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새로운 일을 취재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를 듣는 게 기자의 일입니다. 워낙 수많은 일과 이야기를 머릿 속에 담다보니 사실 어렴풋이 기억나거나 아예 기억도 나지 않는, 잊혀진 취재도 많습니다. 그런 가운데에도 시간이 흘러도 또렷이 기억에 남는 인터뷰도 있고요. 2020년 경인일보에 탐사보도팀이 구성되고, 첫 기획물로 ‘판교리얼리티(https://kyeongincom.wixsite.com/realpangyo)’를 내놓았습니다. 당시 판교를 처음 기획한 이를 찾아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임창열 전 경기도지사입니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임 전 지사는 판교 개발에 대한 여러 비화를 또렷하게 기억했고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선명한 그의 기억도 놀라웠지만, 사실 가장 인상깊었던 건 10년 후, 20년 후 경기도를 고민했다는 지점이었습니다. 중앙정부의 숱한 반대와 방해에도 임기 4년짜리 도지사가 대통령까지 찾아가 밀어부친 에피소드는 놀랍기도 했습니다.
지금 판교를 누리는 사람들 중에 험난한(?) 역사가 있었다는 걸 모르는 이들도 많을 겁니다. 판교개발에 임창열의 선구안이 있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을테구요. 그의 공과에 대한 평가와 별개로,서울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추진됐던 국토부의 판교개발이 경기도에 의해 첨단산업단지로 개발될 수 있었던 건 나무보단, 숲을 봤기 때문입니다. 선거로 뽑힌, 이른바 선출직 공무원들이 임기 안에 보여줄 수 있는 단기 성과에만 집착하는 정치풍토에선 이해할 수 없는 일이겠죠. 숲은 둘째치고, 나무 밑동까지 잘라버린 대한민국 최고 공직자가 만들어 낸, 기괴한 대한민국을 바라보고 있자니 그날의 인터뷰가 자꾸 머릿 속을 맴돕니다. 이번주 일목요연 출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