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군가 나에게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던 일은 무엇입니까?'라고 묻는다면 나는 자랑스럽게 대답할 것이다… '미 해군에서 복무했던 것'이라고…"
징병제인 우리 사회에서 '군대를 가면 썩는다'는 표현을 심심찮게 쓰는 사람들이 있다. 의무로써 복무하는 군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 때문이라 손 치더라도 존 F 케네디 전 미국대통령의 명언 앞에서 마음이 숙연해 지는 것은 왜일까. 지금 우리가 누리는 평화와 자유가 나라를 지키는 누군가의 군 복무에서 시작되는 것이라면 대한민국 군인들의 복무는 한 사람의 인생뿐만 아니라 모든 이의 인생을 의미 있게 만드는 소중하고도 고귀한 헌신의 순간일 것이다.
지난 26일로 북방한계선(NLL)이 있는 서해바다의 잔잔한 파도에는 북한의 도발에 맞서 대한민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영웅들의 숭고한 혼이 잠든지 7년이 지났다. 7년 전 그날 북한 잠수함의 어뢰 공격으로 천안함 폭침 사건이 일어나 장병 46명이 희생됐다. 청춘도 다 펴지 못한 채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용사들을 결코 잊어서 안 되는 이유는 그것이 바로 그들의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던 날, 우리 대한민국을 지켜낸 날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장병들의 숭고한 희생이 헛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에 아직도 남아있는 병역이행에 대한 왜곡된 인식들을 하루빨리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군대는 '힘없는 사람들이 가는 곳', '가서 썩는 곳'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만연하고 소위 가진 자일수록 가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안될 것이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사회 곳곳에서 자진 병역이행과 병역에 대한 자긍심이 고취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예로 해외 영주권자들의 자진 입영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신체적 이유로 보충역으로 처분받은 사람 중에는 질병을 치유하고서라도 현역으로 가고자 하는 젊은이들이 계속 나오고 있어서 고무적이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취업맞춤특기병 제도를 통해 입영 전 갈고 닦은 기술로 군복무 특기를 연계해 군복무 기간을 알차고 유익하게 보낼 수도 있어 갈수록 우리의 입영문화가 성숙되는 추세다.
대한민국은 분단의 현실 속에 살고 있다. 우리에게는 편한 길보다 험한 길이 더 많을 것이다. 그 험한 길 속에서 장병들의 고귀한 희생이 더욱 값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우리 사회가 함께 가꾸어야 할 공통의 가치일 것이다. 내 나라를 지키고 내 조국을 수호하는 뜻깊은 시간이 병역의무이행이라는 사회 모두의 공감대가 형성될 때, 그리고 모든 국민이 병역이행자에 대한 존중심이 우러날 때, 우리 사회는 진정한 '병역이행이 자랑스러운'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며, 그것이 희생 장병들을 영원히 잊지 않는 방법일 것이다.
/송인호 경기북부병무지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