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소액 민사訴 급증
국가·행정소송과 다르게
강제선임 공무원 대리안돼
도 3년간 소송비용만 59억
‘돈·시간 낭비’ 법 개정필요


경기도 내 지자체마다 소액 민사소송이 급증하고 있지만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해야 한다는 법 규정 탓에 불필요하게 시간과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

민사소송은 국가·행정소송과 달리 관련 공무원이 소송을 대리할 수 없도록 하고 있어 아무리 작은 소송이라도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용인시 동천동의 한 토지주는 시를 상대로 소유권 이전을 요구하며 430만원을 돌려달라고 민사소송을 제기,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시가 자신의 토지(면적 170㎡)를 수용하고도 일부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게 이유였다. 다툼의 여지가 없는 엉뚱한 사건이었지만 시는 변호사를 선임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수임료가 소액이라 시는 변호사 선임에도 애를 먹었다. 용인시 관계자는 “소송 금액이 적어 규정상 변호사 수임료로 35만원이 책정, 어떤 변호사도 맡으려 하지 않았다”며 “해당 사건은 공무원이 충분히 변론할 수 있는데도 변호사를 선임해야 한다는 법 규정 탓에 시간과 비용을 낭비했다”고 토로했다.

이천시도 지난해 7월 한 보험사로부터 ‘시가 운영 중인 관고동 유료주차장에서 사고가 났다’며 120여만 원의 구상금청구소송을 당했다. 법원은 청구금액의 절반을 보상하라고 판결했지만, 시가 항소키로 하면서 시간과 비용을 들여 변호사를 선임해야 했다.

5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지자체에 민사소송이 제기되면 소송금액과 관계없이 항소심부터는 변호사 강제주의가 적용된다. 반면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소송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가소송과 행정소송은 해당 관청의 직원을 소송대리인으로 지정할 수 있다.

하지만 지자체를 상대로 한 민사소송의 경우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하도록 하고 있어 현실에 맞게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천시는 최근 이 같은 법을 개선해줄 것을 도 법무담당관실에 건의했다.

최근 3년간 도를 상대로 한 민사소송은 630여 건으로 소송비용(수임료 및 제반 비용 포함)은 59억여 원에 이른다.

31개 시군에 들어오는 민사소송을 포함하면 건수는 수천 건에 달할 것으로 추측된다.

실제로 도내 15개 지자체는 변호사를 채용해 소송 등에 대비하고 있는데 수원·성남·용인 등 큰 규모의 시군은 해마다 100여 건의 민사소송에 시달리면서 시간과 막대한 비용을 쓰고 있다.

이천시 측은 “공공재산 보호 측면에서 보면 민사소송도 국가소송·행정소송과 다를 바가 없다”며 “민사소송에 대해 지자체가 변호사 선임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계속된 건의로, 내부에서도 제도 개선을 다각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강영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