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녀자 연쇄살인범 강호순(38)의 이유없는 살인행각에 전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닥치는대로 여성을 납치한 뒤 살해하고 암매장한 이 살인마는 경찰조사에서 단지 "여성을 보면 생기는 살인욕구를 억제하지 못했다"고 진술하고 있다. 별 이유없이 7명의 여성을 살해한 그가 과연 단 7명만 살해했을까?
사건이 검찰로 넘어가면서 관련 수사가 계속 진행되고는 있지만 강씨의 여죄의혹은 갈수록 커져만 가고 있다. 희대의 연쇄살인마 강호순은 누구이며, 그를 둘러싼 의혹은 무엇인지 파헤쳐 봤다.
■ 사건파일
강씨는 지난 2006년 12월13일 군포시 산본동 노래방에서 만난 도우미 배모(당시 45세)씨를 "밖에서 술한잔 더 하자"며 자신의 차에 태운 뒤 화성시 비봉면의 도로상에서 합의 하에 성관계를 갖고는 스타킹으로 목졸라 살해, 비봉IC 부근 야산에 암매장했다. 이후 강씨는 비슷한 수법으로 이듬해 1월7일 수원 금곡동 아파트 단지 앞 버스정류장에 서 있던 여대생 연모(당시 21세)씨까지 무려 5명을 살해했다. 1년10개월여 동안 범행 공백기를 가진 그는 지난해 11월9일 버스정류장에 있던 주부 김모씨와 같은해 12월19일 군포 여대생 안모(당시21세)를 비슷한 수법으로 유인해 살해하고 암매장했다.
이렇게 3년여 동안 노래방 도우미 3명, 주부 1명, 회사원 1명, 여대생 2명이 살인귀의 희생양이 됐다. 이들 7명의 부녀자들은 최근 3년여 동안 연쇄실종된 이후 생사를 알 수 없던 상황이었다.

특히 8번째 범행이 감금에 그친 것은 강씨가 모임에서 자신을 아는 사람들과 자리를 함께 해 검거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에 살해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그가 "여자만 보면 살인충동을 제어할 수 없었다"고 진술한 것과 배치된 것으로 그의 치밀한 범죄성향을 보여주고 있는 대목이어서 여죄에 대한 의혹은 한층 더 짙어진다.
■ 수사과정
2008년 12월19일 군포시 대야미동에 사는 여대생 안모(당시 21세)씨가 오후 3시7분 군포보건소를 나서던 모습을 끝으로 자취를 감췄다. 2006년 말부터 무려 6건의 부녀자 실종사건이 터진 상황이라 경찰은 곧바로 비공개수사에 착수, 용의자를 찾는데 수사력을 모았지만 성과는 없었다. 결국 이듬해인 지난달 5일 경찰은 안씨 가족들과의 협의끝에 공개수사로 전환했고 실종자의 신용카드로 70만원을 뽑아 달아난 용의자에 대한 수배전단을 뿌리며 수사본부를 구성, 수사를 확대하기에 이른다.

연쇄실종사건과의 연관성에 대해 언론과 여론의 질타가 시작되면서 수사본부 또한 그동안의 수사상황을 조금씩 공개하기 시작했다. 강씨는 유독 부녀자 실종사건이 발생했던 날 휴대전화의 위치내역이 추적되지 않았다. 특히 지난해 11월 실종된 주부 김씨 사건 당일 강씨는 5시간 동안 휴대폰 위치추적이 안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위치추적을 피하는 방법은 휴대폰 전원을 꺼놓고 이동할 경우로, 납치범들이 주로 쓰는 수법이다. 정황은 있지만 증거는 없었다.
또다시 난관에 부딪친 경찰은 강씨의 안산 팔곡동 집과 수원 당수동 농장을 압수수색해 결정적인 증거를 발견했다. 농장에서 사용되던 1짜리 트럭 안에 있던 강씨의 점퍼에서 주부 김씨의 혈흔이 남아 있었던 것. 이때까지만 해도 강씨는 "증거 있으면 가져와보라. (그러면)자백하겠다"며 발뺌해 오던 차였다.
결국 객관적인 증거 앞에 무릎을 꿇은 그는 최초 자신을 검거했던 안모 형사를 불러달라고 했고, 안 형사에게 "내가 나머지 5명도 모두 죽였다"고 자백했다.
■ 강씨를 둘러싼 의혹
강씨의 범행은 돈이나 성폭행이 목적인 것은 아니었다. 강씨의 진술에 따르면 강씨가 살해한 7명의 피해자 중 강씨가 성폭행하거나 성폭행을 시도한 것은 1차범행 노래방 도우미 배모씨, 3차 범행 회사원 박모씨, 4차범행 노래방 도우미 김모씨, 5차범행 여대생 연모씨 등 4명 뿐이다. 더구나 돈을 빼앗은 것은 군포 여대생 한 명 뿐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의혹은 네번째 부인을 사망케 한 방화살인. 2005년 10월30일 안산시 본오동 강씨 네번째 부인 장모의 집에서 발생한 화재로 부인과 장모가 숨지고 강씨는 4억8천만원에 달하는 부인 사망 보험금을 수령했다. 뿐만 아니라 1998년부터 2000년까지 의문의 트럭화재 등 6번의 화재 및 차량 사고로 강씨는 2억4천여만원의 보험금을 타 보험범죄의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8년간 7건에 달하는 보험금 총액은 무려 7억2천여만원. 그는 사고 직전 보험에 가입하거나 동거녀와 혼인신고를 한 점 등 방화살인 혐의를 지울 수 없는 형편이다.
■ 버스정류장으로부터의 왜곡된 성(性) 판타지?
강씨의 범행은 여성에 대한 왜곡된 시각에서 출발했다는 분석이다. 먼저 30대 후반의 그가 이미 네번의 결혼을 한데다 검거 직전에도 2명의 여성과 교제중이었으며, 지난해 초 선 자리에서 처음만난 여성을 성폭행했다 처벌 받는 등 여성과 관련된 비정상적인 관계들이 특징적이다. 여성과의 성관계에 지나치게 집착하던 그는 성기에 확대 시술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범죄에서 어쩌면 가장 뚜렷한 특징은 범행도구. 7명 중 6명을 여성 스타킹으로 목졸라 살해한 그는 여성의 특정 신체부위에 묘한 쾌락을 느끼는 페티시였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특히 강씨의 안산 팔곡동 집 옥상에서 검은 비닐봉지에 싸인 분홍색 여성 속옷과 70여켤레의 스타킹이 발견된 것은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해 준다.
또 그가 최초 범행대상을 물색할 때 주로 이용했던 버스정류장도 눈여겨 볼 만하다.
한 정신과의사는 "여성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는 것은 그만큼 소유욕구가 강하다는 뜻으로, 어쩌면 그는 불특정 다수의 여성들을 마치 '자신의 것'으로 착각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런 면에서 그는 버스정류장을 사창가 쇼윈도 정도로 생각했을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강씨에게 있어 버스정류장은 성욕을 분출하는 '도구' 정도이며, 그가 성욕을 분출하는 방식은 성관계가 아니라 살해였을 것이란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