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의 경우 매니페스토가 2006년 지방선거에 도입된 후 수차례 공직선거에서 활용된 바 있어 이제는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필수용어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공약 완료율이 50%에 머문 것을 보면 한국에서의 매니페스토는 선거 장식품이거나 형식만 있고 실속이 없는 속빈 강정에 불과하지 않나 생각이 든다. 영국시민들은 각 정당 후보자의 공약집을 서점에서 유가로 구매해 숙독할 만큼 매니페스토가 일상화돼 있다고 한다. 또한 집권 가능성이 큰 정당의 매니페스토가 발표되는 날에는 정책 관련 산업과 기업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움직일 만큼 국민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유권자의 합리적인 사고, 그리고 공약의 진정성에 대한 깊은 신뢰가 뒷받침되기에 가능한 현상일 것이다.
그렇다면 제대로 된 매니페스토는 어떻게 이룰 것인가? 우선 입후보예정자들은 선거가 임박한 시기에 공약에 대한 고민을 지양하고 지금부터라도 삶의 현장에서 국민신문고처럼 주민제안을 받아 지방자치의 문제점 개선방안 등 정책을 준비하고, 실행에 옮길 장·단기적 청사진을 제시하여야 한다. 이와 함께 정당은 입후보예정자들이 마련한 정책·공약을 보고 제1순위로 공천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이에 더해 유권자는 지역 정책이 반영될 수 있도록 입후보예정자에게 적극적으로 제안하고 투표장에서 정책의 구체성과 실현가능성 및 소요예산 등 꼼꼼히 살펴보고 실천할 정치인에게 한 표를 던져 자신의 미래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또한 중립적인 시민단체와 언론사는 유권자의 판단을 돕기 위해 공약 평가 기준을 제시하고 향후 공약 이행 여부를 꾸준히 모니터링하여 유권자에게 그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매니페스토 운동의 확립자인 로버트 필은 "겉만 번지르르한 공약은 잠시동안 유권자의 환심을 살 수는 있겠지만 결국은 실패하게 마련이다. 매니페스토란 표를 얻기 위해 하는 거짓말을 응징하는 운동이다"라고 역설했다. 다가오는 지방정부 시대에 입후보예정자들의 자질·비전·공약들이 올바로 제시되고 정확히 평가받는 정책중심의 선거로 자리 매김하기 위하여 매니페스토는 지금 시작돼야 하며 2018년 이후 4년간의 지방정부 로드맵을 준비할 때도 지금이다.
/임동수 수원시팔달구 선거관리위원회 관리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