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심층·탐사

  • 손대는 순간 '덥석'… 단약, 의지박약 문제가 아니다
    기자들의 기억법

    손대는 순간 '덥석'… 단약, 의지박약 문제가 아니다 지면기사

    [당신의 병명은 마약중독·(2)] 스스로 끊을 수 있다는 '착각' 혼자 못 빠져나오면 '약쟁이' 조롱사회 편견 깨부수기부터 출발해야 마약중독을 다루는 일은 우리 사회가 갖는 '편견'을 깨부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앞서 1편에서 24시간 마약중독자를 간병하는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마약중독은 범죄인 동시에 질병이라는 사실을 보여준 것도 그 때문이다.마약을 스스로 끊을 수 있다고 '착각'하는 데부터 보통 중독이 시작된다. 취재진이 만난 마약중독자들과 가족, 전문가들은 그 패턴을 이렇게 설명했다. 마약을 처음 접했을 때, '얼마든지 내 의지로 끊을 수 있다'고 자신하는 순간 중독이 시작되고 마약투약으로 초범이 됐을 때에야 '마약중독자가 됐다'는 걸 인지한다. 문제는 중독이 된 후에는 스스로 '의학적으로' 마약을 끊을 수 없는 중독상태에 빠지는데, 우리 사회가 이를 '의지박약'으로 해석해버리는 것이다.그래서 흔히들 마약중독자를 일컬어 '약쟁이'라 비하한다. 그 비하 속에는 스스로 마약을 끊어내지 못하는 모습을 의지박약으로 해석하는 조롱이 함축돼 있다. 하지만 마약중독자들과 수사기관을 비롯해 의료진들까지, 마약중독을 끊어내는 이른바 '단약'과정에서 중독자들의 단약 의지를 우리가 잘못 해석하고 있다고 꼬집는다. → 관련기사 (믿고 의지할 '동료' 있어야 '단약' 골인한다) /공지영·이시은·이영지기자 jyg@kyeongin.com경기도가 전국 최초로 마약류 중독치료 전담병상을 운영하는 공공마약 중독치료센터를 운영한다. 11일 용인시 새로운경기도립정신병원에서 직원들이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는 등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2024.7.11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 범죄로만 취급… '질병' 인식 부족한 사회, 더는 마약 청정국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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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죄로만 취급… '질병' 인식 부족한 사회, 더는 마약 청정국이 아니다 지면기사

    [당신의 병명은 마약중독·(1)] 사건 3분의 1 경인지역에서 발생출소 후에도 굴레 못벗는 악순환치료할 수 있는 병원, 전국 2곳뿐'혐오시설' 취급… 음지에서 운영가해자도, 피해자도 오로지 '나'인 범죄가 있다. 동시에 한국표준질병의 질병코드로 분류된 범죄다. 질병분류 'T40', 마약 및 정신이상 약에 의한 중독. 쉽게 말해, '마약중독'이다.지난해 경기도와 인천 지역에 단속된 마약사범 수는 전국을 압도한다. 대검찰청이 발표한 '2023 마약류 범죄백서'를 살펴보면 경인지역 마약실태가 고스란히 드러난다.전국에서 가장 많은 단속 건수는 수원지검으로 4천133건에 달하고 인천지검이 3천484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의정부지검에서 단속한 1천833건을 합하면 경인지역에서만 9천450건에 이른다. 전국 마약사건의 3분의1이 경인지역에서 잡혔다. 숫자로 접하니 마약중독이 일상에 깊숙히 파고들었다는 걸 실감한다.그럼에도 우리사회의 마약중독은 여전히 범죄일 뿐이다. 범죄로만 취급하니 해결법도 신고 뿐이다. 치료적 관점을 두고 사회의 고민이 없으니, 치료를 위해 부모가 자식을 신고하고, 내가 나를 신고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중독자도, 가족도, 경찰도, 검사도, 의사도, 단약치료 없는 교도소는 오히려 출소 후 마약에서 벗어날 수 없는 굴레가 되고 만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러나 마약을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은 전국에 딱 2곳. 재활센터도 종교단체 등이 운영하는 민간단체 뿐인데, 혐오로 배척당해 음지로 숨어들거나 최악의 경우 폐쇄된다. 경기도 유일의 재활센터였던 경기다르크도 결국 문을 닫았다.이 때문에 우리가 만난 마약중독자와 그 가족의 삶은 고통뿐이다. 온 가족이 해외를 떠돌다 결국 교도소를 선택했고, 마약중독 자녀를 위해 엄마가 해외논문을 뒤져 치료법을 공부해야 했다. 마약을 다시 찾지 않도록 서로의 손을 꼭 붙잡는 중독자들의 처절한 단약과정은 오로지 민간에만 의존하는 대한민국 마약중독 치료의 현주소다.불행 중 다행으로, 가장 많은 마약사범이 있는 경기도에 전국 최초로 공공마약중독치료센터가 설립된

  • 자녀 위해 전문가가 된 엄마… 손대면 끝 ‘마약에 만약은 없다’ [당신의 병명은 마약 중독·(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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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녀 위해 전문가가 된 엄마… 손대면 끝 ‘마약에 만약은 없다’ [당신의 병명은 마약 중독·(1-2)]

    준희(가명)는 어디에 내놔도 자랑스러운 아이였다. 대학생이 되고서도 성적장학금을 타올 만큼 똑똑하고 모범적인 아이였다. 엄마 이경선(가명)씨와는 사소한 일까지, 스스럼없이 일상을 공유하는 친구같은 사이였다. 그날 준희의 입에서 뜻밖의 단어가 나오기 전까지는, 그랬다. “엄마 내가 마약이란걸 해봤는데, 기분이 정말 좋아져. 엄마도 이런걸 해봤으면 좋겠어" 초롱초롱한 눈을 하고, 아무렇지 않게 '마약'을 말했다. 아이를 너무 믿었기 때문일까. “그때는 아이도 잘 몰랐고, 저도 정말 잘 몰랐어요. 성인이 되면 다들 호기심에 클럽도 가고 술도 마셔보고 그러니까, (저는) 마약도 그런 정도일거라 생각했었어요. 저도 잘 몰랐고 아이도 크게 개의치 않고 말하니까. '한두번 그러다 말겠지' 하고 넘겼어요. 지금와서 돌이켜보면 그때가 골든타임이었는데.." 준희만큼이나 마약에 대해 아는게 하나도 없었던 그 때를, 경선씨는 얼마 지나지 않아 후회했다. 지금도 할수만 있다면 경선씨는 준희가 마약을 말하던 그때로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 “물론 마약이 나쁜건 알았어요. 하지만 저도 준희도 마약에 대해 알고 있는 건 굉장히 막연한 거에요. 영화에서 보면 중독돼서 덜덜 떨면서 괴로워하는, 그런게 마약이라고 생각했죠. 생각해보면 학교에서도, 매체에서도 마약이 구체적으로 왜 나쁜지 단 한번도 알려준 적이 없어요. 그래서 대부분 주변의 누군가 '좋은거 있다'고 말하니 '괜찮은가' 싶어 호기심에 시작했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가 심각한 수준이 되고나서 후회하죠. 예방교육이 얼마나 절실한지 우리 아이가 그렇게 된 후에야 알았습니다." 마약 자체를 몰랐던 '첫번째 무지(無智)'로 인해 골든타임을 놓치고 결국에 준희는 마약중독이 됐다. '두번째 무지'는 상황을 악화시켰다. 경선씨는 준희가 당연히 마약을 금방 끊을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준희는 결국 '마약투약'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어느새 경선씨는 준희의 재판을 지켜보고 있었다. 초범이라 벌금형에 그쳤지만, 그건 좋아할 일이 아니었다. 마약투약으로 법에 걸린 일이

  • 끝나지 않는 단약 치료… 교도소 수감도 끊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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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나지 않는 단약 치료… 교도소 수감도 끊지는 못했다 지면기사

    [당신의 병명은 마약중독·(1)] 마약중독자 간병하는 가족 클럽서 호기심에 접하고 중독자돼해외가서 재활했지만 사실상 실패엄마는 고통받는 사람돕는 활동가로너무쉽게 시작… 초범이라 벌금형치료할 질병 깨달았지만 병원 부족엄마는 국내·외 논문 보며 공부해■ 부모가 자식을 교도소에 밀어넣었던 이유"변호사님, 제발 교도소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해주세요. 불구속 입건은 안됩니다."이선민씨가 꺼낸 뜻밖의 말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이선민씨의 아들 정호(가명)는 자수했다. 스스로 '마약'을 했노라 경찰에 자신을 신고했다. 엄마는 변호사에게 더 강한 처벌을 부탁했다. 그래야만, 정호가 살 수 있어서다. 마약중독에 빠진 아들을 구하기 위한 극약처방이었다.2년 전, 선민씨는 정호의 손을 붙잡고 비행기에 올랐다. 클럽에서 호기심에 마약을 접한 정호는 어느새 '중독자'가 돼 있었다. 순식간이었다. 범죄, 교도소 같은 단어와는 거리가 먼, 아주 보통의 삶을 살아왔던 선민씨는 덜컥 겁부터 났다. 이제 막 스무살이 된 아들이 교도소에 가는 것만큼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마약=범죄'인 한국에선 도저히 난관을 헤쳐나갈 방도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무작정 한국을 떠나기로 했다. 외국에 가면 정호가 마약을 끊고 다시 예쁜 아들로 돌아올 수 있는 '뭔가'가 있을 거란 절박하고 막연한 희망을 붙잡고.지인들에겐 유학이라 핑계대며 호주에 갔다. 아들의 단약을 위해 아빠는 생업까지 포기하며 정호를 따라갔다. 하지만 선민씨의 판단은 얼마 못가 오판이 됐다. 호주에서 정호는 SNS를 통해 더 손쉽게 마약을 구하는 방법을 체득했다.이번엔 태국으로 갔다. 태국의 마약재활시설에 가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극복할 수 있을거라 믿었다. 믿음은 한달을 넘기지 못했다. 재활시설에서 퇴소한 후 홀연히 사라진 정호는 다시 약을 찾았다. 겨우 찾아낸 아들은 자기가 왜 여기에 있는지 기억조차 못한 채 약에 취해 있었다.그래도 엄마는 포기할 수 없었다. 태국에서 싱가포르로 정호를 옮겼다. 싱가포르에선 대학생활과 단약을 병행했다. 정호의

  • 교도소에 가족을 밀어넣은 이유 [당신의 병명은 마약 중독·(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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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도소에 가족을 밀어넣은 이유 [당신의 병명은 마약 중독·(1-1)]

    가해자도, 피해자도 오로지 '나'인 범죄가 있다. 동시에 한국표준질병의 질병코드로 분류된 범죄다. 질병분류 'T40', 마약 및 정신이상 약에 의한 중독. 그렇다. '마약중독'이다. 지난해 경기도와 인천 지역에 단속된 마약사범 수는 전국을 압도한다. 지난달 세계 마약퇴치의 날을 맞아 대검찰청이 발표한 '2023 마약류 범죄백서'를 살펴보면 경인지역 마약실태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단속건수는 수원지검으로 4천133건에 달하고 인천지검이 3천484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의정부지검에서 단속한 1천833건을 합하면 경인지역에서만 9천450건에 이른다. 전국 총 단속건수의 약 34%로, 전국 마약사건의 3분의1이 경인지역에서 잡혔다. 숫자로 접하니 마약중독이 일상에 깊숙히 파고들었다는 걸 실감한다. 그럼에도 우리사회의 마약중독은 여전히 범죄일 뿐이다. 범죄로만 취급하니 해결법도 신고 뿐이다. 치료적 관점을 두고 사회적 고민이 없으니, 치료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부모가 자식을 신고하고, 내가 나를 신고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중독자도, 그 가족도, 경찰도, 검사도, 의사도 모두 단약치료 없는 교도소는 오히려 출소 후 마약에서 벗어날 수 없는 굴레가 되고 만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만난 마약중독자와 그 가족들의 삶은 고통 그 자체였다. 때마침, 가장 많은 마약사범이 있는 경기도에 전국 최초로 공공마약중독치료센터가 설립된다는 소식이 들린다. 마약중독이 범죄이자 질병임을 인정하는 신호탄이다. 이제 우리는 고민해야 한다. 치료하지 못한 마약중독은 전염병이다. 우리는 '범죄자' '약쟁이' '의지박약'으로 마약중독을 가둬놓을 수 있을까. / 편집자주 “변호사님, 제발 교도소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해주세요. 불구속 입건은 안됩니다" 이선민씨가 꺼낸 뜻밖의 말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이선민씨의 아들 정호(가명)는 자수했다. 스스로 '마약'을 했노라 경찰에 자신을 신고했다. 정호의 엄마 선민씨는 아들을 법적으로 보호해야 하는 변호사에게 더 강한 처벌을 부탁했다. 그

  • "빼앗긴 자치권 회복, 지자체 중심 테이블 확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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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빼앗긴 자치권 회복, 지자체 중심 테이블 확대를" 지면기사

    [자물쇠 걸린 땅 '도시 개발 자치권'·(下)] 시민 힘으로 되찾아야 구로차량기지 이전 반대운동 등민의 모으는 움직임 꾸준히 존재"국가중심 개발 대신 '민의' 청취"경기도 위성도시들이 국가 주도의 개발에 시달려온 것은 어쩔 수 없는 과거다. 하지만 경기도 지자체와 시민들의 지방자치 정신이 성숙해짐에 따라 이제 도시개발의 자치권을 보장받아야 하는 것 또한 국가가 인정해야 하는 '시대적 흐름'이다.이러한 흐름에 따라 자치권을 빼앗긴 공간에 대해 해당 지자체를 중심으로, 민주적인 토론과 열린 협의가 가능한 협상 테이블이 확대돼야 한다는 게 시민들과 경기도 지자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시민들 스스로 되찾는 '도시개발 자치권', 시민 사회 움직임 주목 도시개발 자치권을 되찾기 위해 시민들 스스로 민의를 모으는 움직임은 경기도 내 곳곳에서 꾸준히 있어왔다. 광명 밤일마을에서 주도했던 '구로차량기지 이전 반대운동'이 대표적이다.박철희 구로차량기지이전백지화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 위원장은 밤일마을에서 나고 자란 광명토박이다. 그가 어린시절부터 지켜봐 온 광명은 지리적인 특성으로 인해 서울에서 소화하기 힘든 각종 혐오시설이 떠밀려오는 경우를 종종 접했다.박 위원장은 차량기지가 들어서면 도덕산의 허리가 끊길 것을 우려했다. 도덕산은 하안동, 철산동, 광명동을 가로지르는 광명의 주요한 생태 통로다. 그는 바로 행동에 나섰다. 주민총회를 열어 비상대책위원회를 조직했고 박 위원장과 마을 주민 4명이 주축이 돼 국토교통부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분석했다.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시민들의 입장을 모은 의견서를 국토부, 기재부, KDI 등에 수차례 전달했다.이 같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이 커지자 광명시도 나서기 시작했다. 광명시도 2019년 5월 시민과 힘을 합해 차량기지 이전을 막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해 12월 광명시가 함께하는 민관정 공대위로 전환됐고 집회와 현수막을 비롯해 시민들의 손편지 등 다양한 방식으로 기지 이전 반대의 목소리를 표현했다.그 결과 2020년 9월, 정부는

  • 국가가 방치한 '보람채'… 보람 찬 가치 발견한 주민들 [자물쇠 걸린 땅 '도시 개발 자치권'·(下)]
    기자들의 기억법

    국가가 방치한 '보람채'… 보람 찬 가치 발견한 주민들 [자물쇠 걸린 땅 '도시 개발 자치권'·(下)] 지면기사

    시민 힘으로 되찾아야 광명 낡은 아파트 "역사 이어야"반년간 1만2천명 서명운동 성과민심 확인… 市 부지개발 적극적 나고 자라야지만, 애향심이 발휘되는 건 아니다. 직장 때문에, 결혼을 해서, 혹은 집값에 밀려, 다양한 이유로 이주했고 정착했지만 그 삶이 이 곳에서 계속된다면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 저절로 생겨난다. 그게 애향심이다. 경기도의 '위성도시'들이 도시를 개발하는 데 갖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는 바탕에 시민들이 있었고, 애향심이 원동력이 돼 국가주도 개발의 불합리성에 맞섰다. 이렇게 시민주도로 개발 자치권을 되찾는 움직임들이 최근들어 늘고 있다. 김성동씨는 매일 출퇴근길에 마주하는 보람채 아파트가 궁금했다. 광명 한복판에, 낡은 아파트가 너른 부지를 차지한 채 방치된 모습이 답답하게 느껴졌다고 했다. 알아보니, 국가소유의 땅이라 광명시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란 걸 알게 됐다. 고심 끝에 그는 기획재정부로부터 보람채 아파트를 돌려받자는 취지의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일일이 시민들을 만나 보람채의 역사적 배경과 함께, "이제는 광명 시민의 품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점을 설득했다. 그의 용기있는 움직임에 하나둘 시민들이 움직였다. 그렇게 광명 하안2동과 4동 시민 16명을 주축으로 한 시민모임이 탄생했다. 시민모임 회원들은 밤낮없이 광명시내를 돌며 서명운동에 매진했다. 일면식도 없는 시민들에게 다가가 보람채의 역사를 설명하고 설득했다. 함께 마음을 모은 끝에 6개월만에 광명시민 1만2천여명이 서명하는 성과를 이뤘고 지난해 11월 기획재정부에 전달됐다. 이렇게 시민 간의 연대는 정부에 빼앗긴 지자체의 '개발 자치권'을 되찾는 동력이 됐다.김씨는 "우리가 큰 힘이 될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광명 한복판에 건물이 흉물로 남아 있는데, 시에서 개발을 하고 싶어도 광명 땅이 아니다 보니 건드리지도 못하는 게 안타까웠고 그런 마음들이 모이게 됐다"고 말했다. 그리고 시민들의 간절한 바람에 힘입어 광명시도 현재 보람채 아파트 부지의 개발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뛰

  • 애향심이 움직였다, 멈춘 지역의 시간 [자물쇠 걸린 땅 ‘도시 개발 자치권’·(3)]
    기자들의 기억법

    애향심이 움직였다, 멈춘 지역의 시간 [자물쇠 걸린 땅 ‘도시 개발 자치권’·(3)]

    나고 자라야지만, 애향심이 발휘되는 건 아니다. 직장을 다니기 위해, 결혼으로 인해, 혹은 집값에 밀려, 다양한 이유로 이주해왔고 정착했지만 그 삶이 이 곳에서 계속된다면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 저절로 생겨난다. 그게 애향심이다. 경기도의 '위성도시'들이 도시를 개발하는 데 갖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는 바탕에 시민들이 있었고, 애향심이 원동력이 돼 국가주도 개발의 불합리성에 맞섰다. 그리고 이렇게 시민주도로 개발 자치권을 되찾는 움직임들이 최근들어 늘고 있다. 김성동씨는 매일 출퇴근길에 마주하는 보람채 아파트가 궁금했다. 광명 한복판에, 낡은 아파트가 너른 부지를 차지한 채 방치된 모습이 답답하게 느껴졌다고 했다. 알아보니, 국가소유의 땅이라 광명시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란 걸 알게됐다. 고심 끝에 그는 기획재정부로부터 보람채 아파트를 돌려받자는 취지의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오가는 길에 수풀가득한 채 방치된 보람채 아파트를 보면서도 무엇인지 잘 몰랐던 광명시민들에게 일일이 보람채를 설명했다. 길 건너 옛 구로공단에서 일하던 여성노동자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국가가 광명에 지은 임대아파트이면서 이후엔 서울 관내 직장에 재직하는 저소득 여성노동자를 위해 운영됐다는 역사적 사실과 함께, '이제는 보람채가 광명 시민의 품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의 용기있는 움직임에 하나 둘 시민들이 움직였다. 그렇게 광명 하안2동과 4동 시민 16명을 주축으로 한 시민모임이 탄생했다. 시민모임 회원들은 밤낮없이 광명시내를 돌며 서명운동에 매진했다. 일면식도 없는 시민들에게 다가가 보람채의 역사를 설명하고 설득했다. 함께 마음을 모은 끝에 6개월만에 광명시민 1만2천여명이 서명하는 성과를 이뤘다. 이렇게 시민 간의 연대는 정부에 빼앗긴 지자체의 '개발 자치권'을 되찾는 동력이 됐다. 성동씨를 비롯한 시민모임은 지난해 11월 보람채 소유주체인 기획재정부에 서명부를 전달했다. 성동씨는 “우리가 큰 힘이 될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광명 한복판에 건물이 흉물로 남아 있는데, 시에서 개발을 하고 싶

  • '도시개발 족쇄' 걸린 위성도시의 비애 [자물쇠 걸린 땅 '도시 개발 자치권'·(中)]
    기자들의 기억법

    '도시개발 족쇄' 걸린 위성도시의 비애 [자물쇠 걸린 땅 '도시 개발 자치권'·(中)] 지면기사

    양주 치매안심마을·고양 기피시설 광명시 겪은 문제 유사 사례 다수주민 목소리·직접 대안 제시 희망적수도 서울의 위성도시라는 임무를 부여받아 성장한 경기도 내 여러 시·군은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광명시와 유사한 문제를 겪고 있다. 광명시는 서울 개봉지구의 일부로 개발되면서 본격적인 도시로 형성됐고, 철산리는 서울 구로공단을 배후로 하는 택지지구로 개발됐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서울의 위성도시였다. 이 과정에서 서울 목동 인근 지역에 거주하던 철거민들을 대거 수용한 역사는 성남시의 역사와 닮아있다. 성남시도 서울시가 설치한 '광주대단지 사업소'를 통해 철거민 집단 이주로 조성됐다.광명 보람채 아파트와 같이 서울시에 부족한 인프라를 보충하는 역할을 했다가 도시개발에 족쇄가 걸린 사례는 양주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양주시 내에 위치한 '용산구민 휴양소'를 두고 서울시 용산구가 주민들이 원하는 방향과 동떨어진 개발계획을 세우면서 주민들의 반발을 샀다.2000년대 후반 서울시 각 구에서 구민 휴양소를 만드는 게 유행처럼 번졌는데, 용산구는 양주시 백석읍 기산리에 '용산구민 휴양소'를 조성했다. 서울 동작구가 안면도에, 서초구가 강원도 횡성, 용산구가 제주도에 자치구민을 위한 휴양소를 마련했던 것도 이즈음이다.용산구민 휴양소가 들어선 기산리는 마장호수와 기산저수지 등이 인근이어서 양주시의 주요 관광자원으로 꼽힌다. 2017년 2월 용산구민 휴양소는 폐업했지만, 7년이 지난 지금까지 방치되고 있다. 용산구는 방치된 시설을 활용해 치매안심마을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양주시민들은 요양시설이 난립해 도시환경을 저해할 것을 우려했다.결국 양주시는 2019년 치매마을 건립 반대 주민 의견을 모아 용산구에 통보했고, 이듬해에는 양주시의회가 치매마을 건립 철회 촉구 의견을 낸 바 있다.용산구는 양주시를 상대로 건축협의 부동의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지만, 의정부지법은 2022년 8월23일 양주시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법원은 지자체법과 건축법에 근거해 건축물의 소재지를 관할하는 허가권자,

  • 서울 역할·기능 대신한 건물들, 흉물 전락 [자물쇠 걸린 땅 '도시 개발 자치권'·(中)]
    기자들의 기억법

    서울 역할·기능 대신한 건물들, 흉물 전락 [자물쇠 걸린 땅 '도시 개발 자치권'·(中)] 지면기사

    세월 지나 철거도 어려운 상황 배후지역으로 한때는 호황 누려 광명 중심에 지은 보람채아파트독자적으로 활용 못하고 공동화 한때 경기도 주요 시·군들은 위성도시로 불렸다. 성남시는 인구를 분산할 목적으로, 과천시는 중앙행정수요를 나눠지면서 서울의 '위성도시' 기능을 했다.지금은 경기도 시·군을 위성도시로 일컫는 사람은 없지만, 서울과 그 주변을 부속으로 나눠 사고하는 경향은 여전히 지방자치의 발목을 잡고 있다.광명 보람채 아파트는 이런 현실을 보여주는 상징물이다. 산업화를 위한 도시개발과 안정적인 노동력 수급이라는 대의를 위해 광명시가 개발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광명시 역시 갈대가 무성한 습지에서 고층 아파트가 즐비한 도시로 성장하는데 산업화 시기 주어진 그 역할이 주요하게 작용했다.한때 구로공단의 노동자들이 점심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해, 고된 노동을 잊기 위해 술 한 잔을 기울일 곳으로 광명시를 찾았으니 서울 배후지역의 경제적 이익을 누렸다. 늘어난 인구 역시 서울로부터 얻을 수 있는 여러 이점 중 하나였다. 그러나 지방자치가 본격화되고, 자신이 사는 지역을 더 나은 환경으로 가꾸려는 시민의식이 성숙하면서 서울 배후지역이라는 인식은 수도권 지자체가 공통으로 겪는 비애가 됐다.보람채 아파트는 광명시 행정과 상업의 중심지역에 방치됐고, 광명시가 독자적으로 활용방안을 세울 수 없는 도심 속 공동(空洞)으로 남았다.안전한 광명을 위한 시민모임 김성동 대표는 "40년이 넘도록 시민을 위해 사용하지 못했고, 도심 흉물로 전락해 시민들의 걱정거리가 됐다"며 "하루빨리 철거해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되돌려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박승원 광명시장도 "앞으로 기업들이 많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하는 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공간으로 (보람채 아파트)부지를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 관련기사 ('도시개발 족쇄' 걸린 위성도시의 비애 [자물쇠 걸린 땅 '도시 개발 자치권'·(中)]) /김성주·공지영·이시은기자 ksj@kyeongin.com구로공단 여공 기숙사 광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