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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한신대 전경. /한신대 제공


연규홍 한신대학교 총장이 신학부 전·현직 교수의 시간강사 상습 성희롱 사건 조사를 무마했다는 비위로 직위를 박탈당했다. 현직 총장이 학내 성폭력 사건 조사 지침에 따른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가 이사회의 징계위원회 회부 의결로 직위해제 처분된 사례는 80여년 한신대 역사상 처음이다.

10일 한신대와 학교법인 한신학원 이사회 등에 따르면 이사회는 지난 9일 오후 회의를 열고 연 총장이 학내 성희롱·성폭력 사건 발생 시 총장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등 비위를 저질러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기로 의결했다.

시간강사, 교수들 성희롱 신고에도
미온적 대처·피해자 특정 2차가해도


앞서 한신대 신학부의 시간강사 A씨는 지난 5월 전임 교수들로부터 수년간 성희롱을 당하고 이에 반발하자 임용에서도 제외되는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다고 대학 인권센터에 신고했다.

총장은 학내 성폭력 사건이 발생할 경우 양성평등기본법과 학교 규정에 따라 3개월 이내에 사건을 종결해야 하고, 피신고자(가해자)가 조사에 응하지 않을 경우 협조 명령을 하는 등 의무를 다해야 한다.

하지만 연 총장은 A씨의 피해 신고에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조사에 협조하지 않는 가해자들에게 학교 성폭력조사위원회 조사에 협조하라는 명령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결과적으로 신고 이후 최대 3개월 이내 사건을 종결해야 한다는 기한 역시 지켜지지 않았다.

연 총장은 성폭력 피해 시간강사 A씨에 대한 2차 가해를 한 피신고인 신분이기도 하다. 지난 2019년 2월 학내 성폭력 의혹에 대한 총장 명의의 대학본부 입장문을 게시한 뒤 내려달라는 A씨의 요청을 묵과하며 피해자가 특정되도록 한 2차 가해를 저질렀다는 혐의다.

이사회, 징계위 회부로 '학내 처음'
9월1일 임기종료 목전 불명예 퇴진


이사회는 직속으로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연 총장에게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으나 연 총장은 서면 조사에만 응할 뿐 3회 연속 대면 조사를 불응했다.

이에 직속 조사위원회 위원 7명은 만장일치로 연 총장을 징계해달라고 이사회에 요청했다.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 교단의 성폭력대책위원회도 연 총장의 조사 비협조를 지적하며 이사회에 총장에 대한 조처를 요구했다.

연 총장의 임기는 강성영 신임 총장(신학부 교수)이 취임하는 9월1일 전까지였으나 임기 종료를 앞두고 직위해제와 징계위에 회부되면서 불명예스럽게 퇴진하게 됐다.

학교 관계자는 "한신대 역사상 처음으로 이사회가 총장 직위를 해제하고 징계위원회에 회부하는 결정을 내렸다"며 "법이 정한 기한 안에 학내 성폭력 사건을 지침 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평가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 내린 조처"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경인일보는 연 총장에게 입장을 확인하고자 문자와 전화 연락을 취했으나 응하지 않았다.

/김태성·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