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대부분 대기업과 직·간접적인 하청 관계로, 대기업과의 거래로 유지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무리 정부의 공정경제 의지가 강하더라도 중소기업은 대기업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다. 경제민주화의 주요 논의도 재벌 개혁과 대기업 횡포를 막는 데 초점을 맞춰 왔다. 선진국의 대-중소기업 거래는 모기업을 정점으로 피라미드형을 띤다. 이는 1차 수급 기업이 높은 기술력과 건전한 재무 상태를 지녀야 가능하다. 그래야 공정한 하도급 거래를 이뤄낼 수 있으며 생산성 향상에 따른 성과를 공유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대기업이 작은 부품회사까지 챙기는 역피라미드형이다. 기술과 공정 혁신보다는 낮은 인건비에 기초한 경쟁력 확보가 우선일 수밖에 없다. 이는 중소기업의 열악한 고용환경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게 된다. 대-중소기업 공정 거래는 기대할 수 없고 위-수탁 기업 간 영업 이익률에 현격한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새 정부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해 협력이익배분제 등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중소기업이 대기업과의 거래에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중소기업 생산성 향상을 위한 요소 기술의 강화를 지원하고 중소기업 전용 R&D를 늘려야 하며 직접 지원 방식에서 협력적 생태계 조성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는 지역 중심 산·학 혁신 클러스터를 적극 발굴함으로써 가능하다.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 직속의 4차 산업혁명위원회를 띄우고 스마트 공장을 2만 개 보급하는 등 혁신적 과학 기술 생태계 조성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부분의 중소 제조기업은 스마트 공장을 추진할 여력이 없다. 또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관심은 높으나 대응 수준이 미흡한데 그 이유로는 인프라와 전문인력, 이해 부족 등을 꼽고 있다. 융합기술의 특성을 이해하는 전문가를 양성하는 게 급선무다. 관건은 재직자 대상의 요소 기술, 실무 적용 사례 교육을 강화하는 것인데 현장에 사람이 모자란 판에 어떻게 교육을 보내느냐는 얘기가 나온다. 재직자 중심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다. 따라서 일반 산업단지를 산·학을 연계하는 지역 혁신 클러스터로 전환해야 한다. 동시에 3D 프린팅 랩과 같은 제조 지원 센터를 운영해야 한다. 이를 통해 중소기업이 강한 경쟁력으로 대기업과 공정하게 거래하고 글로벌 강소기업이 나올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제대로 구현하고 있는 독일이 세계적 제조업 강국인 이유다.
/김준현 경기도의원(민·김포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