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국토교통부에 아파트 지하주차장 부실 공사에 대한 전수조사를 지시하고, 부실 시공 관련자에 대한 중징계와 수사 및 고발 조치를 지시했다. 전날 원희룡 국토부장관이 발표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신축 아파트 주차장 부실시공 실태에 격노한 것이다. LH가 발주한 91개 아파트 단지 중 15개 단지의 지하주차장 기둥에 철근이 없었다. 대표적인 건설 공기업의 부실 시공에 대통령의 격노는 당연했다.

발단은 지난 4월 29일 발생한 인천 검단신도시 신축 아파트 주차장 붕괴 사고였다. LH가 발주하고 GS건설 컨소시엄이 시공 중이었다. GS건설 조사 결과 무량판 구조인 주차장 지붕을 지탱하는 기둥에 철근을 빼먹은 탓이었다. 설계에 있던 철근이 빠졌다는 자백에 LH의 감리 부실이 불거졌다. 국토부는 지하주차장을 같은 공법으로 시공한 LH 발주 아파트단지 전체를 현장 조사했고 결과는 참담했다.

15개 단지 중 10개 단지는 아예 설계단계에서, 5개 단지는 시공단계에서 철근이 빠졌다. 건축 상식을 무시한 설계와 시공이 감리와 감독 없이 진행된 것이다. 검단신도시 아파트 주차장 붕괴가 아니었다면 모두 모르고 넘어갔을 부실이었고, 입주민들은 붕괴 위험이 있는 주차장을 아무 생각 없이 매일 이용했을 것이다. 입주 전 붕괴한 검단 아파트가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 숨겨진 시한폭탄을 제거한 셈이니,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 여겨야 할지 기가 막힐 뿐이다.

공기업 LH 발주 아파트 현장이 이 지경이라면 민간이 같은 공법으로 주차장을 시공한 아파트들이 안전할 지 의심하는 건 합리적이다. 공기업이 연루된 사태의 심각성에 집중하는 동안 민간 시공 아파트들을 여론의 사각지대에 방치한다면 이 또한 큰 문제다. 원인 제공의 주체가 공공이든 민간이든 상관없이 일단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의 차이는 크지 않다. 지금 당장 민간 시행 아파트 단지에 대한 전수 조사를 서둘러야 한다.

택지와 주택 공급을 전담하는 공기업 LH는 전 정부에서 택지개발 내부 정보를 이용한 직원 비리로 홍역을 앓았고, 이번 정부에서는 주택 건설의 부실이 드러났다. 조직의 목적과 도덕성은 물론 기강마저 무너진 위기의 양상이 총체적이다. 이한준 사장은 관련자에 대한 강력한 문책 의지를 밝혔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인지 의문이다. 신생을 위한 전면적인 조직 혁신에 돌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