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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규 수원 신풍초등학교 교감
과거 발명가들은 왜 늘 외롭고 가난해야만 했을까? 오늘 제 52회 발명의 날을 맞아 발명교육에 대한 새 방향을 함께 모색해보고자 한다.

발명의 날은 이탈리아보다 200년 앞선 1441년(세종 23년) 5월 19일 세계 최초로 측우기가 태어난 날에서 유래했다. 오래전 훈민정음, 거북선부터 최근 스마트TV와 휴대폰에 이르기까지 우리 민족의 발명 역사는 세계인들이 인정하고 있다. 이런 발명품들은 어려운 상황에서 국가와 민족을 지켜내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한 바가 매우 크다.

하지만 이렇게 역사적으로 뛰어난 발명품들이 경제성장에도 기여해 더욱 크게 효용가치를 발휘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는 그 이유를 통섭(統攝, consilience) 또는 융합(融合, convergence) 이라는 시대적 흐름에서 찾으려고 한다.

예나 지금이나 혼자하는 것보다 함께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란 사실을 모두가 안다. 하지만 '융합 발명'이라는 트렌드는 사회 전 분야에 걸쳐 반드시 명심해야 할 화두이다. 즉 인문학, 역사, 수학, 과학, 기술, 학예술 등 학문끼리는 물론이고 세대, 조직, 기후, 건물 등 주변 요소까지 모두를 아우르는 '통찰과 혁신'을 통한 발명만이 계속되는 생산과 발전을 보장한다. 이러한 흐름을 가장 잘 반영한 대표적인 기업이 '구글'이다. 구글은 건물 구조부터 조직 문화 등이 발명적인 환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안락한 카페와 자유로운 토론, 수영장과 체육관 등으로 대표되는 근무환경은 자연스럽게 '디자인 싱킹(혁신을 위한 사고방식)'을 통해 놀라운 발명품을 쏟아내고 있다.

도시를 꼽으라면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를 들 수 있다. 헬싱키는 역사적 산물을 그대로 살리면서 혁신적인 도시계획을 통해 사람, 거리, 건물, 가게, 간판 등을 디자인 도시라는 이미지로 통합화했다. 알바 알토(1898~1976)라는 역사적인 건축가를 중심에 두고 거리, 건물, 학교, 가구, 물건들을 발명 상품화하여 전 세계의 관광객과 학자, 학생, 전문가들을 모여들게 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역사, 디자인, 교육이 어우러진 거대한 발명 상품 도시가 경제성장을 이끌며 핀란드를 세계인이 부러워하는 복지국가로 자리잡게 했다.

아쉽게 우리는 근시안적 시각에서 나온 조급한 산업화 유혹에 휩쓸려 조상들이 남겨준 거대한 발명 상품들을 마구 훼손하고 뒤늦게 복구하느라 몇배의 손해(?)를 보고 있다.

이제 우리도 고유의 전통과 사상은 물론 현대적인 발명품이 어우러진 '융합발명' 상품을 수출할 시점이다. 건축이 용이한 몇몇 선진국의 한국 대사관이나 영사관을 전통 구들과 한지 문살로 특화된 한옥으로 짓고 한식과 한복에 담긴 지혜와 사상을 자랑해보자. 정기적인 문화 행사로 국악과 K-pop, 아름다운 청자와 백자, 규방공예 등을 소개하여 세계 속 관광명소로 자리잡게 한다. 생활 속 도자기에 담긴 전통차와 고추장, 된장 같은 양념의 효능을 음양오행이나 사상의학과 연결지어 상품화할 수 있다. 국민소득 3만~4만불이 되면 손으로 만든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직접 구입해 생활속에서 즐기게 된다는 연구 사례를 접목하는 것이다,

발명교육 30년 경험으로 비춰볼 때 이제 실용신안 같은 단순한 생활 속 발명교육을 통해서는 창업이나 경제성장까지 이어지는 것이 매우 어렵다고 본다. 따라서 사람, 역사, 문화를 아우르는 폭넓은 융합발명교육으로의 전환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김규환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한 '발명교육 활성화 지원법안' 제정안이 지난 2월 23일 본회의를 통과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이어질 시행령에는 융합발명교육 활성화를 위한 관계부처와 지자체의 관심과 지원을 끌어낼 제도와 정책이 크게 반영되길 기대해 본다.

/이철규 수원 신풍초등학교 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