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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경기북부 접경지역의 '통일(특수)법원' 설치 제안과 더불어 지방법원 승격이 거론되는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에 위치한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청사. 2020.11.24 /경인일보DB


北·中에 배우자 두고 '중혼' 많아
가족법 관련된 소송 가능성 높아
南 사회 이해도 낮아 재판 등 불리
'법적 분쟁 해결' 특수법원 목소리

북한이탈주민 4만명 시대를 맞아 남북 통합 과정에 불거질 법적 분쟁 해결을 도맡아 할 특수법원, 가칭 '통일법원' 설치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남북하나재단이 펴낸 '2019 북한이탈주민 사회통합조사'를 보면 북한이탈주민 3만3천523명이 입국해 남한에 거주하고 있다. 매년 1천~2천명의 북한이탈주민이 입국을 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수년 내 4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탈주민의 증가는 남북한 주민 사이의 가족법 관련 소송 분쟁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중혼이 문제다.

민법 810조(중혼의 금지)는 배우자가 있는 자는 다시 혼인을 하지 못한다는 조항이다. 북한에서 혼인을 하고 배우자와 떨어져 남한으로 온 뒤 재차 결혼을 한 경우가 많다.

실제로 사회통합조사 최신 통계상 북한이탈주민 남성의 경우 배우자 거주 지역을 북한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9.8%로 높았다. 북한이탈주민 여성의 배우자 거주 지역 응답은 중국이 4.1%, 북한이 2.6%로 뒤를 이었다.

북한이탈주민은 중국이나 북한에서는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처벌받을 수 있는 행위를 무심코 했다가 어려움을 겪는 일도 빈번하다. 마약 운반 관련 사건으로 곤경에 처하는 경우가 주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하나재단 관계자는 "북한이탈주민들의 상황이나 여건, 남한 사회에 대한 이해도를 감안하지 않고 수사와 재판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어려움을 호소한다"며 "통일 특별재판부 혹은 통일법원이 기능을 한다면 아무래도 방어권을 행사할 때에 불리함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북한이탈주민 외에도 북한 주민들이 남한 법원에 청구하는 소송도 늘어나고 있다. 월남한 선친의 사망 전후 상속재산 확보의 일환으로 진행하는 친생자관계존재확인, 상속회복청구, 상속재산반환청구 등이다.

민·형사·행정 사건 역시 교류가 활발해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대법원 산하 사법정책연구원의 통일사법센터가 펴낸 '통일사법정책연구'를 보면 민사의 경우 개성공업지구 가동 등 남북한 주민의 상시 접촉 상황이 증가하면서 분쟁 사례가 다발했다.

형사 분야는 남북한 교류협력의 폭이 넓어지면서 안보형사법(국가보안법)과 관련 없는 각종 형사사건으로 확대됐다.

행정 분야에서는 조세, 관세 관련 사건이 증가했으며, 지식재산권 분야에서도 월북 작가의 소설이나 북한 정부 산하기관이 만든 저작물을 남한 출판사가 권한 없이 제작 배포하려다 저작권 분쟁에 휘말리는 사건 등이 있었다.

/김환기·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