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본 기사
-
[인터뷰…공감] ‘태권도 자유품새 세계 1위’ 변재영 선수
2025-03-11
-
대통령실, 삼엄한 경비 속에 별도 입장 발표 없어
2024-12-04
-
[2025 신년특집] 보고싶은 것만 보고, 듣고싶은 말만 듣고 ‘뉴스를 편식하다’
2025-01-01
-
세교3지구 균형개발·선(先)교통망 확충… 오산 도시 가치 높인다
2025-03-19
-
잊었던 호흡기 질환 기승… 경기도 백일해 환자 급증
2025-02-04
최신기사
-
마약중독 회복 위한 골든타임… 굴레 벗어나는 방법, 입원 → 재활 → 관리 지면기사
[당신의 병명은 마약중독·(4·끝)] 100일 전투 돕는 공공의 힘 흔히 마약중독자의 끝은 '교도소, 정신병원, 혹은 죽음 뿐'이라고 경고한다. 하지만 우리가 만난 마약중독자들은 또 다른, 하나의 선택지를 가슴 속에 품고 산다. 바로 '회복'이다.마약중독이라는 병을 극복하는 회복의 길에서 중요한 건 '골든타임'이다.회복할 수 있는 골든타임에 마약중독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판단하고, 즉각적으로 필요한 치료재활시설에 연계할 수 있어야 마약의 굴레를 벗어날 수 있다.김재성 인천참사랑병원 원장은 마약중독 급성기 치료를 '100일 전투'라고 말했다. "100일을 넘기면 심각한 갈망 증상이 한 풀 꺾여요. 치료 혹은 재활기관에서 이 기간 동안 마약으로부터 중독자를 보호해야 합니다. 이 고비를 넘기면 의학적으론 1년을 단약할 수 있다고 보고 있거든요. 마약중독 환자가 발생했을 때 이상적인 루트는 입원치료 이후 재활시설로, 그 이후엔 회복자 모임에 참석하며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에요."급성환자일 경우 특히나 입원치료가 필수적으로 연계돼야 하고, 급성이 아니더라도 입원치료로 해독을 한 후, 재활시설로 연결돼야 한다. 재활시설은 마약중독자들이 사회에 안정적으로 재정착할 수 있게 돕는 징검다리다. 이 곳에서 충분히 안정적인 상태로 접어들었다면,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가 회복자 자조모임에 참석해 단약을 유지한다. 이러한 단약의 과정은 의학적으로 최소 5년, 실상은 평생 관리하며 살아야 한다. → 관련기사 (전국 첫 공공치료재활센터 설립… 마약의 사각지대 밝히는 경기도) /공지영·이시은·이영지기자 jyg@kyeongin.com김재성 인천 참사랑병원 원장은 마약 ‘재발’이라는 표현에 대해 마약중독이 ‘뇌질환’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혜린기자 leehele@kyeongin.com
-
전국 첫 공공치료재활센터 설립… 마약의 사각지대 밝히는 경기도 지면기사
[당신의 병명은 마약중독·(4·끝)] 100일 전투 돕는 공공의 힘 청소년·20대 증가 사회 문제 대두민간 수익문제 꺼려 공공이 나서야컨트롤타워·체계적 시스템 '과제'경기도가 전국 최초로 공공마약치료재활센터를 설립한 것도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해서다. 경기도뿐 아니라 정부도 이미 알고 있다. 마약중독은 범죄이면서 병이라는 사실을 깊게 인지하고 있다. 다만 '대놓고' 말하지 못할 뿐이었다.경기도만 들여다봐도 마약 문제는 심각하다. 지난해 마약사범 중 경기지역에서 적발된 인원은 총 6천678명으로, 전체의 24.2%다. 17개 광역시도 중 가장 많은 마약사범이 적발됐다. 인구가 가장 많이 산다는 핑계만으로 덮어둘 수준은 아니다. → 표 참조이 중에서도 마약이 무엇인지 모른 채 중독되는 청소년들이 많아지고 있다. 최근 5년간 검거된 연령별 마약사범을 살펴보면 2019년 239명이었던 10대가 지난해엔 1천477명으로 6배 넘게 늘었다. 20대 역시 2019년 3천521명에서 지난해 8천368명으로 2.5배 가까이 증가했다. 하지만 이들이 도움의 손길을 뻗을 데가 경기도엔 없었다.물론 도내에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기관도 있지만 지정만 됐을 뿐 '굳이' 마약중독자를 받지 않는다. 일반 중독자보다도 몇십배는 관리하기 힘들어 꺼리는 경향이 크고, 수익성도 좋지 않아서다.경기도가 팔을 걷어붙인 것도 최소한 마약 중독을 회복하려는 의지가 있는 경기도민이 마약 치료를 위해 인천 참사랑병원으로, 경남 국립부곡병원으로 '원정'까지 가서 또 무한정 대기하다 치료 골든타임을 놓치는 상황만은 막겠다는 취지다.경기도는 지난달 24일부터 용인 경기도립정신병원 내에 마약류 치료 '전담'병상을 운영하고 있다. 마약중독자만을 전담으로 맡겠다는 의지다. 시작은 10병상, 안정실 3병상이지만 이용 수요 등을 보고 병상을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문을 연 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현재 3명이 입원했다. 병원 관계자는 "유선 상담 문의 등 중독자들의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며 "치료뿐 아니라 재활센터, 자조
-
마약 끊게 해줄 인프라 없다면… 어설픈 처벌은 되레 독 지면기사
[당신의 병명은 마약중독·(3)] 최근 수사·재판 모두 치료에 중점재활 조건 사회 나와도 시설 전무마약중독자를 가장 잘 아는 이들은 수사·사법기관이다. 특히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마약사건을 접하며 마약중독이 범죄이면서, 동시에 '질병'이라는 인식도 함께하고 있다.이는 마약투약 사범에 대한 법 집행과정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최근 들어 수사와 재판 단계 모두에서 '치료재활'을 염두에 두고 처벌수위를 판단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검찰이 수사과정에서 마약투약사범을 치료재활시설로 연계하는 제도는 치료조건부 기소유예, 한국마약퇴치본부 교육이수조건부 기소유예, 보호관찰소 선도조건부 기소유예 등 3가지다. 실제 시행건수도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교육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은 지난 2013년 140명이었던데 비해 지난해 1천87명으로, 10년 사이 8배 가까이 늘어났다. 보호관찰소 선도조건부 기소유예 처분도 최근 3년간 194명(2021년), 281명(2022년), 439명(2023년)으로 증가했다.기소돼 재판을 진행하는 중에도 치료재활이 연계된 사법제도는 작동한다. 검찰의 치료감호 청구, 법원의 치료명령제도가 대표적이다. 치료감호는 마약중독자를 감호(구금)해 치료를 행하는 조처다. 치료명령제도는 법원이 기소유예 판결에 대한 조건으로 피고인을 치료시설과 연계하는 처분이다.문제는 치료재활을 조건으로 처벌을 유예해준다 해도, 다시 사회로 나온 마약중독자들이 정작 치료재활을 받을 수 있는 인프라가 전무하다는 데 있다. → 관련기사 3면(사지 내모는 마약 '기소유예'… 수사·재판 연계 재활센터 확충 바람직)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
사지 내모는 마약 '기소유예'… 수사·재판 연계 재활센터 확충 바람직 지면기사
[당신의 병명은 마약중독·(3)] 치료 가능 병원 단 2곳 진료 몰려장기관리 부담 등 집행 관심 적어정부지정 마약중독 치료보호기관은 지난해 기준 25곳이다. 그중 실제 치료를 진행한 곳은 9곳 뿐이다. 지난해 641명만 치료보호가 이뤄졌는데, 전체 마약 사범(2만7천611명) 가운데 2%만이 정부 지정 병원에서 치료받을 수 있었다. 더 심각한 건 실제 치료가 가능한 병원은 인천 참사랑병원과 경남 국립부곡병원인데, 지난해 마약중독자 치료의 86%가 이 2곳에서만 이뤄졌다.이 때문에 검찰이 의뢰한 치료보호 사례는 극히 드물다. 최근 5년간 검찰이 의뢰한 입원 치료는 3명, 외래는 53명에 그쳤다. 치료조건부 기소유예의 경우 집행률 자체가 매년 낮다. 지난 2021년 22명이었던 마약류 사범 치료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은 2022년 14명, 지난해 14명을 기록했다. → 표 참조인천지검 마약특수부 출신 법무법인온강 배한진 변호사는 치료조건부 기소유예 시행 건수가 유독 많지 않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마약중독으로 입건돼 수사단계에서 (치료재활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 검사가 할 수 있는 제도가 치료조건부 기소유예입니다. 지정된 25개 병원 중 무상치료를 받는 조건으로 기소를 유예한다는 건데, 제대로 활용이 되지 않고 있죠. 실제로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은 2곳 밖에 되질 않아 대기가 엄청 깁니다. 장기간 마약중독 피의자를 관리해야 하는 부담도 커지구요. 검사입장에선 처벌하면 끝나는 문제인데, (제도가 있다고 해도) 집행하는 데는 아무래도 관심이 덜하죠. 법원도 치료감호청구나 치료명령제도가 있어요. 공주교도소에 치료보호감옥이 있긴 하지만, 전국에 딱 한 곳 뿐이니 쏠림현상이 심합니다."올해 4월 대검찰청과 법무부, 보건복지부 등은 마약류 단순 투약사범에 대한 사법 치료 재활 시설 연계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초범이거나 단약 의지가 강한 마약 투약사범에 한해 재활 기회를 준다는 취지다. 수사·사법기관도 마약중독을 질병으로 대하는 인식은 나아진 것은 분명하다. 치료재활을 통해 마약사범을 교화하는 사법제도 또
-
손대는 순간 '덥석'… 단약, 의지박약 문제가 아니다 지면기사
[당신의 병명은 마약중독·(2)] 스스로 끊을 수 있다는 '착각' 혼자 못 빠져나오면 '약쟁이' 조롱사회 편견 깨부수기부터 출발해야 마약중독을 다루는 일은 우리 사회가 갖는 '편견'을 깨부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앞서 1편에서 24시간 마약중독자를 간병하는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마약중독은 범죄인 동시에 질병이라는 사실을 보여준 것도 그 때문이다.마약을 스스로 끊을 수 있다고 '착각'하는 데부터 보통 중독이 시작된다. 취재진이 만난 마약중독자들과 가족, 전문가들은 그 패턴을 이렇게 설명했다. 마약을 처음 접했을 때, '얼마든지 내 의지로 끊을 수 있다'고 자신하는 순간 중독이 시작되고 마약투약으로 초범이 됐을 때에야 '마약중독자가 됐다'는 걸 인지한다. 문제는 중독이 된 후에는 스스로 '의학적으로' 마약을 끊을 수 없는 중독상태에 빠지는데, 우리 사회가 이를 '의지박약'으로 해석해버리는 것이다.그래서 흔히들 마약중독자를 일컬어 '약쟁이'라 비하한다. 그 비하 속에는 스스로 마약을 끊어내지 못하는 모습을 의지박약으로 해석하는 조롱이 함축돼 있다. 하지만 마약중독자들과 수사기관을 비롯해 의료진들까지, 마약중독을 끊어내는 이른바 '단약'과정에서 중독자들의 단약 의지를 우리가 잘못 해석하고 있다고 꼬집는다. → 관련기사 (믿고 의지할 '동료' 있어야 '단약' 골인한다) /공지영·이시은·이영지기자 jyg@kyeongin.com경기도가 전국 최초로 마약류 중독치료 전담병상을 운영하는 공공마약 중독치료센터를 운영한다. 11일 용인시 새로운경기도립정신병원에서 직원들이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는 등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2024.7.11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
믿고 의지할 '동료' 있어야 '단약' 골인한다 지면기사
[당신의 병명은 마약중독·(2)] 스스로 끊을 수 있다는 착각 '주변의 도움' 필수적 요소 여겨'갈망' 올때 서로 손잡고 버텨내 마약을 끊어내는, '단약'은 마라톤과 같다. 치료의 속도를 조절하면서 아주 오래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차이가 있다면, 경쟁과 승자가 있는 마라톤과 달리 단약은 마약중독이란 병을 함께 이겨내는 '동료'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동료는 서로 믿고 의지하면서 한걸음씩 나아간다. 실제로 우리가 만난 단약 치료 중인 마약중독자들 곁에는 대부분 이 과정을 함께하는 동료가 있었다. 그것은 가족이기도 했고 치료 및 재활전문가이기도 했다. 또 중독자들이 서로 동료가 돼주기도 했다. 그만큼 단약을 할때 '주변의 도움'은 필수적인 요소로 여긴다. 그래서 마약중독자가 '나 마약을 했다'고 주변에 투약 사실을 알리거나 '마약을 끊고싶다'는 도움을 요청할 때, 날선 비판보다 애정어린 응원과 관리가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20살때부터 마약을 시작한 김경호(가명)씨는 2년째 단약 중이다. 호기심에 시작한 마약은 어느새 삶의 중심이 돼버렸고 한때는 밀매상으로도 활동했다. 혼자서 마약을 끊어내려 몸부림을 쳐봤지만, 눈 떠보면 다시 손을 대고 있었다. '스스로 끊을 수 없다'는 판단에 이르렀다. 올해 초 문을 닫은 민간 마약중독재활치료시설인 경기 다르크를 찾아간 것은 그 절실함이었다. 이 곳에서 그는 같은 처지의 차규성(가명)씨를 만났다. 둘은 늘 붙어다녔다. 갑작스레 찾아오는 갈망을 통제하기 위해 서로를 감시하고, 때론 위로하며 응원했다. 한명이 갈망이 올때, 다른 한명이 손을 붙잡고 울면서 말리는 일이 허다했다."갈망이 심하게 올때 술에다 정신과에서 처방받은 약을 섞어 마셔버렸어요. 그러고, 기억이 전부 날아가버렸는데 제가 마약을 찾고 있었나봐요. 그때 규성이형이 저를 막았어요. 그러면 안된다고, 제 손을 꽉 잡으며 막았습니다."실제로 마약을 억눌러오다 참지 못하는 지경을 보통 '갈망'이라고 말하는데, 그 갈망이 임계점에 달하면 마약중독자
-
범죄로만 취급… '질병' 인식 부족한 사회, 더는 마약 청정국이 아니다 지면기사
[당신의 병명은 마약중독·(1)] 사건 3분의 1 경인지역에서 발생출소 후에도 굴레 못벗는 악순환치료할 수 있는 병원, 전국 2곳뿐'혐오시설' 취급… 음지에서 운영가해자도, 피해자도 오로지 '나'인 범죄가 있다. 동시에 한국표준질병의 질병코드로 분류된 범죄다. 질병분류 'T40', 마약 및 정신이상 약에 의한 중독. 쉽게 말해, '마약중독'이다.지난해 경기도와 인천 지역에 단속된 마약사범 수는 전국을 압도한다. 대검찰청이 발표한 '2023 마약류 범죄백서'를 살펴보면 경인지역 마약실태가 고스란히 드러난다.전국에서 가장 많은 단속 건수는 수원지검으로 4천133건에 달하고 인천지검이 3천484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의정부지검에서 단속한 1천833건을 합하면 경인지역에서만 9천450건에 이른다. 전국 마약사건의 3분의1이 경인지역에서 잡혔다. 숫자로 접하니 마약중독이 일상에 깊숙히 파고들었다는 걸 실감한다.그럼에도 우리사회의 마약중독은 여전히 범죄일 뿐이다. 범죄로만 취급하니 해결법도 신고 뿐이다. 치료적 관점을 두고 사회의 고민이 없으니, 치료를 위해 부모가 자식을 신고하고, 내가 나를 신고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중독자도, 가족도, 경찰도, 검사도, 의사도, 단약치료 없는 교도소는 오히려 출소 후 마약에서 벗어날 수 없는 굴레가 되고 만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러나 마약을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은 전국에 딱 2곳. 재활센터도 종교단체 등이 운영하는 민간단체 뿐인데, 혐오로 배척당해 음지로 숨어들거나 최악의 경우 폐쇄된다. 경기도 유일의 재활센터였던 경기다르크도 결국 문을 닫았다.이 때문에 우리가 만난 마약중독자와 그 가족의 삶은 고통뿐이다. 온 가족이 해외를 떠돌다 결국 교도소를 선택했고, 마약중독 자녀를 위해 엄마가 해외논문을 뒤져 치료법을 공부해야 했다. 마약을 다시 찾지 않도록 서로의 손을 꼭 붙잡는 중독자들의 처절한 단약과정은 오로지 민간에만 의존하는 대한민국 마약중독 치료의 현주소다.불행 중 다행으로, 가장 많은 마약사범이 있는 경기도에 전국 최초로 공공마약중독치료센터가 설립된
-
끝나지 않는 단약 치료… 교도소 수감도 끊지는 못했다 지면기사
[당신의 병명은 마약중독·(1)] 마약중독자 간병하는 가족 클럽서 호기심에 접하고 중독자돼해외가서 재활했지만 사실상 실패엄마는 고통받는 사람돕는 활동가로너무쉽게 시작… 초범이라 벌금형치료할 질병 깨달았지만 병원 부족엄마는 국내·외 논문 보며 공부해■ 부모가 자식을 교도소에 밀어넣었던 이유"변호사님, 제발 교도소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해주세요. 불구속 입건은 안됩니다."이선민씨가 꺼낸 뜻밖의 말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이선민씨의 아들 정호(가명)는 자수했다. 스스로 '마약'을 했노라 경찰에 자신을 신고했다. 엄마는 변호사에게 더 강한 처벌을 부탁했다. 그래야만, 정호가 살 수 있어서다. 마약중독에 빠진 아들을 구하기 위한 극약처방이었다.2년 전, 선민씨는 정호의 손을 붙잡고 비행기에 올랐다. 클럽에서 호기심에 마약을 접한 정호는 어느새 '중독자'가 돼 있었다. 순식간이었다. 범죄, 교도소 같은 단어와는 거리가 먼, 아주 보통의 삶을 살아왔던 선민씨는 덜컥 겁부터 났다. 이제 막 스무살이 된 아들이 교도소에 가는 것만큼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마약=범죄'인 한국에선 도저히 난관을 헤쳐나갈 방도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무작정 한국을 떠나기로 했다. 외국에 가면 정호가 마약을 끊고 다시 예쁜 아들로 돌아올 수 있는 '뭔가'가 있을 거란 절박하고 막연한 희망을 붙잡고.지인들에겐 유학이라 핑계대며 호주에 갔다. 아들의 단약을 위해 아빠는 생업까지 포기하며 정호를 따라갔다. 하지만 선민씨의 판단은 얼마 못가 오판이 됐다. 호주에서 정호는 SNS를 통해 더 손쉽게 마약을 구하는 방법을 체득했다.이번엔 태국으로 갔다. 태국의 마약재활시설에 가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극복할 수 있을거라 믿었다. 믿음은 한달을 넘기지 못했다. 재활시설에서 퇴소한 후 홀연히 사라진 정호는 다시 약을 찾았다. 겨우 찾아낸 아들은 자기가 왜 여기에 있는지 기억조차 못한 채 약에 취해 있었다.그래도 엄마는 포기할 수 없었다. 태국에서 싱가포르로 정호를 옮겼다. 싱가포르에선 대학생활과 단약을 병행했다. 정호의
-
국가가 방치한 '보람채'… 보람 찬 가치 발견한 주민들 [자물쇠 걸린 땅 '도시 개발 자치권'·(下)] 지면기사
시민 힘으로 되찾아야 광명 낡은 아파트 "역사 이어야"반년간 1만2천명 서명운동 성과민심 확인… 市 부지개발 적극적 나고 자라야지만, 애향심이 발휘되는 건 아니다. 직장 때문에, 결혼을 해서, 혹은 집값에 밀려, 다양한 이유로 이주했고 정착했지만 그 삶이 이 곳에서 계속된다면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 저절로 생겨난다. 그게 애향심이다. 경기도의 '위성도시'들이 도시를 개발하는 데 갖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는 바탕에 시민들이 있었고, 애향심이 원동력이 돼 국가주도 개발의 불합리성에 맞섰다. 이렇게 시민주도로 개발 자치권을 되찾는 움직임들이 최근들어 늘고 있다. 김성동씨는 매일 출퇴근길에 마주하는 보람채 아파트가 궁금했다. 광명 한복판에, 낡은 아파트가 너른 부지를 차지한 채 방치된 모습이 답답하게 느껴졌다고 했다. 알아보니, 국가소유의 땅이라 광명시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란 걸 알게 됐다. 고심 끝에 그는 기획재정부로부터 보람채 아파트를 돌려받자는 취지의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일일이 시민들을 만나 보람채의 역사적 배경과 함께, "이제는 광명 시민의 품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점을 설득했다. 그의 용기있는 움직임에 하나둘 시민들이 움직였다. 그렇게 광명 하안2동과 4동 시민 16명을 주축으로 한 시민모임이 탄생했다. 시민모임 회원들은 밤낮없이 광명시내를 돌며 서명운동에 매진했다. 일면식도 없는 시민들에게 다가가 보람채의 역사를 설명하고 설득했다. 함께 마음을 모은 끝에 6개월만에 광명시민 1만2천여명이 서명하는 성과를 이뤘고 지난해 11월 기획재정부에 전달됐다. 이렇게 시민 간의 연대는 정부에 빼앗긴 지자체의 '개발 자치권'을 되찾는 동력이 됐다.김씨는 "우리가 큰 힘이 될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광명 한복판에 건물이 흉물로 남아 있는데, 시에서 개발을 하고 싶어도 광명 땅이 아니다 보니 건드리지도 못하는 게 안타까웠고 그런 마음들이 모이게 됐다"고 말했다. 그리고 시민들의 간절한 바람에 힘입어 광명시도 현재 보람채 아파트 부지의 개발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뛰
-
"빼앗긴 자치권 회복, 지자체 중심 테이블 확대를" 지면기사
[자물쇠 걸린 땅 '도시 개발 자치권'·(下)] 시민 힘으로 되찾아야 구로차량기지 이전 반대운동 등민의 모으는 움직임 꾸준히 존재"국가중심 개발 대신 '민의' 청취"경기도 위성도시들이 국가 주도의 개발에 시달려온 것은 어쩔 수 없는 과거다. 하지만 경기도 지자체와 시민들의 지방자치 정신이 성숙해짐에 따라 이제 도시개발의 자치권을 보장받아야 하는 것 또한 국가가 인정해야 하는 '시대적 흐름'이다.이러한 흐름에 따라 자치권을 빼앗긴 공간에 대해 해당 지자체를 중심으로, 민주적인 토론과 열린 협의가 가능한 협상 테이블이 확대돼야 한다는 게 시민들과 경기도 지자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시민들 스스로 되찾는 '도시개발 자치권', 시민 사회 움직임 주목 도시개발 자치권을 되찾기 위해 시민들 스스로 민의를 모으는 움직임은 경기도 내 곳곳에서 꾸준히 있어왔다. 광명 밤일마을에서 주도했던 '구로차량기지 이전 반대운동'이 대표적이다.박철희 구로차량기지이전백지화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 위원장은 밤일마을에서 나고 자란 광명토박이다. 그가 어린시절부터 지켜봐 온 광명은 지리적인 특성으로 인해 서울에서 소화하기 힘든 각종 혐오시설이 떠밀려오는 경우를 종종 접했다.박 위원장은 차량기지가 들어서면 도덕산의 허리가 끊길 것을 우려했다. 도덕산은 하안동, 철산동, 광명동을 가로지르는 광명의 주요한 생태 통로다. 그는 바로 행동에 나섰다. 주민총회를 열어 비상대책위원회를 조직했고 박 위원장과 마을 주민 4명이 주축이 돼 국토교통부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분석했다.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시민들의 입장을 모은 의견서를 국토부, 기재부, KDI 등에 수차례 전달했다.이 같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이 커지자 광명시도 나서기 시작했다. 광명시도 2019년 5월 시민과 힘을 합해 차량기지 이전을 막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해 12월 광명시가 함께하는 민관정 공대위로 전환됐고 집회와 현수막을 비롯해 시민들의 손편지 등 다양한 방식으로 기지 이전 반대의 목소리를 표현했다.그 결과 2020년 9월, 정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