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회사에서 선물 옵션 상품을 담당한 고모(32) 과장. 평범한 샐러리맨이었던 고 과장은 거액의 개인 투자 손해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중 ‘인터넷 도박장 개장’에 손대기 시작했다. 자신의 친형(35), 전직 증권맨 등 8명과 공모해 지난 해 2월 ‘미니 선물 도박’ 사이트를 개설했다.
미니 선물 도박은 사설 경마장이 마사회 경기 정보를 이용해 도박 영업을 하듯이 한국거래소 시세 정보를 이용한 신종 도박이다. 회원들이 실시간 코스피 200지수 등 선물지수 등락을 예측해 베팅하면 운영자가 예측이 적중한 회원에게는 배당금을 지급하고 예측이 빗나간 회원에게서는 손실금을 가져가는 방식이다.
증권사를 통해 정상적으로 선물 거래를 하려면 예치금으로 1천500만~3천만원이 필요했지만, 미니 선물 도박 사이트는 최소 3만원만 있으면 가상의 선물 거래가 가능해 인기를 끌었다. 회원 관리 수법도 치밀했다.
베팅 상한액과 최대 이익금을 각각 500만원으로 제한해 회원들이 한 번에 큰 돈을 얻거나 잃을 수 없게 했다. 배당금을 자주 받아가는 회원은 ‘블랙리스트’로 관리해 접근을 차단하기도 했다.
거액의 예치금 없이 큰 손해를 보지 않고 선물 거래를 맛볼 수 있는 이점에 회원 수는 금세 1천명 이상으로 불었다. 고 과장 일당이 지난 해 2월부터 지난 10일까지 미니 선물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수수료 등의 명목으로 벌어들인 돈은 무려 25억원. 하지만 이들의 범죄 행각은 경찰 수사로 중단됐다.
인천남부경찰서는 인터넷 도박사이트를 개설한 혐의로 고씨 등 6명을 구속하고 장모(30·여)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도박 행위자로 김모(63)씨를 구속하고, 송모(48)씨 등 2명을 불구속했다.
경찰 관계자는 “회원들은 대부분 주식이나 선물거래 유경험자이기 때문에 이 같은 방식이 도박인 것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을 것이다”라며 “회원 1천여명 중 고액, 상습 도박자를 가려내 함께 입건할 방침이다”라고 했다.
한편 경찰은 비슷한 수법의 미니선물도박 조직이 더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 중이다.
/김민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