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데 매년 6개월의 춥고 어두운 겨울에 암반 국토로 인해 농작이 어려워 감자가 주식이었던 악조건의 나라가 어떻게 최고수준의 복지국가가 될 수 있었을까? 거기에는 역경을 극복하고자 하는 국민들의 굳건한 공동체 의식이 있었다고 본다.
스웨덴에서는 지방 어디든 돌밭, 돌담, 돌비석을 볼 수 있다. 농사지으며 암반에서 깨져나온 돌로 담을 쌓고 빈번한 전쟁과 기아로 사망한 친지들의 이름을 돌 비석에 새겨 놓았던 척박한 땅이었다. 19세기말 전국에 걸친 대기근으로 30% 이상의 국민이 사망하게 되자 생존을 위해 전인구의 4분의 1인 100만여명이 영국을 거쳐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그래서 미국 북부의 추운 지방인 미네소타주에 지금도 스웨덴계 주민이 많이 살고 있다.
불과 한세기만에 선진복지국가가 되기까지 어떤 법과 제도가 만들어졌을까? 1932~1976년까지 집권한 사회민주당(현재 연정 집권당)은 국가가 '국민의 집'이 돼야 한다고 하며, 모두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복지국가의 틀을 세웠다. 1934년 실업보험 법안 시행을 시작으로 출산비용 지원 및 유급 휴가, 임신 및 결혼을 이유로 여성 해고금지, 의료보험, 부부 공동가사, 직장내 양성평등, 동거 커플에 대한 법적 권리부여, 실업수당 소득대체율 80%로 인상, 6세 아동 취학전 교육 무상제공 등 전방위적으로 법제를 정비했다.
또 1938년 스톡홀름 인근 살트셰바덴에서 합의한 '쟁의 발생 시 노사간에 평화적으로 해결한다'는 공동체 정신을 잘 유지하고 있다. '동일 노동에 동일 임금'을 지급하는 연대임금제도도 포용적으로 합의해 시행하고 있다. 개인 및 고용주 부담의 소득세 합계인 약 60%의 높은 세금을 내고 있지만 조세 저항이 거의 없다. 납부하는 세금만큼 자녀수당이나 휴직 및 실업수당을 통해, 그리고 퇴직연금 등으로 돌려받는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가사에 대한 남성의 적극적인 참여로 여성의 경제활동률이 74%(한국 54%)에 달한다. 출산율은 유럽에서도 높은 수준인 1.89명(한국 1.24명)이고, 실제로 75%의 아빠들이 육아휴직을 하고 있다. 자녀 양육 및 교육비, 의료비 등을 대부분 지원받고 있어 개인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이와 같은 선진 복지제도하에서도 경제발전이 잘 이뤄지고 있다. 혁신과 기술개발의 모범이 되고 있는 이케아, H&M, 볼보, 스카니아, 일레트로룩스 등 세계적인 대기업의 존재에서 볼 수 있듯이 선진국이면서 매년 2~4%의 안정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08년 경제위기 시 15%의 제조업 비중에 힘입어 3% 이상의 GDP 증가율을 보였다. 이는 성장을 중시하면서 복지를 동시에 추진한다는 '일과 가정'의 병행의식이 있기 때문이다. GDP 대비 사회공공복지 지출비가 2012년 27.2%(한국 9.6%)의 높은 수준으로 모든 국민이 근로자임과 동시에 복지의 수혜자임을 알 수 있다.
요즈음 우리나라에서 스칸디나비아 문화와 실내장식이 유행인데 스웨덴에서도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스웨덴국회 민정위원회 의원 일행, 기업부장관 대표단이 우리의 산업발전 모습을 보기 위해 방한했다. 한국의 자동차, 휴대전화 등 전자제품이 인기를 얻으면서 첨단기술로 발전하는 나라라는 인식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또 K-pop, 영화 그리고 음식 등 한류의 영향으로 작년 여름 스톡홀름 중심에서 개최한 한국문화축제에 2만여명이나 참가했다. 지난 12월에는 경기도 문화의 전당소속 국악단과 한국대사관이 공동으로 준비한 전통음악 공연에서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스톡홀름 시민들이 우리의 전통선율에 감탄해 기립 박수를 치기도 했다. 이처럼 선진복지정책, 아름다운 전통 선율 및 첨단 기술 등 양국의 장점을 서로 잘 이해하기 위해 앞으로도 빈번한 교류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한광섭 경기도국제관계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