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호
임성호 K-water 한강권역본부 이사
대량생산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는 살아가면서 참 많은 것들을 쓰고 버린다. 음식, 종이, 옷 등.

그중 가장 많이 버리는 것 중 하나가 물이 아닌가 싶다. 우리는 물을 쉽고 싸게 얻을 수 있는 재화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함부로 쓰고 있지만, 생활에 필요한 깨끗한 물을 생산하는 비용 외에 쓰고 버린 물을 정화하는 비용은 연간 5조원 이상 된다.

물은 자연계 순환을 통해 반복해 사용할 수 있는 천연자원이지만, 이 순환체계가 잘 작동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소비하고 또 재생산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UN이 올해 '세계 물의 날' 주제를 '하수(Wastewater)'로 정한 것도 하수의 재사용 문제가 환경과 인간 삶의 질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우리가 하수에 주목해야 할 점은 첫째, 하수배출량의 적정한 관리와 건강에 해가 없도록 환경적으로 안전하게 처리하는 문제이다.

물은 한번 사용하고 버리면 바로 하수가 되므로 궁극적으로 환경오염 부하를 줄이는 최선의 방법은 물 절약이라 할 수 있다. 공공 하수처리 시 방류수 수질기준을 정하여 BOD, COD, 총대장균군 수 등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하수도보급률은 독일(97%), 스페인(99%) 보다 미흡한 92% 수준에 머물러 있어 읍·면 지역의 하수처리를 위한 집중적인 시설투자가 필요하다.

둘째는 버려진 물의 재이용 문제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올해 발생 가능성이 가장 큰 글로벌 리스크로 난민, 대규모 테러와 함께 기상이변을 꼽은 것처럼 최근 지구촌 곳곳을 덮치고 있는 가뭄과 홍수, 태풍, 폭설 등 극심한 이상기후에 대비해 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통합적 물관리가 절실하다.

다행히 최근에는 빗물, 해수, 지하수 등 새로운 수자원개발과 더불어 하수의 재사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재처리한 하수를 냉각수, 청소수, 하천유지용수, 농·공용수로 널리 이용하고 있고, 하수처리 과정에서 생기는 슬러지를 연료화하거나 유기물질이 가진 화학적 에너지로부터 전기를 생산하는 방안이 연구되고 있으며, 하수에 포함된 질소나 인을 회수해 비료 등으로 활용하는 기술도 개발되었다.

이처럼 하수의 효율적인 재이용은 대체 수자원으로서의 가치도 중요하지만 지속가능한 물순환체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며 앞으로 관련 기술의 개발과 투자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하수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 증가는 우리에게는 물산업 해외 진출을 위한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지금도 상당수 개발도상국은 하수처리를 위한 인프라가 부족한 실정이며, 글로벌 물 재이용 시장은 연간 17% 이상 성장하고 있다.

이제는 하수를 더럽고 냄새나는 기피대상,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는 오염원으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미래의 주요한 자원으로 인식하고 효율적인 재이용을 위한 기술개발과 투자를 해야 한다. 인류건강의 증진, 경제발전, 지속 가능한 환경의 유지, 새로운 일자리 창출까지, 하수의 가치와 재이용에 주목할 이유는 충분하다.

/임성호 K-water 한강권역본부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