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론화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거나, 갈등을 야기할 수 있는 공공정책 및 의제에 대해 모든 이해 당사자가 공론장에 참여하여 숙의적인 토론을 통해 합리적인 다수의 의견을 형성할 때에 거칠 수 있는 절차이다. 군 공항은 국가안보를 위한 필수(공익)시설이지만, 군 공항 후보지의 지역 주민들은 소음과 고도제한에 따른 피해를 겪을 수 있기 때문에 군 공항이 유치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사정이 이러하므로, '군 공항 이전부지를 선정하는 기준과 절차', '피해저감 대책', '지역사회 발전 방안'을 모든 이해 당사자들이 합의하는 '공론화'가 갈등을 예방하는 데 관건이 된다.
프랑스는 중립적인 독립기관인 '공공토론위원회'(Commission National du Debat Public, 이하 'CNDP'라고 함)를 통해 대규모 국가사업의 계획수립 단계에서부터 정보 공개·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사회적 공감대(합리적 다수의견)를 형성하여 갈등을 예방하고 있다. 프랑스 CNDP는 토론의 전 과정을 공개함으로써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며, 전문가를 포함한 이해 관계자가 지역 순회토론, 온라인 토론 등을 병행하면서 다수의 주제별 토론을 통해 최종 권고안을 마련하여 갈등 예방 및 해결에 나선다. 프랑스 CNDP 공론화 절차를 본보기로 삼아, 중립적인 기관이 주관하는 군 공항 이전과 관련한 공론화 절차를 기획할 수 있다.
필자는 군 공항 이전 공론화의 일환으로 국방부, 수원시와 달리 중립적인 위치에 있는 경기도가 주관하는 가칭 '수원 군 공항 이전의 해법 마련을 위한 열린 토론회' 개최를 제안한다. 이미 경기도는 필요시에 군 공항 이전의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토론회는 다음과 같이 기획할 수 있겠다. 먼저 국방부가 발표한 이전 가능성이 있는 6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하여 공정하고 투명한 논의를 보장하며 토론회 참석을 독려한다. 그리고 군 공항 이전부지를 선정하는 데에 누구도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결정을 강요받지 않지만, 국가안보를 위해서 군 공항 이전부지를 함께 정한다는 책임성을 공유하는 가운데 해법을 마련하는 토론회를 기획한다. 다만, 토론회는 주민 반대가 예견되는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만 참여하는 토론회는 현실적이지도, 바람직하지도 않으므로, 지역 주민의 의사를 충실히 반영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 지방의회, 일반 주민이 모두 참여하는 300~500인 규모로 진행하는 게 좋다.
또한 공론화의 핵심은 군 공항 이전과 관련해서 해당지역 주민들이 생각하는 핵심 쟁점들(이전 가능 후보지로 왜 6개 지자체가 선정되었는지, 군 공항 이전에 따라 예상되는 피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군 공항을 유치함으로써 지역 공동체에는 어떤 변화나 발전이 예상되는지, 합리적인 예비 이전후보지 선정 기준과 절차는 무엇인지)을 효과적으로 해소하는 것이다. 투명한 정보공개와 공정한 토론을 보장하고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정신으로 조바심을 경계하면서 합의를 형성하려는 열린 마음을 지니는 것이 중요하다. 군 공항 이전과 관련한 공론화의 구체적인 토론회 진행 방식(참석 규모, 토론 의제 등)은 경기도와 6개 지자체가 사전에 준비 모임을 갖고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좋다.
속담에 "급할수록 돌아가라"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섣부르게 행동하면 오히려 일을 망칠 수 있다는 것을 깨우쳐 준다. 군 공항 이전의 필요성은 모두 공감한다고 하여도 이전 후보지를 선정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지금은 군 공항 이전을 두고 사회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하여 차분하게 효과적인 공론화를 만들어 내는 것을 고민해야 할 때이다.
/이강원 (사)한국사회갈등 해소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