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이익을 위해 사업시행자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공기업 등으로만 한정되는 공공택지다.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민간의 개발사업과는 태생부터 다르지만 이런 차이가 명확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택지개발사업의 발목을 잡았다.
■공공기관은 달라야 한다=중대형은 차치하더라도 무주택 실거주자들을 위해 공공기관이 시행하는 중소형 아파트들은 보다 높은 공공성이 요구된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사유지까지 수용해 택지를 조성했고, 공공기관이라는 이유로 공개 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용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고분양가 논란을 빚은 판교신도시를 비롯해 올초 광교신도시에서 분양된 용인지방공사의 중소형 아파트 이던하우스도 주변 시세보다 높은 1천200만원대 분양가를 기록했다. 택지개발을 전담해온 토공과 주공에 '땅장사', '집장사'란 비난이 쏟아지는 것 역시 공공기관이기에 기대한 공공성이 부족했던 탓이 크다. 끊임없는 지적에 몰린 토공과 주공은 공공성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토공은 택지조성원가를 공개하며 이를 낮춰가겠다는 대책을 제시했고, 주공은 중소형 아파트 분양가 인하라는 '카드'를 내놓았다.
■'명품신도시 vs 시프트(SHift)'=민선4기 경기도와 서울시의 주택정책은 다른 길을 걸었다. 도가 광교에 '명품신도시'란 이름을 붙여 이전까지 없던 고품격 자족도시 건설에 힘을 쏟는 동안 서울은 서민주택 정책을 다듬는데 공을 들였다. 서울은 2005년 은평뉴타운에 쏟아진 고분양가 비판을 수용, 2007년 4월 전격적으로 SH공사가 시공하는 모든 아파트에 대해 후분양제를 실시했다. 동시에 국내 최초로 분양원가도 낱낱이 공개했다. 같은해 5월 송파구 장지동과 강서구 발산동에서는 주변 전세시세의 80% 이하 가격으로 20년간 살 수 있는 장기 전세주택 시프트를 선보였다. 신개념 주택 시프트는 주택정책의 패러다임을 뒤흔들었고, 올해들어 임대주택 관련법까지 바꿨다. 최근에는 청약경쟁률이 128대 1까지 치솟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넓은 행정구역에 도시와 농촌이 공존하는 경기도는 서울과 사정이 다르고, 도내 택지개발사업을 토공과 주공이 주도해 단순비교는 어렵다. 또한 광교신도시가 완성되지 않아 공과를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지만 시프트가 주택에 대한 기존 개념을 바꾸며 큰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광교신도시 공공주택의 가능성=사업이 진행중인 광교신도시의 중소형 아파트 분양가를 낮출 수 없을까. 이 질문에 전문가들은 가능할 것이란 답을 내놓는다.
단, 조건이 필요하다. 일반분양의 사업성을 놓치는 대신 공공주택으로 전환해 공공의 이익을 좇겠다는 시행자들의 '의지'다.
경기도시공사는 최근 광교신도시 에듀타운에 속하는 중소형 아파트 용지 A12블록 분양가를 1천100만원대로 내리겠다고 발표했다.
같은 규모인 이던하우스를 의식한듯한 사업계획이지만 이는 일반분양의 경우다. 만약 이 용지에 환매조건부나 장기전세같은 공공주택을 짓는다면 택지공급가격은 택지조성원가의 85%까지 떨어질 수 있다. 이 택지가격에 SH공사가 공개한 건축비 380.1만원(3.3㎡당·상계지구 1·2단지)을 적용하면 일반분양 시보다 3.3㎡ 당 최대 400만원 이상 분양가가 낮아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도시공사는 A12블록에서 깎아준만큼 택지개발 이익이 줄어들겠지만 공공주택을 위해 추가로 재정을 투입할 필요는 없다. 공공주택 확대는 택지개발의 공공성을 높일 수 있는 지름길이다. 문제는 시행자들이 개발이익과 공공성이란 가치 중 어느 쪽에 더 무게를 싣느냐에 따라 좌우된다는 데 있다.
※ 박완기 경실련경기도협 사무처장 "무주택 서민 배려… 경기도 결단 필요"
"공공주택 확충을 위한 경기도의 결단이 필요합니다."
박완기 경실련경기도협의회 사무처장은 "그동안의 택지개발은 시행자의 이익이 우선이었고, 무주택 서민을 위한 배려는 뒷전이었다"며 "이제는 '국민주택규모의 아파트를 지어서 남겨먹겠다'는 생각 자체를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처장은 "택지개발을 빼놓고 과거와 현재를 논할 수 없는 경기도이고, 이런 도가 직접 시행하는 광교신도시는 매우 중요한 갈림길이지만 고분양가와 막대한 개발이익으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SH공사는 물론 토공과 주공도 공공성을 높이기 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경기도 역시 광교를 경기도만의 공공주택정책의 시험대로 만들어야 한다"면서 "택지개발권과 주택공급권을 지방으로 넘겨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공공성을 높일 수 있는 주택정책을 내놓지 못한다면 공감대 형성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