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삼리 구석기 유적 전경
광주 삼리 구석기 유적 전경 /경기문화재단 제공

2000년 발굴조사 道 기념물 지정
사실상 지금까지 방치 훼손 우려
흑요석제 석기 등 학술가치 높아
교육·체험공간등 조성대책 절실


민선 2기 시절 경기도는 문화사업의 진흥과 지역경제 활성을 위해 '2001 세계도자기 엑스포'를 의욕적으로 추진했고, 행사 장소로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읍 삼리 11번지 일대의 경기도 종축장 부지를 선정했다.

1999년 7월 시행된 문화재 지표조사 의무제도에 따라 지표조사가 이루어졌고, 결국 경기문화재연구원(당시 기전문화재연구원)에 의해 2000년 1월부터 7월까지 6만2천433㎡에 대한 발굴조사가 진행됐다.

그 결과 총 조사지점 5곳 중 4곳에서 구석기시대인의 행위가 이루어졌던 문화층이 발견됐고, 지층도 형성시기가 다른 3개 문화층으로 이루어졌음이 확인됐고, 3천900여 점의 구석기 유물이 수습됐다.

출토유물은 석영이나 규암으로 만든 주먹도끼·여러면석기·찍개·긁개·밀개·톱니날·몸돌·격지, 유리질의 흑요석으로 만든 뚜르개·새기개·슴베찌르개·좀돌날 등이었으며, 조성시기는 유물의 형식을 통해 대략 40,000~15,000년 전으로 편년됐다.

경기도 지역에서 흑요석제의 석기들이 정식으로 발굴된 사례가 없었고, 출토 유물도 정교하게 제작된 수작이었다. 학술적 가치는 나중에 제7차 한국사 국사교과서 20쪽에 사진과 함께 소개될 정도였다. 구석기 학계는 흥분했고, 유적의 보존과 활용을 위한 대책을 경기도에 요구하게 됐다.

경기도는 엑스포 행사의 원만한 추진을 위해서는 전체 유적의 원형보존이 곤란하다며 구석기 유적 전시관 건립 의견을 제시했고, 문화재청 등 관계기관이 이를 받아들여 엑스포 행사장 조성이 진행될 수 있었다. 그런데 전시관은 이런저런 이유로 건립되지 않았고, 구석기 학계는 유적의 근본적인 보존방안을 강구하게 됐다.

그래서 경기도종축장 부지 중 엑스포 행사부지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 14만7천103㎡를 경기도 기념물 제188호로 2003년에 지정했다. 그런데 문화재지정구역은 정식조사 없이 지형과 지번을 중심으로 설정되었고, 그 범위가 다소 과다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리고 현재까지 만 13년이 지났다. 과거 발굴지역에 건립된 엑스포 행사장을 경기도자박물관으로 활용중인 한국도자재단에서 소규모의 일시적인 활용(구석기 전시체험관, 영상체험관 등)이 있기는 했으나 방치된 채 지금까지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선 6기에 들어서면서, 도자기 엑스포 부지에 스포츠밸리를 조성하는 계획이 수립되었고, 이를 계기로 문화재지정구역에 대한 시굴조사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지정 당시 유적에 대한 정식 학술조사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유적의 성격과 범위를 파악하고, 이를 근거로 유적의 보존과 활용방안을 수립해야 했기 때문이다.

또 민원 해소와 스포츠밸리와 어울리는 '문화체육공원' 조성을 위해서도 기초자료의 확보가 필요했다.

경기문화재연구원이 2015년 12월부터 2016년 6월 현재까지 시굴조사를 실시한 결과, 기존의 3개 문화층보다 이른 시기에 해당되는 제4문화층이 존재하는 사실을 새롭게 발견했고, 2000년 조사에서 학계의 주목을 받았던 흑요석제 석기의 격지도 다수 수습했으며, 제2문화층에 유물이 집중적으로 분포하는 사실도 다시 확인했다.

이와함께 과거 경기도종축장 시설 공사로 인해 유물 집중 분포지인 제1문화층과 제2문화층이 심하게 훼손된 사실과, 전체지역 중에서 구석기시대의 토층이 남아 있지 않은 부분도 적지 않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전문가 사이에서 방치와 다름 없는 문화재보존이 최선의 방법이 아니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곧 유적지 주변에 성남~여주 복선전철이 통과하고, 성남~장호원간 고속화도로도 지날 예정이다. 또한 기존의 도자엑스포 부지에 스포츠밸리도 조성된다. 수도권 서남부 최대·최고의 '문화체육공원'의 등장이 눈앞에 다가와 있다. 그리고 이와 연동하여 '광주 삼리 구석기유적'의 문화유산적 가치도 배가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흙속의 진주'에 아직도 무관심하고 무심하다. 광주 삼리 구석기 유적은 선사교육 체험공간 등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고, 경기남부 선사박물관으로 꾸미기에도 손색이 없다.

'명목상 보존과 현실적 방치' 상태인 기존 관리방안에서 벗어나 스포츠밸리는 물론 곤지암도자기공원의 가치를 상승시키고, 경기도의 문화명소를 만드는 데 광주 삼리 구석기유적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과 검토가 필요하다. 방치하기엔 아까운 공간이고, 투입 만큼 좋은 성과가 나올 것이 확실한 유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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