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 기초의회가 하반기 원 구성 이후 갈등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후보등록이 없는 현 교황식 선출방식 대신 후보등록제를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지만, 의원 스스로의 인식전환이 선결돼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 기초의회 원 구성 두고 잇단 잡음

지난 19일 서구의회 정례회에서 민주통합당 의원 6명이 본회의장 의장석을 점거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하반기 의장단 선출이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이상섭 의장의 야합으로 새벽시간대 기습처리됐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들은 원 구성 이후 상임위는 물론 본회의 참석까지 거부하고 있다.

남동구의회에서는 본회의장에 '석유'까지 등장했다. 이번에도 원 구성이 원인이었다.

남동구의회 A의원은 지난 11일 후반기 상임위원회 구성에 불만을 품고 본회의장에 석유를 뿌리고 동료의원의 명패를 부수는 등 난동을 벌였다.

남구의회도 현직 구청장의 후반기 의장단 선거 개입 논란에 이어, 상임위원장 선출 등을 놓고 벌어진 의원들간 갈등이 적잖은 상황이다.

■ 반장선거만도 못한 짬짜미선출

원 구성 논란의 중심에는 교황식 선출방식이 있다. 인천지역 기초의회는 후보등록 없이 의원 모두가 후보가 되는 이른바 교황식 선출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교황식 선출방식은 공개적으로 후보가 나서는 것은 아니지만 내부적으로 각 정당별 후보가 내정된다.

이 때문에 정당·의원간 물밑접촉이 필수적으로 이뤄진다.

의장·부의장과 상임위원장 자리를 두고 정치적 거래가 오가기도 한다.

실제, 이번 하반기 모 구의회에선 합의내용대로 원 구성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책임을 묻는다는 자필서명을 한 합의문이 나돌기까지 했다.

특정 의원이 왜 의장이 돼야 하는지, 왜 상임위원장이 돼야 하는지 주민들은 물론 의원들조차 알 방법이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초의회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부평구의회 이소헌(통합진보당) 의원은 "2년 전 의원이 돼서 처음 한 일이 의장단 선출이었는데 누가 누구인지도 모른 상태에서 원내대표간의 비공식적 협의와 협상에 의해 의장단이 각 당에 배분돼 당혹스러웠다"며 "초등학교 반장선거도 후보등록 후 정견발표를 하는데 원 구성 과정이 주민에게 공개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

■ 해법은 의원 스스로가 갖고 있다

교황식 선출방식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타 광역시도의 일부 기초의회는 후보등록제와 정견발표를 제도화했다.

2010년 11월 울산시 북구의회는 회의규칙에 '의장 또는 부의장이 되고자 하는 의원은 선거일 2일 전 오후 6시까지 후보로 등록해야 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또 선거당일 본회의장에서 정견을 발표할 수 있도록 했다.

대전시 대덕구의회도 선거 전일까지 의회사무과에 후보등록을 해야 피선거권을 갖는다.

울산시 북구의회 진상록 전문위원은 "후보등록제로 한다는 것은 예전엔 보이지 않던 것들이 공개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며 "정견발표를 통해 소신이나 각오 등을 발표함으로써 공정성이 생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제도가 아무리 바뀌어도 의원들의 소양이 뒷받침돼 있지 않으면 소용없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이준한 교수는 "교황식도 문제는 있지만, 절차를 존중하고 상대방을 인정해 주면 민주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전통적인 방법"이라며 "어떤 제도라도 게임의 규칙을 제대로 지키면 되는데 현 기초의회 수준에서 정착이 안 되다 보니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민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