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8일 21대 대통령 선거일을 6월 3일로 확정했다. 활짝 열린 대선 정국에 한덕수 대통령권한대행이 선거 쟁점을 올려놓았다. 한 대행은 여야 미합의를 이유로 임명을 지체했던 마은혁 후보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하는 동시에 대통령 추천 몫으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헌법재판관 후보로 지명했다.
한 대행은 대통령 몫 재판관 지명 강행 이유로 헌법재판소 결원 방지를 들었다. 경제부총리가 탄핵발의 대기 중이고 경찰청장 탄핵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헌재 결원으로 탄핵여부 결정이 지연될 경우 대선 관리 등 국정 차질과 국론 분열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오는 18일 문형배, 이미선 재판관의 임기만료로 초래되는 헌재 결원을 방치하면 탄핵으로 또다시 국정이 멈춘 경우 헌재 심판으로 대응할 수 없다는 논리다.
민주당은 격렬하게 반발한다. 이재명 대표는 “토끼가 호랑이굴에 들어간다고 호랑이가 되지 않는다”며 대통령권한대행은 대통령의 헌법재판관 후보 임명권이 없다고 강조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내란세력의 헌재 장악 시도로 규정했다. 대변인은 권한쟁의 심판을 예고하고 일각에선 한 대행 재탄핵을 경고했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한 대행의 인사청문회 요청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헌법재판관 지명을 둘러싼 권한대행체제와 민주당의 정면충돌은 개헌 담론과 대선 정략이 한데 얽힌 초대형 정치 화두다. 우선 대통령권한대행의 직무범위 해석을 놓고 헌법적 충돌이 예상된다. 유사시 군통수권을 행사할 권한대행의 헌법기관 유지 의무가 당연하다는 해석과 권한대행의 직무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주장이 충돌한다. 개헌의 당위성이 대선 무대로 오를 수 있다.
대선 전후로 엇갈리는 헌재 결원 해소 시점을 두고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정략적 이해가 충돌한다. 민주당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관련해 헌법 84조는 대선 정국의 예정된 정쟁거리다. 임기 전 재판의 지속과 판결의 효력에 대한 시비다. 이를 헌재가 심판할 수 있다. 권한대행 몫 재판관 임명은 대선정국은 물론 대선 후 정국의 뇌관이다.
2명의 헌법재판관 지명과 임명을 둘러싼 양측의 충돌이 의외로 국민 선택의 중요한 척도가 될 수 있다. 무한 정쟁으로 훼손된 통치구조 변경을 위한 개헌에 대해 유권자의 고민이 깊어질 것이다. 양측의 치열한 정치논쟁과 법리대결은 유권자들의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적어도 상식과 이성을 벗어나 헛발질하는 쪽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
/경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