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 역시 2010년의 독일 메르켈 총리가 출범하면서 전통적 강점인 제조업에 ICT기술을 접목해 다시 경제부흥을 꾀하겠다는 정책 슬로건으로 최초 등장한 것이다. 독일 정부는 이를 위해서 2년여에 걸친 준비기간을 거쳐 'Industry 4.0' 전략을 발표하고 정책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에서 독일 출신의 경제학자 클라우드슈밥 의장이 Industry 4.0을 4차 산업혁명이라고 지칭하면서 알려진 것이다. 클라우드슈밥 의장이 4차 산업혁명을 주장한 것과 이것이 산업부흥의 슬로건으로 회자되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반면 미국의 경제학자이자 '제로한계비용'을 주장한 제레미 레프킨이라는 학자는 아직 3차산업혁명 중이고 4차 산업혁명은 오지도 않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양쪽 주장은 어떠한 프레임으로 산업혁명을 보고 있느냐는 차이도 있지만 현재와 앞으로의 10년의 미래를 제대로 준비해야 저성장의 경제 사이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제조업의 위기, 실질 생산부문의 위기를 타파하고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은 독일과 다르지 않다. 뿐만 아니라 산업 전체가 융합되고 산업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게 되는 신기술이 탄생하고 이를 적용하여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패러다임이 바뀌게 될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로에 서 있다. 4차 산업혁명이 무엇인가 라는 거대 담론에서 한 발 나아가 앞으로 무엇을 해야 초고령화되는 경제인구를 바탕으로 우리는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인가 라는 선택을 해야 할 시점이다.
거대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 세계적인 기업들이 어떤 일에 우선순위를 두고 기술개발을 하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내고 있는지를 보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아마존은 드론과 QR코드를 통한 통합적 재고관리시스템(Inventory system)의 특허를 출원한 바 있다. 퀄컴은 드론의 단점인 배터리 충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운행 중인 차량에 드론이 도킹하여 배터리를 충전하고 다시 비행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특허 출원하였다. 이처럼 자신의 현재 위치에서 가장 강점인 핵심역량이 무엇인가를 파악하고 그 위에 4차 산업혁명을 리드하는 기술과 지식을 접목하고 융합해야 한다. 융합의 전제 조건은 이종의 학문과 이종의 산업, 나아가 전혀 다른 분야의 가치와 다양성을 인정해주는 것에 있다. 한 블록에 있는 집들이 서로 다른 색을 입고서도 서로 조화하고 새로운 시너지를 내는 샌프란시스코의 관광지인 'Painted Ladies'처럼 말이다.
현재 범위에서 벗어난 새로운 것에 대한 개념을 빠르게 습득하여 융합을 더 본격적으로, 구체적인 각론으로 추진해야 한다. 융합화된 신기술을 통해서 가상의 세계를 좀 더 실제와 유사하게, 현실 세상에 존재하는 쌍둥이와 같이 구사해야 할 것이다. 융합의 촉진을 위해서는 새로운 기준이 되는 혁신과 융합을 시도한 개인과 조직의 실패에 대한 용인도 필요할 것이다. 융합을 시도했던 조직과 개인의 노력과 비용은 다음 시도하는 융합의 토대가 되는 것이다. 그러한 시도가 늘어날수록 디지털 정보의 격차는 점점 줄어들고, 다양한 분야의 정보가 생산성을 높이는 데 활용됨으로써 디지털 세상에 다양화된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을 것이라 본다.
/홍아름 경희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