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우리는 '촛불 혁명'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삼아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수많은 역사에서 보았듯이 큰일이 있을 때마다 우리는 하나 되어 슬기롭게 국난을 극복해 왔다. 우리는 그때마다 중지를 모아 제대로 방점을 찍는 저력을 보였다. 그동안 우리의 압축성장이 사회 여러 군데에서 일부 부정적으로 나타나기는 했지만, 세계인이 부러워하는 글로벌 표준으로 우뚝 자리매김했다.
연초가 되면 흔히 한 해 계획을 세운다. 작심삼일로 끝나는 경우가 많지만, 혹자는 말한다. 작심삼일을 반복하다 보면 1년이 지나갈 수 있다고. 맞는 말이기는 하나 방점이 없다. 모든 계획은 결심을 통해 이뤄지며 결심은 방점을 찍는 일이다. 결심은 실행 가능하고 측정 가능한 것이 좋다. 막연히 뜬구름 잡는 계획은 사상누각이다.
방점의 사전적 의미는 '글 가운데에서 보는 사람의 주의를 끌기 위하여 글자 옆이나 위에 찍는 점'이다. 그러고 보니 올해도 방점을 찍어야 할 굵직한 일들이 산적해 보인다. 점을 언제 어디에 찍느냐에 따라 엄청난 결과를 가져온다.
방점 하니까 생각나는 고사성어가 하나 있다. 바로 '화룡점정(畵龍點睛)'이다. 용을 그린 다음 마지막으로 눈동자를 그린다는 의미로 가장 요긴한 부분을 마치고 일을 끝냄을 이르는 말이다. 양나라 장승요가 금릉에 있는 안락사라는 절에 용 두 마리를 그리고 눈동자를 그리지 않은 데서 유래됐다.
요즘은 대학들도 옛날의 대학이 아닌 듯싶다. 수요와 공급 법칙이 학교에도 불어 닥치고 있음을 피부로 느낀다. 학생은 학생대로, 교직원은 교직원대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형국이다. 대학에 입학하려는 학생이 적어지다 보니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전에는 수요가 많아 큰 걱정 없이 학교가 운영됐으나 이제는 학생을 찾아 나서야만 하는 세상이다. 학생을 뽑는 것만이 아니라 거기에 취업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필자가 소속된 대학도 예외는 아니다. 수도권 전문대학 중 취업률 1위인 76.9%라는 높은 취업률에도 불구하고 히딩크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나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I am still hungry)'고 말한 것처럼 학생들 취업에 더욱 매진하고 있다. 작년도 4년제 일반대학 평균 취업률 64.3%, 전문대학 평균 취업률 70.6%보다도 훨씬 높은데도 불구하고 이 배고픔은 끝이 없어 보인다. 예전에 대학이 학생들을 가르치기만 했던 시대는 끝났다. 입학부터 취업까지 원스톱 토털 케어 서비스를 하는 세상이다.
매년 기업들이 국내외 글로벌 환경변화에 맞춰 구조조정을 하는 것처럼 대학들도 내부 구조조정을 통해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대학을 둘러싼 환경의 불확실성은 더욱 높아지고 무한 경쟁을 요구하는 대학 현실은 우리에게 다시 한 번 도전과 각오를 요구하고 있다.
올해는 대학구조개혁을 위한 대학 기본역량진단 2주기 평가가 있는 해다. 어느 때보다 대학들이 우수한 결과를 얻기 위한 도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절실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대학의 변화는 이제 우리를 둘러싼 환경변화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이런 변화는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는 말이 있듯이 즐기는 게 상책이다. '알고 하는 사람은 좋아서 하는 사람을 당할 수 없고, 좋아서 하는 사람은 즐기면서 하는 사람을 당할 수 없다(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고 하지 않았던가.
오늘도 우리나라 모든 대학이 점 하나를 언제 어디에 어떻게 찍을까 고민 중이다. 학교의 운명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화룡점정인 세상이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라는 말이 있듯이 수년간에 걸쳐 노력한 우리 대학의 노력과 열정으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승용 경복대학교 홍보센터장