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차례에 걸친 골재채취단지 지정 기간 연장과 채취물량 확대는 국내 골재수급 안정이라는 미명 아래 어업인들의 일방적인 희생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따라 어업인들은 지난해부터 육상 궐기대회를 비롯하여 토론회 개최, 항의문 제출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바닷모래 채취 전면금지를 외쳐왔지만 의견이 완전히 무시되어 해상 시위에 이르게 된 것이다.
지난해 연근해 어업 생산량은 92만t에 그치며 44년 만에 처음으로 100만t 선이 붕괴, 어장환경 변화와 중국어선의 불법조업 등으로 수산업이 총체적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금지체장, 금어기, 직권 감척 제도 도입 등으로 어업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바닷모래 채취를 용인하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어 어업인들의 삶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남·서해 배타적 경제수역(EEZ) 골재채취단지 및 연안 등 바다로부터 모래를 공급하는 것이 가격이 저렴하고 손쉽게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하여 엄청난 양의 모래가 채취돼왔다. 안정적인 골재 수급만을 위해 골재 채취의 영향과 회복을 고려하지 않고 계속 해서 바닷모래를 채취토록 두는 것은 수산 정책의 부재라는 의구심마저 든다. 해마다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도 연근해 어업 생산량이 회복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골재채취단지 지정 기간 연장은 해양수산을 대표하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채취 중단 결의에도 불구하고 진행된 것이다. 국회까지 완전히 무시한, 참담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경기도의회에서도 바닷모래 채취 중단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여 본 의원이 대표발의한 '수산자원 및 어업인 보호를 위한 바닷모래 채취 중단 촉구 건의안'이 제321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통과되어 정부와 국회로 이송되었다. 배타적 경제수역(EEZ)에서의 바닷모래 채취는 어업인의 모종판, 양묘장을 갈아엎는 행위나 마찬가지로 어장 파괴와 수산자원의 감소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국민의 식생활과 안전 그리고 생명과도 직결된다.
편협한 경제 논리에 빠져 바다를 훼손하는 바닷모래 채취는 전면 금지되어야 한다. 어업인들은 정부의 규제 강화 정책으로 소득이 감소됨에도 불구하고 바다와 수산업을 지킨다는 일념으로 순응해온 반면 정부는 해양생태계 파괴와 수산 자원 고갈을 야기하는 각종 공공사업을 용인해왔다. 이런 이율배반적인 정책을 고수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에 대해서 정부는 답변해야 할 것이다. 또한 해양 환경을 보전하고 어업인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는 정부는 바닷모래 채취가 어장 파괴와 수산자원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기존의 관행적인 행정의 틀에서 벗어나 채취 해역 복원과 어업인 보호를 위한 새로운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바다는 우리 국민 모두의 소중한 삶의 터전이며 미래 세대가 누려야 할 수산 자원이다. 이제는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생활을 영위하는 어업인들을 위해서라도 국민들이 수산자원의 가치와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해야 할 필요가 있다. 흔히 바다를 두고 아낌없이 내어주는 어머니의 품과 같다고 말한다. 무분별한 바닷모래 채취로 인해 변화된 해저지형과 수산자원은 다시 회복되지 않는다는 점을 유념하여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는 지속가능한 어장 환경을 만들어주기를 희망한다.
/김호겸 (민·수원6) 경기도의회 부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