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바뀔때마다 前정권에 '정치적 복수'
문대통령, 국민과 소통·슬픔 달래려 애써
이젠 걱정없이 건강하고 행복해지길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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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
역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前) 정권에 대한 공과(功過)를 따지는 일들이 빈번했다. 말이 좋아 공과를 따지는 것이지 속내는 전 정권에 대한 '복수(復讐)' 성향이 강했다. 전 정권이 벌인 정책을 헤집고 비난하는 것부터 시작해 전 대통령과 측근 인사들에 대한 비리수사가 벌어지고 구속되는 등 '피바람'이 불기도 했다.

지난 정권도 형식과 내용은 달랐어도 정치적 반대 세력에 압박과 불이익을 주려는 '복수 정치' 행태가 드러났다. 박 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자신에게 반하는 인사들을 철저하게 외면했다. 최순실 등 몇몇을 제외한 측근들하고도 제대로 소통하지 않았던 박 전 대통령에겐 자신 뜻에 반하는 사람은 '적(敵)'이었다. 불순한 사람이고, 청산의 대상이었다.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는 故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강박증이 컸다. 대선 막판까지 치열하게 접전을 벌인 문재인 후보가 친구이자 정치적 동료였던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신을 이어받아 출마했기 때문이었다. 접전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듬해인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벌어지면서 박 전 대통령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세월호 참사를 기리는 '노란 리본'은 당시 정부에 반하는 표식처럼 인식됐다. 박 전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이후 리본을 단 상당수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 국장(國葬) 현장에서 애도하고 추모했던 인물이라는 점을 들어 '노란 리본 =반 박근혜'라고 단정한 듯한 행동을 보였다. 박 전 대통령과 측근들은 야당 정치인과 자치단체장을 지지하거나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해 정부 시행령 폐기를 촉구하고 시국선언에 나선 문화예술인에게 지원을 끊고 불이익을 주기 위해 비밀리에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기도 했다.

이번 19대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면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한(恨)을 풀기 위한 '복수(復讐)정치'를 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이번 대선 막바지에 야당들은 '철저한 보수 궤멸', '적폐청산 특별조사위원회 구성' 등의 발언을 문제 삼으며 "(문재인 후보가) 집권하면 복수정치를 하겠다는 공개 선언"이라고 거센 비판을 쏟아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에서 '복수정치'가 이뤄질지 아닐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전 정권에 대한 정치적 복수는 바람직하지 않다. 과거 정권이 잘못을 저질렀다면 마땅히 사법기관이 맡아 처리하면 된다.

최근 몇 년 동안 우리는 '행복'이라는 말을 잊고 지냈다. 그도 그럴 것이 기쁜 일보다 참담하고, 슬프고, 억울하고, 분노하게 만든 일이 더 많았다. 다행히도 많은 국민이 매서운 추위를 참고 의연하게 대처한 덕에 '희망'을 찾을 수 있게 됐다.

단순히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해서가 아니다. 부정한 정권을 무너뜨리고 새 정권을 창출해낸 국민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보여준 것이다. 이는 앞으로 이 나라 정권이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준엄하게 가르쳐준 교훈이다. 국민이 언제든지 뜻을 모으면 정의와 역사를 바르게 세울 수 있다는 것을 국민 스스로 증명해 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모든 국민은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 우린 그동안 너무 우울하고 불행했다. 이젠 조금 더 행복해져도 된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게 제대로 '복수(福壽)'하는 것이다. 새로운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하려 하고, 슬픔에 빠진 국민을 달래려고 애를 쓰는 모습이다. 더는 광장에서 추위에 떨면서 나랏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복수(福壽) 정치'가 매일매일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