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정치공학적 셈법으로 해석은 안돼
시민의 힘·지방역량 결집 쟁취 유일한 희망

수원시는 올해 신년화두를 '일신연풍(日新年豊)'으로 정했다. '나날이 새롭게 해서 풍요로운 시절을 열어간다'는 뜻이다. 낡은 것을 벗어던지고 보다 나은 미래를 열어가고자 하는 우리 모두의 염원을 담았다.
'일신연풍'의 염원은 지방분권형 개헌이다. 올해는 온전한 지방자치, 지방분권 시대를 여는 원년이 돼야 한다. 국가시대의 낡은 중앙집권 체제를 탈피하고 지방주권시대를 열어 나가기 위해, 지방분권 개헌은 반드시 이루어져야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19세기의 헌법을 가지고, 20세기 정치인들이 21세기 국민들을 통치하려 하고 있다. 낡은 헌법, 누더기 헌법을 가지고 20세기 정치인들이 권력 지향형으로 21세기 국민들을 통치하려고 하고 있는 시스템이 오늘의 현실이다.
지방자치 시행 20년이 넘도록 '2할 자치'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지방분권이란 말은 허울 좋은 수사(修辭)일 뿐이다. 헌법적 제약으로 모든 것이 중앙정부의 법률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 중앙정부는 과부하로 위기대응능력이 떨어지고 지방정부는 권한도 재원도 제한적이다. 여전히 지역 문제를 주민이 결정하지 못하고, 중앙정부에서 결정하면 그것을 집행하는 수준이다. 그에 수반되는 예산도 중앙정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2할 자치의 실정이다. 지금 모든 지역에서 지방분권개헌을 외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우리 사회는 심각한 불평등과 양극화, 성장의 한계에 직면해 있다. 여기에 저출산·고령화 등 미래를 위협하는 수많은 과제와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물결까지 더해지고 있다. 그리고 국민주권의 확대에 대한 요구도 높다. 한국 사회의 모순과 국민적 요구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지방분권이 이뤄져야 한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지방분권이야말로 미래의 정치질서'라고 정의했듯이 지방분권에서 미래의 답을 찾아야 한다. 지방분권은 시민에게는 행복을 앞당기고,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것이다. 특히, 지방분권은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훨씬 용이하다. 유럽 국가의 예처럼 잘사는 나라일수록 지방분권이 발달해 있다. 문제는 예산과 사람이다. 지방분권이 확실히 되고 자치재정권과 자치조직권, 그리고 자치입법권을 준다면 지방은 얼마든지 살길을 찾을 수 있다. 지방분권은 모든 시민이 잘사는 도시를 만들자는 것이다. 지방소멸의 위험에서 벗어나는 징검다리다. 장기적으로 지역 여건과 특성에 맞춰 지방정부의 자생력을 키우는데 기여한다. 지역의 개성과 지역의 매력을 만드는 것, 바로 지방분권이다.
그러나 개헌 추진 일정 등을 둘러싸고 정치권이 소모적인 공방만 벌이고 있다. 지방선거에 맞춰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정치권과 국회의 약속이 물거품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독재와 혁명에 의해서만 개헌이 이뤄진 우리나라 개헌의 역사를 비춰볼 때 올해 지방선거 때 지방분권개헌 투표를 동시에 실시하지 못하면 지방분권개헌은 사실상 물 건너간다는 것이다. 매우 걱정스럽다.
더 이상 지방분권 개헌을 정치공학적 셈법으로 해석해서는 안된다. 국가의 미래가 걸린 분권 개헌에 더 큰 뚝심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더 나은 민주주의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분권개헌의 시대적 사명을 완수해나가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시민들의 힘을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
지역과 주민이 주인으로서 정당한 권리와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 지방분권형 개헌을 통해 지방자치를 혁신하고, 풀뿌리 민주주의가 피어날 수 있도록 결연한 마음가짐으로 역량을 결집시켜 나가자. 지방의 결집된 역량만이 분권 개헌을 쟁취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다. 지방분권 개헌은 대한민국의 새로운 희망의 길, 민주주의 역사에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어가자.
/염태영 수원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