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작·오용된 위험신호 ‘정보 전달’ 희석

 

세월호 안내방송 인명피해 키워

사이렌 3중음 불협화음 전파력

경보음, 일상 배경음 되지말아야

세월호. /경인일보DB
세월호. /경인일보DB

2014년 4월 16일 전 국민은 TV를 통해 믿기지 않는 일을 목격했다. 수학여행을 떠난 고등학생들이 타고 있던 세월호가 서서히 기울어졌고, 끝내 바다 속으로 가라앉았다. 우리는 수많은 생명이 실려 있던 배가 침몰해가는 과정을 생중계로 지켜보았다.

수 많은, 이해조차 할 수 없는 원인으로 침몰한 세월호 사고에서 인명피해가 컸던 가장 큰 원인중 하나는 반복적으로 송출된 선내 안내방송이었다.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

총 23번이나 반복된 이 말은 재난 대응 관점에서 치명적인 두 가지 잘못이 있었다.

하나는 위험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위기 상황에서 방송은 단순히 안내가 아니라 중요한 위험정보를 공유하는 수단으로 행동을 유도하는 명령이 되는 중요성을 가진다. 당연히 정확하고 책임있는 판단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세월호의 방송은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정확한 상황판단과 상황전달도 없었다.

두 번째 잘못은 반복해서 개인의 판단과 움직임을 막은 것이다. 정해진 규칙과 지시를 따르며 자란 아무런 잘못 없는 학생들은 움직이지 말라는 지시를 믿을 수밖에 없었고 혼자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을 더 위험하게 느꼈을 것이다.

재난 상황에서 적절한 행동은 정보에 의해 시작된다. 그 정보는 어떤 신호에 의해 전달된다. 그런데 이 중요한 신호 전달수단인 안내방송은 위험을 알리지도 행동을 유도하지도 않았다.

다수에게 위험을 알리는 전달 수단은 목소리에서 시작했다. 목소리의 한계를 넘어 그 다음 도구는 ‘래틀벨’(Rattle bell)이라 할 수 있다. 이 도구의 특유 음향은 그 자체로 위험상황을 전달하는 기호로 작용했다. 종교시설에 있던 종탑은 예배의 시작이나 정확한 시보(時報)를 알리기도 했지만, 침략이나 화재와 같은 비상상황을 알리기도 했다. 상용 전기망이 보급되며 전기모터로 돌아가는 사이렌이 도시 곳곳에서 설치되어 공습이나 지진과 같은 비상상황을 알렸다.

특히 사이렌의 소리는 의도적으로 3중음의 불협화음으로 구성되어 더 멀리 전파되고 사람들로 하여금 위험을 즉각적으로 인식하게 만들어졌다. 지금은 개인마다 소지한 스마트폰으로 지역별 위험정보 등이 정확한 글자로 경보와 함께 재난문자로 보내진다.

화재와 관련해 건물에 설치된 자동화재탐지설비의 경종에서 발생하는 경보음도 위험정보 전달 수단의 대표적 예로 들 수 있다. 화재를 감지하는 감지기가 동작하면 그 동작했다는 정보가 즉시 음향으로 전파되는 것이다.

과거의 단점을 극복하며 진화해온 이 위험 정보수단들이 지금 우리 사회에서 목적대로 사용되고 있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너무 잦은 빈도로 오동작하는 자동화재탐지설비의 음향은 음향이 내포하는 위험의 농도를 희석한다. 동일한 내용으로 반복되거나, 위험과 상관없는 재난문자는 스마트폰에서 알림설정을 해제하게 한다. 오용된 위험신호는 세월호의 안내방송의 과오와 연결돼 있다. 위험을 의미하는 경보음은 일상 속 배경음이 되어서는 안된다. 재난에서 생존을 결정하는 것은 신호의 감수성 이전에 신호의 신뢰성이 먼저이기 때문이다.

/송병준 소방위 인천소방본부 영종소방서 용유119안전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