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 최대의 국난 임진왜란이 던진 교훈도 마찬가지다. 당시 조선은 일본의 침략 의지를 모르고 있지 않았다. 일본의 침략에 대비하며 조선은 곳곳에 성곽 보강은 물론 남쪽 요충지에는 성을 신개축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런 숨 가쁜 전쟁준비의 모습은 류성룡의 '징비록'에 잘 나와 있다. '선조실록'에는 방어를 위한 인력배치도 나름 철저히 하였음을 알려준다. 그럼에도 임진왜란의 결과는 처참했다. 왜군의 침략에 속수무책 한반도는 쑥대밭이 되었다.
임진왜란 당시 조선이 일방적으로 몰렸던 원인은 무기나 장비의 열세가 아니었다. 오랜 세월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세태의 안일함에 그 주된 원인이 있었다. 아무리 국가차원에서 왜군의 침략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며 독려했어도 이를 실감하지 못한 세태가 국난을 키운 것이다. 곳곳에서 전쟁준비를 위한 토목공사에 동원된 백성들은 나지도 않을 전쟁은 '왜 준비하는가'라며 반발했다. 일부 식자층은 이반된 민심을 염려하며 역시 전쟁준비에 대한 반론을 제기했다.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까지 '일본은 쳐들어오지 않는다'가 대세였다. 사분오열된 조선은 막상 전쟁이 발발하자 허둥지둥 도망가기에 바빴다. 아무리 많은 돈과 인력이 투자된 전쟁대비용 물자와 장비라도 하등 소용이 없었다.
전쟁의 승패가 무기나 장비의 우열보다는 단합된 정신력에 있음은 숱한 전쟁사에서 보여준다. 국공내전의 승리를 이끈 모택동과 중국공산당 군대의 처절한 대장정은 흩어졌던 민심을 하나로 모으는 계기를 만들었고, 절대 열세의 무기와 장비를 대신하는 동력이 되었다. 초라했지만 민족주의로 똘똘 뭉친 호치민과 월맹군은 절대강자 미국을 상대로 승리를 이끌었다.
임진왜란 초반부 일방적으로 몰리던 조선에 힘을 불어넣은 것도 하나의 공동체의식으로 무장된 의병부대의 공이었다. 작게는 가족과 이웃, 크게는 나라와 민족을 지켜야 한다는 의병부대의 단합된 힘은 그 어떤 무기체계보다도 강한 힘을 발휘하였다. 그들을 응원하는 일반 백성들의 단합된 의지도 절대 열세의 전투력을 만회하는 요인이 되었다. 의병부대의 승전보는 전쟁의 승패가 결코 첨단 장비나 무기에 있지 않음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이다. 오로지 나라와 민족을 지켜야 한다는 강한 정신력이 열등한 장비를 대신한 것이다.
최첨단 무기 사드 설치문제로 나라 안팎이 시끄럽다. 아무리 첨단무기를 설치한다 하더라도 그것으로 인해 국론이 분열된다면 나라의 안위는 장담할 수 없다. 첨단무기 없이도 나라를 지킬 수 있는 요소는 국민 모두가 한마음 한뜻을 갖는 일이다. 이반된 민심 속에서는 아무리 강력한 무기체계를 갖춘다 하더라도 무용지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라의 안위가 달린 문제를 당리당략과 정파의 이익에 맡길 수 없다. 사드가 국민과 나라를 지켜주는 것이 아니라 하나 된 국론이 나라를 지켜준다.
비록 사드배치에 대한 의견이 다르더라도 정당한 방법과 절차에 의해 결정된 일이라면 일단 이를 존중하고 통일된 모습이 절실한 때이다. 혹 절차와 순서에 문제가 있었다면 긴 안목에서 다시 결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결정된 사안은 국민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협력해야 한다. 그렇다면 미국과 중국 어느 강대국의 간섭과 위협이 있다 하더라도 능히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김덕균 성산효대학원대학교 효문화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