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송지대가 갖고 있는 브랜드 가치는 역사성이다. 정조 대왕이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를 수원에 있는 화산(華山)으로 옮긴 후,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효심으로 수원성을 쌓고, 그 안에 행궁을 지어 아버님 묘를 참배할 때마다 거처했다고 한다. 재임 기간 중 열세번이나 참배를 했고, 또 이 지역의 경관조성을 위해 정조 대왕이 직접 소나무 500주와 능수버들 40주를 하사하여 심었다고 전해져 온다.
수원화성(華城)은 1997년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세계 각국에서 관광객들이 찾아오고 있다. 때문에 수원시에서도 행궁과 성곽을 계속 복원해, 옛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이와 함께 정조 대왕이 하사하여 심었다는 노송지대도 복원한다니 참으로 문화도시에 살고 있다는 시민의 자긍심을 느끼게 한다.
역사적인 의미를 담은 자연문화 자원들이 관광 상품화되는 사례들은 선진 각국에서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오스트리아의 '비엔나 숲'은 요한슈트라우스가 이 숲을 산책하면서 '숲속의 이야기'란 왈츠 곡을 썼다는 유래로 유명한 관광 상품이 되었다. 또 17세기에 왕의 명령으로 조성된 독일의 보리수나무 숲이 도시화로 소멸위기에 있다가, 1940년에 역사적 의미를 담아 '보리수나무거리'로 복원하면서 베를린의 관광명소가 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중세기 유럽사회의 군주들이 사냥터로 활용하던 산림들이 관광 상품으로 개발되어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노송지대도 역사성 등을 감안해 볼 때 충분한 관광 상품의 가치를 갖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200여 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남아있는 소나무가 35그루밖에 되지 않아 잘못하면 혈통이 끊기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소멸위기에 처한 노송지대의 복원계획에 대한 기사를 접하면서, 더 좋은 노송지대를 만들기 위해 보완해야할 몇 가지 사항을 제안해 보고자 한다.
기사에 제시된 방법은 남아있는 소나무들을 접목 증식해서 복원한다는 계획인 것 같다. 물론 틀린 방법은 아니다. 이 방법은 말 그대로 복제된 나무로 복원한다는 논리다. 쉬운 방법이지만 복제된 생명체는 수명이 길지 못하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역사적 의미가 담겨진 소나무 '가칭 왕송(王松)'의 혈통을 이어간다는 프로그램이 빠져있는 것 같다.
혈통을 이어 간다는 것은 대를 바꿔 자식세대를 이어 가는 것이다. 다소 복잡한 방법이지만, 이와 같은 육종의 기법은 전문가 집단에 맡기면 좋은 방법들이 나올 것이다. 반듯한 계획과 더불어 '왕송 혼례식' 같은 행사를 이벤트화 한다면 볼거리 제공은 물론이고, 앞으로 수백년 동안 이어지는 왕의 효심이 담긴 소나무 숲을 후손들에게 보여줄 수 있으리라 믿는다. 수원은 효 문화의 도시다. 이와 같은 계획이 성공적으로 수행된다면 자라나는 세대에게 교육적 의미도 크지만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가는 기회가 될 것이다.
/변광옥 (사)더좋은나무만들기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