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본 -김창범 팔달구청장(인터뷰용 사진) (1)
김창범 수원시 팔달구청장
'교언영색(巧言令色) - 아름다운 말과 아름다운 모양'.

공자는 말을 아름답게 하고 자태를 아름답게 하는 사람, 즉 꾸밈이 많은 사람들 중에는 어진 사람이 드물어 실속이 없다고 했다. 여러 지자체에서 보이기 위한 사업으로 경쟁하는 것을 보니 행정이 교언영색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1월 2일자로 팔달구청장으로 부임하여 분주히 지내 오다보니 벌써 100일이 되었다. 취임식에서 직원들, 특히 팀장들에게 억지로 꾸미지 않고, 민원인에게 거짓 없는'정직한 행정'을 통해 '수원의 중심, 품격 있는 팔달구'를 함께 만들어 나가기 위한 몇 가지를 당부하였다.

첫째, 친구같은 직원을 만들자.

직위고하를 막론하고 순수하게 인간적인 교류로 인하여 만나는 친구같은 직원이 몇이나 될까. SNS에서의 많은 친구보다 언제든 편하게 전화를 걸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가 더 많은 사람이 부자가 아닐까 생각한다. 공직생활을 마치고나서 언제 어디서든 기꺼이 소주 한잔을 나눌 수 있는 직원 친구를 만들기 바란다.

둘째, 민원인과 소통하자.

어느 날 민원인 한분이 몹시 노해서 내 방을 찾은 적이 있었다. 내용인 즉 민원을 제기한 지 3년이 지나도록 아무런 조치가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담당 직원의 얘기를 들어보니 과장된 것도 있었지만 우리 직원이 조금 더 신경을 써서 중간중간 진행상황을 알렸더라면 아마도 그분은 우리 행정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는 서포터스가 되지 않았을까. 민원을 처리할 때 '우문현답'하고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민원인의 눈높이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소통하길 바란다.

셋째, 시대의 변화에 순응하자.

막내가 제일 먼저 퇴근하는건 꿈도 못꾸는 시절에서 막내 직원이 먼저 가보겠다며 문을 나서는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 '아 옛날이여'를 외칠게 아니라 신세대 직원과 많은 대화를 통하여 그들이 가진 사고방식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며,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것이 우리 선배들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한다.

넷째, 조직의 벽을 허물자.

공무원 조직은 다른 조직에 비하여 보수적이고 경직되었다고 한다. 이런 문화에서 창의적인 기획이 나올 수가 없다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직원들이 업무를 추진함에 있어 조직의 벽에 부딪혀 반쪽 행정이 나오지 않도록 선배들이 솔선해야 한다. 상사와 직원간에 허물없이 소통하여 야심차게 진취적인 행정을 펼칠 수 있도록 조직의 벽을 허물도록 노력하자.

다섯째, 행정에도 타이밍이 있다.

야구의 타이밍은 투수가 던진 공을 타자가 홈런 쳤을 때고, 축구에서는 센터링된 공을 머리에 맞춰 골대 안으로 넣었을 때다. 그럼 행정의 타이밍은 언제일까? 유모차의 아기가 단잠에서 깨지 않도록 울퉁불퉁한 보도를 정비할 때, 어두운 골목이 되기 전에 고장난 가로등을 수리할 때, 큰 불로 번지기 전에 진화했을 때 등이 아닐까? 타이밍을 놓쳐 더 악화시키는 경우가 발생하기 전에 공을 배트에 정확히 맞추려는 눈썰미를 가지고 행정을 하였으면 한다.

여러 사람들에게 오만원권을 보여주며 갖고 싶은 사람은 손을 들라하면 모두가 손을 든다. 구기고 구둣발로 밟혀 형태가 변해도 서로 가지려고 한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화이트 칼라를 꿈꾸며 어렵게 들어온 공무원은 등·초본을 발급하고, 담장 밑에 무단 투기된 쓰레기봉투를 뒤지고, 동물사체를 치우는 일도 한다. 행정은 화려한 업무보다 눈에 덜 띄는, 그러나 중요성을 가릴 수 없는 업무들이 더 많다. 오만원권의 가치가 변하지 않듯 행정이 교언영색을 꿈꾸지 않아도 되는 이유이다.

/김창범 수원시 팔달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