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남 남동소방서 소방령
김성남 인천남동소방서 대응구조구급과 소방령
매년 소방기관에서 화재예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국민안전처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6년도 전체 화재 발생 건수는 총 4만3천413건이며, 화재로 인한 사망자 수는 총 306명이다. 이중 주택 화재는 1만1천541건으로 전체 화재의 27%이고 사망자 수는 무려 193명으로 63%를 차지한다. "왜 화재는 줄어들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필자는 심리학적 요인으로 접근해 보려한다.

크고 작은 사고가 대중매체를 통해 알려질 때마다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가 안전불감증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구석구석 세심하게 신경을 쓰며 안전하게 일을 하려는 사람보다는 법과 원칙을 어기면서 성과를 빨리 내는 사람을 융통성이 있는 사람으로 격찬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화재예방을 위해 꼼꼼하게 안전수칙을 지키는 것이 오히려 손해를 본다는 심리적 작용을 가지게 된다.

우리 국민이 안전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심리학적 특징으로는 '비현실적 낙관주의'가 강하다는 것이다. "어떻게든 되겠지?" "설마 그렇게 되겠어?"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안 그럴 거야."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가 문제를 해결하지 않겠어?" 등의 근거 없는 안전의식을 가지게 된다.

이런 심리학적 요인을 타개해 나가고, 화재예방을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먼저 잘못된 문화와 심리적 안전의식을 바로잡고 나부터 화재예방 안전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는 책임 의식을 키워야 한다. 가정, 직장과 사업장 내 화재취약장소를 사전에 파악하고 소방시설 등을 주기적으로 점검·유지·관리하며, 화재대응방법과 대피요령을 숙지한다. 비상경보기가 울리면 오작동이라는 섣부른 판단보다는 실제로 화재가 발생했을 수도 있다는 경각심을 갖고 인명대피를 유도하고, 화재 징후가 없는지 건물 구석구석을 검색한다. 소방시설 문제가 발견될 시 임시조치가 아닌 즉시 보완 조치하도록 한다.

둘째, 허례허식 대충대충 소방훈련을 탈피하여 현실적 화재대비 훈련을 실시하고 문제점을 철저히 분석해 보완해 나가는 안전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사람은 대개 경험해보지 않은 위험에 대해선 사고가 날 확률을 과소평가하고, 예상되는 피해에 대해서 구체적인 지식이 없어 그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화재예방대책은 일반인들이 일상행위에 내재된 위험을 잘 모른다는 전제에서 시작돼야 하며, 항공기 조종사나 승무원이 특수훈련을 받듯이 시민들도 위험의 실체를 몸으로 익힐 수 있는 체계적인 소방훈련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셋째, 평소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하는 전기·가스 및 화기취급시설에 대한 철저한 안전관리를 이행해야 한다. 특히 가정에서나 직장에서 비상구는 유사시 생명을 지켜주는 유일한 대피로이므로 통로, 계단실, 비상문에는 통행에 장애가 없도록 해주어야 한다.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는 안전불감증을 단번에 치료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가 우리 사회의 그릇된 안전문화와 인간행태에 대한 심리학적 접근과 제도적 개선을 통해 해결 방안을 고민하고 모색한다면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화재를 예방하고 슬기롭게 대응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김성남 인천남동소방서 대응구조구급과 소방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