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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처럼 덩그러니… 경기도 아닌 경기도 [자물쇠 걸린 땅 ‘도시 개발 자치권’·(1)]
꽤 오랫동안 우리 마을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마을과는 선이 그어져 정체조차 알 수 없었던 공간들이 경기도 곳곳에 있다. 국유지이거나 서울시가 소유한 땅들인데, 이들의 기능은 오로지 국가, 서울시민을 위한 것들이다. 워낙 오랫동안 그래와서 '그러려니'하며 살았다. 그렇게 서울 변방, '위성도시'로 태어난 숙명을 안고 참아왔지만, 세월이 흐른 만큼 도시와 시민은 성장했다. 이제 경기도의 도시들은 독립된 자치권을 바탕으로 정체성을 확립했고 주도적인 도시개발이 가능해졌다. 경기도 도시들이 빼앗긴 '도시개발의 자치권'은 그래서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렸다. 일당 3천300원, 월급 9만9천원. 아침 8시30분에 출근해 밤 10시는 넘어야 끝이 나는 근무. 40여년 전 그때를 생각하면, 오정애씨는 참 고되고 힘들었어서, 이보다 못할 일은 없다는 생각으로 '현재'를 산다고 했다. 정애씨는 지금은 가산디지털단지로 이름과 모습을 바꾼, '구로공단'에서 일했다. 1986년, 스무살을 막 넘긴 즈음부터 8년여간 구로공단에서 청춘을 보냈던 그는 우리가 한번쯤 들어 본, 이른바 '여공'으로 불린 청년노동자다. 그리고 가진 것 없던 그 시절, 나아질 것이라 희망을 쥐어준 것이 3년간 살았던 광명 보람채 아파트였다. “구로공단에는 주로 전자회사, 봉제공장들이 많아서 거의 여공들이 일을 했어요. 가리봉역에 내리면 우르르 쏟아지는 여자애들에 떠밀려 공장까지 쭉 내려가는 풍경이 있었죠. 인건비가 워낙 싸니까. 가리봉 시장 쪽에 가면 복도를 가운데 두고 양쪽으로 아주 좁은 방들이 늘어서있는데, 화장실도 없고 몸 하나 뉘일 공간 정도.. 화장실은 보통 1층 공용화장실 하나로 같이 쓰는데, 그렇게 열악한데도 월세 아끼겠다고 2~3명씩 같이 살았어요." 이런 집들을 '닭장집'이라고 했고 또 가장 열악했다. 회사·구로공단에서 제공하는 기숙사들도 간혹 있었지만, 수준은 거의 마찬가지였다. 정애씨도 한때 공단 기숙사에 기거한 적이 있지만, 그때를 회상하면 고개부터 절레절레 흔들었다. “한방에 8~10명까지도 살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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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 꿈 머물렀던 '보람채' 이제는 방치된 '도심 속 섬' [자물쇠 걸린 땅 '도시 개발 자치권'·(上)] 지면기사
2015년 폐쇄 이후 고시원 등 이주 서울시, 기재부 잠실 땅과 맞교환"광명에 있지만 단절된 공간" 기억2018년 원점 회귀 후 또 6년 흘러 보람채 아파트의 정식 이름은 '서울시립미혼여성근로자임대아파트'. 이름처럼 보람채 아파트는 애초의 취지가 구로공단 여성근로자에 쾌적한 주거환경을 제공하기 위함이었다. 1986년 근로청소년 임대아파트로 총 4개동이 1차 준공돼 총 200세대가 입주하며 약 1천명 정도가 살았다. 보람채가 아니라면, 당시의 주거환경이 워낙 열악했기에 수요는 계속 증가했고 1988년 5개동이 추가 준공되며 총 450세대로 늘어났다.■ 세월이 흘러도, 가진 것 없던 청년의 기반정애씨가 살았던 80년대 후반과 90년대 후반까지는 정애씨와 같은 공장 노동자들이 대다수였지만, 2000년대 들어서며 디지털산업단지로 구로공단이 변화했고 입주할 수 있는 대상도 넓어졌다. 서울시내 업체 소속, 28세 이하 미혼 근로여성이면 누구나 입주할 수 있었는데 대부분은 월급 100만원 초반대의, 가난한 여성청년들이 대상이었다.실제로 보람채를 위탁운영했던 한국청소년연맹이 발간한 '서울특별시립근로청소년복지관 35년사'를 보면 2000년대 초반 입주자들 학력은 약 56%, 절반이상이 고등학교 졸업 후 취업전선에 뛰어든 청년이었고 초대졸 이상이 41%로 그 뒤를 이었다. 처음 입주했던 1980년 후반, 중학교를 졸업하고 구로공단 공장에 취직한 여공들보다 학력 수준은 올라갔지만 학력별 임금 격차가 심했던 2000년대 초반을 감안하면 임금수준은 여전히 낮았다고 볼 수 있다.그래서 21세기에서도 보람채는 가난한 청년노동자들의 '기반'이었다. 당시 임대보증금은 13평형이 23만7천220원, 월 임대료는 7천900원으로 매우 저렴했다. 이때에도 1세대에 4명이 함께 살며 난방·수도·전기·가스사용료와 같은 관리비는 함께 납부하며 부담을 줄였다.가난한 여성청년노동자에게 든든한 바탕이 돼줬던 보람채는 2015년 폐쇄됐다. 딱 서른해 동안, 제 몸 하나 뉘일 곳 없던 낯선 서울 땅에 엄마 품 같은 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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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평 '대궐'서 쏘아 올린 작은 희망 [자물쇠 걸린 땅 '도시 개발 자치권'·(上)] 지면기사
꿈, 추억 그리고 '보람채 아파트' 40년전 구로공단 청년노동자들닭장집·기숙사 등 좁은 곳 생활철산리에 생긴 아파트 들어가자한 집 5~6명 지내도 '여유' 생겨보금자리 마련 기반 돼 준 공간 꽤 오랫동안 우리 마을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마을과는 선이 그어져 정체조차 알 수 없었던 공간들이 경기도 곳곳에 있다. 국유지이거나 서울시가 소유한 땅들인데, 이들의 기능은 오로지 국가, 서울시민을 위한 것들이다. 워낙 오랫동안 그래와서 그러려니하며 살았다. 그렇게 서울 변방, '위성도시'로 태어난 숙명을 안고 참아왔지만, 세월이 흐른 만큼 도시와 시민은 성장했다. 이제 경기도의 도시들은 독립된 자치권을 바탕으로 정체성을 확립했고 주도적인 도시개발이 가능해졌다. 경기도 도시들이 빼앗긴 '도시개발의 자치권'은 그래서,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렸다. → 편집자 주일당 3천300원, 월급 9만9천원. 아침 8시30분에 출근해 밤 10시는 넘어야 끝이 나는 근무. 40여년 전 그때를 생각하면, 오정애씨는 참 고되고 힘들었어서, 이보다 못할 일은 없다는 생각으로 '현재'를 산다고 했다. 정애씨는 지금은 가산디지털단지로 이름과 모습을 바꾼, '구로공단'에서 일했다. 1986년, 스무살을 막 넘긴 즈음부터 8년여간 구로공단에서 청춘을 보냈던 그는 우리가 한번쯤 들어 본, 이른바 '여공'으로 불린 청년노동자다. 그리고 가진 것 없던 그 시절, 나아질 것이라 희망을 쥐어준 것이 3년간 살았던 광명 보람채 아파트였다. "구로공단에는 주로 전자회사, 봉제공장들이 많아서 거의 여공들이 일을 했어요. 인건비가 워낙 싸니까. 가리봉 시장 쪽에 가면 복도를 가운데 두고 양쪽으로 아주 좁은 방들이 늘어서 있는데, 화장실도 없고 몸 하나 뉘일 공간 정도…. 화장실은 보통 1층 공용화장실 하나로 같이 쓰는데, 그렇게 열악한데도 월세 아끼겠다고 2~3명씩 같이 살았어요." 이런 집들을 '닭장집'이라고 했고 또 가장 열악했다. 회사·구로공단에서 제공하는 기숙사들도 간혹 있었지만,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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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복지사각 '가족돌봄 청년 지원' 실태조사 지면기사
한국갤럽과 13~34세 3500명 대상정책욕구 파악·도움체계 수립계획 가족돌봄청소년(영케어러)을 비롯한 가족간병인의 간병과 일상의 공존이 양립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5월21일자 1면·14면 보도=[밀려난 삶의 반: 가족간병과 나·(下)] 병원비 걱정 옥죄어 오고, 몸과 마음은 지쳐만 간다) 경기도가 도내 거주 가족돌봄청소년 및 청년에 대해 실태조사를 실시해 지원체계 수립에 나선다.경기도와 경기복지재단은 한국갤럽과 도내 거주 13세~34세 가족돌봄청소년 및 청년 3천500여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다고 17일 밝혔다.가족돌봄청년은 부모가 사망·이혼·가출하거나, 부모를 포함한 가족 구성원이 장애·질병·정신이상 등으로 노동 능력을 상실해 사실상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34세 이하의 사람을 뜻한다. 이들은 전통적 복지 대상인 노인, 장애인, 아동은 아니지만 돌봄이 필요한 새로운 복지 사각지대에 해당한다. 도는 설문조사를 통해 사업 대상자의 규모와 정책 욕구를 파악하고 지원체계를 수립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조사 대상은 31개 시군에서 각 2~3개 학교의 학생, 일하는 청년 통장 사업 참여자 중 개인정보 이용에 동의한 청년, 사회복지기관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청년 등이다.실태조사는 오는 9월까지 진행되며 경기복지재단에서 실태조사 결과 및 기존 연구자료 비교·분석, 정책 도출 과정 등을 거쳐 오는 10월 말에 최종 결과보고서를 출간할 계획이다.허승범 경기도 복지국장은 "이번 실태조사로 경기도에 거주하는 가족돌봄청소년 및 청년과 그의 가족들에게 체계적인 지원을 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겠다"면서 "어려움이 있는 가족돌봄청소년 및 청년은 언제든지 경기도 가족돌봄청년 제보·신고센터를 이용해 달라"고 말했다. /공지영·이영선기자 jyg@kyeongin.com경인일보 디지털콘텐츠센터가 미드저니 ai에 ‘가족간병에 자신의 삶을 희생하는 청년 간병인, ’영케어러‘’를 입력하여 생성한 이미지 /경인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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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포비아, 중도 모르는 중도… 그럼에도 직면할 이유 [20대 무당(無黨)을 찾아서(2·끝)]
이럴바엔, 차라리 입을 다물겠다. “왜 토론하지 않을까?" “왜 무당층이 됐지?" 라는 질문에 지난 1편에서 우리가 만난 20대 청년들은 '침묵을 전략적으로 선택했다' 결론내렸다. 전략적 침묵을 선택한 이유는 꽤 납득할 만했다. 온라인이 더 편한 20대에게도 작금의 온라인 공론장은 불편하다. 불편한 배경엔 문제를 대하는 태도가 극단적으로 나뉜 소수의 부류가 공론장을 지배하면서 이들의 짠 프레임에 의해서만 이야기가 오고간다는 것이다. 논리적 타당성을 따지거나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않고 정해진 프레임 안에서만 모든 이야기가 오가니 '대화를 하는 게 피곤하다'는 게 중론이었다. 여기에 절대 건드리지 말아야 할 '성역'이 생겨버린 현상도 심각하다고 했다. 젠더, 진영, 계층 등 사회구성원을 분류하는 모든 지점에서 '절대 지켜야 하는' 선이 그어지고, 다원화된 사회에 이분법식 접근만 강화되면서 차라리 입 다물고 사는 게 속 편한 세상이 된 셈이다. 이들이 바라보는 더 큰 문제는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 온라인 현상이 오프라인의 공포로 전염되며 일종의 '대화포비아'를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비슷한 성향의 사람끼리만, 상대의 생각을 잘 아는 이들끼리만 정치사회 문제를 이야기하거나, 아예 대화조차 하지 않는 경향이 짙어졌다. 그리고 이런 현상과 '20대 무당(無黨)'층이 늘어나는데는 분명한 상관관계가 있다고도 말했다. 취재팀은 당사자 격인 20대의 '자가진단'을 듣고 이 현상을 둘러싼 '공론장'을 더 확대해보기로 했다. 그래서 '토론주의자' 이준석 개혁신당 국회의원에게 20대 무당층을 물었다. 또 '프로보커터' '급진의 20대' 등 20대와 정치를 연구하는 김내훈 작가를 만나 현상을 어떻게 진단하는지 물어보았다. 아래는 이들의 인터뷰를 주요 주제 중심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 나무위키에 기대 설명 넘기고 급발진… 20대도 문제 있다 대학생들 토론하는 모습 보면 나무위키의 장점란과 단점란이 싸우는 듯. 1차 소스 모르는 '밀키트 토론' 난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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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음
[부고] 김욱원(비즈월드뉴스 대표이사)씨 별세
▲김욱원(비즈월드뉴스 대표이사·향년 57세)씨 별세, 정복순씨 남편상, 김명규·김동규씨 부친상, 김명숙·김욱성(블루관광여행 대표)씨·김명자씨 형제상, 김용운·이내응(전 경기도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 사무총장)씨 처남상 = 12일 오후 1시, 빈소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1호실(14일(금) 12시부터 조문 가능), 발인 16일 오전 7시, 장지: 함백산추모공원. (02)3410-3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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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의 고유명사 안양1번가, 청춘 사진첩 닮은 그 길 [레트로K: 보통의 역사]
지금으로부터 120여년 전,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기차길이 만들어졌습니다. 이름은 '경부선'. 세로로 길쭉한 우리 국토의 중추선을 따라 서울 용산에서 부산까지 연결된 길입니다. 경부선은 산넘고 물건너 걷거나 말타고 서울서 부산까지 가던 구시대의 종식을 의미했죠. 경부선을 따라 수많은 '교통 요충지'들이 탄생했고 요충지마다 행정이 커지고 상업이 융성해졌으며, 산업도 발달했습니다. 안양이 '별의 순간'을 맞는 시점도 바로 이때입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기차길, 그 첫번째 길목이 바로 '안양역'이기 때문입니다. 1905년 안양역은 경부선이 만들어지는 그 시기에 함께 건설됐습니다. 아무것도 없던 허허벌판에 생전 본 적도 없는 기차라는 것을 타고 사람들이 내리고, 또 기차를 타기 위해 사람이 모였습니다. 사람이 모인다는 건 곧 도시의 발전과 직결됩니다. 근방에 있던 시장, 음식점, 여관 등 상업시설들이 안양역 인근으로 몰려들었습니다. 기세를 몰아 경기 중부지역의 경제중심지라 불렸던 '군포장'이 안양역 인근으로 옮겨왔고 그게 '안양시장'으로 발전했습니다. 행정도 마찬가지입니다. 1973년 안양시로 승격되기 전까지 시흥군 안양읍에 속했는데 시흥군청이 서울 영등포에서 1949년 안양역 인근으로 이전하면서 안양은 명실상부 경기중부 행정의 중심지 역할까지 도맡게 됩니다. 군청에 교육청, 읍사무소, 경찰서 등 공공기관들이 역사 맞은편에 줄줄이 자리를 잡았고 주변으로 식당과 유흥주점, 상점들이 급속도로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그게 바로 여러분이 한번쯤은 들어본 '안양1번가'의 시작입니다. 안양1번가는 지금도 건물 곳곳에 걸린 간판들에서 '잘 나갔던' 그 시절의 자취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아직도 '1번가 콜라텍' '1번가 노래방' 등이 상점의 이름으로 사용되고 있으니까요. 여전히 안양을 비롯해 군포, 과천 등 경기 중부지역 주민들에게 안양1번가는 젊음을 대표하는 고유명사로 불립니다. 그래서 안양1번가에는 청춘들의 재밌는 추억이 많습니다. 1970년대 안양역에 지하철이 개통되며 안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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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려난 삶의 반: 가족간병과 나·(下)] 가족의 큰짐 사회가 나눠 질때 '간병할 자유' 보장된다 지면기사
안전망 부재 집단간 '불평등' 비롯정부 간호간병 통합, 실효성 부족가족돌봄휴가 제도는 사용률 저조인식 전환·완충지대 마련 등 필요'간병할 자유'.가족을 간병하는 자와 그렇지 않은 자. 이 두 집단 사이에 불평등의 벽을 세운 건 그저 단순히 '가족 간병의 여부'가 아니다. 불평등의 핵심은 '완충지대', 다시 말해 한 사람이 가족 간병을 할 동안 사회·정신적으로 소모되는 시간과 감정을 뒷받침해줄 사회 안전망이 없다는 데서 시작한다.완충지대를 일구기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 그리고 공동체적 차원에서의 조화가 필요하다.정부도 가족 간병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전담 간호 인력이 가족 간병을 대신하는 것이다. 비용 역시 민간 업체에서 간병인을 고용하는 것보다 80%가량 저렴하다.하지만 반쪽짜리 정책이란 비판이 꾸준히 터져나온다. 가족 간병 때문에 일상이 흔들릴만큼의 중증 질환은 그 대상이 못되기 때문이다.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홀로 13년 동안 돌봐온 경험을 토대로 에세이 '아빠의 아빠가 됐다'를 쓴 조기현 작가도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는 일부 병원에서 경증을 대상으로 시행되고 있다. 한국은 일본처럼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전 병원에서, 그리고 '간병 살인'을 막을 정도의 실효성 있는 수준으로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실제 간호간병 통합서비스에 대한 수요와 만족도는 높지만 양질의 간호 인력 부족에 시달린다. 지난해 5월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에서 발표한 '간병 국민인식 조사'에서 간호사 1인당 환자수가 적절하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약 72%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가족 간병을 도맡고 있거나, 갑작스레 가족 중 누군가가 쓰러질 때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응급 조치로 '가족돌봄휴가' 제도도 있다. 정책과 현실은 꽤 다르다. 일하는시민연구소·유니온센터에서 지난 8일 발표한 '공공기관 돌봄휴가제도 활용 실태와 개선과제' 보고서를 통해 정책 시행 이후 4년간 중앙공공기관의 가족돌봄휴가 사용 비율은 평균 12.7%로 보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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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려난 삶의 반: 가족간병과 나·(下)] 병원비 걱정 옥죄어 오고, 몸과 마음은 지쳐만 간다 지면기사
노노간병인 헌신 기대는 우리 사회노부모 부양자 57% 경제적 어려움수입은 없고 고정적으로 큰 지출뿐요양보호사 쓰기엔 인건비 부담 커정부 운영하는 제도 실효성 물음표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 앞에 장사는 없다. 젊은 시절 건강한 신체는 나이 먹을수록 쇠약해지고, 질병에 취약한 몸이 된다. 내 가족도 노쇠할 수밖에 없고 아플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에서 아픈 가족을 간병하는 일의 1차적인 책임은 늘 그 가족이다. 그래서 누구나, 언젠가는 가족 간병의 책임을 맡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다음은 최명숙(가명·64세)씨의 이야기를 재구성한 '논픽션'이다.2018년, 어머니가 쓰러졌다. 어머니는 '뇌경색'이었다. '좌측 편마비' 증상으로 어머니는 누군가의 돌봄 없이는 일상생활이 어려운 환자가 됐다. 오랜 시간 아버지를 돌봤던 어머니는 이제 간병의 대상이 됐다. 어머니의 입원과 아버지의 간병이 동시에 파도처럼 밀려왔다.아버지의 아침식사를 차린 후 곧장 어머니가 있는 병원으로 이동해 하루 종일 간병했다. 그동안 집에 혼자 있는 아버지는 하루에 3시간씩 방문하는 요양보호사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 저녁식사 때가 되면 집에 돌아와 아버지를 챙겼다. 집과 병원의 반복이었다.엄마를 병원에 모신 5년간 병원비 걱정은 항상 나를 쫓아다녔다. 일을 못해 수입은 없는데 고정적으로 큰 지출만 발생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카드 돌려막기와 대출로 간신히 막아보지만 매일이 버겁다.어머니를 집에 모시고 단 하루도 쉬지 못했다. 그 사이 어머니는 치매까지 앓고 있었다. 하루 24시간 중 21시간을 어머니 옆에 있었다. 쉼 없는 간병에 몸과 마음이 지쳐갔다.결국 4개월만에 어머니는 다시 요양병원으로 돌아갔다. 잠시라도 쉴 수만 있었다면 어땠을까. 나는 요즘 매일 어머니를 끝까지 책임지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린다.최씨의 사례처럼 우리 사회는 노노간병인의 헌신에 기대, 이들의 일상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간병 환경조차 지원해주지 못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한국리서치가 조사한 '부양부담과 불안한 노후, 진퇴양난에 빠진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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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려난 삶의 반: 가족간병과 나·(下)] 가족의 짐, 사회가 나눌때 '간병할 자유' 보장 지면기사
안전망 부재 집단간 '불평등' 비롯정부 간호간병 통합, 실효성 부족가족돌봄휴가 제도는 사용률 저조인식 전환·완충지대 마련 등 필요'간병할 자유'.가족을 간병하는 자와 그렇지 않은 자. 이 두 집단 사이에 불평등의 벽을 세운 건 그저 단순히 '가족 간병의 여부'가 아니다. 불평등의 핵심은 '완충지대', 다시 말해 한 사람이 가족 간병을 할 동안 사회·정신적으로 소모되는 시간과 감정을 뒷받침해줄 사회 안전망이 없다는 데서 시작한다.완충지대를 일구기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 그리고 공동체적 차원에서의 조화가 필요하다.정부도 가족 간병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전담 간호 인력이 가족의 간병을 대신하는 것이다. 비용 역시 민간업체에서 간병인을 고용하는 것보다 80%가량 저렴하다.하지만 반쪽짜리 정책이란 비판이 꾸준히 터져나온다. 가족 간병 때문에 일상이 흔들릴만큼의 중증 질환은 그 대상이 못되기 때문이다.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홀로 13년 동안 돌봐온 경험을 토대로 에세이 '아빠의 아빠가 됐다'를 쓴 조기현 작가도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경증의 일부 병원에서만 시행되고 있다. 한국은 일본처럼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전 병원에서, 그리고 '간병 살인'을 막을 정도의 실효성 있는 수준으로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실제 간호간병통합서비스에 대한 수요와 만족도는 높지만 양질의 간호 인력 부족에 시달린다. 지난해 5월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에서 발표한 '간병 국민인식조사'에서 응답자의 약 72%가 간호사 1인당 환자수가 적절하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가족 간병을 도맡고 있거나, 갑작스레 가족 중 누군가가 쓰러질 때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응급조치로 '가족돌봄휴가' 제도도 있다. 정책과 현실은 꽤 다르다. 일하는시민연구소·유니온센터에서 지난 8일 발표한 '공공기관 돌봄휴가제도 활용 실태와 개선과제' 보고서를 통해 정책 시행 이후 4년간 중앙공공기관의 가족돌봄휴가 사용 비율은 평균 12.7%로 보고됐다. 10명 중 1.5명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