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찌 매일매일이 어버이날이 아니랴. 예로부터 충(忠)과 더불어 효(孝)는 우리민족 정신을 지탱해 온 양대 지주였다. 이는 거의 신앙이었고 자발적으로 생성된 당연한 의무이기도 하였다. 이러한 정신은 압력이나 보답 없이도 우리 민족의 자랑으로 면면히 이어져 내려왔다. 수많은 풍전등화의 환란 속에서 나라와 민족성을 지킬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정신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기념일로 제정하여 잊지나 말라고 할 정도가 되고 말았다. 법과 제도로 고유한 민족정신을 계승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안타까운 일이다. 매년 이즈음이 되어 지방자치단체들이 연례행사의 하나로 어버이날 행사를 치르고 있다. 인사말을 하고 효자나 효부를 발굴하여 시상하는 것으로 한 해의 어버이날을 기렸다고 한다. 어버이날을 일과성 행사의 날로 인식하는 한 아무리 횟수가 늘어난다 하더라도 진정한 민족정신은 회복되지 않을 것이다.
필자가 늘 주장하지만 이는 교육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믿는다. 이미 인격이 형성된 성인들에게 효를 가르친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 성인들은 자신의 과거를 기준으로 효에 대하여 나름의 잣대를 가지고 있다. 지켜야 할 의무인지 선택인지 판단한다. 효는 판단의 기준이어서는 안 된다. 자신이 부모의 몸에서 태어나 언젠가 죽는다는 명제가 바뀌지 않는 한 불변하는 진리라 할 것이다. 따라서 아직 인격 형성이 안된 유아원, 아니 유치원 때부터 자라는 어린이들에게 그 의미와 필요성에 대하여 자세하게 알려 줌으로써 정신 속에 자연스럽게 배도록 해야 한다. 어려서부터 효의 정신이 체질화된다면 그다음은 걱정이 없다. 역시 자연스럽게 실천으로 연계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세대 간의 갈등, 가족 해체, 노인 문제에 이르기까지 사회의 중요한 부분이 해결될 것이다. 가정이 붕괴되지 않는다는 믿음 속에서 출산율도 따라 높아질 것이다. 서로 돕고 화합하는 사회분위기가 유지될 것이다. 범죄가 사라지고 양보와 질서가 어우러진 선진 복지사회가 전개될 것이다. 어버이 존경과 효의 실천은 사회를 지탱하는 건강한 뿌리이다. 국가의 능력이 다하지 못할 때 민족정신의 응집력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가정을 떠나거나 가정을 이루지 못하고 혼자 사는 사람들이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사정이야 여러 가지겠지만 화목이라는 단어와는 많이 동떨어져 보인다. 혹 혼자인 생활에 익숙하여 함께하는 공동사회에 반감을 가지지나 않을까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우리는 이미 가난을 극복하여 지금은 굶어죽는 사람들은 없다고 하지만 가난보다 더한 것은 외로움이다. 사회와 단절된 외로운 사람들이 많은 사회가 정상적일 리 없다. 가정의 달과 어버이날은 그나마 잊고 살았던 가족의 정과 어버이에 대한 존경을 되새기자고 만들었지만 사회는 점점 더 삭막해져 가고 있음이 답답할 뿐이다.
효는 우리 사회를 유지하는 시작이며 마지막 끈이다. 그래서 효가 살아야 가정이 행복하다. 효가 살아야 사회가 안정된다. 효가 살아야 국가가 부흥하는 것이다.
올해도 어버이날이 지나면 또 까맣게 잊고 살지나 않을까? 365일 내내 어버이날이어야 한다. 역사학자 토인비는 "한국이 인류사회에 기여할 것이 있다면 부모를 공경하는 효자상(像)일 것이다"라고 하였다. 올 어버이날에는 부모는 물론 홀로된 노인이나 가족이 돌보지 않는 불우 노인들에게도 빨간 카네이션을 하나씩 달아드리면 어떨까.
/신원철 인천광역시 노인복지특보·前 인천시 연수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