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미의 나무이야기

 

[조성미의 '나무이야기']이름만큼 붉게 물드는 단풍이 아름다운 붉나무

옻나무과에 속하는 낙엽 소교목 산속·들판서 7m까지 자라나열매의 짠맛 소금 대신 사용벌레집 말린 '오배자' 한방약재나무 성분 치매치료제로 쓰여파란 하늘, 시원한 바람과 함께 봄날의 화사한 꽃이 부럽지 않은 고운 자태의 가을 단풍이 내려앉았다. 형형색색으로 물든 단풍은 길지 않은 가을이 주는 큰 선물로, 이 아름다운 단풍과 함께 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설렘의 시간이 길지 않은 것이 아쉽기만 하다. 올해 단풍은 지난 9월 초에 있었던 늦더위와 큰 피해를 주고 지나간 태풍으로 인해 예년보다 좀 늦게 시작되었지만, 다행히도 맑은 날씨 속에 일교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단풍색은 예년과 비슷하게 곱고 예쁠 것이라는 전망이다.단풍이라 하면 뭐니 뭐니 해도 붉은 단풍이 최고다. 당연히 이름에 단풍이 들어가는 단풍나무과의 나무들이 제일 먼저 생각나지만, 가을을 붉게 물들이는 나무 중에 대표적인 나무가 붉나무이다. 이름에서부터 붉은색이 연상되는 붉나무는 화살나무와 함께 가장 새빨갛고 화려한 단풍이 들어 가히 일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전남에서는 불타는 것처럼 붉다 하여 불나무, 강원도에서는 뿔나무, 경상도에서는 굴나무로 부르기도 하며, 열매의 짠맛 때문에 염부목 또는 염부자라고 하기도 한다. 혹은 백충창 또는 문합이라고도 한다. 옻나무과에 속하는 붉나무는 낙엽 소교목으로 키가 7m 정도 자라고, 우리나라 어느 곳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데 주로 산속에 척박하고 양지바른 너덜바위 지역이나 들판에 서식한다. 성장 속도가 빠르며 수명이 짧아 기껏해야 수십 년밖에 살지 못한다. 붉나무는 전반적인 모양과 생김새가 옻나무와 매우 비슷하지만 잎줄기에 양 날개가 있어 잎을 보면 쉽게 구별된다. 붉나무는 옻나무와 달리 독성이 없다고 알려져 있지만 간혹 피부가 예민한 사람들은 붉나무를 만지고 두드러기가 난다는 경우도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붉나무의 잎은 타원형의 작은 잎이 나란히 붙어서 큰 잎을 이루는 깃꼴겹잎이다. 수피는 표면이 미끄럽고 반들거리는 특징이 있으며 생나무를 태웠을 때 매끄러운 수피가 터지면서 '타다닥'하고 폭죽 터지는 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7월부터 9월까지 피는 꽃은 암수 딴그루이며 원뿔 모양 꽃차례로 살포시 내려앉은 눈송이처럼 아주 작은 연노란색이나 하얀 꽃이 빼곡하게 뭉쳐서 핀다. 단풍이 들기 전부터 한겨울이 지나서까지 매달려있는 붉나무의 열매는 작은 구슬 목걸이 여러 개가 뭉쳐 길게 늘어져 있는 것 같아 금방 눈에 확 띈다. 팥알만 한 납작하고 둥근 열매가 수도 없이 달려 있는데, 가을이 깊어갈수록 열매에는 단단한 씨앗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과육에 흰 가루가 생긴다. 소금을 발라 놓은 것 같은 이 가루는 제법 시고 짠맛이 나는데 이것을 긁어모아두면 소금을 대신해 음식에 사용할 수 있었다. 먹고 살기 궁핍해 산속에서 화전을 일구어 살던 사람들에게는 정말 귀하디귀한 게 소금이었다. 구하기 힘든 소금 대신 쓸 수 있었으니 비상시에 꼭 필요한 나무로 톡톡히 귀한 대접을 받았다. 예전에 내륙의 사찰이나 민가에서 간장을 담글 때 사용했으며, 지금도 산촌에서는 두부를 만들 때 열매를 뜨거운 물에 담가 우려낸 후 간수로 사용하고 동치미를 담글 때 붉나무 가지를 넣어 간을 맞추는데 그 맛이 아주 일품이라고 한다. 붉나무에는 여러 가지 병을 치료하는 오배자(五倍子)라는 귀중한 약재가 달린다. 오배자는 잎자루 날개에 열매처럼 보이는 주머니 모양의 벌레집(蟲 )인데, 진딧물이 기생하면서 잎의 진액을 빨아 먹으면 그 주변이 부풀어 올라 벌레집이 되며 초기에는 연두색이다가 점차 붉은색이 짙어진다. 7, 8월경 진딧물이 다 자라 구멍을 뚫고 탈출하기 전에 따서 불에 쬐어 벌레를 제거한 뒤 햇볕에 말린 것이 바로 오배자다. 오배자는 한방에서 다양하게 사용되어왔으며, '동의보감'에 보면 '피부가 헐거나 버짐이 생겨 가렵고 고름이나 진물이 나는 것을 낫게 하고, 특히 아이들 얼굴에 생기는 종기와 부인병을 치료하는 데 좋다'고 한다. 오배자는 타닌 성분이 다량 포함되어 있어 염료로도 많이 쓰인다. 붉나무는 어린 순을 따서 삶아 말려두었다가 나물로 무쳐 먹기도 한다. 최근에는 붉나무 가지에서 추출된 성분이 중풍으로부터 신경보호 효과를 높이고 혈관성치매 환자의 치료제로도 효과가 큰 것으로 밝혀졌다./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홍보실장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홍보실장

2019-10-06 조성미

[조성미의 '나무이야기']삭막한 회색빛 도시에 푸르름을 선사하는 플라타너스

1910년께 들어온 '버즘나무과'높이 50m·지름 1m까지 자라미세먼지등 대기오염에 강하고재질 단단 가구목재로 많이 사용씨 털 날려 알레르기 주범 신세여름이 지나고 가을의 시작이라는 입추(立秋)가 지났건만 아직도 한낮에는 뜨거운 태양으로 막바지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래도 며칠 전에 비해서는 아침, 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열대야에 잠 못 이뤄 지쳤던 몸과 마음을 더없이 편안하게 해준다. 올여름 더위는 8월 말까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일기예보에 길을 걷다 보면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이 서서 무성하게 자란 잎으로 짙은 녹음을 만들어 우리에게 청량함을 선사하는 플라타너스의 시원한 그늘이 그리워진다. 아름드리 플라타너스는 도로 양쪽에 사열하듯이 줄지어 서서 철 따라 말없이 다른 모습으로 넉넉하고 편안하게 사람을 품어준다. '먼 길에 올 제/ 호올로 되어 외로울 제/ 플라타너스/ 너는 그 길을 나와 같이 걸었다.' 1953년 '문예'지에 발표된 김현승 시인의 '플라타너스' 시처럼 사람의 눈길이 머무르지 않아도 우리 곁에서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며 할 도리를 다하는 나무이다.도시의 가로수로 흔히 볼 수 있는 플라타너스의 우리말 이름은 양버즘나무이다. 서양에서 들어온 버즘나무라는 뜻이다. 버즘나무라는 이름은 줄기의 어두운 적갈색이나 밝은 회색의 수피가 불규칙하게 갈라져 조각조각 떨어져 나가 특유의 얼룩무늬가 나타나는데 이것이 얼굴에 허옇게 피는 버짐과 닮아 붙여졌다. 플라타너스는 학명에 등장하는 이름이기도 하지만 그리스어 '플라티스(platys)'에서 유래되었는데 '잎이 넓다'는 뜻으로 잎을 강조한 것이다. 중국에서는 양버즘나무를 '미국오동', 버즘나무를 '법국오동(法國梧桐)'이라고 부르는데, 법국은 프랑스에 대한 음역이고 잎이 오동나무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북한에서는 가을에 달리는 열매가 방울 모양이라고 해서 '방울나무'라고 부르며, 영어 이름도 비슷한 뜻의 '버튼우드(buttonwood)'다.플라타너스는 버즘나무과에 속하는 낙엽이 지는 큰키나무로 높이 50m, 지름 1m까지 자란다. 추위에 강해 우리나라 전역에 식재가 가능하다. 잎은 넓은 달걀 모양이거나 둥근 모양으로 손바닥처럼 갈라져 있는데 서로 어긋나게 달린다. 4∼5월에 달리는 꽃은 암수한그루에 피며 공 모양의 열매는 10월에 익는다. 전 세계에 분포하는 버즘나무속에는 10종이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북아메리카 원산인 양버즘나무와 남유럽과 서남아시아가 원산지인 버즘나무, 이 두 종의 잡종인 단풍버즘나무가 있다. 이 세 종류의 나무는 대부분의 특징이 비슷하지만 잎과 열매의 모양이 조금씩 다르다. 양버즘나무의 잎은 가로길이가 세로길이보다 길고 방울 같은 열매가 하나씩 달리는 반면 버즘나무 잎은 가로보다 세로가 더 길고 열매도 한 줄에 세 개 이상 달리며, 단풍버즘나무는 열매가 2개 달리고 잎의 가로와 세로의 길이가 비슷하다.플라타너스는 우리나라에 1910년께 들어왔는데 생장속도도 빠르고 추위에 강하며 건조하고 척박한 곳에서도 잘 자라서 관리가 손쉬운 편이라 주로 가로수나 공원수, 학교 등 공공건물의 정원수로 많이 심었다. 매연 등 도시공해에 강하며 특히 미세먼지와 대기오염물질의 흡수력이 뛰어나고 공기정화 능력이 좋아 마로니에, 히말라야시다와 함께 세계 3대 가로수에 속하는 등 인기가 많았고 한때 우리나라에서도 가로수 랭킹 2, 3위를 다투기도 했다. 그리스에서는 기원전 5세기경에 플라타너스를 가로수로 심었을 정도로 역사가 깊으며, 프랑스 파리와 영국 런던에도 가지를 전정하지 않고 그대로 살린 아름다운 플라타너스 가로수들이 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봄철 알레르기의 주범으로 꼽히면서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해 있는 나무도 베어져 나가고 새로 가로수로 심는 일도 많이 줄었다. 플라타너스 종자에는 바람에 씨가 잘 날리도록 털이 붙어 있는데 이 씨의 털이 솜뭉치를 이루면서 거리 곳곳에 뒹굴어 다니다가 사람들에게 호흡기 알레르기질환을 일으키는 것이다.플라타너스의 목재는 재질이 단단하고 색상도 아름다우며 무늬가 좋아 과일·채소 바구니나 식품의 포장재를 비롯해 일반 용재나 가구재, 철도 침목, 펄프를 만드는 데 사용한다./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홍보실장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홍보실장

2019-08-18 조성미

[조성미의 '나무이야기']품격과 실용성을 두루 갖춘 오동나무

습기·불에 잘 견디고 가벼운 편부드럽고 마찰 강해 가공 편리좀벌레도 잘 생기지 않아 장롱·문갑 등 가구재료 적합공명 뛰어나 악기 만드는데 제격화려한 벚꽃과 수수한 진달래, 노란 개나리 등 성대한 꽃들의 축제가 펼쳐지고 난 후 멀대처럼 키가 큰 오동나무가 한껏 곱게 꽃단장을 한다. 봄이 끝나고 여름의 문턱에 들어가기 전 오동나무는 튼튼한 줄기를 쭉 뻗어 올리고 초롱같은 보랏빛 꽃송이들을 매달아 놓아 보는 이의 눈길을 사로잡으며 단박에 마음을 빼앗아버린다.오동나무는 현삼과에 속하는 큰 키의 낙엽이 지는 나무로 우리나라 중부 이남 지방에 분포한다. 다 자라면 15m까지 크고 수피는 담갈색이며 암갈색의 거친 줄이 가로로 나 있다. 오각형의 큼직한 잎을 가진 오동나무는 우리나라에 자라는 1천여 종의 나무 중에서 잎사귀의 크기로 따지면 남부지방에 자라는 팔손이와 랭킹 일이등을 다툰다. 커다란 잎은 바람에 찢어지기 쉽고 해충의 공격대상이 되기도 하나 더 많은 햇빛을 받아들일 수 있어 광합성을 통해 양분을 만들어 굉장히 빠른 속도로 키와 몸집을 키운다. 대략 1년에 키 1∼2.5m씩 초고속성장을 하는 오동나무는 15년에서 20년 정도면 제법 재목으로 쓸만하게 된다. 짧게는 40~50년, 길게는 100년 정도 되어야 재목으로 쓸 수 있는 나무들이 수두룩한 상황에서 목재로서 아주 쓸모있는 나무이다.우리 조상들은 딸을 낳으면 오동나무를 심고 아들을 낳으면 소나무를 심었다. 딸이 성장하여 결혼할 나이가 되어 혼례 치를 날을 받으면 심었던 오동나무를 잘라 농짝이나 반닫이를 만들어 주었다고 한다. 딸을 보낼 때쯤 쓸 수 있을 정도로 생장속도가 빠르지만 자라는 속도에 비해 재질이 단단한 오동나무는 목재로서 장점이 많다. 습기와 불에 잘 견디는 편이며, 가볍고 부드러우며 마찰에 강해 가공이 쉬운 편이다. 또 잘 트지 않고 좀벌레도 잘 생기지 않아 여러 가지 기구를 만들기 아주 좋다. 당연히 쓰임새도 다양해 장롱이나 문갑, 소반 등 생활용품에 오동나무가 쓰이지 않는 곳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아주 고급스럽고 무늬가 아름답지는 않지만 오히려 이러한 점이 서민적이어서 생활도구를 만드는 데 많이 이용되었다. 특히 오동나무는 소리를 전달하고 공명하는 힘이 뛰어나 가야금이나 거문고, 비파 등 악기를 만드는데 가장 적합하다. 신라 진흥왕 때 가야국 가실왕의 악사였던 우륵이 신라로 가서 가야금을 만든 이야기가 전해져 오는데 그 가야금이 아름다운 소리를 내도록 오동나무로 공명관을 만들었다고 한다. 오동나무로 만든 가야금은 애절한 소리로 듣는 이에게 애수와 정한을 심어주고, 거문고는 둔탁하지 않으면서도 유장한 소리를 낸다.성인 얼굴을 가릴 수 있을 만큼 큰 오동나무잎은 토란잎과 함께 임시 우산 대용으로 사용하기도 했는데, 요즘 같은 장마철 비가 오락가락할 때 갑자기 맞이한 빗줄기를 피하는 데 아주 적격이었다. 무성하고 넓적한 오동나무잎 위로 투두둑거리며 장맛비가 떨어지면 빗소리는 더 시원하고 정감 있는 소리로 들려온다. 옛 어른들은 재래식 화장실에 오동잎 몇 장을 놔두어 벌레와 악취 제거에 이용하기도 했다. 오동나무는 잎이 바람에 스쳐 떨어지는 풍경으로 가을을 대표하는 나무이기도 하다. 자잘한 잎들이 우수수 흩날리며 떨어지는 일반 낙엽들과 달리 커다란 잎새가 허무하게 툭 떨어지는 오동잎을 보면 아무래도 가을을 연상하게 된다.옛 문헌에는 관청이나 서원에 있는 오동나무를 함부로 베었다가 관리가 파직 등 중징계를 받은 기록이 눈에 띈다. 조선 명종 15년 영천군수 심의검이 거문고를 만들려고 향교에 있는 오동나무를 베었다가 벼슬에서 쫓겨났고, 현종 11년에는 남포현감 최양필이 향교의 오동나무를 베었다가 파직당한 기록이 있다. 이순신 장군의 청렴함을 엿볼 수 있는 일화도 있다. 이순신 장군이 발포 만호로 재임 시 전라좌수사 성박이 거문고를 만들기 위해 발포 진영 뜰에 있는 오동나무를 베어오라고 했으나 뜰의 오동나무도 나라의 재산이라며 단호히 거절했고 이순신 장군은 이 일이 빌미가 되어 파직되었다고 한다. 한방에서는 줄기와 껍질을 사용한다. 생약명은 동피 또는 백동피라 불리며 종기나 타박상, 피부염을 비롯해 여러 가지 증상의 치료에 사용했다./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홍보실장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홍보실장

2019-06-30 조성미

[조성미의 나무이야기]'아까시나무' 그 이름 제대로 불러줘야

진짜 '아카시아'는 열대지방에 사는 나무'닮아서 학명 붙인것 뿐' 처음부터 잘못 불려황폐한 땅에서 잘자라 조림용으로 많이 심어꽃은 떡·술 재료… 목재는 강도높아 '고급'계절의 여왕 5월이다. 봄이 무르익어 온 천지가 연두에서 초록 사이 농밀한 색채를 뿜어대는 신록으로 더할 나위 없는 눈 호강을 하게 된다. 여기에 은은하고 향긋한 꽃향기까지 더해져 산과 들에 향연처럼 가득 펼쳐지면 저절로 동요 '과수원 길'에 나오는 '아카시아 꽃'을 연상하게 된다. 우리가 흔히 부르는 아카시아의 정확한 이름은 아까시나무이다. 진짜 아카시아는 아프리카나 호주의 사막 같은 열대지방에 사는 나무로 온대기후인 우리나라에는 살 수 없다. 아프리카에서 기린이 목을 길게 빼고 단골로 뜯어먹는 나무로 키가 크고 억센 가시가 많으며 꽃도 황금색이다.아까시나무의 잎이 아카시아나무와 닮았다고 해서 학명에 acacia가 붙은 것뿐인데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올 때 잘못 불리고 이것이 그대로 굳어져 아카시아라고 불리게 된 것이다. 아까시나무의 학명에는 가짜 아카시아라고 해서 'pseudo' 즉 가짜라는 라틴어 접두사가 붙어 있으며, 영어 이름도 'False acacia' 역시 가짜 아카시아라는 뜻이다. 아까시나무가 잘못된 이름으로 불린다는 사실을 안 이창복 박사가 1966년 이 나무의 가시에 착안해 아까시나무로 부르자고 했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아카시아로 부르고 있다.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 아까시나무는 일본인의 손을 통해 1891년 중국을 거쳐 인천으로 들어왔다. 아까시나무는 메마르고 황폐한 땅에서도 잘 자라며 생장속도도 굉장히 빨라서 과거 치산녹화사업을 통해 전국에 조림과 사방사업용으로 많이 심은 것이 널리 퍼져 지금에 이르고 있다. 특히 어떤 식물도 살기 어려운 황폐한 산에 뿌리내리고 자리 잡아 다른 나무들이 잘 자랄 수 있게 만들어주었는데 이는 뿌리에 공중의 질소를 고정하는 뿌리혹박테리아가 있어 척박한 땅을 비옥하게 했으며 농촌에 연료와 퇴비를 공급하는데도 유용했다. 또한 아까시나무에서 채취한 꿀이 전체 생산량의 70%를 넘게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국내 최대의 밀원수(蜜源樹)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까시나무는 때로는 쓸모없는 나무로 인식되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다. 소나무 등 토종 수종의 생장을 방해하고 왕성한 생명력으로 인해 생태계 교란을 염려하게 했다. 더더욱 용서할 수 없는 것은 소중히 여기고 관리하고 있는 조상님들의 산소에 뿌리가 파고들어 제거해야 하는 나무가 되기도 했다. 또 일제가 우리 산을 망치려고 일부러 심었다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아까시나무를 심은 것은 그 당시 황폐한 민둥산이었던 우리나라 산의 상태에서는 최상의 선택이었다. 사실 아까시나무는 그대로 내버려두면 더 이상 맹아를 번식하지 않으며 수명도 기껏해야 100년 정도이고, 햇볕을 아주 좋아하는 극양수라서 다른 나무가 숲을 이룬 곳은 침범하지 못하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아까시나무는 콩과에 속하는 잎이지는 넓은잎 큰키나무이다. 다 자라면 키가 25m까지 큰다. 5∼6월에 흰색으로 피는 꽃은 개화기간은 약 10일 정도이며 여러 개의 꽃이 꽃대에 모여 포도송이처럼 주렁주렁 달린다. 잎은 깃모양의 겹잎이고 어긋나기로 달리며, 9∼19개 달리는 작은 잎은 타원형 또는 달걀 모양으로 양면에 털이 없고 가장자리는 밋밋하다. 아까시나무의 가장 큰 특징인 가시는 잎자루 쪽에 1쌍씩 달리는데 잎을 구성하는 것 중 하나인 턱잎이 변해서 생긴 것으로 어느 정도 큰 나무가 되면 없어지고 더는 생기지 않아 방어용 무기로 어린 가지나 줄기에 나타난다고 보면 된다. 9∼10월에 갈색으로 열리는 열매는 콩과 식물이라 꼬투리 모양인데 속에는 흑갈색의 콩팥 모양 씨가 들어 있으며 겨우내 달려 있기도 하고 간혹 이듬해 봄에 꽃이 필 때까지 달려있기도 한다.아까시나무의 꽃은 날것으로 먹기도 하고 떡과 술로 만들어 먹는다. 잎은 나물로 먹고 이뇨작용이 뛰어나 신장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까시나무는 건조가 까다롭기는 하지만 아주 좋은 목재이다. 색상과 무늬가 아름답고 뒤틀림이 거의 없으며, 강도도 높은 데다 방부효과까지 뛰어나 가공기술이 개발되면서 고급 목재의 반열에 오르게 됐다./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홍보실장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홍보실장

2019-05-12 조성미

[조성미의 나무이야기]역사의 암흑기 시련을 함께 한 한반도 고유종 미선나무

3·1운동과 임정 수립 100주년우리나라에만 자생 고유식물미선나무, 관심 높아져 재조명학계에 처음 보고된 지 올해로 100년을 맞이했기 때문봄은 쉬이 오지 않는가 보다. 갑자기 찾아온 꽃샘추위로 인해 겨울의 그림자가 채 가시기도 전인 이른 봄 척박한 돌밭에서 단아한 흰색의 꽃을 피우는 미선나무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더 큰 희망과 의지를 갖고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온 우리 민족의 모습과 너무나 닮아있다. 올해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우리나라에만 자생하는 고유식물인 미선나무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재조명되고 있는데, 미선나무도 학계에 처음 보고된 지 올해로 100년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한 세기 동안 민족과 운명을 같이하며 역사의 암흑기를 이겨낸 한반도 특산식물 미선나무는 한국을 대표하는 나무이다.미선나무는 한국 식물학의 개척자인 정태현 박사에 의해 1917년 충북 진천 용정리에서 자생지가 발견되었고, 1919년 일본인 나카이 다케노신 박사에 의해 학계에 처음 보고되면서 한반도를 대표하는 특산식물로 전 세계에 알려졌다. 우리나라 나무 이름을 가장 많이 붙인 나카이 박사는 조선총독부의 지원 아래 한반도 전역의 식물에 대한 조사, 연구를 시행해 왔다. 미선나무와 개나리를 비롯한 327종의 학명에 '나카이'라는 이름이 들어가 있어 우리가 접하는 나무 이름에는 일제의 흔적이 지워지지 않고 아직도 남아 있다. 학계에 보고될 당시 미선나무는 일본 이름인 '부채나무'로 소개되었다. 미선(尾扇)이라는 이름은 대나무 줄기를 잘게 쪼개어 둥글게 펴고 실로 엮은 뒤 종이로 앞뒤를 바른 둥그스름한 모양의 부채로 미선나무 열매의 모양이 이 부채와 닮았다 해서 붙인 이름이다. 미선은 옛날이야기 속 왕이나 옥황상제 옆에서 시녀가 들고 있는 하트모양의 부채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중국에서는 둥근 부채 같은 나무를 의미하는 '단선목(團扇木)'이라 부르며, 서양에서는 미선나무를 하얀 개나리를 뜻하는 '화이트 포르시시아(White Forsythia)'로 부른다.미선나무는 물푸레나뭇과의 낙엽이 지는 관목이다. 물푸레나뭇과에 속하지만 미선나무속에는 이 나무만 존재하는 1속 1종 식물로 그 어느 나라에도 없고 오직 우리나라에서만 자라는 아주 귀한 나무이다. 그 희귀성과 식물분류 및 분포학적인 가치가 높게 평가되어 전국의 자생지들은 천연기념물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 충북 괴산과 영동, 전북 부안 변산반도 등 5곳에 있는 자생지는 모두 깊은 산속이 아니라 마을 가까운 산자락에 위치해 있다. 이 때문에 사람의 손을 쉽게 타서 수난을 당해 왔다. 특히 최초로 발견되어 천연기념물 14호로 지정되었던 진천의 자생지는 무단채취로 인해 훼손되어 1969년 천연기념물에서 해제되고 말았다. 미선나무는 볕이 잘 드는 산기슭에서 자란다. 다 자란 나무의 높이는 1∼1.5m 정도로 옆으로 가지를 많이 만들며 퍼진다. 가지는 끝이 아래로 처지며 자줏빛이 도는 반면 새로 난 어린 가지는 둥글지 않고 네모난 것이 특징이다. 3월에 피는 꽃은 그 어느 꽃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화사하고 아름답다. 꽃 모양은 개나리를 닮았지만 꽃이 좀 작고 하얀색이며 개나리보다 더 일찍 개화한다. 줄기를 타고 수북하게 피어나는 꽃은 일정한 간격으로 층을 이루며 한 자리에 서너 개에서 십여 개의 꽃들이 모여 달린다. 미선나무 꽃은 향이 없는 개나리와는 달리 지나가는 사람의 발길을 붙잡을 만큼 매우 달콤하고 좋은 향기가 난다.꽃이 먼저 피고 난 후에 나오는 잎은 가지 양쪽에 마주 보며 달리는데 끝이 뾰족하고 밑부분은 둥글며 가장자리는 밋밋하다. 미선나무는 꽃도 아름답지만 꽃이 지고 난 뒤 맺히는 열매는 더욱 매력적이다. 9월쯤 익는 얇고 납작한 열매는 가운데 두 개의 종자가 들어있고 둘레 부분이 얇은 날개 역할을 해 바람을 타고 날아갈 수도 있게 만들어졌다. 미선나무는 꽃이나 꽃받침의 색, 열매의 모양에 따라 구분해 부르기도 한다. 분홍꽃이 달리면 분홍미선나무, 상아색 꽃이 피면 상아미선나무, 꽃받침의 빛깔이 푸른 것은 푸른미선나무, 열매 끝이 오목하지 않고 둥근 것은 둥근미선나무로 부른다. 최근에 각종 연구에서 미선나무 추출물이 미백과 주름 개선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져 화장품과 비누, 탈모방지샴푸 등에 사용되고 있다./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홍보실장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홍보실장

2019-03-17 조성미

[조성미의 나무이야기]번영과 풍요를 상징하는 모감주나무

지난해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핫이슈 중 첫 번째는 세 차례 열린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판문점에서 개최된 정상회담에서는 소나무를 기념식수했으며, 평양에서 개최된 정상회담에서는 백화원 영빈관 앞에 남한에서 가져간 10년생 모감주나무를 심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선택한 모감주나무의 꽃말은 '자유로운 마음' 나무말은 '번영'이다. 번영과 풍요를 상징하는 모감주나무가 무럭무럭 자라 꽃을 피우고 결실을 맺듯이 남과 북이 자유롭게 왕래하는 통일의 그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모감주나무는 불교와 아주 인연이 깊은 나무이다. 가을에 꽈리같이 생긴 열매가 벌어지고 3개의 까만 씨가 달리는 모감주나무는 이 씨로 염주를 만들어 염주나무라고도 불렸다. 검은빛을 띠는 콩알만 한 크기의 씨는 만지면 만질수록 더욱 윤기가 나고 돌처럼 단단해지기 때문에 큰스님들의 염주에 주로 사용될 만큼 귀한 대접을 받았다. 모감주나무 씨를 금강자(金剛子)라고도 하는데 금강석같이 단단하고 변치 않는 특성을 지녀 불가에서 도를 깨우치고 모든 번뇌를 깨뜨릴 수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모감주나무라는 이름의 유래는 옛날 중국 선종의 중심 사찰인 영은사 주지의 법명이 '묘감'이었고, '묘각'은 불교에서 보살이 완전한 깨달음을 얻은 경지에 도달한 상태를 나타내는 말인데 여기에 구슬 '주(珠)'를 붙여 '묘감주나무'와 '묘각주나무'로 불리다가 모감주나무가 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와 중국에서는 학식과 덕망이 높은 선비가 죽으면 무덤가에 모감주나무를 심어 선비의 기개를 기렸다고 해서 양반나무로도 불렸다.모감주나무의 꽃은 봄이 아닌 6∼7월경에 피는데 짙푸른 녹음을 배경으로 하늘을 향해 곧추선 긴 꽃대에 꽃이 촘촘히 피어나 화려하고 아름다운 황금빛을 자랑한다. 이 꽃이 가지에 달려 있을 때에는 황금빛 빗방울 같고, 지면서 나무 아래에 쌓인 꽃은 마치 황금비가 내린 듯하다. 그래서 모감주나무는 영어로 골든 레인 트리(Golden rain tree)이다. 이름 그대로 황금빛 비가 내리는 나무이다. 우리나라에도 장마를 예보하는 나무로 예로부터 모감주나무 꽃이 피면 장마가 든다는 속설이 전해져 오고 있다.모감주나무 꽃잎은 4개로 선상 긴 타원형이며 모여 있다가 뒤로 젖혀져 그 안쪽이 붉은색으로 변하는데 손톱에 남은 봉숭아물처럼 그 모습 또한 예쁘다. 잎은 짙은 녹색으로 어긋나게 달리는데 1회 깃꼴겹잎으로 작은 잎은 달걀모양이고 끝은 뾰족하고 가장자리에 둔한 톱니가 불규칙하게 있으며 가장자리는 깊이 패어 들어간 모양이다. 모감주나무는 무환자나무과에 속하는 낙엽이 지는 넓은 잎 작은 키 나무로 우리나라 중부 이남과 중국, 일본의 해안가 산지와 양지바른 바닷가에서 군락을 이루며 자란다. 모감주나무의 원산지가 중국이라는 논란이 있었지만 자생하는 곳을 볼 때 한반도를 중심으로 동아시아 원산인 고유 식물종으로 보고 있다. 포항 동해면 발산리, 완도 대문리나 태안 안면도 등의 모감주나무 군락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으며, 경북 안동 송천동의 모감주나무는 나이가 360년 정도로 우리나라에서 최고령이며 높이 11m, 줄기둘레 1.5m로 가장 커 경북기념물 50호로 지정되어 있다.모감주나무의 꽃과 잎은 염료로 사용했고, 종자는 열을 내리고 가래를 제거하며 음식을 먹고 체한 것을 낫게 해주는 효능이 있다. 한방에서는 꽃을 따 그늘에 말려두었다가 눈병이나 간염, 장염 등을 치료할 때 약재로 이용했다. 그러나 평소에 맥이 약하거나 설사를 자주 하는 사람은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좋다.모감주나무는 활용 가치가 높아 주목할만한 나무다. 피는 꽃이 적은 7월경에 꽃이 피고 꽃피는 기간도 길기 때문에 정원이나 공원에도 많이 심고, 특히 공해에 강하고 척박한 곳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에 도심의 가로수로도 심기 시작했다. 중국 베이징에도 가로수로 심어 유명세를 타는 곳이 있다. 그뿐 아니라 모감주나무는 꿀 생산이 많아 밀원식물로도 아주 좋다./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홍보실장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홍보실장

2019-01-20 조성미

[조성미의 나무이야기]크리스마스의 설렘과 희망을 전하는 호랑가시나무

거리에는 벌써 크리스마스트리가 불을 밝히기 시작하며 연말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다. 구세군 자선냄비 시종식이 시작되고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사랑의 온도탑 제막식도 열리고 있어 따뜻한 마음을 담아 나눔에 동참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분위기를 띄울 리스나 장식용으로 널리 쓰이고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심벌인 사랑의 열매로도 알려진 호랑가시나무가 특히나 더 눈에 띄는 때이다. 뾰족한 가시가 돋친 진녹색 잎과 빨강 열매로 따스한 촛불과 함께 크리스마스카드를 장식해 연말연시의 설렘과 희망을 전하는 호랑가시나무는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나무이다. 호랑가시나무가 서양의 가장 큰 축제인 크리스마스에 등장하는 데는 사연이 있다. 예수가 가시면류관을 쓰고 골고다 언덕을 올라가고 있을 때 지빠귀과의 티티새인 로빈이 예수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부리로 머리에 박힌 가시를 뽑아내려다 그 가시에 찔려 로빈도 붉은 피로 물든 채 죽고 말았다. 예수를 위해 자신의 몸을 던진 로빈이 가장 좋아하는 열매가 호랑가시나무였기에 이를 귀하게 여기게 되었으며, 이때부터 호랑가시나무의 날카로운 가시는 예수의 면류관을, 빨간 열매는 예수의 핏방울을 상징하게 되어 아기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크리스마스에는 예수의 고난과 영광을 함께 생각할 수 있는 호랑가시나무로 장식하게 되었다고 한다.로마에서도 12월 동짓날 즈음에 농경신을 위한 축제를 열었는데 선물을 보낼 때 호랑가시나무로 장식해 존경과 사랑을 전하는 풍속이 있었고, 집안에 이 나무를 심으면 재앙이 사라지고 기쁜 일이 생기며 마구간에 이 나무를 걸어두면 가축이 병에 걸리지 않고 잘 자란다고 믿기도 했다. 영국의 작가 조앤 롤링이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주인공 해리 포터의 마법지팡이로 호랑가시나무를 사용한 것도 이러한 신성한 능력을 믿어온 풍습에 영향을 받았을 것 같다.우리나라에서도 호랑가시나무를 신성하게 여기기는 마찬가지였다. 음력 2월 4일 영등날, 호랑가시나무의 가지를 꺾어다가 정어리 머리를 꿰어 처마 끝에다 매달아 놓았다. 정어리의 눈으로 귀신을 보고 호랑가시나무의 가시로 귀신의 눈을 찔러 집안에 해악을 끼치는 잡귀를 물리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호랑가시나무는 뾰족한 가시가 있는 잎 때문에 여러 가지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특히 호랑이와 관련된 것들이 많다. 호랑이가 등이 가려울 때 호랑가시나무 잎의 날카로운 가시를 이용해 등을 긁었다고 해서 호랑이등긁기나무, 가시가 호랑이 발톱처럼 무서워 호랑이발톱나무라고도 하며, 가시가 너무 억세고 단단해서 호랑이도 무서워하는 가시를 가진 나무라는 뜻도 있다. 영어이름은 성스러운 나무라는 뜻의 Hollywood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할리우드도 이 나무에서 따온 지명이다. 중국에서는 호랑가시나무의 가시가 늙은 호랑이의 발톱과 같다고 해서 노호자(老虎刺), 이와 반대로 어린 고양이의 발톱을 닮았다고 해서 묘아자(猫兒刺)라 부르기도 한다. 이외에 나무줄기가 개의 뼈를 닮았다고 해서 '구골(狗骨)이라 부르기도 한다. 호랑가시나무는 감탕나무과에 속하는 늘푸른떨기나무다. 전북 변산반도 이남지역과 제주도에 분포하며 해변 가까이에 있는 낮은 산의 양지쪽 기슭이나 하천변에서 자란다. 높이 2∼3m까지 자라고 나무 밑동에서부터 가지가 많이 나서 빽빽하게 수관을 형성한다. 잎은 가지에 어긋나게 달리는데 짙은 녹색으로 두꺼우며 윤기가 있다. 잎은 타원 꼴에 가까운 육각형 모양이며 각 모서리에 예리한 가시가 달려 있다. 우윳빛이 도는 꽃은 4·5월에 피는데 잔가지의 잎겨드랑이에 달리며 진한 향기가 있다. 9, 10월에 붉은 색으로 열리는 열매는 둥글고 지름이 1㎝ 정도로 열매 속에는 종자가 4개씩 들어있다.호랑가시나무는 탁월한 효능을 가진 약초로 다양하게 쓰여 왔다. 고혈압과 관절염, 골절, 골다공증 등의 치료에 효과가 크다. 잎과 수피에는 카페인과 사포닌 등 여러 성분이 들어 있는데 잎은 달여서, 수피는 술로 담가서 복용했다. 열매와 뿌리도 약으로 사용한다./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서울인천경기 본부장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서울인천경기 본부장

2018-12-02 조성미

[조성미의 나무이야기]신화부터 호패까지 우리 민족 역사에 살아 숨쉬는 박달나무

박달이란 우리말 이름의 어원부터가 배달, 백달에서 유래되었으며 배달겨례와도 뜻이 통해우리 민족의 정기를 나타냈다지난 10월 3일은 우리 민족의 시조인 단군이 최초의 국가인 고조선을 건국한 것을 기념하는 개천절이었다. 개천절은 유구한 역사를 가진 우리 민족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고취시킨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는 날이다. 단군신화는 기록된 책의 내용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하늘을 다스리는 환인의 아들인 환웅이 인간세상을 편안하게 해주기 위해 하늘나라에서 3천명의 무리를 이끌고 태백산 신단수 아래로 내려오면서부터 시작된다. 그곳에 신시를 만들어 다스렸는데 신단수는 환웅이 처음 내려온 곳에 있었던 신성한 나무이다. 이 개국신화에 나오는 '단군(檀君)'과 '신단수(神檀樹)' 모두 박달나무 '단(檀)'자를 쓰고 있다. 그래서 대부분 이 나무가 박달나무라고 추측하고 있지만 일부 학자들 사이에서 신단수가 과연 박달나무가 맞는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기도 하다.박달나무는 여러 고서에 기록이 남아있다. 중국의 진서(晉書)에는 박달나무로 만든 활 '단궁'이 기록되어 있는데 단궁은 지금의 강원도와 경북지방에 위치한 소국인 동예의 특산물로 고구려의 맥궁과 더불어 우리나라 전통 활의 시초라고 할 수 있다. 고려 충렬왕 때 쓰인 이승휴의 '제왕운기'에는 환웅이 강림한 태백산 신단수에 대한 내용이 들어있는데 중국 기록을 옮긴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박달이란 우리말 이름의 어원부터가 배달(倍達), 백달(白達)에서 유래되었으며 배달겨레와도 뜻이 통해 우리 민족의 정기를 나타냈다. 중국명은 초유(楚楡)라 하는데 회초리에 사용되는 단단한 나무라는 뜻이며, 일본에서는 이 나무를 찍으면 도끼가 부러진다 하여 오노오레(斧折)라고 이름 붙여져 있다.박달나무는 한민족의 희노애락이 담긴 나무이다. 건국신화에서부터 다양한 쓰임새로 인해 우리 조상들의 생활에 깊숙하게 자리 잡고 있는 나무이기도 했다. 박달나무는 비중이 1에 가까워서 마른 나무도 물에 가라앉을 만큼 재질이 매우 무겁고 단단하며 조직이 치밀하기 때문에 농사를 짓거나 실생활에 꼭 필요한 도구를 만드는데 쓰이는 없어서는 안 될 나무였다. 농사의 필수품이던 쟁기, 디딜방아의 방아공이를 만들고, 항상 무명옷을 깨끗하게 빨아서 풀을 먹여 입던 우리 민족이 늘 옆에 두었던 다듬이 판과 방망이, 그리고 홍두깨까지 박달나무로 만들어 이용해 왔다. 조선시대 16세 이상 남자들의 신분증명서인 호패, 여인네들의 미모를 가꾸던 얼레빗이나 절편에 무늬를 찍는 떡살, 함지박 같은 목기류, 윷놀이에 쓰는 윷도 박달나무가 으뜸이었다. 포졸이 들고 다니던 육모방망이로도 쓰였는데 도둑을 잡기도, 죄를 지은 사람들에게 매질하여 죗값을 철저히 치르게도 했지만 때로는 서슬 퍼런 권력의 과시와 수탈을 위한 수단으로도 이용돼 민초들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했다.박달나무는 자작나무나 거제수나무처럼 곡우에 나무줄기에 상처를 내어 수액을 받아 마신다. 이는 한 신라 화랑이 수련 중에 물을 찾아 뛰어 가다가 박달나무에 걸려 넘어지면서 나무가 부러졌는데 거기서 흘러나온 물을 먹고 갈증을 해결했다는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박달나무는 자작나무과의 잎이 지는 넓은잎 큰키나무이다. 한반도와 일본, 중국, 러시아 극동지방에 분포하며 주로 깊은 산에서 군락을 지어 자란다. 높이 30m, 지름 1m까지 자라기도 하지만 목재로 워낙 다양하게 쓰여 왔기에 거의 벌채되어 큰 나무는 보기 쉽지 않다.잎은 끝이 점점 뾰족해지는 달걀모양으로 가장자리에 불규칙하고 날카로운 잔 톱니가 있으며, 가지에 어긋나게 달리는데 가을에 노랗게 물든다. 5,6월에 피는 꽃은 암꽃과 수꽃이 한 나무에 달리며 수꽃꽃차례는 밑으로 처지고 암꽃꽃차례는 곧게 선다. 9월에 열리는 타원형 열매는 작고 두꺼운 껍질에 쌓여 있다.남쪽까지 단풍이 내려앉았다. 쾌청한 하늘 아래 가을이 한층 더 깊어지고 있다. 아름다운 단풍과 함께 가을 정취를 만끽하는 행복한 설렘의 시간을 즐길 수 있는 것도 얼마 남지 않았다. 더 늦기 전에 박달나무의 노란 단풍과 붉은 가을 손님의 고운 자태를 함께 하는 것은 어떨까?/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서울인천경기 본부장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서울인천경기 본부장

2018-10-14 조성미

[조성미의 나무이야기]마을의 안녕과 평화를 지켜온 수호목 '팽나무'

높이 20m, 지름 1m까지 자라고넓게 퍼진 가지에는 잔털이 있다어린잎은 재 푼 물에 데쳐 무쳐먹어목재는 단단해 건축·가구재 사용 통째로 파서 나룻배로 만들기도낮에는 폭염이, 밤에는 열대야로 끝이 보이지 않던 올여름 더위도 잠시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 폭염의 기세는 좀 꺾여 수그러들기는 했으나 오늘부터는 기온이 다시 올라 여전히 더울 것으로 기상청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기상관측사상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며 더워도 너무 더운 요즘 마을 어귀에서 시원한 그늘로 너른 품을 내주어 편히 쉴 수 있게 해주는 팽나무가 그리운 계절이다.팽나무라는 이름은 열매 때문에 생겼다. 열매를 작은 대나무 대롱에 넣고 대나무 꼬챙이를 꽂아 공기의 압축을 이용해 탁 치면 팽하고 날아가는 것을 '팽총'이라 하는데 팽총의 총알인 '팽'이 열리는 나무라 하여 팽나무라는 이름이 붙었다. 지역에 따라 달주나무, 매태나무, 평나무 등으로 조금씩 다르게 부르기도 한다. 제주에서는 '폭낭'이라고 부르며 마을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로 여기는데, 마을 중앙에 버티고 선 팽나무는 그 아래 돌이나 시멘트로 평평하게 대를 만들어 휴식공간으로 이용했다. 영어로는 재패니즈 핵베리(Japanese hackberry), 슈거 베리(Sugar berry)로 부르며, 속명인 켈티스(Celtis)는 '단맛을 가진 열매'를 나타내는 라틴어에서 온 것이다. 실제로 팽나무의 잘 익은 열매는 달콤해서 먹을 게 없던 시절 배고픈 아이들의 좋은 간식거리였으며 새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한자로는 박수(朴樹), 박유(樸楡) 등으로 쓰는데 한의학에서 팽나무의 껍질을 강조한 이름이다.팽나무는 느릅나무과의 낙엽활엽교목으로 한국, 중국과 일본에 분포하며 전국 어디에서나 잘 자란다. 땅이 평탄하고 깊은 곳을 좋아하며 상당히 습한 곳에서도 잘 견디는데 특히 해풍에도 강한 편이다. 느티나무와 서식지가 겹치기도 하지만 팽나무는 정자목, 당산나무로 인가 근처 평지나 포구 등에서 자주 만날 수 있다. 산림청에서 보호수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는 팽나무는 1천300여 그루로 세 번째로 많은데 주로 전남과 경남, 제주에 있다.천연기념물 400호인 경북 예천 금남리의 팽나무는 마을 어귀에 있지 않고 논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 이 팽나무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땅을 소유한 나무인데, 마을 사람들이 풍년제를 지내기 위해 쌀을 모아 공동재산을 마련하면서 훗날 재산다툼을 피하려고 이 당산나무 앞으로 등기를 냈다. 이 나무의 이름은 황목근(黃木根)으로 성이 황씨인 이유는 팽나무의 꽃이 황색이기 때문이며, 이름인 목근은 '근본 있는 나무'라 붙여진 것이다. 이 팽나무는 땅을 소유하고 있으니 세금도 내고 있다.팽나무는 높이 20m, 지름 1m까지 자라고 가지가 넓게 퍼진다. 수피는 어릴 때는 회갈색을 띠지만 커갈수록 짙은 회색이 되며, 가지에 잔털이 있다. 잎은 어긋나게 달리는데 달걀형이나 긴 타원형이며 윗부분에만 톱니가 있다. 꽃은 5월에 새로 자란 가지 밑 부분에 우산모양 꽃차례로 달리는데 꽃잎도 없이 아주 작게 피므로 제대로 구경하기 힘들다. 10월에 등황색의 콩알만 한 열매가 달리는데, 기름을 짜 먹기도 한다. 어린잎은 나물로 무쳐먹기도 하는데 반드시 재를 푼 물에 데쳐서 우려내야 한다.목재는 단단하여 잘 갈라지지 않으므로 건축재나 기구재로 썼다. 큰 나무를 통째로 파서 '마상이' 또는 '마상'이라고 하는 나룻배, 물을 대량으로 퍼 올릴 때 쓰는 용두레를 만드는데 이용했으며 도마의 재료로도 좋은 나무이다./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서울인천경기 본부장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서울인천경기 본부장

2018-08-19 조성미

[조성미의 나무이야기]다양한 이야기와 전통 문화가 깃든 느티나무

부러진 영통의 500여년 넘은 보호수정조대왕이 수원화성을 축조할 때가지를 잘라 서까래를 만들었고 나라에 큰 어려움이 닥칠 무렵이면 구렁이 울음소리 냈다는 영험한 나무한여름, 강렬하게 내리쬐는 뜨거운 태양을 피해 시원한 그늘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이럴 때면 초록빛 숲의 바다로 들어가 숲의 향기를 들이 마시면 청량한 바람 속에서 몸과 마음의 평온을 찾고 다시금 재충전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고향마을 어귀에 자리 잡고 서서 큼지막한 가지들로 짙은 그늘을 드리워주는 느티나무는 특히 여름에 사랑받는 나무이다. 느티나무는 수명이 길고 아주 크게 자라기 때문에 예부터 우리 조상들이 각지에 정자목이나 당산나무로 많이 심어 전국 어디서든 쉽게 만날 수 있는 나무다. 그래서 오랜 시간 우리 민족의 역사와 일상생활 속에서 매우 친숙하게 관계를 맺어온 나무로 희노애락을 함께 해왔으며, 수 백 년을 묵묵히 한 자리를 지켜왔기에 온갖 사연과 역사를 간직하고 있기도 하다. 우리 조상들은 당산나무를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과 같은 존재로서 신령이 깃든 신목(神木)으로 대접을 했다. 마을사람들의 건강과 무병장수는 물론 풍년을 기원하며 정성스럽게 제를 올렸다. 신성시했던 나무이기에 느티나무의 줄기나 잎을 꺾으면 그 마을에 재앙이 온다거나 나무에 해를 끼친 사람은 반드시 벌을 받는다고 믿고 보호해 왔다.느티나무는 전통 농경사회에서 한 해 농사의 풍흉을 점치는 나무이기도 했다. 봄에 잎이 나올 때 한꺼번에 많이 나오면 풍년, 그렇지 않으면 흉년이 든다고 여겼다고 한다.천연기념물로 보호되고 있는 느티나무는 19그루로 은행나무 다음으로 많지만 전국 곳곳에서 노거수로 보호되고 있는 나무는 느티나무가 5천400여 그루로 가장 많다. 경기도내 보호수 중 최다 수종 역시 느티나무다. 지난달 말에 정말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왔다. 수원 영통의 수령 500여 년 된 느티나무가 장맛비에 부러진 것이다. 이 나무는 조선 정조대왕이 수원화성을 축조할 때 가지를 잘라 서까래를 만들었고, 나라에 큰 어려움이 닥칠 무렵이면 구렁이 울음소리를 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영험한 나무로 대한민국 보호수 100선에 선정되기도 한 나무이기 때문에 그 아쉬움이 더욱 크다.느티나무는 느릅나무과에 속하는 잎이 지는 넓은 잎 큰키나무이다. 우리나라 평안남도 이남 전역에 분포하며 중국과 일본에도 자생하는 나무다. 다 자라면 나무의 높이가 30∼40m, 가슴높이 직경이 최대 3m에 이른다. 가지가 위와 옆으로 뻗어 위쪽이 넓고 둥근 모양을 갖게 된다. 잎은 끝이 뾰족한 타원형으로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4~5월에 피는 꽃은 암수한그루이며 수꽃은 햇가지 아래쪽에 암꽃은 햇가지 끝에 달리는데 꽃잎이 없어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에 아는 이가 드물다. 10월에 열리는 열매는 갈색의 콩팥모양이며, 수피는 회갈색으로 고목이 되면 코르크층이 발달해 용비늘처럼 독특하게 갈라져 떨어진다.느티나무 목재는 제일로 치는데 바로 흔히 말하는 괴목(槐木)이다. 색상과 무늬가 아름답고 재질이 단단하며 건조과정에서 트거나 갈라지는 일이 없어 건축재, 가구재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어 왔으며 불상을 조각하는데도 쓰였다. 신라의 천마총이나 가야 고분에서 출토된 관도 느티나무였으며 현재 남아 있는 고려시대 건축물 기둥의 55%가 느티나무로 나타났다.느티나무는 느릅나무류처럼 약재로 쓰이는 경우는 드물지만 어린잎을 삶아서 나물로 먹었으며, 봄에 어린잎을 살짝 말려 멥쌀가루, 팥과 섞은 후 시루에 쪄서 느티떡을 해먹었다./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서울인천경기 본부장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서울인천경기 본부장

2018-07-01 조성미

[조성미의 나무이야기]독특한 꽃과 풍성한 잎으로 사랑받는 칠엽수

꽃대 하나에 백에서 삼백 개 정도작은 유백색 꽃이 모여 있는데 한번 보면 기억에 남을 만큼 인상적꽃의 꿀샘이 깊어 꿀이 많아밀원식물로도 아주 인기가 많다밖으로 눈을 돌리면 온통 싱그러운 초록의 세상이다. 계절의 여왕 5월답게 녹색의 물결 위에 아름다운 꽃들이 우리 눈을 호강시켜준다. 길 가장자리에 새하얀 함박눈이 소복하게 쌓인 것처럼 탐스럽게 꽃을 활짝 피운 이팝나무, 사뿐히 나무에 내려앉은 나비의 화려한 날개 같은 산딸나무, 숨이 멎을 듯 한 향기로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아까시나무, 라일락 등 풍성한 꽃 잔치가 여기저기서 펼쳐지고 있다.그 중에서 하늘을 향해 곧게 선 눈부시게 화려한 꽃으로 멀리서도 단연코 돋보이는 나무가 있다. 바로 칠엽수(七葉樹)다. 세계적으로 은행나무, 플라타너스 등과 함께 가로수로 사랑받는 칠엽수는 1920년대 초에 일본에서 들어온 나무이다. 사실 우리에게 칠엽수는 프랑스 이름인 '마로니에'로 더 알려져 있으며, 영어명칭은 Horse chestnut이다. 프랑스 파리의 명소인 몽마르트언덕과 샹젤리제거리의 가로수인 마로니에는 발칸반도가 원산지인 '가시칠엽수'라는 나무이다.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것은 마로니에로 주한 네덜란드공사가 1912년 회갑을 맞은 고종을 위로하기 위해 선물로 보낸 것이다. 지금도 덕수궁 포덕문 앞에서 아름드리 거목으로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서 있다. 젊음의 거리인 서울의 대학로에는 낭만을 상징하는 마로니에 이름이 붙은 공원이 있는데, 옛 서울대 본관 앞에 있는 나무는 1928년 서울대학교의 전신인 경성제국대학 시절 일본인 교수가 심은 나무중 하나로 마로니에가 아니라 칠엽수다.칠엽수와 가시칠엽수는 생김새가 너무 비슷해 여간해서는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쭉쭉 뻗어 오른 뒤 사방으로 가지를 넓게 뻗는 것은 물론 잎의 형태도 별반 다를 게 없다. 이 두 나무의 결정적인 차이는 바로 열매에서 찾은 수 있다. 칠엽수는 열매에 가시가 없이 흔적만 남아 있고 잎의 뒷면에 적갈색 털이 있는 반면에 가시칠엽수는 열매 표면에 성게처럼 촘촘히 가시가 돋아나 있고 잎 뒷면에 거의 털이 없다.칠엽수는 칠엽수과의 낙엽활엽교목으로 중부 이남에서 가로수나 공원에 많이 심는다. 키가 삼십 미터까지 자라고 굵은 가지가 사방으로 뻗어 나무 모양을 둥글게 만들며 수피는 회갈색이다. 어렸을 때는 그늘에서도 잘 자라지만 커갈수록 햇빛을 좋아하며, 토심이 깊고 배수가 잘 되는 비옥한 땅에서 잘 자란다.칠엽수는 말 그대로 하나의 잎자루에 일곱 장의 잎사귀가 붙어있어 생긴 이름으로, 큼지막한 잎이 손바닥모양으로 다섯 장부터 아홉 장까지 붙어 있는데 대부분 일곱 장이기 때문이다. 잎은 가운데 잎이 이십에서 삼십 센티미터까지 크게 자라고 옆으로 가면서 점차 작아지는 모양을 하고 있으며, 가장자리에 둔한 톱니가 있다. 한여름 더위를 식혀줄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는데도 칠엽수만한 나무가 없으며, 바람결이 시원해지는 가을에는 노랗게 단풍이 들어 가을의 정취를 더욱 느끼게 해준다.5월에는 가지 끝마다 원뿔모양의 꽃이 모두 위로 달리는데 그 모양이 독특해 마치 소프트아이스크림을 꽂아 놓은 것처럼 보인다. 꽃대 하나에 백 개에서 삼백 개 정도의 작은 유백색 꽃이 모여 있는데 한 번 보면 기억에 남을 만큼 인상적이다. 꽃의 꿀샘이 깊어 꿀이 잔뜩 들어 있어서 밀원식물로도 아주 인기가 많다.가을에는 달리는 골프공만한 황갈색 열매는 밤처럼 생긴 적갈색 종자가 들어있는데 맛이 떫고 독성이 있어 함부로 먹어서는 안 된다./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서울인천경기 본부장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서울인천경기 본부장

2018-05-13 조성미

[조성미의 나무이야기]우아하고 청초한 꽃으로 봄을 대표하는 목련

유난히도 춥고 끝이 보이지 않던 겨울도 지나가고 여기저기서 봄꽃들이 다투어 피어나 꽃들의 향연이 시작되었다. 나무들이 저마다 봄을 맞이하는 채비를 할 때 하얗고 커다란 꽃봉오리를 구름처럼 터트리는 목련을 만날 수 있다. 우아하고 청초한 모습으로 우리의 발길을 멈추게 만드는 목련꽃은 봄을 대표하는 꽃이다.우리가 흔히 목련이라고 알고 있는 것은 백목련이다. 백목련은 자목련과 함께 100여 년 전에 중국에서 들어왔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목련은 제주도와 추자도에 분포한다. 가장 먼저 듬성듬성 꽃이 피는데 꽃잎이 여섯 내지 아홉 장으로 백목련의 여섯 장과 차이가 있으며, 꽃의 밑부분에 연한 홍색 줄이 있는 게 다르다. 함박꽃나무도 우리나라 자생종인데 산에 자라는 목련이라는 뜻에서 '산목련'이라고도 하며 우리나라 전역의 산에서 볼 수 있다. 함박꽃나무는 목련과 달리 잎이 나온 뒤 5월에 꽃이 피는데 향기가 매우 좋다. 북한의 국화로 목란(木蘭)이라고 부른다. 목련은 우리나라와 일본 등에 분포하는 넓은잎 큰키나무로 보통 높이 10미터까지 자라며, 20미터, 가슴높이 직경이 1미터까지도 큰다고 한다. 수피는 회백색으로 매끄러운 편이며, 가지에 어긋나게 달리는 잎은 넓은 달걀형으로 잎 끝이 거북이 꼬리마냥 뾰족한 것이 특징이다. 3, 4월에 피는 하얀 꽃은 잎보다 먼저 피고, 9, 10월에 익는 열매는 붉은색으로 닭벼슬 모양이다. 가지 끝에 달리는 손가락 마디만한 꽃눈은 많은 잔털에 덮여 있지만 겨울눈에는 털이 없다. 목련은 토심이 깊고 배수가 잘되는 습기 있는 땅에서 잘 자라며 해가 잘 들지 않는 음지에서도 생육에 문제는 없으나 꽃이 잘 피지 않는다. 목련(木蓮)은 '나무에 피는 연(蓮)'이라는 뜻이다. 이는 꽃 모양이 연꽃을 닮아서 붙인 이름인데, 이외에도 겨울눈이 붓을 닮아서 나무 붓이라는 뜻의 목필(木筆), 봄을 맞이한다는 뜻에서 영춘(迎春)으로도 불렸다. 대부분의 봄꽃들이 남쪽으로 해를 보고 피어나지만 목련의 꽃눈은 특이하게도 끝이 북쪽을 향하기 때문에 북향화(北向花)라 부르기도 한다. 이는 햇볕이 잘 드는 남쪽 면이 먼저 벌어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성장이 늦은 북쪽으로 기울어지면서 북쪽을 향하는 모습을 하고 있다. 목련의 꽃봉오리는 신이(辛夷)라고 해서 약 2천년 전부터 한약재로 사용해 왔는데, 꽃봉오리가 터지기 직전에 따서 그늘에 말렸다가 고혈압, 두통이나 축농증, 비염 등의 치료에 썼으며 특히 콧병에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목련꽃은 차로 마시기도 한다. 목련꽃차는 맑은 노란색으로 마셨을 때 입안 가득히 그윽한 향기가 퍼지고 따뜻한 물에 꽃의 결이 피어오르는 모습을 눈으로 즐기기에 좋은 차다. 목련꽃차는 성질이 따뜻하고 매운맛의 특성을 가지고 있어 여름철 찬 음식으로 불편해진 속을 다스리는데 좋다. 목련은 꽃이 피는 기간이 사나흘 정도로 매우 짧은 편이다. 우리 조상들은 목련의 꽃 피는 모양을 보고 그해 날씨와 풍흉을 예측하기도 했는데, 꽃피는 기간이 길었던 해는 풍년이 들고 피어 있는 꽃이 아래로 처져 있으면 비가 올 징조로 보았다. 여름 장마철 집안에 습기가 많고 나쁜 냄새가 날 때 목련장작으로 불을 때면 냄새가 없어지고 습기를 잡을 수 있었다. 목재로서도 조직이 치밀하고 재질은 연해서 상이나 칠기를 만드는 등 목공예 재료로 많이 쓰인다./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서울인천경기 본부장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서울인천경기 본부장

2018-03-25 조성미

[조성미의 나무이야기]그윽한 향과 아름다운 수형으로 사랑받는 향나무

끝이 보이지 않던 추위도 눈이 비로 바뀌고 얼음이 녹아 물이 된다는 우수가 지나면서 불어오는 바람에 제법 따뜻함이 배어있다. 남녘에서는 올해 첫 나무심기행사를 시작한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봄기운을 맞이하러 가까운 산사에라도 찾아가면 코끝에 스미는 그윽한 향을 느낄 수 있다. 불자들이 이루고자 하는 것을 부처님께 간절히 빌며 정성껏 피우는 향을 만드는데 쓰여 온 향나무는 소나무, 느티나무, 은행나무와 함께 가장 오랫동안 우리 민족과 함께 해온 우리의 나무라 할 수 있다. 우리 조상들은 향나무를 이 땅의 삶을 하늘에 까지 연결시켜주는 귀중한 나무라고 생각해 무척 소중히 여겨왔다. 궁궐이나 절, 정원 등에 으레 심었고 물을 맑게 한다고 믿어 우물가에 한그루씩은 심었다. 제를 올리는 곳이나 무덤을 지키는 나무로 또는 무덤가에 피워놓는 향불의 재료로 쓰기 위해서 많이 심어왔다.고려 말에서 조선 초에는 불교의식으로 강과 바다가 만나는 해안에 향나무를 묻어두는 매향(埋香)을 했다. 왜구의 약탈과 탐관오리의 학정에 시달리던 백성들은 미륵의 도래를 애타게 기다렸는데 그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향나무를 묻어 기원한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관원이 임금을 알현할 때 손에 쥐던 명패인 홀(笏)이 있었는데, 5품부터 9품까지의 벼슬아치들은 향나무로 만든 홀을 사용했기에 향나무를 홀목(笏木)이라고도 부른다. 향나무는 목재 자체에서 좋은 향(香)이 나 붙여진 이름인데, 잎과 수액에서도 독특한 향기가 난다. 향나무는 측백나무과에 속하는 늘푸른 바늘잎 큰키나무로 높이 20미터, 지름 2미터 이상도 크는 나무이다. 우리나라 북쪽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해발 800미터 이하에서 자라고 있으며 중국, 일본, 몽골 등에 분포한다. 울릉도가 향나무의 국내 최대 자생지이며 내륙에서는 자생지가 매우 드물고 일본 품종인 가이즈카 향나무를 조경수로 많이 심었다. 어릴 때는 생장이 느린 편으로 그늘에서도 잘 자라나 좀 크면 햇빛이 잘 드는 양지에서 잘 자란다. 건조한 곳에서도 생장이 괜찮으며, 땅이 깊은 사질양토를 좋아하나 어디서든 잘 자라는 편이다. 향나무의 수피는 어릴 때 적갈색이며 성장하면서 회갈색으로 바뀌는데 세로로 좁고 길게 갈라진다. 잎은 어린 가지에는 바늘잎이 마주 나거나 3개의 잎이 돌려나고, 7~8년생부터 비늘같이 부드러운 잎이 달린다. 4월에 피는 꽃은 황색의 긴 타원형인 수꽃과 둥글고 긴 모양의 암꽃이 지난해 가지 끝에 달린다. 열매는 구과로 검은색이며 모양은 구형 또는 편구형으로 이듬해 가을에 익는다. 향나무 씨앗은 발아억제물질이 있어 좀처럼 발아가 잘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익은 열매를 새가 따먹으면 위액에 의해 발아에 적합한 상태로 변해 싹이 잘 나게 되고 멀리까지 자손을 퍼트릴 수 있어 향나무로서는 일거양득이라 할 수 있다. 향나무는 무늬와 색이 아름답고 조직이 치밀하며 결이 곧고 윤이 나 목재로서의 가치도 아주 높다. 여기에 향까지 좋아 고급 가구재로 이용했고, 조각재는 물론 관이나 불상을 만드는데도 사용했다. 신라시대 불상으로 알려진 해인사의 비로자나불도 향나무로 만들었다. 향나무의 추출물은 여러 연구에서 비만과 당뇨, 암의 예방과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목질부 추출물은 피부주름의 개선효과와 항산화, 항노화 개선효과가 우수해 화장품 재료로도 사용되고 있다./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서울인천경기 본부장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서울인천경기 본부장

2018-02-25 조성미

[조성미의 나무이야기]최고급 바둑판을 만드는 비자나무

온통 회색빛 하늘로, 밝은 햇살을 보기 힘든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올 겨울 들어 더욱 강력해진 미세먼지는 국민들의 건강을 위협하며 경제적, 사회적으로도 막대한 피해를 끼치고 있다. 숲은 우리에게 다양한 혜택을 주고 있다. 요즘처럼 미세먼지가 이슈가 되었을 때는 특히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산소를 생산하고 미세먼지 등 오염물질을 흡수하는 대기정화기능이 주목받고 있다. 1㏊ 규모의 숲은 연간 오염물질 168㎏을 흡수하여 우리가 호흡하게 해주는 허파역할을 한다. 한겨울에도 짙푸른 생명력으로 감동을 주고 눈덮힌 숲속에서 고고한 지조를 지닌 채 서있어 우리에게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나무로 비자나무가 있다. 비자나무는 주목과의 늘 푸른 바늘잎 큰키나무로 높이 25m, 지름이 2m까지 자란다. 따뜻한 곳을 좋아해 우리나라 남부지방과 제주도, 일본 중남부 등지에 주로 분포하며, 내륙에서는 전북의 내장산과 백암산 지역이 북방한계선으로 볼 수 있다. 비자나무는 건조하고 척박한 곳을 매우 싫어하며 그늘에서도 잘 자라지만 느리게 자라기로 유명해 키는 1년에 1.5㎝ 정도, 지름은 100년이 지나야 겨우 20㎝ 정도 밖에 자라지 못해 나이테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나무의 형태는 곧고 긴 가지가 비스듬히 뻗어 위쪽이 타원형이 되며, 줄기는 어릴 때는 붉은 빛이 도는 회갈색을 띠지만 오래될수록 짙은 회갈색이 되며 세로로 깊게 갈라져 벗겨진다. 비자나무는 아무래도 깃처럼 배열된 반들반들한 잎이 특징이다. 잎의 길이는 2.5㎝정도로 가지를 가운데 두고 좌우로 약간 어긋나 꼬여서 달린 잎의 배열은 머리빗을 연상케 할 정도로 정연하며, 한문 비(非)자를 닮았다. 잎 표면은 짙은 녹색으로 끝이 단단하고 뾰족해서 만지면 따갑다. 비자나무라는 이름이 비(非)자를 닮아서 생긴 이름이라는 설도 있지만 중국명 비자(榧子)를 차용해서 쓴 이름이라고 한다. 4월에 피는 꽃은 꽃잎을 달고 있는 완전한 모양이 아니기에 눈에 잘 띄지 않으며 암꽃과 수꽃이 서로 다른 나무에 피는 암수딴그루이다. 수십㎞ 떨어진 곳에 홀로 서 있는 암나무도 바람이 맺어주는 인연으로 열매를 맺는다고 한다. 특이한 것은 봄에 꽃이 피고 꽃가루받이를 한 다음 작은 열매가 맺히는데 이 상태로 겨울을 난 다음 이듬해 봄에 다시 열매가 본격적으로 자라기 때문에 2년에 한 번씩 열매가 맺히는 것이다. 이 열매 속에 있는 씨앗을 비자라고 한다. 우리 선조들은 비자나무를 여러 용도로 사용했다. 열매는 약제 또는 기름을 짜서 활용했는데 '동의보감'에서는 구충제로 처방했고 '임헌경제지'에는 '씨를 살짝 볶아 약과나 두부를 부치면 향기와 맛이 좋다'고 했다. 비자나무는 다양한 쓰임새 때문에 고려와 조선에 걸쳐 주요한 진상품이었다. 목재는 재질이 치밀해 단단하면서도 탄력이 있고 결이 고와 관재나 가구, 특히 바둑판 등의 고급 재료로 쓰였다. 비자나무 바둑판은 금빛 색상과 은은한 향기, 바둑을 둘 때 반상에서 은은한 종소리가 난다고 해서 최고로 꼽히기에 바둑애호가들에게는 로망이다. 비자 열매는 차나 한약재 형태로 꾸준히 제품화 되고 있다. 특히 피부주름과 탄력개선 효과가 입증이 돼서 화장품 원료로 각광을 받고 있으며, 항산화효능이 강해 혈중의 중성지방을 낮춰줘 지질대사를 개선시킨다고 밝혀지기도 했다./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서울인천경기 본부장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서울인천경기 본부장

2018-01-21 김영박

[조성미의 나무이야기]1988년 서울올림픽 상징 나무인 구상나무

지난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 대형 크리스마스트리 점등식 행사가 열렸고, 국내 한 백화점에도 눈 내린 마을의 행복한 풍경이 연상되는 높이 8m의 대형 구상나무 크리스마스트리를 설치하는 등 연말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전 세계적으로 어둠속에서 따뜻하게 세상을 밝히는 멋진 크리스마스트리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나무가 바로 구상나무다. 한국전나무(Korean Fir)로 불리고 있는 구상나무는 우리나라에만 자생하는 고유종이자 대표적인 고산성 식물이다. 한라산과 지리산, 덕유산 등 해발 1천m 이상의 높은 산에서 군락형태로 제한적으로 자라고 있다.구상나무는 1907년 제주도에서 선교활동을 하던 프랑스인 선교사에게 처음 발견됐다. 1920년 미국 하버드대 부설 식물원에서 근무하던 영국 식물학자 윌슨이 학계에 구상나무의 존재를 알렸다. 이후 품종을 개량하고 적당한 크기로 상품화시킨 구상나무는 한국 자생종이지만 지적재산권은 미국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이 갖고 있어 우리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종자전쟁시대에 소중한 유전자원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지키고 품종개량에 대처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구상나무는 소나무과의 상록침엽교목으로 높이 20m, 줄기둘레가 한 아름 넘게까지 자라는데 습기가 많고 배수가 잘 되는 비옥한 땅을 좋아한다. 나무껍질은 잿빛을 띤 흰색이며 오래 되면 점차 껍질이 거칠어진다. 어린 가지는 노란색이나 나중에는 갈색이 된다. 잎은 줄기나 가지에 바퀴모양으로 돌려나며 앞면은 짙은 녹색, 뒷면은 흰색이다. 뒷면에는 숨을 쉬는 기공조선이라는 하얀 줄이 나 있는데 구상나무의 기공조선은 다른 나무에 비해 유난히 희고 선명해 멀리서 보면 수관이 은녹색으로 보여 매우 아름답다. 6월에 피는 꽃은 다른 소나무과 식물들처럼 꽃잎이 따로 없어 알아보기 힘들지만 빨강, 노랑 등 다양한 색깔의 꽃이 핀다. 10월에 익는 열매는 구상나무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솔방울과 같은 형태를 띠는 구상나무 열매는 원통형으로 색은 초록빛이나 자주빛을 띤 갈색이다. 열매의 색깔에 따라 푸른 구상, 붉은 구상, 검은 구상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종자에는 부채 같은 날개가 달려 있어 멀리 퍼뜨리는데 도움이 된다.이제 평창올림픽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구상나무는 지난 1988년 서울올림픽 상징나무로 지정되기도 했다. 하늘을 향해 기개 넘치는 자태를 보이는 열매와 단정하면서도 기품 있는 나무형태로 한국을 대표하는 나무로 선정된 것이다.구상나무의 이름은 제주사람들이 '쿠살낭' 혹은 '쿠상낭'이라고 부르는데서 유래했다. '쿠살'은 제주 방언으로 성게를 가리키는데 잎이 성게의 가시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최근 10년 새 구상나무 서식지에서 집단 고사가 진행되고 있다. 살을 발라낸 생선처럼 앙상한 몰골만 남긴 채 쓰러진 구상나무 군락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구상나무는 뿌리가 수직이 아닌 수평으로 뻗어 잘 쓰러지는데 온난화로 인한 기온상승과 집중호우가 잦아지고, 기상이변으로 가뭄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국제자연보호연맹의 적색목록에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어 있다. 늦었지만 정부와 관계기관이 모여 보존과 복원을 위한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실행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앞으로도 이 땅에서 건강한 구상나무를 계속 볼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서울인천경기 본부장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서울인천경기 본부장

2017-12-10 조성미

[조성미의 나무이야기]살아 천년 죽어 천년, 영원을 상징하는 주목

화사하고 눈부신 절정의 아름다움을 선사했던 봄여름의 초록 잎과 오색찬란한 꽃들의 향연이 지나가고 가을 들어 붉디붉은 단풍과 황금빛 은행잎으로 수놓았던 화려한 축제도 이제 어느덧 막바지에 이르렀다. 제법 쌀쌀해진 날씨에 스산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내년 달력도 시중에 선을 보였다. 우리나라 사계절의 아름다움을 촬영한 사진들을 수록한 달력에 자주 나오는 곳이 태백산과 소백산, 덕유산 정상부근에 살고 있는 주목이다. 떠오르는 태양을 배경삼아 흰 눈이 쌓인 산위에 굳건히 서서 웅장하고 담대한 자태를 자랑하고 있어 유난히 돋보인다. 주목은 주목과에 속하는 늘 푸른 큰키나무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동북부와 시베리아, 일본 등의 고산지대에 분포하지만 수형이 아름다워 워낙 조경수로 많이 심어왔기에 요즘은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는 나무이다. 추위에 강하고 그늘진 곳에서도 잘 자란다. 높이 17~20m, 직경 1m까지 자라며, 나무모양은 가지가 사방으로 퍼져있어 보기 좋고 안정감이 있는 원뿔형이다. 어렸을 때는 자라는 속도가 매우 느리지만 약 10년 이상 되면 자라는 속도가 좀 빨라지는 편이다. 주목은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을 존재한다고 할 만큼 나무 중에서 수명이 길고 우리나라 최고령 나무도 정선 두위봉에 있는 1,400살 주목이다. 줄기와 큰 가지는 붉은 색이며, 줄기는 세로로 얇은 띠 모양으로 벗겨진다. 잎은 다른 나무 아래에서도 부족한 햇빛을 놓치지 않고 흡수하기 위해 엽록소를 많이 함유하고 있어 짙은 녹색을 띠고 있다. 잎의 길이는 2㎝ 정도로 나선형태로 달리는데 옆으로 뻗은 가지에서는 깃털모양을 보인다. 잎 끝이 뾰족하고 뒷면에는 연한 황색의 줄이 있다. 4월에 피는 연황색 꽃은 화려한 꽃잎이 없어 눈에 잘 띄지 않으며, 암꽃과 수꽃이 서로 다른 나무에서 핀다. 주목의 열매는 10월에 빨갛게 달리는데 소나무 등 다른 침엽수는 솔방울 형태로 열리는데 비해 앵두처럼 동그랗게 달려 눈길을 끈다. 특히 진한 녹색의 잎을 배경으로 달린 붉은 열매는 주목이 조경수로서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주목의 씨는 붉은 가종피에 둘러싸여 있는데, 가운데가 비어 있어 안에 씨가 보인다. 붉은 과육은 물이 많고 단맛이 나기 때문에 먹기도 하지만 독성이 있어 배탈이 나기 때문에 많이 먹으면 안 된다. 주목과 비슷한 나무로는 중부 이북과 울릉도에서 자라는 회솔나무와 원줄기가 옆으로 누워 기며 자라며 가지에서 뿌리가 발달하는 설악눈주목, 구주주목 등이 있다. 구주주목은 유럽과 북미가 원산지인데 서구에서는 정원에 심어 다듬어가면서 기른다. 대표적인 곳이 프랑스 베르사이유 궁전으로 삼각형, 원뿔 등 다양한 모양으로 전정해 가꿈으로써 정원을 더욱 특색 있고 아름답게 꾸미고 있다.주목은 나무껍질도 붉은 색을 띠고 나무 목질부도 유달리 붉어서 붉을 '朱'자를 써서 '朱木'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주목의 목재는 최고급 가구재로 아주 귀하게 이용했다. 오래된 주목으로 만든 바둑판은 최고로 쳤으며, 주목지팡이는 가볍고 잘 휘어지지 않으며 지팡이의 붉은 빛이 무병장수하게 해준다고 믿어 우리 선조들은 노인들에게 선물하는 것을 가장 큰 효도의 하나로 여겼다. 특히 주목은 향기가 있고 재질이 좋아 목관으로 많이 사용했는데 경주 금관총 등 고분에서 주목으로 만든 관이 출토되었고 서양에서도 관으로 쓴 예가 여럿 있다./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서울인천경기 본부장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서울인천경기 본부장

2017-11-05 조성미

[조성미의 나무이야기]화려한 붉은 색의 향연을 펼치는 단풍나무

초록 녹음이 가득했던 산과 들에는 어느덧 한껏 높아진 쪽빛 하늘을 배경으로 나뭇잎들이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마치 마술사가 지팡이를 휘두를 때 마다 온갖 색들이 쏟아져 내려 한바탕 아름다운 색의 향연이 펼쳐지는 가을이다. 기상청에서는 올해가 평년보다 일교차도 크고 날씨도 맑고 좋아 단풍의 색이 더 화려해진 총천연색으로 물들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당장 이번 주말부터 설악산에서 단풍을 즐길 수 있다고 한다. 단풍나무는 우리나라에 150여종이나 되는 등 많은 종류가 있지만 흔히 단풍이라고 얘기 할 때는 단풍나무와 당단풍나무가 가장 대표적이다. 아름다운 색감으로 많은 종류의 조경수들이 개발되어 있으며, 봄부터 잎의 색이 붉게 되었다가 여름이면 퇴색되는 노무라단풍나무, 잎의 뒷면이 은빛이 나는 은단풍나무 등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외국에서 들여온 나무 중에는 설탕단풍나무도 있다. 캐나다 국기에 붉게 그려진 나뭇잎이 이 설탕단풍나무의 잎인데 북미에서도 특히 캐나다에서 많이 자란다. 캐나다에서는 설탕단풍나무 줄기에 구멍을 뚫고 수액을 채취하여 끓여서 시럽을 만든다. 이게 바로 메이플시럽인데 방금 구운 부드러운 핫케이크 위에 뿌려 먹으면 제대로 맛을 즐길 수 있다. 단풍나무는 단풍나무과에 속하는 갈잎중간키나무로 제주도를 비롯한 남부지방에 주로 자란다. 습기를 좋아해 산의 계곡 부근에서 자라며 높이는 10m에 달한다. 아기의 펼친 손바닥처럼 갈라지는 잎은 5∼7개로 깊게 갈라지는데 끝이 뾰족하고 가장자리에 겹톱니가 있다. 5월에 피는 꽃은 검붉은 색이며 가지 끝에 산방꽃차례를 이루며 달리는데 아주 작아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한다. 단풍나무 열매는 9, 10월에 익는데 날개가 달려있어서 열매가 떨어질 때 헬리콥터의 날개처럼 회전하면서 떨어지게 된다. 바람만 잘 타게 되면 최대 100m까지 멀리 날아갈 수 있는데 단풍나무의 열매는 상당히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어 무게중심이나 길이가 조금만 어긋나도 제 역할을 못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가장 많이 자라는 단풍나무는 당단풍나무이다. 중부지방에서는 대부분 당단풍나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당단풍나무는 밑동에서 여러 줄기가 갈라져 올라오며 키는 8m 정도로 자라는데 굵고 크게 자라나 성장은 느린 편이다. 수형은 가지가 옆으로 퍼져 위쪽이 넓게 둥그스름해지는데 여름철의 녹음을 한 층 더 시원스럽게 하며 가을에 무르익는 붉은 색 단풍은 흡사 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잎이 가지에 마주 달리는데 9∼11개로 갈라지고 뒷면 잎맥과 잎자루에 부드러운 잔털이 있으며 겨울에도 가지에 붙어 있다. 당단풍나무에서도 수액을 채취하는데 2월에서 5월까지 채취해 위장병이나 만성 대장염, 잦은 설사에 물처럼 마신다. 단풍나무류의 목재는 재질이 치밀하고 단단한 편이다. 잘 휘거나 갈라지지 않기 때문에 체육관이나 볼링장 같은 곳의 나무바닥이나 각종 악기, 조각, 건축 등 여러 가지 재료로 쓰인다. 단풍나무의 속명인 아케르(Acer)는 라틴어로 '강하다'는 뜻으로 재질이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본격적인 가을의 길목으로 접어들었다. 풍성한 나뭇잎들 사이로 시원한 바람이 숨어들고 청명한 하늘아래 맑은 햇살은 마음을 정화시켜 준다. 다가오는 추석연휴에는 숲과 만나 자연이 만드는 단풍의 정취에 흠뻑 취해보는 것도 좋겠다./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서울인천경기 본부장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서울인천경기 본부장

2017-09-24 조성미

[조성미의 나무이야기]안타까운 이별 아쉬움의 징표, 버드나무

장마철보다 비가 더 자주 오는 날씨에 무더위가 한풀 꺾이긴 했지만 아직 남아 있을 늦더위에는 작렬하는 태양과 숨 막히는 지열을 피할 수 있는 시원한 계곡의 품이 무척이나 그리울 것이다. 물을 좋아해 계곡이나 개울, 호수 등 물가나 습지에서 무리지어 잘 자라는 나무, 우리에게 시원한 그늘을 선사해주는 버드나무이다. 버드나무 종류는 우리나라 전국에 분포하며 40여 종이 있는데, 민요 천안삼거리에 나오는 능수버들부터 새색시가 꽃가마 타고 가는 길에 가지를 길게 늘어뜨린 수양버들, 버들강아지라고도 불리는 시냇가의 갯버들, 우리나라에만 자생하는 키버들, 경북 청송의 주산지에 자라는 왕버들까지 다양하다. 버드나무는 버드나무과의 잎이 지는 넓은 잎 큰키나무로서 높이는 20미터까지 크게 자라며 암수딴그루이다. 줄기는 곧게 뻗으나 자라면서 비스듬해지며 가지가 굽어져 나와 전체가 둥그스름해진다. 꽃은 4월에 잎보다 먼저 피거나 거의 동시에 피는데 암꽃과 수꽃 모두 타원형으로 이삭처럼 뭉쳐서 달린다. 5월에 달리는 타원형의 열매는 다 익으면 껍질이 벌어져 하얀 솜털이 달린 씨앗이 나오는데 바람을 타고 잘 날아서 곳곳에 종자를 퍼뜨려 번식이 잘 되게 한다. 잎은 길이 5∼12센티미터 정도로 가지 끝에 어긋나게 달리는데 끝이 뾰족한 피침모양이며 얕은 톱니가 희미하게 있다. 잎은 서리를 맞으면 허옇게 돼서 떨어진다. 버드나무는 능수버들이나 수양버들과 달리 가지가 축축 처지지 않아 구별하기 쉽다. 버드나무류는 우리나라 전통 시문학에서 소재로 가장 많이 다루어졌다. 특히 봄이 오면 가장 먼저 눈을 틔워 봄을 대표하는 나무이기 때문에 봄날의 서정을 표현하거나 이별을 주제로 한 작품이 많다. 특히 옛사람들이 그냥 버들이라고 하는 경우는 수양버들을 말하는데 버들이 이별의 아쉬움을 나타내는 징표가 된 것은 중국의 고사와 관련이 있다. 당나라의 수도인 장안의 동쪽에 흐르는 '파수'라는 강에는 '파교'라는 다리가 있었는데 당시 파교에서 이별하는 사람들이 늘어진 수양버들 가지를 꺾어서 떠나는 사람에게 주고 그 사람의 평안과 무사함을 빌었던 것에서 비롯되었다. 조선 후기 이익의 '성호사설'에는 버들가지를 주는 것이 재물을 들이지 않고서도 정성을 표할 수 있는 흔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나와 있다.불교에서 버들가지는 관세음보살의 대자대비를 상징해 실바람에도 나부끼듯이 미천한 중생의 작은 소망까지 귀 기울여 듣고 이루어주는 것을 나타낸다. 버드나무는 잘 휘어지고 부드러운 속성 때문에 종종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에 비유되기도 했다. 조선시대 정도전은 '삼봉집'에서 버들가지를 여인의 가는 허리로, 버들잎은 긴 눈썹으로 비유했다. 우리 조상들은 귀신을 물리치기 위해 오월의 버드나무를 꺾어 문 위에 걸어 놓았다. 버드나무 줄기에는 '인'성분이 많다. 산골에서 도깨비가 나온다고 알려진 곳은 버드나무가 우거진 숲인 곳이 대부분인데 '인'이 캄캄할 때 빛이 나므로 이것을 도깨비불이라고 두려워했다. 버드나무는 한방에서 잎과 가지를 이뇨, 진통, 해열제로 사용해 왔으며, 서양에서도 현대의학의 아버지인 히포크라테스가 임산부의 통증완화를 위해 버들잎을 처방했을 정도로 오랜 기간 민간요법으로 이용되어왔다. 버드나무에서 추출한 아스피린은 가정상비용 통증완화제에서 심장질환 예방까지 다양한 효과가 입증되어 널리 쓰이고 있다./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서울인천경기 본부장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서울인천경기 본부장

2017-08-20 조성미

[조성미의 나무이야기]불꽃같은 자태로 화려한 축제를 연출하는 자귀나무

후텁지근해서 짜증나기 쉬운 장마철이다. 한껏 녹음이 무르익어가는 요즘 숲이나 공원 등에서 곱고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는 자귀나무를 쉽게 볼 수 있다. 자귀나무는 여름에 가장 독특하면서도 화려한 꽃을 피운다. 짧은 진분홍색 비단실을 부챗살 모양으로 펼쳐 놓은 것 같은 꽃은 마치 공작새 수컷이 화려한 날개를 펼친 듯해 단번에 보는 이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 특이한 모양의 꽃은 사실 꽃잎이 아니라 수꽃의 수술이다. 우산모양으로 모여서 피는 꽃은 나무 제일 높은 곳에서 한 가지에 스무 개 정도 피는데 수꽃의 꽃잎이 퇴화되어 3㎝쯤 되는 수술이 술잔 모양의 꽃받침에 싸여 있다. 수꽃 사이에 달리는 암꽃은 피지 않은 꽃봉오리처럼 봉곳한 망울들을 맺고 있는데 수꽃과 달리 아주 수수한 생김새다. 자귀나무는 꽃만큼이나 잎의 모양도 매우 독특하다. 줄기에 잎이 하나씩 달리지 않고 초승달 모양의 작은 잎들이 모여 하나의 잎을 만들고 이들이 다시 줄기에 달리는 깃꼴 겹잎이다. 아까시나무처럼 대부분의 겹잎은 개개의 작은 잎들은 서로 마주보고 달리고 가지 끝에 홀로 달린 잎이 있는데 자귀나무는 홀로 남는 잎이 없이 완벽하게 짝이 맞는다. 낮에 활짝 퍼져 있던 잎은 땅거미가 내리기 시작하거나 비가 오면 서로 마주 보며 접히는데, 이 모양을 보고 부부의 금슬을 뜻하는 합환목, 합혼수, 야합수 등의 이름으로 불렀다. 집안에 심으면 부부간의 애정이 두터워진다고 하여 결혼 초 울타리 안에 심기도 했다. 그러나 제주도에서는 아이가 나무 밑에 누우면 학질에 걸린다고 하여 집안에 심는 것을 금기시하기도 했다. 자귀나무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견들이 있는데 '짝나무'에서 '짜기나무'를 거쳐 생겼다는 것과 목재를 찍어서 깎고 가공하는 연장인 자귀의 손잡이를 만드는데 사용되는 나무였기 때문에 자귀나무가 됐다는 이야기도 있다. 경상도에서는 소가 좋아해 아주 잘 먹는다고 해서 '소쌀나무' 또는 '소쌀밥나무'라고도 부른다. 서양에서는 실크트리 즉 비단나무라고 부르고, 남태평양의 휴가지로 유명한 사이판에서는 자치령의 국화로 정하기도 했다. 자귀나무는 낙엽활엽수교목으로 장미목 콩과에 속한다. 우리나라 황해도 이남에 분포하며 아시아와 중동이 원산지이다. 햇빛을 좋아하는 양수이며, 보통 3~5m 정도로 자란다. 회갈색의 줄기는 껍질이 갈라지지 않으며, 가지가 많이 나와 길게 옆으로 퍼져 역삼각형 모양이다. 10월에 열리는 열매는 콩과식물답게 15㎝ 정도의 납작한 긴 콩꼬투리 모양의 열매가 다닥다닥 달려 겨울을 난다. 스산한 겨울바람에 자귀나무 열매가 바람에 부딪히는 소리가 유난히 시끄러워 여자의 혀에 비유해 '여설목'이라고 부르기도 했다.우리 조상들은 자귀나무가 자라는 모양을 보고 농사에 활용하기도 했다. 자귀나무는 5월경에 잎이 늦게 나오는데 움이 트게 되면 늦서리가 없으니 마음 놓고 곡식을 파종할 수 있고, 첫 번째 꽃이 필 무렵에 팥을 밭에 뿌렸다. 한방에서는 자귀나무 껍질이나 꽃이 진통이나 강장, 진정효과가 있다하여 신경쇠약이나 불면증에 약재로 사용했다. '동의보감'에는 껍질이 '맛이 달고 독이 없으며, 오장을 편안하게 하고 정신을 안정시키며 근심을 없애고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고 나와 있다./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서울인천경기 본부장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서울인천경기 본부장

2017-07-16 조성미

[조성미의 나무이야기]우리나라 숲의 대표주자 서어나무

나무마다 새순을 터트리며 아름다운 연두빛 신록의 클라이맥스를 향해 치닫더니 어느덧 숲 속에는 봄의 싱그러움과 상쾌함을 덜어내고 여름의 문턱을 넘어서고 있다. 높다랗게 솟아오른 나무 사이로 눈부신 햇빛이 쏟아지고, 한걸음 한걸음 내디딜 때마다 바람에 살랑거리는 진한 초록의 물결이 빡빡한 일상의 시름을 제대로 잊게 해주는 곳이 있다. 포천 광릉숲이다. 광릉숲 소리봉 주변은 인간의 손을 타지 않고 자연적으로 진화를 거듭하는 천이과정을 거쳐 야생의 환경에서 자라는 서어나무가 울창하게 자라고 있다. 이 서어나무 군락지는 국내 하나뿐인 천연학술보전림으로 세계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곳이다.숲은 자연적으로 오랜 기간에 걸쳐 서서히 그 모습이 변해간다. 숲은 식물이 없는 나지에서 시작해 이끼나 곰팡이 같은 지의류나 선태류가 나타나고, 냉이나 망초 같은 1, 2년생 초본류가 자라난다. 여기에 다년생풀과 키가 작은 관목류가 나타난 후 햇빛을 좋아하는 큰키나무, 그늘에서도 잘 자라는 큰키나무의 순서대로 나고 자란다. 이 같은 천이과정의 마지막 단계에서는 극상림을 이루게 되는데 서어나무는 온대 중부 활엽수림에서 볼 수 있는 극상림 중 가장 대표적인 나무이다. 서어나무는 자작나뭇과에 속하는 갈잎 큰키나무로 높이 15m, 직경 1m까지 자란다. 우리나라 중부 이남에 고루 분포하며, 춥고 건조해 척박한 곳에서도 아주 잘 자란다. 서어나무는 새잎을 틔울 때 숲에서 단연 돋보이는데 모든 나뭇잎들이 파스텔 톤을 이룰 때 진한 붉은 색이 돌다가 주황색, 연한 녹색으로 변화한다. 가을의 단풍 또한 멋스럽다. 노랗지도 아주 붉지도 않은 은은한 색감으로 가을 숲의 정취를 한껏 더해준다. 잎은 어긋나며 잎자루가 있는 긴 타원형으로 끝이 길게 뾰족하고 가장자리는 겹톱니 모양이다. 꽃은 4∼5월에 잎보다 조금 먼저 피는데 화려한 꽃잎이 없어 꽃 인줄 모르고 지나가기 쉽다. 꼬리모양 꽃차례로 무리지어 피는데 수꽃은 지난해 가지에서, 암꽃은 어린가지 끝에서 핀다. 10월에 익는 열매는 넓은 달걀모양이며 손가락 하나 정도 길이의 늘어진 이삭 안에 들어있다. 수피는 모양이 매우 독특한데 회색에 검은 얼룩이 섞여 있으며 세로로 요철이 있어 울퉁불퉁하다. 서어나무 이름의 유래는 한자로 '서목(西木)'을 우리말로 '서나무'라고 했다가 발음이 자연스러운 서어나무가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어나무의 속명은 카르피누스(Carpinus)인데 켈트어로 나무를 의미하는 '카'와 머리를 뜻하는 '핀'의 합성어로 '나무의 우두머리'로 불린다. 또 서어나무는 수피가 마치 잘 다듬어진 보디빌더의 근육을 닮아 서양에서는 '머슬트리(Muscle tree)' 즉 '근육나무'라고 부르기도 한다. 서어나무는 결이 치밀해 비교적 단단하고 탄력성이 좋지만 잘 쪼개지지 않는다. 또한 표면이 고르지 않아 이용이 제한적이었는데 농기구의 자루나 기구재, 방직용 목관, 피아노의 액션 부분에 쓰였고, 표고버섯 재배에도 이용이 가능하다. 광릉숲 서어나무 군락지에는 특별한 곤충을 볼 수 있는데 천연기념물인 장수하늘소다. 곤충들은 아무 먹이나 먹는 것이 아니라 각자 먹이식물이 있는데 장수하늘소는 오래된 서어나무를 먹고 산다. 유충이 죽은 서어나무를 갉아먹고 자라기 때문에 광릉의 서어나무숲에서 볼 수 있는 것이다./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서울인천경기 본부장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서울인천경기 본부장

2017-06-11 조성미
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