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백악관의 '악(堊)'자는 '백토(白土)악'자다. '白土=白堊'이고 백토로 벽과 기둥을 바른 하얀 집이 백악관이지만 중국에선 '白堊館'이라 부르지 않는다. 왜? 백악관 館자가 '객사(客舍) 관'자고 손님을 접대, 묵게 하는 집이 館자 돌림 건물이기 때문이다. 그 대표 격이 여관(旅館)이다. 따라서 '백악관'은 '하얀 여관 같은 건물'이라는 뜻이다. 미국에서 알면 기분 잡칠 게다. 그래서 중국에선 '白堊館'이 아닌 '바이꿍(白宮)'이라 부른다. '흰 대궐'이라는 뜻이다. 그 점 트럼프가 알면 시진핑에게 고맙다고 절을 할지도 모른다. 일본에서도 '백악관'이라고 말하지 않고 쓰지도 않는다. 백악관이 아닌 '백아관(白亞館:하쿠아칸)'이다. 이유는 堊자가 어렵다고 해서 상용한자에서 제외하는 바람에 비슷한 대용 한자로 亞자를 취택한 까닭이다. 백악기(白堊紀)도 일본에선 '白亞紀'다.
White House도 white royal palace(하얀 대궐)의 겸손한 표현이지만 전 세계 대통령이 그 워싱턴 '하얀 집'에 데뷔(방문)하기를 갈망한다. 우리 대통령으로선 6·25 휴전협정 다음해인 1954년 7월 이승만 대통령이 첫 백악관 데뷔, 아이젠하워를 만났고 최근엔 노무현 대통령이 2003년 5월, MB가 2008년 4월 부시를 만났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5월 오바마와 백악관 정상회담을 했고…. 백악관의 역사는 깊고 그만큼 지은 지도 오래다. 1790년 미 연방의회가 미국의 수도를 워싱턴으로 정한 후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이 프랑스의 도시계획가 피에르 랑팡과 함께 현재의 위치에 터를 잡았고 아일랜드 건축가 제임스 호번(Hoban)이 설계해 1790년 그 해 10월 착공, 1800년 완공했다. 그래서 귀신 출몰설이 분분했다. 1841년 폐렴으로 백악관에서 숨진 9대 대통령 윌리엄 해리슨 귀신이 나왔다는 등.
문재인 대통령의 백악관 데뷔는 대체로 성공적이라는 평이다. '대북 인내의 한계가 지났다'는 트럼프와는 달리 대화를 강조한 온도 차는 컸지만…. 일본 아사히신문은 '한국 대통령이 미국과의 협조에 기를 썼다(躍起)'고 했다. 지울 수 없는 오점은 또 '대한미국 대통령 문재인'이라고 잘못 쓴 백악관 방명록이다. 쓰디쓴 실소 감이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