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빙상연맹 이례적 첫 장내중계 결정
적임자 찾다 마사회에 러브콜 '행운'
"몸싸움 등 유사 이색진행으로 보답"
"8년 만에 한국에서 개최되는 '2016년 쇼트트랙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최초로 장내 중계방송을 하게 돼 너무 기쁩니다."
오늘부터 3일간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 대회의 모든 경기를 장내 중계하게 될 김수진 아나운서의 일성이다.
김 아나운서는 한국마사회 소속으로 지난 2006년부터 경마중계만 10년을 해 온 베테랑 아나운서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8년 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를 맞아 이례적으로 장내 중계를 하기로 했다. 해외와 달리 국내 빙상경기는 장내 중계 없이 방송사별로 해설위원이 중계했는데, 이번에는 동계올림픽을 치르는 국가답게 관중에게 즐거움을 주겠다며 장내 중계를 결정한 것이다.
하지만 빠른 속도로 짧게 끝나는 경기 특성상 적임자를 찾기가 어려웠다. 빙상연맹은 이때 쇼트트랙과 유사한 경마를 생각해 냈고, 섭외를 위해 한국마사회에 러브콜을 보냈다. 경마는 쇼트트랙만큼이나 빠르게 끝나는 경기라 경마현장에서 장내중계를 10년이나 해온 김 아나운서가 제격이라 본 것.
김 아나운서는 "쇼트트랙과 경마는 서로 닮은 모습이 많다. 출전 선수들이 시계 반대 방향으로 경합을 벌이고, 몸싸움·자리싸움이 치열하다 보니 이 과정에서 크고 작은 부상이 잦다는 점도 같다. 또 두 스포츠 모두 거리별 최강자가 존재해 선수와 경주마·기수의 허벅지가 상당히 발달해 있다는 점 역시 재밌는 유사점"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 아나운서는 "무엇보다 두 스포츠 모두 0.001초 승부라는 점 때문에 쇼트트랙 경기와 경마 관중들은 경기 내내 눈으로 우승자를 좇느라 여념이 없어 이를 중계하는 아나운서 역시 시시각각 변하는 경기 흐름을 정확하게 전달해야 하기에 단 1초도 쉴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몇 년 전 모 인기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한 김동성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가 자신의 허벅지를 '말벅지'에 비유했던 모습도 이와 관련이 없지 않다"고 덧붙였다.
평소 지독한 연습벌레로도 유명한 김 아나운서는 "오랜 시간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진 경마중계 벽을 '최초'로 무너뜨린 여성 아나운서에서, 국내 최초로 쇼트트랙 장내 중계를 할 수 있는 영광이 찾아온 만큼 이색적인 중계로 보답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과천/이석철기자 lsc@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