서는 202

  • 파리 속의 ‘행리단길’… ‘코리아 하우스’ 올림픽 흥행가도 [유혜연 기자의 지금 여기, 파리]

    파리 속의 ‘행리단길’… ‘코리아 하우스’ 올림픽 흥행가도 [유혜연 기자의 지금 여기, 파리]

    고풍스러운 근대 건축물에 태극기가 걸렸다. 길게 늘어선 입장 줄에서는 한국어를 포함해 프랑스어, 영어, 중국어 등 다양한 언어가 들려왔다. 한복과 도자기, 그리고 포토부스부터 한국식 포차까지 들어선 이곳은 흡사 수원에서 한국의 현대와 전통이 어우러진 '행리단길'을 재현해놓은 듯했다. 30일(현지시간) 오후 4시께, 프랑스 파리 14구에 위치한 생도미니크가의 메종 드 라 시메(화학자의 집). 2024 파리 올림픽 기간 '코리아 하우스(한국의 집)'으로 잠시 탈바꿈한 이곳에는 올림픽을 관람하기 위해 파리에 방문한 전 세계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코리아 하우스 마당에 들어서자마자 떡볶이와 한국 맥주를 먹기 위해 줄을 선 세계인들이 눈에 띄었다. 국적도, 인종도 다른 각국의 시민들은 한 손에는 떡볶이와 맥주를 들고서 이날 펼쳐진 파리 올림픽 유도 경기를 야외 잔디밭에서 관람했다. 한국 아이돌 그룹 뉴진스의 음악이 흘러나오는가 하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한국식 메이크업을 받을 수 있는 부스도 마련됐다. 자신의 이름을 잭 존슨이라고 밝힌 프랑스인 존슨(32)씨는 한국인 친구 이하빈(24)씨와 함께 어깨에 태극기를 두르고 코리아 하우스를 방문했다. 이하빈씨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 파리 올림픽과 코리아 하우스에 대한 정보가 공유됐다. 특히 입장료가 무료라 더 많은 사람들이 오고 싶어한다"고 설명했다. 잭 존슨씨는 “올림픽 출전 선수들과 (가상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이즘 코너가 정말 마음에 든다"고 방문 소감을 말했다. 내부로 들어서자 곳곳에서 카메라 촬영 세례가 펼쳐졌다. 한복을 입을 수 있도록 마련한 공간에서는 외국인들이 직접 전통 복장을 입어봤다. 다채로운 색감의 한복을 전시한 마네킹 앞에서는 기념 촬영이 이어졌다. 프랑스인 리바나(24)씨는 “한국 배우 배수지와 김우빈이 나온 드라마를 정말 좋아해서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며 “이곳은 너무도 아름다운 공간이다. 한국의 전통적인 조형물과 옷을 볼 수 있어서 신기하다"고 말했다. 이번 올림픽에 등장한 코리아 하우스는 역대 올림픽 중 가장

  • '찜통버스·채소식단' 부실한 친환경 선수촌 [유혜연 기자의 지금, 여기 파리]

    '찜통버스·채소식단' 부실한 친환경 선수촌 [유혜연 기자의 지금, 여기 파리] 지면기사

    에어컨 없고 영양소 충분치 않은 식사 나와… 생활여건 불만 곳곳명분 좋지만 국가 재정따라 환경 '천차만별'… 한국팀 사비로 대응'40℃의 무더위에 에어컨 없는 숙소'.2024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세계 곳곳에서 터져 나오던 우려가 다행히도 기우에 머물 전망이다. 한국과 달리 프랑스 파리는 습도가 낮은 데다, 개막식날 내린 비 덕분에 폭염이 어느 정도 누그러지면서다. 하지만 선수촌에서 나오는 채식 위주의 부실한 식사 등은 여전히 개선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29일(현지시간) 파리의 한낮 최고 기온은 31℃로, 온도로만 따진다면 한국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한국과 달리 파리는 습도가 현저하게 낮다. 이날 오후 5시 기준 파리의 습도는 45%가량이다. 저녁에 건조대에 빨래를 널고 자면 얼추 다 마르는 수준이다. 한국 대표팀 선수들은 에어컨이 없는 등 숙소 여건에 대해서는 크게 문제삼지 않았다. A선수는 "걱정했던 것보다는 지낼 만하다"며 "파리는 저녁에 조금 쌀쌀한 것 같다. 에어컨을 굳이 틀지 않아도 지내기에 괜찮다"고 이야기했다.또 다른 B선수는 "버스 창문을 열지 못하게 하는 것이 맞다. 그래도 (찜통버스) 문제가 알려지고 나서 (선수촌에서 경기장을 오갈 때) 에어컨을 조금씩 틀어주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다만 올림픽 선수촌에서 나오는 식사는 선수들이 영양소를 충분히 보충하기에는 부족한 것으로 전해졌다.이어 B선수는 "삼시세끼 다 똑같은 음식으로 나오는데, (음식의 수준이) 너무 별로다. 고기가 있기는 하지만 채소와 빵으로 구성됐다"며 "한국 선수단에서 따로 도시락을 줘서 선수촌 밥 대신 이걸 먹는다"고 말했다.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의 부실한 대응은 이른바 '친환경 올림픽'을 내세우면서 시작됐다.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에어컨을 틀지 않는 것이다. 명분은 좋지만, 문제는 국가별 재정 여건에 따라 선수들의 생활 수준이 달라진다는 점이다.'친환경 올림픽'이 무색하게 이미 자비를 들여 휴대용 에어컨을 설치한 국가도 있다. 미국, 영국, 캐나다 등이 대표적이다

  • [인터뷰] 여자 사브르 4위 최세빈 “그랑팔레 계단에 올라 바람 이뤄” [유혜연 기자의 지금, 여기 파리]

    [인터뷰] 여자 사브르 4위 최세빈 “그랑팔레 계단에 올라 바람 이뤄” [유혜연 기자의 지금, 여기 파리]

    생애 첫 올림픽 무대에서 세계 랭킹 1위 선수를 꺾었다. 홈팬을 등에 업은 프랑스 선수를 상대로도 선방했다. 펜싱 여자 사브르 동메달을 눈앞에서 놓친 최세빈(전남도청)은 “4등은 (오히려) 많이 얻어갈 수 있는 계기였던 것 같다. 랭커 선수들과 게임을 뛰어서 좋았다"며 씩씩하게 말했다. 2024 파리 올림픽 펜싱 여자 사브르 개인전 동메달 결정전에서 최세빈은 올하 하를란(우크라니아)에게 14-15로 패했다. 경기를 마치고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만난 최세빈은 “하를란이 (나에게) 밀리고 있다가 점수를 잡힌 거라 아쉽기도 하다"며 “결단을 내렸어야 했는데 마음이 급해졌던 거 같다"고 했다. 이날 치른 경기들을 돌아보며 스스로를 향해 “70점"을 줄 수 있다고 이야기한 최세빈은 “제가 저를 못 믿는 상황이 많았었다. '실력은 종이 한 장 차이구나'하는 생각도 들었다"며 일부 아쉬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세계랭킹 24위이던 최세빈은 처음 출전한 올림픽에서 소소한 성과를 거뒀다. 1위 에무라 미사키(일본)를 제압하는가 하면, 든든한 홈팬의 지원에 힘입은 마농 아피티(프랑스)와 겨루기도 하고 같은 한국 대표팀 동료 전하영(서울시청)과도 접전을 펼쳤다. 준결승 진출자부터 오를 수 있는 그랑팔레 중앙홀 계단에도 올라섰다. 최세빈은 “어제 오상욱 선수가 계단 위에 서 있는 걸 봤었다. 나도 저기에 있으면 되게 멋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다이어리에 바람을 적었는데 이뤄졌다"고 웃어 보였다. 이날 치른 무수한 경기 중 최세빈은 전하영과의 결투를 가장 기억에 남는 것으로 꼽았다. 최세빈은 “서로 잘 알다 보니깐 (초반에) 점수 스코어가 많이 벌어졌다. 하영이가 워낙 잘하기 때문에 진짜 최선을 다해서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했다"고 말했다. 개인전의 아쉬움과 소기의 성과를 뒤로하고, 최세빈은 다음 달 치르게 될 여자 사브르 단체전을 앞둔 각오를 이야기하며 마지막 말을 전했다. “저는 한국 선수들이 혼자보다는 다 같이 할 때 더 강하다고 생각해요. 저도, 언니들도 서로 합심해서 준비를 많이 했습니다. 옆에서 많이 응원

  • [인터뷰] 2024 파리 한국 펜싱 플뢰레의 유일한 도전자 하태규 “아쉬움보단 후련함” [유혜연 기자의 지금 여기, 파리]

    [인터뷰] 2024 파리 한국 펜싱 플뢰레의 유일한 도전자 하태규 “아쉬움보단 후련함” [유혜연 기자의 지금 여기, 파리]

    “선수 생활을 하면서 한 번쯤은 올림픽에 나가보고 싶었는데, 너무 늦게 나와 아쉽기도 하고 기대도 하고 그랬었습니다. (경기를 마치니) 그냥 후련합니다." 한국 펜싱 플뢰레의 유일한 파리 올림픽 도전자, 하태규(34·충남체육회)가 아쉬움을 뒤로하고 “후배들을 위해 배턴을 넘기겠다"며 소감을 이야기했다. 하태규는 29일(현지시간) 오후 12시35분께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펜싱 남자 플뢰레 개인전 32강의 문턱을 아쉽게 넘지 못했다. 13-15로 카를로스 라바도르(스페인)에게 패하면서다. 1피리어드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하태규가 이끌고 갔다. 하태규는 시작하자마자 2점을 연달아 얻으며 7-4로 마무리했다. 2피리어드와 3피리어드에서는 접전을 펼치다 결국 13-15로 승기를 내줬다. 우승을 목전에 두고 무대에서 내려와야 했던 하태규는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만난 취재진에게 “13-13 포인트에서 한 번 더 공격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나섰다가, 상대의 액션에 속았다. 오늘 경기 중 그 부분이 가장 아쉽다"고 떠올렸다. 그랑팔레에서 경기를 치른 소감에 대해서는 “굉장히 소리가 크고 웅장해서 긴장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다 내려놓고 임하니깐 편안하게 경기를 뛸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마지막일 수 있는 올림픽 무대에 초심으로 돌아가 임했다는 하태규. 그는 “이때까지 해보고 싶었던 것을 오늘 무대에서 다 하고 내려와 미련이 없다"며 “이제 후배 양성을 하며 (한국 펜싱에) 힘을 보태려고 한다"고 전했다. 파리/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 깜짝손님 '마크롱'… 역습·재역습 오간 '여자 에페 결승' 관람 [유혜연 기자의 지금, 여기 파리]

    깜짝손님 '마크롱'… 역습·재역습 오간 '여자 에페 결승' 관람 [유혜연 기자의 지금, 여기 파리] 지면기사

    佛대통령, 참모진들과 함께 등장'홍콩 vs 프랑스' 연장전까지 승부펜싱종목 첫 금메달 주인 비비안콩2024 파리 올림픽 펜싱 여자 에페 개인전 결승을 앞두고 있던 지난 28일(한국시간) 오전 프랑스 파리의 그랑팔레. 펜싱 종목 첫 번째 금메달이 나오는 해당 경기에 뜻밖의 손님이 찾아왔다. 주인공은 다름 아닌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결투를 앞둔 선수들이 그랑팔레 중앙홀 계단 꼭대기에 서기 바로 전, 마크롱 대통령은 참모진들과 함께 등장해 기자석 바로 밑에 있는 중앙 사이드 자리에 착석했다. 지인을 발견했는지 마크롱 대통령은 멀리 앉은 여성에게 손 키스를 날리기도 했다. 결승전을 코앞에 둔 만큼 주변 관중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고 마크롱 대통령을 잠시 쳐다보고서 곧바로 관람에 집중했다.홍콩의 비비안 콩(30·세계랭킹 1위)과 프랑스의 오리안 말로(30·세계랭킹 6위)가 결투를 벌였던 여자 에페 개인전 결승은 이날 치러진 펜싱 경기의 백미였다. 동서양의 동갑내기 두 여성은 수준 높은 경기를 선보이며 관객들을 즐겁게 했다. 역습과 재역습, 팽팽한 동점 상황 등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플레이는 손에 땀을 쥐게 했다.해당 경기의 관중석은 일찌감치 만석을 이뤘고 현장 분위기도 응원전으로 뜨거웠다. 그도 그럴 것이 펜싱의 종주국인 프랑스에서 펼쳐지는 올림픽 경기인 데다, 말로는 이번 올림픽 펜싱 결승에 진출한 첫 번째 프랑스 선수이기 때문이다. 같은 날 열린 남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에는 프랑스 선수가 오르지 못했다.말로는 홈어드밴티지를 톡톡히 누렸다. 1점을 득점할 때마다 관중석에서는 열화와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그렇다고 해서 프랑스 관중들은 콩에게 야유를 보내는 비신사적인 행동은 하지 않았다. 콩도 그만큼 뛰어난 실력을 보여주며 맞섰기 때문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말로가 득점해도 환호하거나 손을 흔들지 않고 그저 담담하게 경기를 지켜봤다.초반 1피리어드는 말로의 승리였다. 말로는 홈팬의 응원을 등에 업고 4-0으로 콩을 밀어붙였다. 하지만 2피리어드부터 상황이 심상치 않았다. 콩은 마치 1피리어드

  • 유럽 최대 유리돔 '그랑팔레' 한국검객 6인 역사적 결투 [유혜연 기자의 지금, 여기 파리]

    유럽 최대 유리돔 '그랑팔레' 한국검객 6인 역사적 결투 [유혜연 기자의 지금, 여기 파리] 지면기사

    124년 역사… 펜싱 경기장 탈바꿈男 사브르 프랑스 vs 헝가리 접전한복 어린이 등 韓응원·함성 곳곳124년 역사를 자랑하는 프랑스 파리의 명소, 그랑팔레 박물관이 검객들의 결투가 펼쳐지는 경기장으로 탈바꿈했다. 넓은 유리 천장 아래서 펼쳐지는 2024 파리 올림픽 펜싱 경기 덕분에 그랑팔레는 전 세계인들의 즐거운 함성으로 가득 찼다.27일(이하 현지시간) 2024 파리 올림픽 펜싱 경기가 열리는 프랑스 파리 8구의 그랑팔레. 지난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를 기념해 건립된 이곳은 연면적 7만2천㎡ 규모로, 유럽에서 최대 규모의 유리 천장을 자랑한다.하지만 아쉽게도 유리 천장을 투과해 비치는 햇빛은 볼 수 없었다. 펜싱 경기가 진행되는 플랫폼과 관중석 위 천장이 모두 하얀 천막으로 가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건물의 연혁과 안전 문제 등을 이유로 이뤄진 조치로 보였다.이날 이번 올림픽의 펜싱 첫 경기, 남자 사브르 개인전과 여자 에페 개인전이 진행됐다. 남자 사브르 오상욱(대전시청), 구본길(국민체육진흥공단), 박상원(대전시청)을 비롯해 여자 에페 송세라(부산시청), 강영미(광주광역시 서구청), 이혜인(강원도청)이 검을 들었다.펜싱 종주국 프랑스에서 열리는 경기인 만큼, 프랑스 선수는 관중들의 뜨거운 응원 세례를 받았다. 특히 유럽의 또 다른 펜싱 강국 헝가리와 벌이는 경기는 유독 응원전이 치열했다. 남자 사브르 32강전에서 만난 프랑스 볼라드 아피티와 헝가리 안드라스 사트마리는 초접전을 이어갔다. 신경전이 치열한 가운데, 사트마리가 연이어 비디오 판독을 외치는 등 매너에 어긋나는 행동을 보이자 프랑스 관중들은 일제히 야유를 보냈다. 하지만 이내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고 아피티와 포옹하며 스포츠맨십을 보여줬다.종주국 못지 않게 태극기도 그랑팔레 곳곳을 물들였다. 부모님과 함께 한국 대표팀을 응원하러 온 정지민(10)군과 정지유(6)양은 한복을 입고 그랑팔레에 등장했다. 정경원(40)씨는 "한국 선수들을 직접 응원하기 위해 이곳까지 왔다. 오상욱 선수의 사브르 금메달을 힘껏 응원하고 갈 것"이라고 말했다.

  • 그랑팔레에 등장한 마크롱… 차분하게 펜싱 여자 에페 파이널 직관 [유혜연 기자의 지금 여기, 파리]

    그랑팔레에 등장한 마크롱… 차분하게 펜싱 여자 에페 파이널 직관 [유혜연 기자의 지금 여기, 파리]

    2024 파리 올림픽 펜싱 여자 에페 개인전 결승을 앞두고 있던 지난 27일(현지시간) 오후 9시30분께 프랑스 파리의 그랑팔레. 펜싱 종목 첫 번째 금메달이 나오는 해당 경기에 뜻밖의 손님이 찾아왔다. 주인공은 다름 아닌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결투를 앞둔 선수들이 그랑팔레 중앙홀 계단 꼭대기에 서기 바로 전, 마크롱 대통령은 참모진들과 함께 등장해 기자석 바로 밑에 있는 중앙 사이드 자리에 착석했다. 지인을 발견했는지 마크롱 대통령은 멀리 앉은 여성에게 손 키스를 날리기도 했다. 결승전을 코앞에 둔 만큼 주변 관중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고 마크롱 대통령을 잠시 쳐다보고서 곧바로 관람에 집중했다. 홍콩의 비비안 콩(30·세계랭킹 1위)과 프랑스의 오리안 말로(30·세계랭킹 6위)가 결투를 벌였던 여자 에페 개인전 결승은 이날 치러진 펜싱 경기의 백미였다. 동서양의 동갑내기 두 여성은 수준 높은 경기를 선보이며 관객들을 즐겁게 했다. 역습과 재역습, 팽팽한 동점 상황 등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플레이는 손에 땀을 쥐게 했다. 해당 경기의 관중석은 일찌감치 만석을 이뤘고 현장 분위기도 응원전으로 뜨거웠다. 그도 그럴 것이 펜싱의 종주국인 프랑스에서 펼쳐지는 올림픽 경기인 데다, 말로는 이번 올림픽 펜싱 결승에 진출한 첫 번째 프랑스 선수이기 때문이다. 같은 날 열린 남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에는 프랑스 선수가 오르지 못했다. 말로는 홈어드밴티지를 톡톡히 누렸다. 1점을 득점할 때마다 관중석에서는 열화와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그렇다고 해서 프랑스 관중들은 콩에게 야유를 보내는 비신사적인 행동은 하지 않았다. 콩도 그만큼 뛰어난 실력을 보여주며 맞섰기 때문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말로가 득점해도 환호하거나 손을 흔들지 않고 그저 담담하게 경기를 지켜봤다. 초반 1피리어드는 말로의 승리였다. 말로는 홈팬의 응원을 등에 업고 4-0으로 콩을 밀어붙였다. 하지만 2피리어드부터 상황이 심상치 않았다. 콩은 마치 1피리어드 때 상대의 전술을 파악하려고 일부러 점수를 내줬던 것이라는 듯 한 점 한 점 만회

  • [인터뷰] 남자 사브르 금메달 오상욱 “도쿄 올림픽 멤버들 생각나” [유혜연 기자의 지금 여기, 파리]

    [인터뷰] 남자 사브르 금메달 오상욱 “도쿄 올림픽 멤버들 생각나” [유혜연 기자의 지금 여기, 파리]

    “한국 선수단의 첫 번째 금메달이라는 이야기를 시합이 끝나고서 얘기해주셨어요. 그만큼 의미도 있고, 이번 메달이 저한테 아주 큰 영광을 안겨준 거 같습니다." 2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펼쳐진 2024 파리 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 금메달의 주인공 오상욱(대전시청)은 시상식이 끝나고 곧바로 이어진 취재진과의 만남에서 “이번 메달은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것이라 의미가 크다"고 우승 소감을 전했다. 이날 금메달 결정전에서 오상욱은 아슬아슬한 순간을 마주했다. 2피리어드 14-5에서 한 점만 더 얻으면 우승이 코앞인 상황이나, 파레스 페르자니(튀니지)가 맹추격하며 6점을 연달아 가져갔기 때문이다. 오상욱은 “진짜 온몸에 땀이 엄청났다. 긴장도 되면서 '설마 여기서 잡히겠어'라는 안 좋은 생각들도 났다"며 “그래도 코치 선생님이 뒤에서 '넌 할 수 있다'고 계속 이야기해줬던 게 큰 힘이 됐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예상치 못하게 볼라드 아피티(프랑스)를 꺾고 8강에 진출한 파레스 아르파(캐나다)는 오상욱이 마주한 가장 큰 변수였다.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선수가 아니다보니 아르파의 경기 성향 분석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게 한몫했다. 오상욱은 “그 선수의 데이터가 하나도 없어서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한국 펜싱에 전해온 남자 사브르 개인전 최초의 금메달. 오상욱은 지난 3년을 떠올리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지난 도쿄올림픽 때 단체전 멤버들과의 추억을 이야기했다. 그는 “김준호 선수와 김정환 선수가 은퇴할 때가 가장 생각이 난다. 같이 한솥밥 먹으면서 제가 이렇게 클 수 있었는데, 형들이 나가고 나니 엄청 큰 변화가 있었다"고 꼽으며 “(올림픽 메달을 딴 건) 형들의 덕이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남자 사브르 개인전 32강에서 아쉽게 탈락한 구본길(국민체육진흥공단) 선수에 대해서는 “본길이 형은 제가 생각하기에 가장 긍정적인 사람"이라며 “(분위기가 다운되는) 그런 일은 없을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이제 오상욱은 오는 31일(현지시간) 치러지는 파리 올림픽 남자 사

  • 124년 역사 그랑팔레서 검객의 결투… 천창 수놓은 함성 [유혜연 기자의 지금, 여기 파리]

    124년 역사 그랑팔레서 검객의 결투… 천창 수놓은 함성 [유혜연 기자의 지금, 여기 파리]

    프랑스 파리 8구의 그랑팔레 박물관 유럽 최대규모 유리천장 볼 수 없었지만 펜싱 종주국답게 사뭇 뜨거운 응원 세례 쏟아졌다 124년 역사를 자랑하는 프랑스 파리의 명소, 그랑팔레 박물관이 검객들의 결투가 펼쳐지는 경기장으로 탈바꿈했다. 넓은 유리 천장 아래서 펼쳐지는 2024 파리 올림픽 펜싱 경기 덕분에 그랑팔레는 전 세계인들의 즐거운 함성으로 가득 찼다. 27일(이하 현지시간) 2024 파리 올림픽 펜싱 경기가 열리는 프랑스 파리 8구의 그랑팔레. 지난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를 기념해 건립된 이곳은 연면적 7만2천㎡ 규모로, 유럽에서 최대 규모의 유리 천장을 자랑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유리 천장을 투과해 비치는 햇빛은 볼 수 없었다. 펜싱 경기가 진행되는 플랫폼과 관중석 위 천장이 모두 하얀 천막으로 가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건물의 연혁과 안전 문제 등을 이유로 이뤄진 조치로 보였다. 이날 이번 올림픽의 펜싱 첫 경기, 남자 사브르 개인전과 여자 에페 개인전이 진행됐다. 남자 사브르 오상욱(대전시청), 구본길(국민체육진흥공단), 박상원(대전시청)을 비롯해 여자 에페 송세라(부산시청), 강영미(광주광역시 서구청), 이혜인(강원도청)이 검을 들었다. 펜싱 종주국 프랑스에서 열리는 경기인 만큼, 프랑스 선수는 관중들의 뜨거운 응원 세례를 받았다. 특히 유럽의 또 다른 펜싱 강국 헝가리와 벌이는 경기는 유독 응원전이 치열했다. 남자 사브르 32강전에서 만난 프랑스 볼라드 아피티와 헝가리 안드라스 사트마리는 초접전을 이어갔다. 신경전이 치열한 가운데, 사트마리가 연이어 비디오 판독을 외치는 등 매너에 어긋나는 행동을 보이자 프랑스 관중들은 일제히 야유를 보냈다. 하지만 이내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고 아피티와 포옹하며 스포츠맨십을 보여줬다. 종주국 못지 않게 태극기도 그랑팔레 곳곳을 물들였다. 부모님과 함께 한국 대표팀을 응원하러 온 정지민(10)군과 정지유(6)양은 한복을 입고 그랑팔레에 등장했다. 정경원(40)씨는 “한국 선수들을 직접 응원하기 위해 이곳까지 왔다. 오상욱 선수의 사브르 금메달을 힘껏 응

  • 회색빛 센강 오색빛 개막식… 파리올림픽 막올랐다 [유혜연 기자의 지금, 여기 파리]

    회색빛 센강 오색빛 개막식… 파리올림픽 막올랐다 [유혜연 기자의 지금, 여기 파리]

    100년만의 파리 올림픽 206개국 1만500명 선수와 반가운 인사 레이디가가·셀린디온 무대 수놓아 흐린 날씨 위로 올림픽의 다채로운 색감 빛났다 '모두에게 열린 올림픽.' 프랑스 파리의 회색빛 센강이 오륜기와 세계 각국의 국기로 물들었다. 스마일 점퍼 우상혁(육상·용인시청)과 김서영(수영·경북도청)을 비롯한 한국 대표단은 힘차게 태극기를 흔들며 배를 타고 센강 위를 유유히 가로질렀다. 100년 만에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2024 파리 올림픽 개막식이 26일(현지시간) 오후 7시30분 성대하게 열렸다. 206개국 NOC(국가올림픽위원회)를 대표하는 선수 1만500여 명이 배 위에서 전 세계인들을 맞이했다. 이날 파리 올림픽 개막식은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물 위에서 배를 타고 행진하는 퍼레이드 형식으로 진행됐다. 파리의 식물원 근처 오스테를리츠 다리를 출발해 에펠탑 인근 트로카데로 광장에서 마무리하는 6㎞ 코스로, 센강을 따라 루브르 박물관과 개선문 등 주요 역사적 명소를 순항했다. 한국 선수단은 프랑스 알파벳 순서에 따라 48번째로 입장했다. 기수를 맡은 우상혁과 김서영은 태극기를 붙잡고 전 세계인을 향해 손을 흔들며 센강을 지났다. 개막식의 하이라이트인 성화 봉송 최종 주자는 돌고돌아 프랑스의 유도 선수 테디 리네르와 은퇴한 프랑스의 육상 선수 마리 조제 페레크가 맡아 올림픽의 시작을 알리는 불을 밝혔다. 미국 가수 레이디 가가는 개막식 첫 공연의 주인공으로 나서며 깃털 장식을 활용한 다채로운 무대를 보여줬다. 개막식 마지막 공연은 캐나다 가수 셀린 디온의 목소리로 아름답게 장식했다. 100년 전인 1924년 파리 올림픽을 비롯해 역대 올림픽의 주요 영상과 현재를 교차 편집해 보여주는 방식도 돋보였다. 개막식을 앞두고 나오던 테러 위협과 악천우 우려는 기우였다. 센강 인근 곳곳에 배치된 경찰이 디지털패스 확인은 물론, 가방 검사를 철저하게 실시했다. 아울러 이날 비가 쏟아지기는 했으나 빗물과 개막식 공연의 색다른 조합은 오히려 매력적이었다. 구름 낀 흐린 날씨였지만 개막식이 선사하는 화려한 볼

  • 파리 올림픽 개막 5시간 전, 센강 명당은 어디에 [유혜연 기자의 지금, 여기 파리]

    파리 올림픽 개막 5시간 전, 센강 명당은 어디에 [유혜연 기자의 지금, 여기 파리]

    파리 1구 루브르 박물관 근처 센강 26일(현지시간) 오후 2시께 프랑스 파리 1구의 루브르 박물관 근처 센강. 아침까지 내리던 비는 그쳤지만 구름 낀 흐린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2024 파리 올림픽 개막식을 5시간가량 앞둔 현재, 전 세계인들은 일찌감치 개막식 관람 명소를 사수하려 센강의 주요 다리로 몰려들고 있다. 루브르 박물관역에서부터 센강으로 이어지는 길목은 입장부터 순탄치 않다. 경찰은 QR코드 형태로 된 디지털패스를 요구하는 것 외에도 가방 검사까지 실시하며 테러 위협에 대응하고 있었다. 디지털패스 점검하며 테러 대응하는 경찰 각 국가별 대표음식 자랑하는 부스 줄 서 관중 위한 대형스크린과 무료 화장실도 보였다 센강에 다다르자 음식부스와 푸드트럭이 등장했다. 상인들은 와인과 맥주를 비롯해 각 국가를 대표하는 음식을 선보이며 한창 축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프리카 음식을 파는 푸드트럭의 직원 마리(37)씨는 “우리는 서아프리카에서 왔다"며 “이번 올림픽 개막식에서 우리 트럭은 참치, 야채, 바나나 등을 활용한 아프리카 음식을 팔아 특별하다. 관중들이 많이 찾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도로를 따라 나란히 늘어선 간이 화장실도 눈에 띄었다. 남녀 공용인 해당 화장실은 개막식이 진행되는 동안 관중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 통상 파리 시내에는 무료 화장실이 부족해 노상방뇨 문제가 골치였는데, 이를 예방하기 위한 임시 조치인 듯 보였다. 퐁 로얄 다리, 퐁데자르 다리 옆으로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서는 개막식을 앞두고 앵커들이 2024 파리 올림픽의 특징과 주요 종목들을 소개하는 실시간 영상이 흘러나왔다. 선수들이 서 있게 될 배에는 카메라들이 장착돼 있는데, 이를 통해 대형 스크린으로 선수들의 모습을 선명하게 볼 수 있다. 이날 열릴 개막식을 위해 한국에서 직접 이곳까지 온 시민들도 기대감을 드러냈다. 인천에서 왔다는 구본하(40)씨와 구본희(36)씨는 “올해 3월부터 파리 올림픽 개막식을 보려고 여행 계획을 세웠다. 개막식 티켓은 구하지 못했지만, 일찍 센강으로 나와 좋은 자리에서 관람하려

  • 개막식 앞두고 구역 통제… 관광객-시민 '엇갈린 반응' [유혜연 기자의 지금, 여기 파리]

    개막식 앞두고 구역 통제… 관광객-시민 '엇갈린 반응' [유혜연 기자의 지금, 여기 파리] 지면기사

    "불만 많다" vs "佛과 17일" "거리를 통행제한하다니"… "올림픽 기간에 파리 낭만"불편 호소하는 시민-기대감 높은 관광객, 엇갈린 반응 "QR패스가 없으면 돌아서 가야 합니다."지난 24일(현지시간) 저녁과 25일 오전 10시께 프랑스 파리 7구의 앵발리드역 입구. 365일 관광객으로 북적이던 프랑스 파리 에펠탑 인근이 가벽에 둘러싸였다. 몇몇 시민만이 경찰에게 휴대폰 화면을 보여주고서 거리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26일 오후 7시30분 열리는 2024 파리 올림픽 개막식을 앞두고 프랑스 파리가 이전과 사뭇 다른 모습으로 전 세계인들을 맞이하고 있다. 파리 시내 곳곳에는 올림픽 마스코트를 부착하거나, 치안을 강화하기 위해 경찰을 파리 전 구역에 집중적으로 배치하는 등 홍보와 안전 강화에 신경쓰는 모습이었다. 프랑스의 국제공항 샤를 드골 공항에는 2024 파리 올림픽 마스코트와 환영 문구가 즐비했다. 파리 시내를 오가는 지하철 출입문에도 올림픽 로고를 붙여놨다.하지만 올림픽 개막식을 앞두고서 일부 구역의 통행을 제한하는 등 무리한 조치에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특히 에펠탑 주변을 제한 범위에 따라 각각 블랙(올림픽 티켓 소지자)·그레이(파리 올림픽 티켓 소지자 및 거주민)·레드(디지털 패스 소지자) 등으로 구분하면서 도보로 오가는 시민들의 불편이 커졌다. 인근의 다른 장소를 직선거리로 이동하지 못하고 가벽을 따라 우회해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통행 제한은 개막식이 끝난 뒤에 풀린다.각각 파리에서 18년, 45년을 살았다는 에디(51)씨와 엘비라(58)씨 부부는 "물론 이번 개막식이 신날 거 같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올림픽 조직위에 불만이 있다"며 "올림픽을 앞둔 파리는 교통 체증이 더욱 심각해졌으며 현재 굉장히 정신없다"고 토로했다. 반면 관광객들은 화려한 개막식을 볼 수 있다면 불편도 감수할만하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파리 올림픽 기간에 맞춰 여름휴가를 썼다는 영국인 애나(27)씨와 카타리나(18)씨는 "거리가 막혀있어 불편하

  • '프랑스 조기 총선' 마크롱의 반쪽짜리 승리 [유혜연 기자의 지금, 여기 파리]

    '프랑스 조기 총선' 마크롱의 반쪽짜리 승리 [유혜연 기자의 지금, 여기 파리] 지면기사

    올림픽 2주 앞두고 국정혼란 가중"극우 과반 차지 막아 일단 안도"2024 파리올림픽을 2주가량 앞두고 마무리된 프랑스 조기 총선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반쪽짜리 승리'를 거뒀다. 극우 정당의 다수석 확보는 저지했지만, 새 총리를 좌파연합 소속 인물로 임명해야 할 상황에 부닥쳤기 때문이다.9일 프랑스인 마리안느 드브레씨는 경인일보에 "마린 르펜(프랑스 극우 정치인)이 자신의 정당(RN)을 악마화하려는 시도를 저지하고자 하는 전략이 어느 정도 통하면서 의석을 많이 차지했다"며 "그래도 극우 정당이 과반을 넘는 건 현실이 되지 않아 일단은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현지 상황을 설명했다.최근 치러진 프랑스의 조기 총선은 좌파 진영의 승리로 끝났다. 최종 투표 결과 전체 의석 577석 중 좌파연합 신민중전선(NFP)이 182석,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르네상스(RE) 등 범여권이 168석, 극우 국민연합(RN)과 연대 세력이 143석을 각각 확보했다.극우 세력이 프랑스 의회를 휩쓰는 상황은 면했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국정운영 주도권을 좌파 진영에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 프랑스는 이원집정부제를 채택한 국가로, 통상 총리는 의회 다수당에서 추천하는 관례가 있기 때문이다.그렇다면 임기가 3년이나 남은 마크롱 대통령이 조기 총선이라는 무리한 승부수를 던진 이유는 무엇일까. 취임 초기 60%대였던 지지율이 현재 절반으로 떨어지는 등 자신의 정치적 입지가 위태롭다는 점을 마크롱 대통령과 RE가 모를 리 없다.실마리는 프랑스 조기 총선에 앞서 마무리된 유럽연합(EU) 의회 선거에 있다. 지난달 9일 끝난 해당 선거는 우파 진영이 휩쓸었다. 특히 프랑스에 할당된 81석의 EU 의석 중 마린 르펜이 이끄는 RN이 30석을 가져갔다. 반면, 마크롱 대통령의 RE는 겨우 13석을 얻었다. 차기 2027년 프랑스 대선을 RN이 주도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생긴 이유다.100년 만에 파리에서 열리는 올림픽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조기 총선 여파로 앞으로 남은 2주 동안 국정 혼란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