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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호 문학평론가· 서울대 국문학교수
지난 10월 말부터 근 넉 달에 걸친 긴 드라마의 끝이 이제 보이려 하는 것 같다. 겨울에서 봄으로 오는 사이에 한국 사회는 정치권력 구조를 둘러싼 미증유의 시험을 치르고 있고 이제 결말만을 남겨둔 모양새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예상되는 3월 10일 전후까지 앞으로 남은 시간은 불과 보름이 채 안될 것 같다는 것이 언론의 대체적 판단인데, 그러고보면 이 길고긴 드라마도 종영을 앞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과연 어떻게 끝나게 될까. 답은 둘 중 하나다. 인용되든가 기각되든가 하는 문제만 남았다. 만약 이 드라마가 텔레비전 화면 안에서 가상으로 펼쳐지는 연속극이라면 우리들에게 남겨진 문제는 별 것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결말이 어떻게 맺어지는가를 지켜보고 한탄을 하거나 동정을 하면 그만이며, 또 다른 연속극이 새로운 흥미와 재미를 선사하기를 기다리면 그뿐이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화면 속에서가 아니라 현실 속에서 시시각각으로 펼쳐지고 있다. 문제가 간단치 않다. 과연 이 드라마는 끝나는 날까지 순탄히 이어질 수 있을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무슨 돌발적인 사건이나 우연의 형식을 빌린 사태로 인해 끝을 쉽게 점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을 것인가? 이런 불안감 어린 의문은 걱정을 많이 하는 습성을 가진 사람의 기우일 뿐일까?

헌법재판소는 27일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 변론을 모두 마쳤다. 당초 24일 최종 변론을 하겠다던 결정을 바꾸어 피청구인(대통령측) 쪽의 입장을 한 번 더 배려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꾼 것이다. 아마도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시비를 최소화하기 위한 고육지책일 것이라 생각된다.

그런가 하면 국회에서는 특검 수사기간 연장을 놓고 야당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사이에 전운이 짙어지고 있다. 황 권한대행이 27일 특검의 수사 연장 요청을 거부해 특검수사가 28일로 끝나게 되자 야당이 거칠게 반발해서다. 야당은 황 권한대행 탄핵에서 부터 새 특검법 직권상정에 이르기 까지 특검부활을 위한 정치적 수순에 돌입했다. 문제는 특검 수사기간 연장안 직권상정에 미온적이었던 국회의장이 새로운 특검법을 직권상정할지, 불투명한 모양이다.

국회의장은 특검 수사기간 연장안 직권 상정과 관련 지금이 권한을 발동할 수 있는 비상시국은 아니라 했다는데, 법률에 대해서는 전혀 문외한인 필자는 이 시국을 비상하게 느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국정 최고 책임자가 몇 달 째 직무가 정지되어 있는 상태인데다, 말레이시아 같은 곳에서는 북한의 권력 구조 변동을 초래할 수도 있는 사람이 백주에 세상을 떠나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런가 하면 헌법재판소 재판정은 피청구인 측 변호인이 격렬한 어조로 헌법재판소 판사들을 국회 측 대리인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난을 가했다고도 한다.

또, 삼일절을 전후로 해서는 탄핵을 지지하는 사람들과 반대하는 사람들이 각기 대규모 집회를 열기로 되어 있기 때문에 자칫 불상사가 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어떻게 보면 국회에서의 직권 상정 거부는 이와 같은 과열 분위기가 비이성적인 사태로 이어질 것을 염려한 끝에 나온 결정이라고도 할 수 있을 만하다.

이쯤에서 국민들은 한번쯤 우리가 처한 상황을 냉정하게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지금 상황은, 논란은 있지만 어찌되었든 선거를 통하여 집권한 사람을, 대규모 집회와 특별 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헌법재판이라는 또 다른 절차를 통하여 그 진퇴 여부를 따지는 중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5년 주기로 선거가 있을 때마다 국가 통치권자를 선출하는 과정이 얼마나 중대하고 또 위태롭기까지 한 일인지 똑똑히 목도해 왔다. 그렇다면 지금의 탄핵 상황도 그와 똑같은 무게를 갖고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 가장 염려스러운 것은 이 과정의 뒷마무리가 평화롭게, 그리고 슬기롭게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제 정말로 냉철한 이성을 작동시켜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우리에게 어떠한 결말이 주어질지라도 그것이 곧 어느 쪽에도 궁극적인 파국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냥 새로운 내일을 준비하면 그뿐이다. 또 그뿐이라고 생각하자. 평화와 슬기, 이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때다.

/방민호 문학평론가· 서울대 국문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