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하-청운대 교수'
김동하 청운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지난 19대 대선에서 모든 주요정당이 공통적으로 내세운 공약이었던 아동수당이 드디어 현실화될 전망이다. 정부는 내년 7월부터 0~5세 아동에게 보호자의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월 10만원을 지급하는 아동수당제를 도입하고, 이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자 '아동수당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아동수당제 도입을 앞두고 일부에서는 월 10만원이라는 액수가 우리나라의 높은 아동양육비 수준을 감안할 때 턱없이 부족하고, 5세까지로 수급연령을 제한한 것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아동수당을 단지 출산율 제고 정책으로 인식하고, 월 10만원 더 준다고 아이를 낳겠냐는 회의적 시각도 적지 않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아동수당의 도입은 출산율 제고를 위한 일차적 목적을 넘어서 보다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아동수당은 아동을 부양하는 가구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일종의 가족지원 제도에 해당된다. 과거에는 아동에 대한 양육의 책임을 전적으로 가정에 돌렸다. 하지만 산업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아동을 부양하는 가구와 아동을 부양하지 않는 가구 간의 세대 내 소득불평등 현상이 가속화됨에 따라 유럽의 복지국가에서는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일찌감치 아동수당을 보편적 소득이전 제도로 정착시켰다.

반면 한국에서는 지금까지 자녀 부양으로 인한 소득불평등 현상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였다. 특히 노동시장의 고용 불안정성이 높은 한국사회에서 아동의 양육은 가구의 소득불안정을 가중시키는 주요 원인이 된다. 현재 시행되는 자녀세액공제는 6세 미만 자녀를 둔 가구에 대해 세금공제 혜택을 주는 제도로, 소득이 많을수록 공제를 더 많이 받기 때문에 고소득층에 유리한 제도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정부에서도 이를 인식하고 아동수당의 도입과 함께 자녀세액공제를 향후 3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폐지할 계획이다.

또한 지금까지 한국은 복지서비스제공에 있어서 현금급여에 대해 매우 인색한 편이었다. 우리나라의 보육서비스 지출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0.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수준에 해당되나, 아동수당과 같은 현금성 급여는 0.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6분에 1 수준에 불과하다. 현금급여는 아동부양가구가 자신이 원하는 재화와 서비스를 선택하여 구매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수급자 효용성을 높이고 소득안정성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이와 같이 아직까지 한국에서 아동양육 가구의 소득불평등 현상을 완화할 수 있는 정책이 미비한 가운데, 아동수당제도는 보편적 소득이전 제도로써 유자녀 가구와 무자녀 가구 간의 세대 내 소득형평성을 제고할 수 있는 중요한 정책이다. 아울러 영유아시기에 경험하는 소득불평등으로 인해 야기되는 향후 사회적 비용을 고려할 때, 0~5세까지 우선 투자하는 것은 한정된 정부재원 내에서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일 것이다.

2017년 기점으로 고령사회로 접어든 한국사회에서 지금의 아동은 나중에 성인이 되어 소득을 창출하고 세금을 납부할 미래의 중요한 사회구성원이다. 이들은 늘어난 노령인구를 책임지기 위해 현재 우리가 지불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재정적 부담을 짊어지게 될 것이다. 따라서 아동수당은 세대 간 재분배의 형평성 측면에서도 필요하다.

결과적으로 아동수당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목적을 넘어 유자녀 가구와 무자녀 가구 간의 세대 내 재분배와 노령 층과 젊은 층 간의 세대 간 재분배의 형평성 차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는 소득불평등 현상이 심각한 한국사회의 현주소를 고려할 때 사회통합에 기여하는 길이다. 아동 양육가구의 소득불평등을 완화하는 것은 아동이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며, 아동수당은 국가차원에서 이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고 출발점이다. 따라서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우리나라에 아동수당이 도입될 수 있어서 다행이며 앞으로 국회에서 순탄히 통과되어 내년 7월부터는 아동수당이 지급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동하 청운대 사회복지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