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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준모 수도권기상청장
올해는 봄부터 초여름까지 전국이 가뭄으로 비가 오기만을 기다렸는데, 7월 장마철에 접어들어 지역적으로 200㎜ 내외의 강우량을 보여 이제 가뭄 걱정은 뒤로 한 채 비로 인한 피해가 없기만을 바라게 됐다.

본격적인 여름철에 접어들면 매년 반복되지만 태풍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태풍은 이미 우리 삶 속에서 큰 피해를 주는 두려운 존재로 각인되어 있으며, 그 위력은 기후변화로 인해 더욱더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태풍은 지역에 따라 북서태평양의 태풍, 대서양의 허리케인, 인도양의 사이클론 등으로 다른 이름을 갖지만 결국은 같은 현상이다. 중심 최대풍속이 초속 17 미터 이상으로 강한 비바람을 동반하는 열대저기압을 태풍이라 부른다. 우리가 사는 북서태평양지역에서는 통계적으로 1년에 25.6개의 태풍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 사례들을 볼 때 우리는 강력한 태풍들에 대한 피해를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2005년 8월,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미국 뉴올리언스의 80%를 침수시키고 2천여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또한 2013년 11월, 강력한 태풍 '하이옌'이 강타하고 지나간 필리핀에서는 100만 가구가 파괴되고 6천30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2002년 8월에 발생한 태풍 '루사'와 2003년 9월에 발생한 태풍 '매미'가 가장 큰 영향을 준 태풍으로 기록되고 있다. 관측이래로 우리나라를 통과한 태풍의 바람 순위 10개 중 6개가 2000년 이후에 기록된 것으로 나타나며, 이 기간 동안 태풍으로 인한 피해액은 20조원에 이를 만큼 국가적인 손실이 매우 크다.

이에 기상청은 2008년 국가태풍센터를 설립하여 태풍 예보시스템을 자체 개발하는 등 태풍 예보기술 향상에 주력해 왔고, 태풍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태풍 뿐 아닌 태풍의 발생 전 또는 태풍의 약화 뒤인 열대저압부 단계까지도 분석영역을 확장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예보 초년병시절 태풍이 발생하면 제일 먼저 일본기상청(RJTD)과 괌 태풍경보센터(PGTW)의 전문을 수신받아 예상경로를 기입하고, 우리는 그 중간을 예상경로로 잡던 시절에 비교하면, 지금은 자체 태풍모델에서 나온 예상경로로 예보하고 세계 1위인 미국 태풍센터의 예보에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발전했으니 격세지감을 느낀다.

태풍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올해는 7월 현재까지 3개의 태풍(평년 3.6개)이 발생했다. 아직까지는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태풍은 없었지만, 평년값을 보면 3.1개 정도가 우리나라에 직접 영향을 주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다.

지구기온이 상승하면서 태풍의 강도가 강해지고 있는 추세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100년간 지구의 평균기온은 섭씨 0.74도, 한반도는 1.5도 상승하였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로 접근하는 태풍의 경우도 이전보다 강력하거나 쉽게 약화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올해 여름과 초가을에도 태풍으로부터 안전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태풍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피해가 크고 대책수립 마련에 어려운 것이 태풍이다. 우리 모두가 태풍을 이해하고 태풍의 위험으로부터 철저히 대비하려는 노력을 함께 기울일 때 보다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한걸음 다가설 것이다.

/전준모 수도권기상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