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락기 인천문화재단 강화역사문화센터장
김락기 인천문화재단 강화역사문화센터장
지난 9월 21일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가 개소식을 가졌다. 연구소는 수도권 소재 문화유산에 대한 과학적인 선진 기법과 경험을 동원해 연구의 진척을 꾀하고 있다. 고려시대 도읍인 강화 도성에 대한 5개년 계획을 세워 진행 중이며, 강화 고인돌과 조선시대 관방 유적에 대한 조사 지원도 계획하고 있다. 강화 소재 고려 고분군에 대한 정확한 위치 정보 및 현황 파악을 위한 작업도 곧 시작된다.

10여년 전부터 인천시 역대 시장과 관계 부서의 노력으로 결실을 본 연구소가 차근차근 조사 성과를 쌓아나가면 강화 역사와 문화유산도 재조명되리라 기대된다. 이제 국가 차원의 관심과 지원 기반이 마련된 만큼 그동안 고려시대 도성 연구와 조선시대 관방유적 조사연구를 핵심으로 수행해 왔던 인천문화재단 강화역사문화센터와 중복되는 부분에 대한 재편도 미룰 수 없게 되었다. 2013년 7월 강화고려역사재단으로 출범한 이후 우여곡절을 거쳐 인천문화재단 강화역사문화센터로 재편된 센터는 출범 초기부터 여러 가지 문제에 놓여있었다. 인원이 너무 적어 역사 전공 연구원이 연구보다는 행정업무를 수행하느라 시간을 보냈으며, 상징적이라 할 정도의 예산은 연구원의 열정으로 뛰어넘기에는 너무 높은 산이었다.

업무영역과 관련해서도 주문이 너무 많고 달랐다. 어떤 이는 고려사 전문 연구기관이므로 계양산과 이규보, 인주 이씨와 원인재 등도 연구해야지 왜 강화의 고려사만 하느냐고 했고, 어떤 이는 강화에는 고려 유적만 있는 게 아니니 선사부터 근현대 강화사를 '균형있게' 연구해야 한다고도 했다.

연구소 개소라는 상황 변화와 과거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인천시와 인천문화재단이 마련한 방안이 센터 업무 영역을 강화를 포함한 인천 전역으로 확대하고 연구원을 충원해, 인천 역사 전반에 걸친 조사·연구를 통해 시민이 더 깊이, 더 넓게 공부할 수 있는 디딤돌을 놓겠다는 것이다.

이 방안에 대해 지역 일각에서 제기하는 걱정과 우려를 경인일보 지면을 통해 알게 되었다. 인천시립박물관이나 인천시사편찬위원회와 업무가 중복될 것이라는 우려는 잘 새겨서 협의하고 조율해 나가야 할 일리 있는 지적이라 생각하지만, 시립박물관에 센터를 소속시키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주장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박물관은 유적 발굴과 유물관리, 전시를 주력으로 하며 관련된 사회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흔히 역사자료관이라 부르는 인천시사편찬위원회는 시사편찬이라는 분명한 목표가 있다. 센터는 폭넓은 자료 조사와 수집, 아카이브 구축 등을 통해 이런 자료가 시사편찬 등에 활용되고 시민이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기획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센터를 박물관 산하에 두자는 말은 한국학중앙연구원을 국립중앙박물관 산하에 두자는 것과 같은 이야기다. 공무원 조직인 박물관에 민간 조직인 센터를 소속시키는 것이 가능한 지 여부를 떠나 각 기관의 고유 목적에 깊은 이해가 필요한 대목이다.

물론 시민 세금으로 운영하는 기관이라면 불필요한 낭비가 있어서는 안 된다. 효율적 운영 방법을 찾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생산자에게 소매상 역할을 과하게 부여하면 생산에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듯이 각각의 기능에 따라 제 자리에서 최선의 성과를 내도록 조율하는 게 우선이다. 이해가 개입되면 현상이 왜곡된다. 우여곡절을 겪어온 센터의 미래는 오직 어떤 방안이 인천 역사연구를 활성화시켜 시민 행복으로 귀결되는가란 관점에서 마련되어야 한다.

/김락기 인천문화재단 강화역사문화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