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인천시 등 7개 지방자치단체가 참여한 태릉 국제스케이트장 대체지 선정이 아직도 깜깜무소식이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운영되는 400m 규격의 태릉 국제스케이트장 대체시설 부지 선정 공모가 아직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다. 태릉 국제스케이트장은 2009년 태릉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문화재청은 확장·복원을 위해 오는 2027년까지 철거·이전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는 2023년에 대체지 선정 공모를 결정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대한체육회가 이사회를 열어 ‘태릉국제스케이트장 대체 시설 용지 공모 연기’ 안건을 서면으로 의결하면서 현재까지 답보상태에 있다.
문제는 태릉 국제스케이트장 대체지 공모를 진행해온 경기도 양주시·동두천시·김포시를 비롯 인천시 서구, 강원도 원주시·철원군·춘천시 등 7개 지자체다. 대체지 선정 절차가 중단됐음에도 이들 지자체가 여전히 유치를 위한 홍보전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선정 절차가 안갯속인 상황에서도 지자체들은 관련 예산과 인력을 계속 투입해왔다. 7개 지자체가 현재까지 국제스케이트장 유치 관련 홍보 예산으로 사용한 금액은 약 15억원이다.
대한체육회는 태릉선수촌 종합정비계획과 유산영향평가 연구 용역 등을 마친 뒤 공모 절차를 정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결론이 언제 날지는 미지수다. 또 유승민 대한체육회장도 취임 후 7개 지자체와 소통하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더디기는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지자체들은 홍보전으로 국제스케이트장 유치에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도내 지자체들은 빙상 팀이나 선수 수에서 가장 많은 곳에 유치되어야 한다는 주장이고, 인천시는 김포국제공항과 공항철도, 제2순환고속도로 등 교통 인프라를 통한 접근성을 강점으로 홍보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서 총 16개의 금메달 가운데 빙상에서만 12개의 금메달을 따내면서 아시아 맹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일부 스타급 선수들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무대에서 한국 빙상의 저력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한국 빙상은 여전히 국제스케이트장 이전 문제에 직면해있다. 의료계에서 생명을 살리는 골든타임이 중요하듯 동계스포츠의 핵심 종목인 빙상도 지금이 골든타임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는 국제스케이트장 대체지 선정 공모를 신청한 지자체에게 더는 희망고문을 해서는 안될 것이다.
/경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