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연-전 평택교육장
김기연 전 평택교육장
새로 임명된 김상곤 교육부총리는 경기교육감 시절 무상급식의 기치 아래 보편적 복지의 서막을 열었고, 혁신교육으로 일선의 매너리즘 교육에 일대 전기를 마련한 분이다.

그는 "앞으로 '모든 아이는 우리 아이이며, 교육은 국가가 책임진다'는 문재인 정부의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누구나 차별받지 않는 교육복지 실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하였다. 그래서인가 국민들은 새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는 모양새다.

혁신이 혁명보다 더 어렵다는 말이 시사하듯, 그간의 교육정책을 단칼에 다 뒤집고 새 제도를 정착시킨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떤 정부의 교육정책도 제도개혁을 위해서는 '경로 의존성'이 심화된 이해집단과 기득권층의 반발로 무산된 사례를 수없이 보아왔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성공할까?

과거 경기교육이 혁신교육 성공사례로 자리매김 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 분의 경청의 힘과 비판적 교원들에게까지 능력 있는 인재를 등용한 결과라 사료된다.

'리슨! 5분 경청의 힘' 저자 버나드 페라리가 말했듯이 목적의식을 갖고 듣는 것에 집중하라는 메시지다. 결국 성공한 사람들은 상대방이 말할 때 조용히 듣던 사람이라고 하였다. 교육부총리에 오른 장관은 '5분 경청의 힘'을 가진 인물이다. 그는 문재인 정부 교육정책의 밑그림을 그릴 분으로 진보의 명도와 채도가 급격히 높아질 것이라 예상된다.

우선 2021학년도 대입수능 개편이 예고돼 있고 거점국립대 공영사립대 도입, 외고 및 자율형 사립고 존폐, 유보통합 등 교육계는 개혁의 소용돌이를 맞이할 것이다.

교육감 재직 시 그의 정책에 반대하던 사람들도 대화에서 자신의 말을 집중해 들어주며 공감을 표하는 데 호감을 갖게 됐다는 평판이 있다.

두 번째로 혁신교육을 날카롭게 비판했던 교원도 능력이 되면 인재로 등용한 열린 사고의 소유자다. 따라서 개혁 성공을 위해서는 각계각층의 여론을 수렴해야 교육개혁을 성공시킬 수 있다.

행여나 문재인 정부 초기의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밀어붙이듯 전광석화와 같이해서는 필패할 공산이 크다. 왜냐하면 역대 교육개혁이 아래로부터의 여론이 수렴되지 않고 상명하복식으로 해서 실패한 사례는 그간 역대 정부의 정책이 반증한다.

몇 년 전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교사의 질을 핀란드, 싱가포르와 함께 세계 3위 안에 꼽았다. 싱가포르는 상위 30% 핀란드는 20% 한국은 5% 인재가 교단에 선다. 이러한 고급인력을 보유하고도 공교육이 망가진다면 이는 '구성의 오류'다. 전적으로 교육정책 담당자의 몫으로 책무성이 결코 가볍지 않다.

스포츠 감독, 오케스트라 지휘자, 대기업의 CEO는 성과가 없으면 바로 쫓겨난다.

교육계도 이와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심판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과도한 사교육 열풍은 역설적으로 공교육이 제 기능을 못하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교사도 한국의 교육 생태계에서는 활보는 커녕 생존조차 힘들거라는 비웃음을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교육에서 수월성·평등성 교육, 보편적·선별적 복지, 상대·절대평가 주관·객관식 평가는 서로 배타적 가치나 길항관계가 아니다. 상대적 공생가치에 기반을 두고 교육정책을 수립 집행할 때 비로소 가장 이상적인 교육이 이루어진다.

보편적 복지와 혁신교육의 성공 사례가 국가정책으로 전이되어 성공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교육개혁은 시급한 과제다. 하지만 이런 때 일수록 숙고와 숙성의 과정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

/김기연 전 평택교육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